궁금한 걸 알려드리죠

영국 월세탈출 보고서 (1)

민토리_blog 2017. 2. 5. 07:31
어렸을 때 부터 그랬지만, 책도 좋아하지만 만화도 꽤나 좋아하는 편이다. 마음에 드는 만화책은 사서 모여기도 하는 정도인데, 물론 영국에 있다보니, 책의 형태로 만화를 보는 경우는 극히 드물고, 대신 웹툰을 자주 본다. 보통 다음이나 네이버를 주로 이용하는데, 여러개씩 요일별로 골라 보는 편이다. 그중에 하나는 다음에서 연재하고 있는 순두부 작가님의 '나는 엄마다''
남자아이 둘을 키우고 계신데, 간략한데 공감가는 내용이 많아 챙겨본다. 거기서 최근에 본 내용 중 '전세탈출 보고서'를 보고 생각나서 쓰게 되는 나의 영국 월세탈출 보고서.. 

영국에 와서 산지 벌써 13년. 그전에 잠시 어학연수로 와있었던 것 까지 생각하면 무려 2002년으로 까지 거슬러 올라가는데, 그 동안의 시간동안 사실 가능한 모든 형태의 주거생활을 겪어봤다. 
호스트 패밀리 집에서 아침 저녁을 제공받으며 살아도 봤고, 캠브리지에서는 초기에 방을 구하지 못해 B&B에서 몇 주 살기도 했고, 컬리지에 방이 없어, 대학에서 추천해준 사립 학생 플랫 (private student accommodation)에서 살다가, 거기에서 계약이 끝날 때는 일반 주택에 방을 하나 얻어 이사했다. 사실 그 집은 오래된 Victorian style house였는데, 아래층에는 주인집이 살고, 위층에 더블룸  하나, 싱글룸 세 개를 월세로 내주고 있었다. 그리고 그 집은 내가 겪어온 영국 집들 중 최악이였는데, 방마다 미터기가 따로 달려있었다. 그리고 욕실에도 주방에도 미터기가 따로 달려있어서, 샤워를 하거나 요리라도 하려고 하면 돈을 넣어야 했다. 그렇다고 세입자들끼리 친해서 돈을 나눠내거나 하는 시스템이라도 있었으면 덜 했을텐데 세입자들이 나같은 학생은 물론, 직장인도 있어서 서로 볼일도 없었고, 그러다보니 늘 미터기는 비어있고, 나중에는 나도 왠지 손해보는 기분이 들어 아예 집에서 씻지도, 먹지도 않게 되었다. (대신 집 근처에 있는 수영장을 끊어서 다니기 시작했다) 겨울에는 중앙난방 시스템이 있긴 했는데, 주인이 아주 인색한 사람이라 그런지, 꼭 밤 12시가 넘어 새벽 2-3시정도까지만 틀어주고 말아서, 무척 추운 겨울을 보냈었다. 그렇게 끔찍한 몇개월을 보내고, 질릴만큼 질려서 어떻게든 컬리지 안에 방을 구해 들어가려고 발버둥을 쳤다. 다행히도 몇 개월 후 컬리지에 방이 났고, 그 다음부터는 컬리지 내에서 방을 옮겨 다니며 살았다. 

