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들어 남편과 자주 다투고 있다. 왜 그런고 하면, '집' 때문에! 사실 집을 사긴 했지만, 원래 살고 있던 집을 산거라, 사실 별 감흥도 없고, 그랬는데... 그건 순전히 내 이야기고, 알고보니 내 남편은 아주 들떠 있는거다 -_-;; 매일 뭔가를 뒤지고, 혼자 수퍼마켓이든 어디든 갔다오면 뭔가 하나둘 용구들을 스리슬쩍 사서 들어오고, 난데없이 크고 작은 택배들이 날라오는데, 열어보면 페인팅 브러시 라든지, 문고리라든지, 뭐 그런 잡다한 것들이 들어있다. 혼자 집에 있는 날이면 어딘가 뚝딱뚝딱 거리며 그동안 닫히지 않았던 문들을 고쳐놓고, 새로운 자물쇠를 달아놓고, 그렇지 않으면 가구나 커텐 같은 것들을 어딘가에서 보고서는 난데없이 메신저로 사진들을 보내곤 한다. 이 색깔이 좋아, 아니면 이 디자인이 좋아, 뭐 그런 식으로... -_- 그래, 이정도면 애교지 뭐.. 그런데 진짜 문제는, 좀더 큰 것들이 연결되어 있을 때다. 예를 들면, 주방의 새로운 디자인이라든지, 욕실을 뜯어 고치는 일이라든지, 정원을 새로 엎어버리겠다는 거라든지..;;; 아직까지는 크게 돈이 들어가는 일이 없어서 그냥 내버려 뒀는데, 보아하니 자질구레한 건 끝난 것 같고, 큰 것만 남은 거 같은데, 이것과 관련해서 다툼이 잦아지고 있다.
사실 남편과 나는 꽤나 다른 배경에서 자라왔다. 순전히 국적이나 다른 인종의 문제가 아니라, 그냥 살아온 배경자체가 다르고 그래서 어떨 때는 사고방식도 꽤나 다르다. 예전에는 어차피 둘다 살고 있던 환경에서 벗어나 사는 거라서 적당히 타협도 하고 살았는데, '내 집'이라는 나만의 허락된 공간이 생기니 반응하는 방식이 확연히 다르게 나타난다.... 그걸 얘기하기 전에 앞서서 월세탈출 보고서를 시작했으니, 일단 집을 어떻게 사게 된건지부터 얘기하자면...
지금 살고 있는 집은 순전히 아기를 키우기 위해 이사온 집이다. 그 전에 살던 집이 3-bedroom semi-detached house였는데, 말이 3-bedroom이지 원래 하나는 창고를 개조해서 만든 곳이라 넓었지만 제대로된 보온이 안되는 곳이라서 오피스로 썼고 (원래 둘다 집에서도 일하는 경우가 많아서 집에 사무실/연구실용의 커다란 책상이 두 개, 둘다 컴퓨터 모니터 두 개씩, 스캐너/복사기, 책장 등.. 사실 집에서 안방 다음으로 가장 많은 공간을 차지하는 곳이다), 그 외 방들은 크기가 작은 편인데다가, Furnished house로 빌린 곳이라 가구들이 꽉 차있어서 아이방을 어떻게 꾸며야 할지 감도 잡히지 않아서 이사를 하기로 결정한거다. 이사를 하기로 결정한 후에는 일단 일자리를 중심으로 출퇴근할 때 30분 안팍이 되는 거리로 넓게 잡아서 집들을 찾기 시작했다. 집은 가능하다면 3 or 4 bedroom house. 그대신 방 하나는 오피스로 쓸 수 있을 만큼 넓을 것. 그렇게 조건에 맞는 집들을 골라서 몇 주에 걸쳐 돌아본 후에 이 집을 발견하게 되었는데, 사실 처음에 봤을 때 이 집은 청소도 제대로 되어 있지 않았고, 정원은 넓었지만, 완전 엉망으로 무성히 방치된 상태였다. 그렇지만, 집 자체는 넓었고, 위치나 이웃집들의 상태도 다 괜찮아 보였기에, 가능성 있는 집 Top 3 안에 들어갔다. (남편과 둘이 집을 찾을 때, 원하는 조건에 충족되는 가능한 많은 집들을 몇주에 걸쳐 몰아 viewing을 잡아놓고, 그렇게 2-3주 정도 시간을 들여 다 돌아본 다음 남편과 둘이 각자의 Best Top 3를 뽑아 비교한 뒤 결정하는 식으로 집을 구했다 - 사실 같이 집을 3번 이사했는데, 그 때마다 이렇게 결정했다)
