궁금한 걸 알려드리죠

영국, 스페인, 한국 키즈카페 비교

민토리_blog 2019. 6. 7. 19:19

부활절을 맞아 한국에 다녀왔는데, 그 때 거의 매일 했던 걸 꼽자면 근처 공원이나 놀이터, 키즈카페 등 아이들을 데리고 갈 수 있는 곳을 찾는 거였습니다. (솔직히 이건 어딜 가든 여행 전에 항상 하는 일이죠;; 지도 앱을 펼쳐놓고 가는 곳 동선 따라, 머무는 곳 중심으로 검색을 하고, 리뷰를 읽고, 괜찮아 보이는 곳은 별표로 표시해둡니다. 그래서 지금 사는 곳, 영국내에 여행했던 곳, 스페인 시댁 중심, 그리고 지금은 한국 집이나 자주 가는 곳 근처 등등 별표가 꽤나 모였지요 ㅎㅎㅎ;;) 


한국은 미세먼지 때문인지 아님 도시이기 때문인지 야외 놀이터 보다는 실내 키즈카페의 수가 훨씬 많았는데 (야외 놀이터 찾기는 정말 힘들었어요;; 넓은 공원인데도 놀이터는 없는 곳도 많았으니까요;) 여러군데 다니다 보니까 좀 색다르다, 하는 점이 보이더군요. 그래서 적어보는 나름의 비교글. 


1. 수와 종류 


말했듯이 다양한 키즈카페의 수를 따지자면 한국이 확실히 많죠. 그리고 영국도 워낙 날씨가 변덕인데다 비오는 날이 많아서 도시가 아닌 외곽이여도 키즈카페 (soft play) 수가 많아요. 다른 점이라면 한국은 도시 안에 그리고 이왕이면 접근성이 좋은 곳에 키즈카페가 많은 편인데, 영국의 키즈카페는 규모가 큰 편이라 도시 안에는 별로 없고 차를 타고 나가야 하는 곳에 많습니다. 그리고 영국은 왠만한 공원에는 아이들 놀이터가 하나씩 있는 편이고, 정부에서 운영하는 공공 레져선터 안에 키즈까페가 있기도 합니다. 반면 스페인에는 야외 놀이터의 수가 월등히 많은 편이에요. 아무래도 전체적으로 날씨가 좋다보니 공원이 있다 싶으면 놀이터가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고 노천카페도 많다보니 좀 광장처럼 보인다 싶으면 아이들이 놀 수 있는 작은 뭐라도 있답니다. 실내 놀이터는 몇년 새에 스페인에도 좀 생기는 분위기던데... 시내 안에 규모가 작은 카페 같은 곳에 아이들이 놀 수 있는 놀이방이 있거나, 아님 시내에서 좀 떨어진 곳에 크게 있기도 하더라구요. 


2. 스타일 


여기서 아무래도 가장 많은 차이가 날 거 같은데... 스타일의 다양성으로만 따지자면 한국이 독보적이죠. 정말 오감을 만족시킬 수 있는 다양한 것들이 존재하더라구요. 그렇게 큰 규모가 아니여도, 방방장도 있고, 볼풀도 있고, 참 머리좋게 공간 활용을 잘해서 아이들이 미끄럼틀도 타고 뛰어 다닐 수 있게 해놨고, 역할놀이 하는 곳도 있고, 무슨 게임하는 곳도 있고, 어떤 곳은 편백인가? 그런 것도 있고, 위치를 교묘히 사용해서 아이들 낚시 놀이하는 곳도 있고, 책읽는 공간, 뭐 타는 공간, 블럭가지고 노는 공간, 하여간 뭐가 많아요. 그 종류도 다양해서 매번 새로운 곳을 가는 재미가 있죠 ㅎㅎㅎ 그리고 한국의 키즈까페가 가장 좋은 점 중 하나는 어른들도 배려했다는 점이에요. 작은 방이 있어서 좀 맘놓고 쉴 수 있게 해놨다든지, 수유 공간도 확실하고, 심지어 어떤 곳은 부모가 볼 수 있는 만화책도 구비하고 있더라구요 ㅎㅎㅎ 솔직히 전 한국 스타일 정말 좋았어요 ^^ 

