궁금한 걸 알려드리죠

영국에서 직장 구하기

민토리_blog 2019. 6. 17. 21:33

저번주에는 무슨 마가 끼었는지... 며칠동안 작업하던 걸 홀라당 날려먹고, 맘을 풀려고 블로그에 글을 써서 '등록' 누르자 마자 갑자기 에러 뜨더니 홀라당 날라가고;;; 오늘은 재택근무 날인데 갑자기 회사 랍탑이 버버벅 거리더니 'Critical Error'라며 자꾸 나를 로그아웃 시켰다. IT office에 전화를 하니 그 정도면 대학에 왔을 때 손봐야지 어떻게 할 수가 없다길래 또 체념하고 이번에는 좀 건조한 글을 써야겠다 싶어서... 이렇게 앉았다 (사실 그리고 지금 일이 별로 없는 동안 글을 좀 많이 써야겠다 하는게 다짐 중 하나이기도 하고...) 


저번주에 학생들 졸업을 앞두고 마지막 학생들 최종 졸업여부를 결정하는 미팅에 다녀왔는데, 거의 3시간 넘게 진행된 기나긴 회의를 마치고, 바로 내 위 교수에게 찾아가 직장을 옮긴다는 얘기를 했다. 처음에는 도대체 어떻게 말문을 떼어야 하나, 생각도 잘 나지 않다가 막상 "I am leaving"이라는 세 단어를 내뱉고 나니 뭔가 속시원하면서 멍하기도 한 그런 기분이 들었다. 생각보다 매니저와의 미팅은 축하의 말들로 잘 마무리 되었고, 돌아와서 동료 교수들에게도 알렸다. 축하한다는 말, 잘됐다는 말, 보고싶을거라는 말 등등.. 아직 떠난 것도 아닌데 (2달 통보기간이 있습니다) 뭔가 와르륵 쏟아진 기분이였다. 


처음 영국에 올 때는 석사과정만 할 생각이라 길어도 2년 (석사과정 끝나고 가능하면 남아서 인턴이든 뭐든 좀 더 배우고 오고 싶다고 생각했으니까..)이라고 스스로 다짐했는데... 그게 박사과정이 되고, 직장으로 따지자면 이번이 4번째로 옮기는 거고, Sector로 따져봐도 Private, Academia, Public 이렇게 3번째 옮기는거다. 그래서 이번에는 직장과 관련된 이야기를 아주 개인적인 경험을 바탕으로 주섬주섬 풀어놓기.. 


얼마전에 외국인 학부 학생들을 대상으로 한 이벤트에 발표자로 초대받아 다녀왔었는데... 거기서 한 학생이 물었었다. 영국에 유학와서 돈을 벌면서 공부하는 거나 취업을 하는게 얼마나 가능하냐고.. 그리고 뭘 추천하느냐고... 


거기에 대한 내 대답은, 일단 돈을 벌면서 공부하는 건 솔직히 추천하고 싶지 않다고 했다. 영국은 석사과정이 딱 1년인데... 대학이나 코스마다 다르긴 하겠지만, 1년이라고 해도 대부분 9-10개월이면 과정 자체가 대충 끝나기 때문에 그 동안에 그만큼 과제든 뭐든 해야하는게 많다. 특히 영어에 아직 자신이 없거나 유학경험이 처음이라면 적응도 해야하고 수업도 따라잡아야 하니, 시간이 대체적으로 부족한게 사실이다 (뭐 강제로 집에서 보내져서 공부는 안중에 없고 대충 시간만 때우다 돌아가자, 하는 사람에게는 해당되는 말이 아니겠지만... 그리고 실제로 이런 학생들을 꽤 많이 보기도 했고....) 