이사오고 나면 늘 그렇겠지만, 적응기간이 걸린다. 살기전에는 모르던 것들을 하나둘 알게 되는 거다. 방의 페인트칠은 엉망이였고, 정원은 대책없이 넓고 방치되어 있었고, 알고보니 정원 끝자락의 담이 Council house와 연결되어 있어, 그 쪽에서부터 담을 타고 넘나드는 아이들 때문에 골치가 아팠고 (심지어 한번은 경찰도 투입됨;;) 보일러가 수시로 고장났고, 욕실에서 물이 샜고 (여전히 샘;;), 지붕에 난 구멍을 통해 다람쥐인지 뭔지 밤마다 두두두두 거리며 천장에서 경주를 해대는 통에 Local Council에 연락도 해보고, 집을 결정하는데 큰 역할을 했던 Wood burner (벽난로 같은거)가 알고보니 제대로 작동도 되지 않고.. 굴뚝을 통해 거실 천장에 물도 새고, 정원에 있는 두 개의 연못 중 한군데에 둘째아이가 빠지기도 하고.. 하여간 별일을 다 겪으며, 한편으로는 진짜 이 넘의 집, 당장 이사가고 만다, 지긋지긋하다, 생각한게 한두번도 아닌데... 그리고 원래 2년 전에 영국을 떠날 지도 모르는 상황이 아주 현실적으로 다가와서, 아무리 주위에서 집을 사는게 낫지 않냐, 라고 말을 해도 아예 가능성조차 생각하고 있지 않았었다. 그런데 어쩌다가 집을 사게 된건가..
여러가지 상황이 얽키긴 했지만, 가장 큰 이유는 첫째 아이가 학교에 입학했고, 내가 풀타임으로 새로운 대학에 복직한게 계기가 되었다. 그렇게 상황을 따지니, 아무래도 이 곳에 적어도 짧게는 2-3년, 길게는 5년 정도는 더 살 것 같고.. 그럴 거라면 집을 차라리 사는게 낫다는 계산이 나왔다. 그런 계산이 나온 후 다시 본격적으로 새로운 집을 찾기 위한 작업에 들어갔는데... 이제는 뭔가 걸리는게 더 많은거다;; 예전에는 그냥 둘이 살 어느 정도의 공간, 그리고 출퇴근 가능한 곳만 생각하면 되었는데... 이제는 남편과 내 직장, 첫째 아이의 학교, 둘째 아이의 유치원, 특히 첫째 아이의 통학도 도와줄 수 있고 둘째도 맡길 수 있는 유치원, 등등이 위치를 정하는데 큰 걸림돌이 되었고, 집만을 생각하더라도, 안방, 아이들 방 하나씩 이미 기본 방 3개에 다시 오피스로 쓸 수 있는 방 하나, 이렇게 방이 기본 4개에 크기도 왠만큼 맞아야 하고... 그렇다고 평생 살 집을 구하는 것도 아니라서 돈을 다 털어 사기도 그렇고... 그렇게 모든 조건에 맞는 집을 찾기가 정말 쉽지 않았다. 그렇게 괜찮다 싶어 가보면, 어쩔 수 없이 지금 살고 있는 집과 그 집을 비교하게 되는거다. 집 안 구조는 좋은데, 크기가 좀 아쉽다던지, 집은 다 좋은데 위치가 좀 그렇거나 정원이 좁거나... 그렇게 몇달을 사실 드문드문하게 보며 다녔는데, 정말 마음에 드는 곳이 없어서, 결국은 지금 살고 있는 집을 사기로 결정했다. 굳이 말하자면, 모르는 아쉬운 곳에 돈 더 주고 가는 것보다, 차라리 장단점 다 아니까, 여기 집주인과 흥정을 하는 게 낫다는 계산이 되어서... 그럼 여기서 집을 사는 것에 대해 다시 정리를 해보자면...