반면 영국은 대부분 아주 큰 정글짐 같은 게 있는 스타일이 대부분인데... 오감이고 뭐고 간에 맘껏 미친듯 뛰어놀아라, 뭐 그런 걸 중심으로 둔 것 같은 디자인이죠. 그래서 앞서 말한 것처럼 시내 보다는 시외에 있는 경우가 많고, 창고 같은 공간에 만들어진 곳도 많아요. 정글 같은 게 있어야 하니 당연히 천장도 높고, 주구장창 뛰고, 타고, 기어올라가고... 대신 볼풀이나 여러개의 미끄럼틀이 있답니다 (3D 뱀놀이 보드게임이라고 생각하시면 편할듯...) 물론 만 5세 미만 (어떤 곳은 0-2세)이 놀수 있는 아기존도 있는데, 그냥 푹신한 독립된 공간이라고 보시면 되고... 영국의 키즈카페는 규모가 큰 대신 따로 모니터 요원이 없기 때문에 부모가 신경쓰지 않는다면 유아존이고 뭐고 아이들이 많을 때는 완전 난장판(!)이 될 수 있죠. 그래서 사실 아이가 어릴 때는 영국 키즈카페에 가는 걸 피했어요. 아이가 놀기는 커녕 아이를 큰 아이들로부터 보호하느라 더 피곤했거든요;; 특히 학기 중 방학 (half term)때는 도리어 외출을 자제했구요. 그런데 이제는 제 아이들도 커서 제 몸 하나정도는 앞가름할 수 있게 되니 확실히 많이 가게 되죠. 대신 유아존은 금지시키구요. 솔직히 영국의 키즈카페는 구성이 조금씩 다를 뿐 대부분 비슷하답니다. 대신 어떤 곳은 외부에도 놀이터가 있는 곳도 있고, 여름에 물놀이를 할 수 있는 공간이 있는 곳도 있지만, 이건 아주 소수의 경우구요. 시내에 있는 곳도 가끔 볼 수 있는데, 이런 경우 대부분 영유아를 위한 곳이거나, 아니면 작은 역할 놀이할 수 있는 공간이 있다거나, 아님 bouncy castle 여러개가 있다거나 하죠. 아이들 놀기는 좋은데... 부모를 위한 공간은 별로 없어요. 그냥 아이들 뛰어 노는 곳에 방해되지 않게 테이블이 있는 곳이 대부분이고.. (가끔 소파가 있는 곳도 있긴 하지만, 대부분 낡았어요. 앉으면 완전 푹꺼지는 그런;;;) 어떤 곳은 와이파이도 안되고... 

스페인은 확실히 최근 몇년간 종류가 늘었죠. 제가 본 건, 시내에 있는 곳은 대부분 카페에 한 공간을 아기자기하게 꾸며놓은 (작은 미끄럼틀, 작은 집, 역할 놀이 할 수 있는 공간, 책읽는 공간 등) 유아를 위한 곳이 많았고, 규모가 좀 큰 곳은 영국과 한국의 중간쯤이라고 생각하시면 되는데... 시내에 있는 규모가 좀 있는 곳은 영국처럼 정글짐이 있어서 일단 아이들이 들어가면 알아서 터널/미로를 따라 노는 방식이고, 시외의 규모가 있는 곳은 안에 정글짐, 방방장 등도 있었는데... 스페인 방식의 가장 다른 점이라면 아이들이 노는 곳과 어른이 있는 곳이 확실히 구별된 곳이 많았어요. 그리고 카페라기 보다 음식점인 경우가 많았고, 심지어 어떤 레스토랑은 아예 아이들 노는 곳이 유리막으로 되어 있어서 어른들이 안을 볼 수는 있지만 소음은 대부분 차단된 상태였고, 한국처럼 모니터 요원이 돌아다니며 아이들을 봐주기 때문에 어른들은 온전히 식사할 수 있게 되는 곳도 있었고... 심지어 중간중간 아이들을 위한 공연을 하는 곳도 있었고... 획일적인 어떤 스타일이 있다기 보다, 아무래도 새로운 형식이라 그런지 이런 저런 방식들을 시도한 곳도 많았고 신선했어요. 그런데 공통점이라면 스페인의 대부분 키즈카페 같은 곳은 아이들이 노는 공간이 어른들의 공간과 분리된 곳이 많았다는 거고, 영국이나 한국처럼 부모가 할일없이 아이들을 기다린다기 보다 식사를 하거나 사람을 만나거나 뭐 그런 목적이 분명해 보이는 곳이 많았답니다. 