그리고 현재 영국 최저임금이 만 25세 이상일 때 £8.21인데 (만 21-24세는 £7.70), 이걸 그대로 다 받지를 않는다. 공적으로 어딘가에 채용되려면 National Insurance Number가 필요한데, 단기간 있는 외국인 유학생이 이걸 받기도 힘들 뿐더러, 회사에서 만들어 준다해도 일단 기본으로 월급에서 20%가 세금으로 까이고 나온다. 거기다 일단 월급을 받으면 의료보험료 같은 것도 알아서 나가니 실제로 진짜 최저임금 다 쳐서 한시간당 8.5 파운드를 받는다 해도 정작 벌수 있는 돈은 별로 안되는 거다. 그리고 그렇게 낸 세금들은 나중에 환급받을 수 있긴 한데, 어차피 세금 주기 (4월)가 지난 후 요청할 수 있기 때문에, 단기 유학생 입장으로서는 왠만한 다짐을 하지 않는한 이걸 다시 받기가 쉽지 않다. 이런 절차를 걸치지 않고, 다수의 단기 유학생들이 선택하는 방법이 월급을 현금으로 받는건데, 이런 경우 솔직히 최저 임금 받기도 쉽지 않다. 결국 이래저래 따지자면 한시간당 잘해야 5-6파운드 받고 일하는 건데, 영국 학생비자가 일주일에 20시간까지만 허용하고 있으니 일주일에 열심히 일하면 100-120파운드 정도 버는건데.. 그게 작은 돈이란 건 아니지만, 일단 유학생을 쓰는 곳이 단순업무나 몸을 쓰는 종류의 일이 많아서 몸피곤한거 생각하면... 정작 공부할 시간도 별로 안나고, 그러다가 어떻게 방세는 좀 벌었을지 몰라도 학점 엉망으로 받을 위험까지 감수해야 한다면.. 정말 꼭 해야하는 경우가 아니라면 가능한 피하라고 말해주고 싶은거다. 


그럼 공부를 마치고 취업준비 하는 건 어떤가... 요즘 이 계획에 가장 걸림돌이 되는 건 비자문제다. 예전처럼 Post study visa 같은게 있는 것도 아니고, 특히 요즘에는 Brexit 등 문제로 이민 문제가 아주 민감하게 등장하고 있기 때문에, 갈수록 외국인이 영국에 남아있을 수 있는 방법이 줄어들고 있다. 특히 예전에는 그나마 무난하게 넘어갔던 외국인 유학생들도 요즘에는 어찌나 깐깐하게 대하는지... 아마 영국에서 유학> 취업> 이민 이런 루트를 계획하고 있는 분들에게는 이민법이 얼마나 큰 영향을 차지하고 있는지 아실 거다. 이런 경우 가장 좋은 방법은 대형 국제 회사에 취업하는 거고, 그 외에는 돈이 아주 많아서 사업자로 그냥 비자를 받거나, 이미 영국인이거나 영주권을 가지고 있는 피붙이의 도움을 받거나, 영국인과 결혼을 해버리거나, 아니면 계속 배움의 길을 가며 학생비자를 갱신하거나 등등.. 그런데 읽기만 해도 알겠지만... 그렇게까지 쉬운 일은 아니다. 아니, 일단 시간이든 돈이든 미래든 내가 가진 뭔가를 탈탈 털어넣어야 하는 그런 상황에 놓일 때가 많다.. 


내 개인적인 경험을 바탕으로 말하자면, 석사는 사실 그냥 입관문 같은 거고 (석사든 학부졸업이든 그렇게 막 티나게 다른 대접을 받지 않는다.. 요즘에는 학부/석사 통합과정도 많이 나오니까..), 박사 때 좀 숨돌릴 기회가 있었다. 박사 때는 실험실 연구를 도와주고 돈을 받을 수도 있고, 학부생들 가르치거나 도와주면서 돈을 받을 수도 있고, 시험감독, 채점들을 하거나 외부 회사와 연계해서 프로젝트를 하면서 돈을 받을 수도 있다. 이 때 가장 좋은 점이라면 대학이 알아서 National Insurance Number도 만들어 주고 한다는 건데... 대학이 확실한 보험이 되어주고, 거기에 박사과정이 기본 3년이기 때문에 그동안 세금을 환급받을 수도 있고, 세금에 관해서 대학이 도와주기도 한다. 이렇게 하고 나면 일단 영국 세금 시스템에 내 정보가 들어가 있으니 나중에 취업할 때도 영주권을 신청할 때도 다른 비자를 신청할 때도 여러모로 편리하긴 하다. 