1. 영국에서는 텔레비전을 조금 보기만 해도 아시겠지만, 집을 사는 문화가 상당히 보편화되어 있어요. 집을 살 때 첫 순서는 월세를 구하는 것과 거의 비슷해요. 요즘에는 보통 Zoopla나 Rightmove를 통해서 집을 찾고, 부동산에 연락해서 미리보기 약속을 잡고, 가서 물어보는 것도 비슷하죠. 다만 집을 살 때는 가구 포함, 뭐 이런게 없기 때문에 이미 이사를 나가서 텅빈 집 같은 경우는 따져 보기가 편하지만, 여전히 누군가 살고 있는 경우에는 빈 상태를 모르기 때문에 하나하나 꼼꼼히 살펴보는게 좀 어려울 수 있어요. 그런 면에서 가능하다면 부동산쪽 사람이나 집주인이 있으면 많은 질문을 해보는게 좋아요. 어떤 게 남아 있을 건지, 보통 수도나 전기세는 얼마 정도 나오는지, Council Tax는 어느 레벨인지, 난방은 어떤지, 보일러는 뭘 쓰는지, 등등, 뿐만 아니라 정원도 꼼꼼히 살펴보시고.. . 울타리 같은게 부서지진 않았는지, 이웃과 울타리나 나무 같은게 맞닿아 있다면, 거기에 문제가 생겼을 경우, 이웃과 어떤 식으로 돈을 내는지, 이웃들은 어떤지... 등등.. 다 물어보세요
2. 그렇게 해서 만약 집이 마음에 들면 원래 부동산에 나온 가격을 대비해서 'offer'를 넣습니다. 보통 나온 가격 그대로 받아들이는 경우는 별로 없고, 대부분 5-15% 정도 적게 부른답니다. 그럼 상대편에서도 그걸 그대로 받아들이는 경우는 잘 없고, 흥정이 시작되죠;; 너무 낮게 부르면 집주인이 때려쳐라, 안판다, 그렇게 거절할 수도 있고, 원래 집주인도 집값을 내놓을때 살짝 높여서 내놨기 때문에 부르는 거 그대로 주고 사면 나중에 사는 입장에서도 약간 손해보는 느낌이 들 수도 있고... 흥정 다들 해보셨잖아요. 그런거에요. 다만 부동산을 통해서 여러번 입장을 주고받는다는게 다르지만요. 그렇게 여러번의 흥정을 통해 중간 쯤에서 가격이 결정날 수도 있고, 그 중간에 다른 사람이 끼어들어 더 좋은 오퍼를 내놓으면 그렇게 흥정 하다가 갑자기 끝날 수도 있고, 집주인 상황이 급하면 좀더 내가 원하는 선에서 가격을 정할 수도 있고.. 운도 따르고, 상황도 다르고, 그러니 Viewing 갔을 때 가능하면 집주인 상황이라든지 - 왜 집을 파느냐 등등 - 혹시 집을 보러오는 사람들이 많은지, 등등 꼼꼼히 물어보세요.
3. 아, 집을 사겠다, 라고 결정하셨으면, 집을 알아보시는 동시에, 가능하다면 은행이나 Financial advisor와 상담을 통해 본인의 재정상태 등에 대해 미리 알아두시는게 좋아요. 집을 사겠다, 라고 부동산에 연락하면 그런 걸 물어보거든요. 집은 어떤 식으로 살건지, 혹시 생각해둔 금액이 있는지, 본인의 대출한계라든지, Mortgage (한국말로도 모기지, 라고 하네요) 계획은 이미 있는지 등등.. 그런 걸 아직 안해봤다, 그러면 부동산에서 '우리 금융 자문가와 약속을 잡아줄까' 뭐 그렇게 물어보고, 약속도 가능한 잡아주려고 한답니다. 저희 같은 경우는 친구를 통해 Independent financial advisor를 소개받아서 그 분을 통해 준비를 했어요. 그게 아니면 은행 같은 곳에 가서 상담을 받아도 된답니다. 그런데 이걸 하려면 본인의 수입, 지출, 생활비등 모든 걸 다 물어보기 때문에 좀 낱낱이 까발려지는(?!) 느낌이 들기도 했어요;;;
4. 영국에서는 집을 살 때 현금으로 다 지불하는게 아닌 이상, 보통 Mortgage라는 시스템을 통해 집을 사요. 집값의 10-15%정도를 현금으로 내고, 그 나머지 돈을 짧게는 15년 아니면 30년 정도 걸려서 은행에 매달 나눠 내는 형식이죠. 집 값을 일시불로 다 낼 수 있는게 아닌 이상, 사실 보증금을 집값의 10%를 내든 50%를 내든 별 다른 혜택이 딱히 있는게 아니라서, 저희 같은 경우는 그나마 조건이 좋은 15% 보증금에 15년 계약으로 집을 샀답니다. 그런데 이 Mortgage가 은행마다 조건, 기간, 이자도 다 다르기 때문에 꼼꼼하게 비교해 보시고 결정하시는게 좋아요. 영국에서는 moneysupermarket.com 이라든지, comparemarket.com 같은 곳을 통해 비교를 해보시는 것도 좋죠. 그리고 결정하실 때는 특히 이자율을 잘 따져보시고, 혹시 계약기간 전에 거래은행을 바꾸거나 남은 돈을 빨리 갚을 경우 혹시 발생하는 손해 같은 게 없는지 그런것도 물어보세요. 사실 많은 모기지 제품들이 처음 몇년간은 고정 이자율로 내다가 그 후 마켓 상황에 맞게 변경되는 이자율로 바뀌는데, 그 때 다른 제품으로 바꾸지 못하게 몇년간은 계속 우리 은행과 거래해야 한다, 아니면 이만큼 돈을 내고 나가라, 그런 계약상의 내용들이 있거든요. 그걸 따져보세요. 그럼 어떨 때는 그 패널티를 내더라도 다른 은행의 조건이 좋을 경우 바꿀 수도 있고, 그게 아니라면 어느 기간 이후에 바꿀 수 있는지.. 마켓 상황이 매번 바뀌기 때문에 한 은행과 몇십년과 계약하는 것보다 이렇게 움직이며 다니는게 훨씬 이득일 수도 있으니까요.
