Ten Thousand Sorrows : The Extraordinary Journal of Korean War Orphan
- 저자
- Kim, Elizabeth 지음
- 출판사
- Doubleday | 1900-01-01 출간
- 카테고리
- 문학/만화
- 책소개
- A Korean War orphan retraces her st...
National Trust에 등록된 곳에 놀러갔다가 거기 딸린 중고 서점 코너에서 발견한 책이다.
처음에는 사실 작가의 성 때문에 끌렸다. 'Kim'이라니.. 지독히도 한국적인 성씨를 보고, 설마 한국인인가.. 싶었던 거다. 책의 앞면과 뒷면을 보니... 한국인이 맞다. 그런데, 그 사실을 확인하자마자 쓰라림도 같이 밀려왔다.
"I don't know how old I was when I watched my mother's murder, nor do I know how old I am today"
"Out of the corner of my eye, I saw movement. Several people stood outside one of the nearby cottages, raising tea bowls to their lips after their long days's work. The cups stopped midway. The casual chatter was stilled. There was silence, then I heard the spitting begin. I was the first to be hit by a pebble; I felt it sting me in the back, below my shoulder blade. I didn't cry, nor did I look behind me. Omma did not shield me. We said nothing. .... ...
The catcalls began: honhyol, a despicable name that meant non-person; mixed race; animal"
알고보니 한국전쟁 후 혼혈아로 태어난 작가가 한국에서의 어린 시절과 미국으로 입양된 후의 이야기를 담은 자전소설이였다. 그리고 그 내용은 제목이 말해주듯, 그리고 적나라하게 묘사된 글이 말해주듯, 결코 밝지 않다. 소설의 줄거리야 금새 알 수 있을테니 여기서 말하기 싫고, 책을 읽으며 두가지를 생각하게 했다.
1. 스스로가 어찌할 수 없는 상처가 있는 사람에게는 위로가 되는 책이다.
어린 시절의 아픔들, 버려진 기억들, 폭력에 무방비하게 노출된 경험이 있는 사람, 혼자 남겨진 공포를 아는 사람, 소중한 것을 눈앞에서 빼앗기면서도 어찌할 수 없는 무력감을 맛본 사람, 등등.. 가슴 속에 도저히 어찌해도 회복될 수 없을 거 같은 깊은 구멍을 가지고 있거나 아직도 피가 흘러 나올 것 같은 흉터를 가지고 있는 이들이라면... 이 책을 읽으며 공감하는 순간들이 많을 거다. 예를 들면... 폭력과 학대로 얼룩진 이혼을 끝내고 그녀가 쓴 부분을 보면...
"For years after my divorce, I flinched when anyone moved unexpectedly toward my face. So quite often if I was dating someone and he reached his hand to my cheek, I'd jerk back and wince. Depending on how caught unaware I was, I might raise a hand to shield my face"
누군가에게는 아주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지는 얼굴을 만지는 행위가 누군가에게는 폭력의 공포로 다가온다는 것... 겪어보지 않은 사람은 절대 모를 감정들... 꾸미는 것도 없고, 더한 의미를 부여하는 것도 없이, 그저 개인적이고 사실적인 그녀의 상처를 읽다보면, 나와 비슷한 상처가진 사람과 긴 대화를 나눈것 마냥 조금은 편안해진 마음을 가질 수 있을거다.
2. 혼혈, 그리고 한국인이라는 것의 의미
요즘은 '혼혈'이라고 하면, '혼혈이 진짜 예쁘다던데', '혼혈이면 태어날때부터 2개국어 하고 좋겠다', '국제학교에 바로 입학할 수 있으니 좋겠네', '(남자아이면) 군대안가도 되니 좋겠다' 등등의 부러움의 3단 콤보가 튀어나오던데... 그런 생각들이 도대체 어디서부터 시작된건지, 그리고 그 내부에 깔려있는 의식이 뭔지는 아직 잘 모르겠다. 그리고 동시에 '혼혈'이기 때문에 왕따당하고 괴롭힘 당하는 아이들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좋게 생각하면 최소 2개의 나라에서 국적이 인정되는 거지만, 나쁘게 생각하면 여기서도 저기서도 낄 수 없다는 의미가 되기도 한다. 그래서 많은 경우 혼혈인 친구들을 보면, 도리어 자신이 태어나고 자란 곳에 대한 애착이 상당하기도 했다. 대부분 엄마가 외국인이고, 아버지의 나라에서 살며 그 나라의 국적을 취득하고, 그 나라의 말을 하며, 그 나라의 사람으로 살아간다. 그리고 엄마의 나라 말은 잘 못하는 경우가 많고, 심지어 자기 엄마에 대해서는 절대 언급안하는 사람도 봤다.
