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의 사치생활이 (Gadget을 사다 모으는 걸 제외하고) 특별한 날에 근사한 레스토랑 (예. 미쉘린 스타 레스토랑)에 가서 한 사람당 50파운드가 넘는 음식을 먹는거라면, 내게 사치생활이란 50파운드가 넘더라도 좋은 좌석을 구해 뮤지컬을 보러가는거다.
처음부터 내가 그렇게 뮤지컬을 좋아한 건 아니였다. 한국에서는 뮤지컬을 볼 생각도, 기회조차 없었으니까.. (서울을 제외한 도시들은 문화생활의 빈곤지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지금은 많이 달라졌을라나..) 그랬던 내가 유학와서 첫 해에 같은 조활동으로 알게된 영국남자애의 초대를 받아 그가 연기하던 뮤지컬을 보러갔던게 뮤지컬에 확 빠지게 된 계기가 됬다. 'Me and My Girl'이라는 뮤지컬이였는데, 앞에서 세번째 좌석에서 그 친구와 눈도 맞추면서 본 그 뮤지컬은 학생들이 한 것임에도 불구하고 훌륭했다. 콘서트나 연극과는 좀 달리, 후끈달아오게 하면서도 몰입하게 만드는 매력이 있달까... 그때의 그 친밀한 경험때문인지, 소극장에서 하는 뮤지컬을 보통 좋아하는 편인데, 그래도 뮤지컬하면 또 런던을 빼놓을 순 없지 않은가... 그래서 가끔 특별한 일이 있을 때마다 스스로에게 상을 주는 셈 치고 런던에 뮤지컬을 보러 내려가곤 했다.
그러다가 발견한 이 뮤지컬...
Wicked!!!
사실 이건 친구가 생일선물로 보여줬던 건데.. 벌써 두번을 보고, 처음으로 시디를 구입해서 주구장창 듣고 다녔던 뮤지컬이다. 지금도 우울하거나 도대체 삶이 왜 이렇게 힘든가 싶어서 다 때려치우고 싶어질 때면 이 뮤지컬 1부 마지막 노래인 'Defying Gravity' (유튜브 검색해 들어보세요~)를 듣곤 한다. 그럼 힘이 솓아난달까 ^^
그러다가 알게된게 이 뮤지컬의 원작인 Gregory Maguire의 'Wicked: The Life and Times of the Wicked Witch of the West' 소설. 그러나 원래 영화나 뮤지컬을 재밌게 봤으면 원작소설은 읽지 않겠다는 나름의 원칙이 있기에 (책을 읽으면서 자꾸 영화나 뮤지컬의 장면을 생각하고 그 줄거리만을 짐작하게 된다고 할까.. 그래서 몰입도도 떨어지고, 가끔 지루해지기도 하고.. 그런 반면, 책을 정말 재밌게 읽었으면 그걸 영화화한 건 본다. 그게 판타지물인 경우로 제한되긴 하지만..), 그 책은 읽지 않았고 대신 동일 작가의 다른 소설을 읽었다.
Son of a Witch: My Journey from the Streets to the Stove
- 저자
- Maguire, Gregory 지음
- 출판사
- William Morrow & Company | 2006-10-01 출간
- 카테고리
- 문학/만화
- 책소개
- Years after the death of Elphaba, t...