첫 방은 급하게 들어왔던 까닭에 좀 비싼 곳이였는데, 그래도 방이 두개나 되는 나름 럭셔리한 곳이었다. 그렇게 남은 학기를 보내고, 돈을 조금이라도 아끼려고 다시 신청서를 넣었는데, 그 다음에 받은 방은 신관 건물. 새로 지어진 건물답게 참 깔끔하고 심지어 작은 욕실도 딸려 있는 곳이였는데, 또 돈을 아끼려고 새 학년이 시작되었을 때는 가장 방 값이 싼 곳에 신청서를 넣어 방을 배정받았다. 그 방은 컬리지 본관 건물에 있었는데, 전체 건물을 통틀어 주방이 두 개밖에 없었고, Formal Hall 이나 파티라도 열리면 밤새 시끄러워서 잘 수도 없는 그런 곳이였다. 그래도 난방은 늘 빵빵했고, 옆방에 친한 친구도 살고 있어서 나름 가장 맘 편하게 살았던 시기이기도 했다. 그 곳에 살고있는 동안 남자친구가 생겼고, 그 다음에 이사 갔던 곳이 내가 첫 동거를 시작했던, 2-bedroom flat이였다. 
나름 시내에 위치하고 있었고, 조용한 주거지역이였고, 아래층에는 남자 혼자 살고, 위층에 우리가 살고 있는 형태였는데, 가장 좋았던 건 다른 사람 눈치보지 않아도 되는 주방이 생겼다는 것. 그 뿐이랴, 욕실도 내 맘대로 쓸 수 있고, 심지어 거실도 있어서 친구들을 초대할 수도 있었다! 요리도 하고 싶은대로 하고, 한국 요리도 해먹고, 사실 그 때가 제일 좋았다. 그런데 문제는 아래층에 살고 있는 남자. 원래 2층인 한 집을 나눠서 세를 준 형태라, 방음이 그다지 좋지 않았고, 이층으로 가는 계단도 사실 원래 집안의 계단 옆을 막아 사용하는 거라, 집에 들어가거나 나올 때마다 정확히는 아래층의 거실과 침실 사이를 통과해 나왔는데.. 문소리가 나면 아래층 남자는 대놓고 욕을 해댔고, 아침 6시 부터 집안 전체를 울려대는 그의 음악소리 때문에 스트레스도 많이 받았다. 급기야 나중에는 서로 대놓고 들으라는 듯 집안에서 욕(!)을 하는 사이로 발전;;;  그래서 일년의 계약이 만료된 후 다시 집을 구해 나가기로 결정했다. 그 다음에 찾은 곳은 반지하의 1-bedroom flat이였는데, 위치도 좋았고, 무엇보다 다른 부가세들이 다 포함되어 있어 결정했다. 역시나 주인은 위층에 살고 있었는데, 반지하에 그런 플랫이 세 개 있었으니, 주인 집은 아주 근사하고 으리으리한 전통 영국식의 이층 주택. 주인이 물리학 교수였는데, 그 당시 박사과정을 하고 있던 남자친구와 난 둘다, 나중에 우리도 교수되면 이런 집에 살 수 있는 거냐고 부러움 반쯤 섞인 농담을 하기도 했다;; 집은 괜찮았는데, 가장 안좋았던 건 창문을 마음대로 열 수 없다는 점. 그리고 해가 잘 들어오지 않아 늘 어두웠던 것. 침실의 창문이 주인집의 정원으로 나있었는데, 주말이 되면 주인집의 개가 창문을 두드리거나 실례(!)를 하기도 해서 아침잠을 방해했다는 것 등... 어쨌건 그 곳에서의 생활은 남자친구와의 관계가 끝을 맺음에 따라 종료되었다, 다음에 간 곳은 독신 여성이 혼자 살고 있는 2-bedroom flat. 캠브리지 남쪽에, 학생들보다 로컬이 훨씬 많이 사는 곳에 있는 빌라 타입의 집들이 모여 있는 곳이였는데.... 일반주택이 훨씬 보편화되어 있는 영국에서 빌라 타입의 집들이 모여 있다면, 그곳은 사실 워킹클래스들이 모여 사는 곳일 가능성이 높다. 급하게 방을 구해 나가야 했던 까닭에 임시방편으로 구해서 월세도 아닌,  주세(?)로 매주 돈을 내는 대신 보증금을 낼 필요가 없는 곳이였다. 다행이 주인은 정말 좋고 다정한 40대 초반의 영국여자분이였는데, 대신 이웃들의 상태가 그리 좋진 않았다;; 어느 주말에는 경찰이 와서 옆 건물 아래층에 사는 남자를 체포해 가기도 했고, 거기서 밤에 세워둔 내 자전거를 도둑맞기도 했으니까.... 

그 다음에는 같은 학부 내에서 박사과정을 하고 있던 여학생이 새로 이사가는데, 같이 살 사람을 구한다고 해서, 함께 이사했다. 지금의 남편이 된 그 당시 남자친구와 나, 그 여학생, 세명이 같이 이사갔는데, 이제껏 Furnished house/room (가구가 이미 비치된 곳)에 살다가 Unfunished house로 간 건 처음이라, 중고가게를 뒤져 간단한 책상 하나와 조립식 철제 옷장 하나만 사고, 에어베드를 깔고 자면서 생활했었다. 그래도 다들 아는 사이라 막 가깝지도 않지만, 굳이 부딪힐 일도 없었고, 역할이 확실히 분담되어 있어서 어찌보면 편하기도 했다. 그러다가 남자친구 (현재 남편)과 사이가 정립되면서 둘만 따로 나와 살 집을 구하기 시작했고, 몇 개월 후에 다시 2-bedroom house를 구해 이사 나왔다. 캠브리지 시내에서 조금 떨어진 곳의 주거지역이였는데, 방갈로 타입의 집이였고, 정원 크기가 거의 집과 맞먹을 정도로 큰 곳이라 날이 조금만 좋으면 정원에 있는 해먹에서 대부분의 시간을 보내며 지내기도 했던 참 여유로운 곳이였다. 그 곳에 있으면서 박사를 마쳤고, 일을 시작했다. 그리고 몇개월 지나지 않아 남편과 나는 웨일즈로 이사왔다. 