3. 음식 


한국의 키즈카페는 대략 두가지 형태가 있더군요. 음식을 파는 곳과 간식을 파는 대신 식사류는 외부 주문/배달이 가능한 경우. 음식을 파는 곳은 대부분 경양식이 많았는데, 가격대가 좀 높은 편이였고 (보통 만원 전후, 심지어 백화점 내 있는 곳은 거의 2만원대), 아이들 식사 종류가 따로 있다기 보다 (아, 그래서 볶음밥 종류가 많았던 걸지도!!) 그냥 메뉴가 통일되게 있는 편이였고.. 대신 아이들 간식 종류가 훨씬 많았죠. 아이들 간식은 어찌나 다양한지. 특히 음료수에도 무슨 작은 장난감이 달려 있어서.. 제 아이들에게는 완전히 신나는 경험이였답니다. 

영국의 키즈카페는 대부분 메뉴가 뻔하죠. 아이들 메뉴가 따로 있고 (샌드위치, chicken nuggets, fish fingers, sausages, burgers, etc...) 어른들 메뉴도 대부분 샌드위치 종류가 많고 좀 규모가 큰 곳은 인도카레나 라자냐 정도를 판다고 할까요... 어른들을 위한 케익같은 것도 팔고.. 

음식으로 따지자면 사실 스페인에 비교할 수가 없죠! 앞에서 말한 것처럼 스페인의 키즈카페는 그냥 아이들을 놀게 하는 곳이 아니라 목적이 분명한 곳이 많기 때문에 (그리고 스페인의 점심은 보통 풀코스로 진행되기 때문에) 키즈카페라 해도 아이들만 놀 수 있게 하는 곳이 아닌 이상, 왠만한 스페인 음식점에서 볼 수 있는 메뉴가 키즈카페에도 있답니다. 그리고 가장 다른 점! 스페인의 키즈카페는 술을 판매해요!!! 전 이거 제일 놀랐는데... 전에 갔던 곳은 뷔페 레스토랑에 아이들 실내놀이터가 크게 있어서 갔었는데... 뷔페에 술도 포함되더군요;;;; 탄산음료 기계처럼 와인, 맥주 기계가 있어서 그냥 원하는 대로 맘껏 마시면 되는!! 물론 실내에 있는 유아용 카페 같은 경우는 카페같은 마실거나 케익 종류만 팔긴 했지만... 음식을 파는 곳이면 키즈카페라 해도 술도 마실 수 있었어요 ㅎㅎㅎ 


4. 가격대


영국 키즈카페는 입장료만 내면 땡인 곳이 많아요. 보통 공공기관에서 운영하는 곳은 싼 곳은 3파운드하는 곳도 있는데, 대부분 5파운드, 주말에는 7파운드 정도 하는 곳도 있죠. 일단 내고 나면 시간제한은 거의 없는 편이고 (완전 바쁜 곳은 가끔씩 제한을 두기도 하지만, 거의 보지 못했어요).. 그래서 가끔 저같은 경우 남편이 주말에 일해야 되면 아이들을 데리고 가서 반나절 이상 죽치고 있다가 오기도 하죠;;; 물론 음료나 음식 같은 건 따로 돈을 내고 먹어야 하는데... 가격대는 키즈카페나 일반 카페나 별반 차이는 없어요. 대신 샌드위치의 질이 떨어질 수는 있지만요;; 

스페인 키즈카페는 역시 음식을 먹는 곳과 같이 있는 곳이 많다보니 그렇게 시간 제한은 별로 없었구요. 그런데 부모가 영국이나 한국처럼 랍탑같은 걸 챙겨가서 죽치면서 뭘 하는 그런 건 잘 본적이 없어요. 음식은 잘 팔지 않고 아이들 놀이공간으로만 되어 있는 경우, 시간 제한이 있기도 했는데.. 어떤 곳은 아이들 들어갈 때 티켓 색깔이 다르더라구요. 그래서 기본 2시간정도인데, 그 시간이 되면 티켓 색깔을 불러서 나가야 하는 곳도 있었구요. 음식 가격대도 거의 비슷한데... 도리어 더 싼 곳도 있었어요. 아무래도 음식만으로 비교하기에는 좀 미안해서 그랬는지;;; 