Wicked 2부 같은 소설로, 회오리타고 날아와 마녀를 죽이고 도로시가 자기 마을로 돌아가 이후 오즈에는 무슨 일이 벌어졌나, 하는 설정이다. 그리고 그 설정의 중심에는 Elphaba (도로시에게 죽은 걸로 나오는 서쪽의 '나쁜' 마녀, Wicked에 나오는 녹색의 마녀)의 아들로 짐작되는 소년 Liir이 있다. 이 소설의 줄거리를 얘기하기는 그렇고.. 먼저, 뮤지컬은 어찌보면 좀 코믹스럽고 발랄하기까지 했는데 (물론 1부에서), 소설은 아무리 글린다와 알파바가 없고, 음악이 없다고 해도, 분위기가 무척 무겁다. 아니, 비장하다는 느낌까지 든다. 그리고, 생각보다 상당히 교회/기득권 비판적인 내용이 많이 드러난다. 우리가 알고 있던 발랄한 도로시가 분홍구두 신고 노란길 따라가던 오즈의 마법사에서 상당히 멀리 온 느낌이다. 하긴, 위키드 자체의 내용도 뮤지컬1부를 무척 발랄하게 꾸며놔서 그렇지 그렇게 행복한 이야기는 아니였으니까.. (도리어 아주 우울하다 - 태어날때부터 남들과 나쁜 의미로 달랐던 탓에 남들은 물론 부모로부터도 외면당한 주인공과 그녀를 돕기는 커녕 진실을 은폐하고 힘을 얻기위해 사람들 눈을 가리는 마법사, 모든게 흠잡을 거 없이 사랑받고 자랐지만, 스스로의 삶도 사랑도 없이 꼭두각시로 전락해버린 착한 마녀 등등..)
그 무거움을 달랠려고 두번째로 읽은 소설..
Confessions of an Ugly Stepsister
- 저자
- Gregory Maguire, Bill Sanderson 지음
- 출판사
- Regan Books | 2000-10-01 출간
- 카테고리
- 문학/만화
- 책소개
- ‘신데렐라’의 통쾌한 패러디로 선과 악의 이분법이 너무나 명쾌한...
신데렐라를 비틀어 놓은 소설이다. 신데렐라의 수많은 변형인 이야기들도 여전히 신데렐라로 구박받고 살다가 왕자만나 팔자 펴는 예쁜 (혹은 나름의 매력있는) 여자가 중심이지만, 이 책은 신데렐라의 못생긴 이복자매의 시선에서 쓰여졌다. 뭐 그렇다고 해서 그녀가 '신데렐라만큼 예쁜 건 아니지만, 나름 매력있어서 나름의 행복을 찾아서 잘 살았다' 그런 것도 아니고, '신데렐라가 얼굴만 예뻤지 사실 성격은 개판이였다. 다들 우리가 나쁜 이복자매라고 생각하는데, 정말 억울하다', 이런 얘기도 아니다. 제목 그대로 신데렐라와 그녀를 둘러싼 상황을 지켜본 이복자매의 고백이다.
영국에서 쫒겨나다시피 해서 네덜란드로 도망온 계모와 그녀의 두 딸 - Iris (화자)와 Ruth (정신발달이 더딘 첫째딸), 궁핍함에 못견뎌 계모는 화가이자 사업가인 The Master의 집에서 식모로 일하게 되고.. 그 동안 계모는 그 집의 병약한 안주인을 죽이고, Clara (신데렐라)라는 집안에 늘 가둬진채 살아가던 아름다운 딸의 계모가 된다. 그리고 얘기는 어둠속에서 빛나는 하얀 장미같은 아름다움을 가진 신데렐라와 무슨 짓을 할지 짐작할 수 없는 정신적으로 불안정한 루스, 심약한 신데렐라의 아버지와 억척스런 계모, 왕자, 그리고 다른 주변인들이 어우러져서 얽히고... 비극처럼 얽히기도 하는 그 모든 일들을 지독히도 평범해서 어딜 봐도 예쁘다고는 말할 수 없는 아이리스가 독자에게 담담히 말해준다.
그런데 이상하게 배경이 네덜란드라 그런지, The Master라 불리는 화가가 등장하기 때문인지, 신비한 매력을 가진 소녀가 등장하기 때문인지.. 이 책을 읽는내내 'Girl with a peral earring'이라는 소설이 생각났다. 지금도 가끔 헷갈린다. 위에서 말한 이유는 고작해야 배경일 뿐이고 정작 내용은 많이 다른데도.. 왜?!
어쨌건... 이 사람의 소설 두 개.. 이런 분들이라면 재밌게 볼듯..
1. 동화들의 어둡지만 현실적인 뒷면이 궁금하신 분
2. 종교의 정치적 측면에 대한 비판에 관심있으신 분 (Son of a witch)
3. 뭘 읽거나 볼때마다 주연보다 조연들의 삶이 더 궁금하신 분 (Confessions of an ugly stepsist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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