5. 다시 집사기로 돌아와서.. 그렇게 offer가 맞아 떨어지고, 모기지 계획까지 다 자리에 잡혔으면 그 다음에는 변호사(Solicitor)를 알아봐야 합니다. 변호사를 통해서 본격적인 집 계약이 이루어지거든요. 변호사가 집과 관련된 Search - 조사를 대신해서 해주고, local council에 등록된 집 문서 같은것도 알아봐주고, 등록해주고, 어쨌건 집과 관련된 모든 자료들을 알아서 찾아주죠. 그리고 마지막에는 집주인의 변호사와 내 쪽의 변호사가 계약을 교환함으로서 거래가 완성됩니다. 일단 변호사만 잘 찾아놓으면 알아서 해주기 때문에 편하긴 한데.. 돈이 지역마다 다르겠지만 몇천파운드 깨집니다;;
6. 변호사비가 비싼 편이긴 하지만, 집을 사는 입장에서는 따로 부동산에 돈을 낼 필요는 없어요. 부동산에는 집 주인이 돈을 낸답니다. 저희 같은 경우는 부동산이 좀 개판이였던지라, 집주인과 바로 상대해서 계약을 했는데, 그래서 사실 둘 다 그런 쪽으로는 편했죠.
7. 변호사가 이런 저런 걸 처리하는 동안, 집을 사는 입장에서는 집 보험을 알아봐야 합니다. House Insurance 중에도 종류가 꽤나 많은데, 집 구조물 보호는 기본이고, 집안 내용물 보호, 폰같은 경우 집에서 몇 킬로 떨어졌을 때까지 보호해주는 보험, 뭐 하여간 종류가 많아요. 이것도 내용이 많아서 하나하나 비교해서 읽어보다 보면 머리가 아파올 수 있는데... 역시나 위에서 모기지때 말씀드린 그런 웹사이트를 통해서 비교해보시는 것도 좋은 방법이고, 만약 차 보험이 이미 들어있다면 같은 보험사를 알아보시는 것도 좋아요. 어떤 보험사 같은 경우는 차, 집 보험 다 하면 할인같은 거 해주기도 하거든요. 나중에 모기지 회사에서 집보험 여부를 물어보기 때문에 미리 알아봐 두세요.
8. 한국에서는 흔하게 아파트 분양권에 대해서 많이 말을 하던데.. 영국에서도 새로 지어진 집 같은 경우, 아직 내가 살 집이 지어지지 않은 상황에서 모델하우스를 보고 사기도 한답니다. 다만 한국과 다른 거라면, 한국의 아파트 모델 하우스가 많은 경우, 정작 지어질 곳과는 별도로 사람들 많이 다니고, 공간되는 곳에 마련된 것과 달리, 영국의 모델하우스는 집이 지어질 그 현장에 지어져 있어요. 그러니까 미리 다른 집 종류로 몇 채 지어놓고, 그걸 모델하우스로 오픈하는 거죠. 그게 좋은 점이라면, 지어질 집의 주변 환경이 어떨지 미리 볼 수 있다는 거에요. 그리고 영국은 아파트는 드물고 보면 비슷한 형태로 지어진 주택 지역을 만드는 편이죠. 좋은 점이라면 아직 집이 지어지지 않았기 때문에 집을 살 때, 내부에 들어갈 자재들이나 구조를 따로 요청할 수도 있어요. 내 집에는 모델하우스 이 카펫말고 마루를 깔아줘요, 주방 구조는 이렇게 해줘요, 이왕 만드는거 돈을 더 낼테니 정원쪽에 conservatory (보통 유리로 둘러싸인 집의 연장부분? 이라고 할까요?)도 아예 만들어줘요, 이런 식으로 말이죠. 물론 그에 따라 가격은 달라질 수 있지만요. 집을 사는 방식은 비슷해요. 그대신 흥정같은걸 잘 할 수 없고, 부동산이 아니라 시공사와 바로 계약을 하는 식이죠.