특히 여자가 패쇄되거나 덜 발달된 사회에서 온 경우일 수록, 그리고 여자가 결혼한 상대가 '선진국'이라 불리는 나라사람일수록, '혼혈'들은 엄마의 나라에 대해 전혀 모르고 자라거나, 그 언어조차 잊고 크는 경우가 많다.
한국사회에서의 혼혈.. 지은이가 말했던 것처럼 혼혈을 사람 취급도 안하며 무시하던 예전에 비하면, 요즘은... 그들의 외모 등에 초점을 맞추며 도리어 부풀린 관심을 보이는 듯 한데... 문제는.. 그런 과한 관심역시 '다양성'을 존중하기 때문에 '받아들이'는게 아니라, 도리어 '다름'을 강조하며 어떻게든 '솎아내려는' 것 같아 좀 언짢다. 왜 외모가 다른 이들을 보고 그냥 그대로 받아들이지 못하고 굳이 '혼혈이예요?', '아빠가 외국인인가봐?' 하며 꼭 캐물어야 하는지도 모르겠다.
어쨌건 책을 보면, 그녀가 여기도 저기도 속하지 못하는 자신의 외모때문에 얼마나 낮은 자존감을 갖고 살아야 했는지 절실히 나온다.
.......
영국에선 왠만큼 관심이 있어서 찾아다니는게 아니라면, 한국작가의 책이나 한국에 관련된 보통의 소설을 찾기 힘든다. 왠만한 일본 작가나 중국 작가의 책들을 쉽게 찾을 수 있는 것에 비하면 안타까울 정도다. 그런데, 이렇게 찾게 된 한국과 관련된 작가, 소설이 한국 사회의 쓰라린 면을 드러내는 것이라는 사실에 다시 마음이 아팠다. 하긴, 그런 고통을 드러내는 게 어찌보면 글쓰기의 가치이기도 하니까...
외국에서 오래 살다보면 어느 순간 가치관과 정체성에 혼란이 올 때가 있다. 한국인이지만, 오랜 세월 외국에 살았던 까닭에 그 나라의 문화나 생활 습관을 받아들여 한국에 가도 완전히 한국인으로 섞이지 못하고, 설사 예를 들어 영국인의 국적을 갖게 되었다 하더라도, 영국인과 완전히 섞이지도 못한다. 영국에서 싸이의 노래가 나오는 걸 들으며 괜히 기분이 좋아지고, 누가 김밥을 스시라 부르면 기분 나빠지고, 한국에서는 한박자 느린 한국어때문에 사람들에게서 이상하다는 눈빛을 받기도 하고, 매해 빠르게 달라지는 한국 분위기에 도리어 적응못하고 정말 외국인이 된 기분이 들기도 한다. 머리가 꽤나 굵어진 다음에 내 선택으로 나와 살면서도 이런 걸 겪는데, 어린 나이에 내 선택과는 무관하게 타지에 던져진다면 어떨까...
어쨌건, 타지에 나와있는 한국인이라면 한번은 읽어볼만한 책이다.
p.s. 1. 책을 읽으며, 아주 예전에 봤던 최진실 주연의 '수잔 브링크의 아리랑'이라는 영화가 생각났다.
p.s. 2. 중간중간 더 읽기가 괴롭고 무거워 쉬어야 할 때도 있었다.
p.s. 3. 책을 읽고 난 후, 감정이 복받쳐 처음으로 그녀에게 독자의 편지라도 써볼까 하고 검색을 했다가, 그녀가 이 책을 어떻게 출판하게 됬는지를 발견한 후 때려치웠다.
p.s. 4. 한국어로 '만가지 슬픔'이라는 제목으로 출판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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