한국은.... 가격대로만 따지면... 사실 가장 비싼 것 같아요. 일단 입장료가 아이당 만원 전후인데... 기본 2시간이 지나면 1시간당 (혹은 10분당) 추가비용이 장난 아니더라구요... 어른 음료야 일반 카페랑 비교하면 싸다고 할 수 있을지 모르겠는데 (공짜로 한 잔 주기도 하니까요) 아이들 음료가 비싸고, 식사값도 종류에 비교해서 싼편은 아니고... 사실 처음에는 가격이 어떻게 계산되는 지 모르고 영국에서 하던 것마냥 아이 둘을 데리고 놀다가 급하게(!) 나와야 되서 3시간 정도 (급해서 3시간; ㅎㅎ;; ) 있다가 나왔는데 (그동안 아이들은 음료 하나와 간식 하나씩 사서 먹고) 5만원 이상 깨지는 경험을 하기도 했죠 ;;;; 그런 다음부터는 동생한테 부탁해서 쿠폰 사이트 같은 곳에서 할인쿠폰 같은 거 사서 데리고 갔답니다 ㅎㅎㅎ 


...............


아주 개인적인 경험이였는데... 일단 통틀어 요약하자면, 한국 키즈카페는 다양성, 편리성, 위생면 등등에서 아주 좋은데 가격이 좀 쎄고... 영국은 아이들이 마구 뛰어 놀기는 좋은데 어른들이 쉴 공간은 아니고, 접근성이나 위생면이 그렇게 뛰어난 편은 아니고 (특히 유아에게는 별로;;;..) 스페인은 분리된 공간이나 모니터 요원들 덕에 맘놓고 식사할 수 있는 환경은 될 수 있지만, 그 종류나 편리성, 접근성은 그렇게 좋지않다는 거?? 


아이들의 놀이경험만 두고 보자면, 아이들은 한국 환경을 굉장히 좋아했어요. 어딜 가든 다양하고, 좀 큰 쇼핑몰이나 대형마트만 가도 꼭 아이들 노는 곳이 하나씩 있으니까 (그리고 이제 아이들이 크니까 부모없이 아이들 끼리 들어가 놀 수 있는 공간도 많더라구요) 어른도 아이들도 사람 많은데 쇼핑 하느라 치이지 않아도 되고... 부모입장에서도 편하긴 했죠. 그런데 아쉬운 점이라면 야외에서 그렇게 뛰어 놀수 있는 공간이 아주 한정적이라는 걸까요... 스페인에서는 무작정 밖에서 노는 시간/공이 많아서 좋긴 했는데... 아무래도 시에스타 (오후 1시에서 4시 사이) 동안에는 도시 전체가 조용해지고, 특히 여름철에는 날이 너무 뜨거워 밖에서 놀기 힘드니까 (그것도 아이들이 가장 활발할 시간에!) 내부 놀이 공간이 별로 없다는 게 아쉬웠고 (그래서 스페인 아이들은 좀 커서도 대부분 낮잠 자는 아이들이 많아요. 저희 아이들은 만 2세부터 낮잠 졸업;;;) 영국은 그런 쪽으로는 발란스가 좋긴 한데... (비오면 키즈카페, 날 좋으면 공원) 그냥 어른이 피곤해요. 예, 제가 피곤해요 ㅜ_ㅠ 심지어 제가 몇 주동안 일이 많아서 주말에 키즈카페에 몇주 연달아 출근(!) 해서 아이들 노는 동안 일하고 그랬는데... (남편도 일 ㅜ_ㅜ) 어느 순간 미쳐버리겠드라구요;;  그래서 소음 방지 이어폰을 질렀죠 -_-  


다음 달이면 아이들 방학이 시작되는데... 아이들을 데리고 또 뭘 해볼까, 하는 그런 고민을 벌써부터 하고 있습니다 ㅎㅎㅎ 다른 지역/나라에 사시는 분들, 그곳의 키즈카페는 어떤가요? 아님 영국내 (이왕이면 남쪽;;;) 좋은 곳 있으면 추천도 해주세요 ㅎ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