그외에 또 뭐가 있더라... 모르겠네요;;; 혹시 제가 뭐 빠뜨린 거 있으면 물어봐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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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쨌건 그렇게 집주인과 흥정을 시작한지 대략 3개월만에 집을 사게 된 거 같네요. 그동안 뭔일이 많긴 했어요. Mortgage application을 다 썼는데, 그 때 제 여권과 비자가 나와있지 않아서 그럼 외국인은 절대 신청할 수 없단 소리도 듣고 (이런 브렉시트..), 뒤늦게 사정을 알게된 부동산이 좀 까탈스럽게 굴기도 했구요.. 원래 월세를 내줄 때는 방 하나를 묶어두고, 4-bedroom house로 내줬는데, 집을 사기로 결정한 후 집주인이 와서 나머지 방을 빼기로 했거든요? 근데 열쇠를 가지고 오지 않아서 집주인이 문을 톱으로 자르고, 그렇게 문을 열었더니 방이 완전 꽉 차있어서, 원래 길어야 3시간이면 간다던 사람이 7시간 정도 걸리며 쿵쿵거려서, 아이들을 데리고 어떻게든 시간을 떼우며 기다리고 있던 저를 살짝 폭발직전까지 끌고가기도 했고...;;; 대신 좋았던 점이라면 저희가 이미 이 집에 살고 있고, 장단점을 잘 알고 있었던 까닭에 흥정하기가 좀 더 유리했죠. 그리고 집주인이 영국에 살고 있지 않은 상황이라, 그 쪽도 집을 팔고 싶어했고.. 그래서 원래 집주인이 제안했던 가격보다 많이 깍아서 살 수 있었답니다. 대신 수리해야 할 곳이 많아요;;
그리고 여기서부터 남편과 살짝 다툼이 많아지기 시작했구요. 시댁같은 경우, 도시 중심에 있는 집과 교외에 있는 별채가 있는데, 집 둘다 평생을 사실 거라고 손을 봐서 지으셨기 때문에 집에 쓰인 자재나 가구들이 이미 때깔이 달라요. 그런 곳에서 몇십년을 살아온 남편. 단칸방에서부터 시작해서 여러번의 이사를 하고, 제 어머니가 입버릇처럼 말씀하시는게, '나도 가구들 좀 깔맞춤해보고 싶다'하시는 것처럼, 가구들도 이곳저곳 대충 구해진 것들도 별 계획없이 놓여진 곳에서 제 방없이 이사를 다니며 몇십년을 살아온 저. 그런 저희 둘이 만나서 정해진 가구들이 있는 곳에서 대충 살 때는 그런 배경들이 별로 드러나지 않았는데.. 막상 집을 사고 저희 뜻대로 꾸미려고 하니, 거기서 막 드러나는거에요;;;
전 여전히 대충 대충 그냥 가격맞게 정말 보기 흉한 거 아닌 이상, 그냥 살던대로 살면 되지, 그런 태도인데, 남편은 막 눈에 불을 켜요. 여기는 이렇게 하고, 저기는 요렇게 하자, 자재는 이걸로 쓰고, 어쩌고 저쩌고... ;;;; 그러면서 가장 많은 참조가 되는 곳은 당연히 그의 부모님댁이죠;;; 사실 아직까지는 계획과 도안만 남아있고, 결정한게 없긴 한데... 정말 둘이서 대화를 엄청 많이 하고 있어요. 그러다가 막 싸우고 허허;;;;
어이쿠, 집사는 얘기하다가 부부싸움(?!) 얘기까지 흘러갔네요 ㅎㅎ;; 집 구성이 결정되고, 공사를 하기 시작하면, 진행상황에 따라 다시 말씀드릴게요. 사실 생각만 해도 아찔하긴 하답니다. 기본적으로 주방과 욕실을 갈아엎어야 하는데.. ;; 애 둘을 데리고 그걸 어떻게 할지... ;;
좋은 하루 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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