그러니 어떻게 보면 유학생의 입장에서는 가능한 대학에서 오래 머무는게 가장 안전하긴 하다. 그래서 주위를 보면 박사 마지막쯤에 강의전담 강사로 일을 하는 분들도 많고, 프로젝트 기획서를 끊임없이 쓰거나, 예전부터 일하던 실험실 조교가 되거나... 그런 분들이 많다. 만약 대학에 오래 머물 수 없다면 다음 취업 타겟은 대형 국제회사다. 특히 컨설팅, 금융권 쪽. 이 쪽은 일단 국적/전공에 관련없이 사람을 뽑는다. 그리고 뽑히면 비자고 뭐고 알아서 해결해준다. 그런데 문제라면... 아주 경쟁적이고.. 스펙, 대학 이름을 본다는 거;; 

이런 곳을 타겟으로 한다면 준비해야 할게 좀 많다. 컨설팅 회사 같은 쪽은 입사시험으로 Case Study, Group work 등등 한국의 대기업에서도 종종 보인다는 그런 걸 한다. 나같은 경우도 물리/수학 시험을 친 적도 있고, 그룹별로 여러명 모여 모의 토론을 하거나, 주어진 case study를 분석하고 해결점을 도출하거나 그런 걸 겪어 봤으니까.. 면접도 상황별 시나리오가 주어지기도 하고... 그래서 이쪽으로 진로를 생각한다면, 입사 준비를 철저히 해야한다. 그리고 일년에 많아야 딱 두번정도 공채 기간이 있기 때문에 이 시기도 잘 맞춰야 되고...


이것도 아니라면, 영국에 기반을 둔 한국 회사에 들어가는 방법도 있다. 한국계 회사의 해외지점은 거의 현지사람을 쓰거나 한국인도 본사에서 좀 짬이 되는 사람을 보내기 때문에 바로 입사하는게 좀 힘들 수 있는데... 영국에 아예 기반을 둔 한국 회사, 물품 배달업체라든지, 식료품 수출입 업체라든지.. 좀 규모있는 한국 수퍼마켓, 음식점이라든지... 이런 쪽이라면 가망이 있을 수 있다. 물론 비자 신청을 해줄 수 있는 여건이 되는 회사라는 전제 아래서... 


다시 대학으로 돌아가서... 대학은 연구프로젝트를 중심으로 계약직을 하거나 영구적인 정규직으로 일이 나뉘는데... 보통 대학 홈페이지나 jobs.ac.uk 같은 곳을 통해 정보를 얻는다. 입사지원을 하려면 보통 대학내 시스템을 이용해서 지원하는데, 각 대학 시스템마다 조금씩 다르긴 하지만, 개인정보, 이력서의 내용들을 일일이 시스템에 적어넣은 뒤 따로 이력서, 자기 소개서 (cover letter) 혹은 연구 계획서, 강의 계획서, 학회지 논문 목록 등을 따로 적어서 올려야 하는 곳도 많다. 그리고 일단 1차 서류심사가 끝나고 나면 인터뷰에 초대받는데, 인터뷰에는 한 자리를 두고 보통 3-5명 정도가 선택된다. 일반적인 경우 2차 인터뷰로 결정이 나는 곳도 있지만, 지원한 position이 강의를 해야하는 자리라면 보통 10분정도 맛보기 강의를 준비해야 하는 경우도 많다. 주제를 던져주고 알아서 10분정도 강의를 준비하는데... 이런 자리는 보통 여러사람이 초대된다 (사실 대학에서 메일을 교수진들에게 돌린다. 이런이런 자리를 두고 맛보기 강의가 몇시부터 몇시까지 있을 예정이니 시간이 난다면 가능한 많은 이들이 참석해주길 바란다, 이런 이메일;;) 강의가 끝나고 나면 질의응답 시간이 있고... 그 다음에 3차 인터뷰를 시작한다. 이 때는 좀 높은 사람들이 와서 좀더 심도 깊은 질문을 한다. 전공과 관련된 걸 묻기고 하고 예전 경험을 묻기도 하고....  


