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다한 책읽기

[A Year in the Merde] 영국인은 프랑스를 묘사했지만 거기서 우린 영국을 본다

민토리_blog 2013. 6. 8. 06:37



A Year in the Merde (Paperback)

저자
Clarke, Stephen 지음
출판사
St Martins Pr | 2006-05-02 출간
카테고리
문학/만화
책소개
Based on Stephen Clarke's own exper...
가격비교 글쓴이 평점  



몇 해 전에 영국인 친구의 가족 휴가에 꼽사리 끼어 스페인 말라가 근처로 여행을 간 적이 있었다. 여행이라기 보다, 대부분의 영국인들이 그렇듯 수영장이 딸린 별장 한채를 통채로 렌트해서 쉰 거 였지만.. 하루에 최소 한 번 이상은 식사를 하러 말라가나 근처 마을로 나갔는데.. 차를 타고 가거나 걷다가 사람들이 지나가면, 친구는 귓속말로 내게 'They are/ (S)He is British'라며 속닥거렸다. 내가 어찌 아냐고 물으니, 보면 대충 감이 온단다. 생김새나, 하고다니는 옷차림이나, 어떤 행동들이 영국인임을 알아차리게 해준단다. 


하긴 우리도 그러지 않는가. 외국에서 거리를 걷거나 음식점에 가거나, 거기서 동양인을 보면 우리도 그 사람을 슬쩍 스캔하면서 중국사람인지, 일본사람인지, 한국사람인지, 아니면 동남아 사람인지 알아내려고 하니까... 그러는 와중에 우리는 알게 모르게 우리가 무의식중에 습득해오던 것들을 객관적으로 형상화 한다. 한창 등산할 때는 잘 모르다가, 등산을 마치고 산을 내려와서야 그 산에는 이런 나무가 많더라, 이렇게 길이 나있더라, 하고 설명할 수 있는 것처럼 말이다. 


이 책은 영국인이 프랑스에 가서 겪은 일을 토대로 쓴 소설이지만, 그렇기에 우리에게는 프랑스뿐 아니라 영국인, 영국 문화를 이해하는데 더 도움을 주기도 한다. 


프랑스와 영국은 오래된 앙숙이니 어쩌니 하지만, 사실 많은 영국인들은 Continental Europe에 대한 어떤 동경을 품고 있는 듯 하다. 영국에서 가장 비싸고 좋은 음식점도 대부분 프랑스 요리 전문점이고, 이들이 가장 많이 찾는 홀리데이 장소는 스페인, 그리스, 터키, 그리고 요즘 뜨는 크로에시아 같은 해가 짱한 곳이 많고, 이탈리아 음식과 와인에 환장을 하고, 벨기에산 초콜렛과 와플을 좋아하며, 독일산 소세지와 스페인산 올리브는 늘 고가에 팔린다... 그러다 보니, 많은 영국인들이 노년이나 홀리데이를 위해 프랑스나 스페인에 별장을 사거나 아예 그리로 이민을 가기도 한다. A Year in Provence 같은 책이 그런 이들의 동경을 대표하는 영국 부부의 프랑스 생활기를 그린 책이라면, A Year in Merde는 제목에서 드러나듯, 좀더 젊은 층을 겨냥한 영국식 유머가 잔뜩 들어있는 모험담에 가깝다. (Merde는 프랑스어로 Shit이라는 뜻)


기본 스토리 라인은 간단하다. 프랑스 파리에 English Tea Room을 열기 위해 스카우트 된 Paul West가 겪는 좌충우돌 파리생활. 물론 거기에 영국인 특유의 유머가 가미되고, 프랑스 사회와 문화에 대한 약간의 조롱이 섞이며, 프랑스 정치판에 대한 풍자가 더해지고, 마지막으로 어느 세상 남자나 갖는 남자들만의 판타지 (여자의 판타지가 세상 모든 *멋진* 남자가 자신에게 반하는 것이라면, 남자의 판타지는 세상 모든 *멋진* 여자와 잠자리를 갖는 것)가 조미료처럼 얹어진다. 


그의 이야기를 읽으며 난 그가 묘사하는 프랑스인의 모습보다, 그의 지독히도 영국인스런 묘사법과 태도에서 더 많이 웃을 수 있었다. 어떤 부분이 특출나게 '빵'하고 터지게 웃긴다기 보다, 읽으면서 'ㅋㅋㅋ' 'ㅍㅎㅎㅎ'하고 그 표현에 감탄과 공감을 표하며 웃게 하는 부분이 많다. 물론 파리에 다녀온 사람이라면, 그리고 프랑스인의 특성이나 그들의 문화를 조금 겪어 본 사람이라면 더 재밌게 읽을 수 있을거다 - 우리야 어차피 제 3자니까 ㅋ


종합 ... 이런 분이라면 추천. 

1. 영국식 Dry humour를 즐기시는 분

2. 영국인의 머릿속이 궁금하신 분

3. 프랑스에 살고 계신 분

4. 머리 식히며 가볍게 웃으면서 읽을 책을 찾고 계신 분 


주의. 

1. 개인적인 생각인진 모르겠는데.. 이야기가 막판으로 가면서 좀 약해지는 부분이 있다. 

2. 프랑스어를 그대로 쓴 부분이 좀 되기 때문에 읽다가 당황할 수도 있다. 그런데 기본적인 거나, 굳이 이해못해도 상황을 이해하는데 문제는 안되니 굳이 프랑스어 사전까지 뒤적거리지 않아도 된다. 

3. 상당히 영국적인 표현도 꽤 나온다. 역시 영국문화를 잘 모른다면 고개를 갸웃거릴 순간이 올 수도 있다. 


그 외. 

대놓고 영국인이나 영국문화를 알고 싶으신 분들에게는, Watching the English: The hidden rules of English behaviour 같은 책을 추천하고 싶다. 굳이 공식으로 적용시키기에는 무리한 부분도 좀 있지만, 쉽게 주제별로 영국인들의 행동방식들, 말하는 습관들, 사회 구조 같은 걸 설명해놨다. 




Watching the English

저자
Fox, Kate 지음
출판사
Nicholas Brealey Publishing | 2008-05-01 출간
카테고리
취미/실용/여행
책소개
A runaway bestseller in the UK, Wat...
가격비교 글쓴이 평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