그럼 마지막으로 정부기관. 영국 정부기관의 모든 공고는 대부분 www.civilservicejobs.service.gov.uk 를 통해 알 수 있다. 대신 유의해야 할 점은 지원자격 부분. 크게 영국 정부기관에는 영국인, 유럽인, 영국인이나 유럽인의 가족이 지원할 수 있다. 그런데 어떤 자리는 영국인이여야만 지원가능한 곳도 있다 (한국 공무원도 그렇지 않을까??). 일단 지원 자격이 되고 원하는 공고를 봤다면 위에서 말한 홈페이지에 등록해서 지원을 해야한다. 이 과정이 꽤나 까다로운데... 일단 뭐 적어야 되는게 많다;; 그리고 공정한 심사를 위해 지원자의 출신이 드러나는 모든 정보를 감춰야 하기 때문에 그냥 이력서 내용을 복사해서 붙이는 게 안된다;; 더 까탈스러운건 Cover letter처럼 하나 쓰고 마는게 아니라 중간중간 내가 왜 이 자리에 적합한지, 그런 부분등을 적어야 하는 부분이 아주 많다는 거다.. (연구프로젝트 계획서 쓰는줄;;;;). 어쨌든 그렇게 하고 나서 서류로 1차심사를 통과하면 보통 2차로 인터뷰 날짜가 잡힌다. 그리고 나같은 경우는 역시 또 주제를 받았고 10분 정도 발표를 준비해야 했다 (강의와 다른 거라면 몇몇 소수의 면접관들 앞에서 한다는 것과, PPT같은 부도구를 사용할 수 없다는 거. 무조건 그냥 10분동안 말하기;;) 

발표 후에는 발표 주제와 관련된 질문이 이어졌고, 그 외 면접관들이 번갈아 가며 시나리오를 던져주거나, 예전 경험을 묻거나 그런 질문들을 했다. 다른 경우에는 시험을 치거나 3차 면접까지 가는 곳도 있다던데... 하여간 나같은 경우는 2차로 마무리 되었고... 대신 그 후에 입레벨 때문에 Security Clearance를 거쳐야 했다. 범죄사실이 없는지 그런 서류도 제출해야 했고... 하여간 뭐 제출해야 할게 많았는데... 한국에 있는 부모님의 생년월일, 주소, 재정상태 등등 다 적어야 했다;;; 


이런 과정을 다 지나고 지금은 9월에 입사하기로 결정되었다. 대학에도 통보를 하고 나니 갑자기 좀 붕뜬 기분이 드는게 사실이다. 괜히 뭘 더해야 할 것 같아 불안하기도 하고... 막 뭘 하고 싶어 조급하기도 했다가, 이 때 좀 쉬어야지, 하는 생각도 들고... 참 애매모호한 기분이다 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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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 개인적인 경험을 바탕으로 풀어놓은 것이니 아마 다른 분들이 겪은 것과는 다른 부분도 많지 않을까 싶네요. 그런 부분 같이 나눠주셔도 좋고, 또 뭔가 궁금한게 있으시다면 말씀해주셔도 좋고 ^^ 

유학생이시든 직장인이시든 어디서든 열심히 살고 계시는 분들, 화이팅 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