웨일즈의 첫 집은 한적한 주거지역에 있던 3-bedroom semi-detached house. 날씨가 엉망이긴 했지만, 그래도 조용한 곳이라 강의가 없는 날에는 정원과 연결된 서재에서 조용히 햇빛을 받거나 빗소리를 들으며 일을 하기도 좋고, 날씨가 좋을 때는 그래도 정원의 탁자에서 일을 할 수도 있는 괜찮은 곳이였다. 거기서도 일년 정도 살다가, 임신을 하고 나서 지금 살고 있는 곳으로 이사왔다. 그리고 얼마 전에 우리는 이 집을 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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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기나긴 글을 읽기만 해도 아시겠지만, 전 정말 이사를 엄청 많이 다닌 편이였어요. 캠브리지에 있던 6년동안 9번 이사를 했을 정도로 말이죠 ㅎㅎ;; 그리고 늘 마음 한편으로 '언젠가는 떠날 곳'이라고 생각을 해서 그런지 사실 집에 대한 애착이 그다지 큰 편도 아니고.. 집을 꾸미지도 않고.. 사실 지금 살고 있는 집 이전에는 늘 일부러 Furnished room/house들을 골라 다녔거든요. 그래서 짐도 대부분 최소한으로 유지하려고 하고... 지금 살고 있는 집은 5-bedroom detached house인데, 처음으로 가구나 가전도구가 없는 곳에 이사오려다 보니 스트레스를 엄청 받았어요. 그래서 임신 7개월의 운전도 하지 않았던 무거운 몸을 이끌고 엄청 돌아다녔어요. 어떻게든 싼 값으로 집을 채우려고 말이죠;;;; 그럼 어쩌다 집을 사게 된거냐, 싶을 수 있으실 거 같은데... 월세 생활을 청산하면서 그동안 생각했던 것들을 정리해서 알려드리고 싶어서 이렇게 글을 쓰고 있답니다. 글이 길어질 거 같으니 아무래도 글을 나눠야 할 것 같기도 하고... 일단 월세 생활에 관련된 걸 정리해드리자면.... 

1. 영국에서는 집을 살게 아니라면 대부분 월세의 형태로 집을 빌려 산답니다 (제 경험처럼 주 단위로 돈을 내는 곳도 드물게 있어요). 월세의 경우, 보통 한 달 월세, 혹은 한달 반의 월세를 보증금으로 요구하죠. 만약 부동산을 통하지 않고, 집 주인과 바로 계약을 한 경우, 보증금 관리는 집 주인 마다 다르긴 한데, 요즘 추세는 대부분 보증금을 Deposit Protection Scheme 에 맡겨둔답니다. 혹시 개인적으로 계약을 맺은 경우, 보증금이 어떻게 보관되는지는 꼭 물어보세요. 그리고 집주인이 DPS에 맡겼다, 라고 하면, 거기서 세입자에게 직접 편지를 보내주니까 꼭 받아두세요. 만약 편지가 오지 않으면, 집주인에게 다시 문의하시구요. DPS는 집주인과 세입자 사이에 보증인 같은 역할을 하는데, 만약 집주인이 이상한 이유를 들어 보증금을 돌려주지 않으려 할 경우, 여기에서 바로 중재 역할을 해주기 때문에 훨씬 안전하죠. 

2. 영국에서 집을 구할 때는 대부분 두가지 방법을 통하는데, 개인적인 통로를 통해 집주인과 직접 계약하는 경우와, 부동산 - Property Agency를 통해 계약하는경우가 있죠. 부동산을 통해 계약할 경우, 집세, 보증금 외에 따로 부동산에도 돈을 줘야 하는데, 부동산 마다 개인당 100파운드 이내에서 250파운드까지 하는 곳도 있으니, 계약 전에 꼭 그런 걸 물어보세요. 집주인과 직접 계약할 경우, 그런 수수료를 내야 할 필요가 없어 편하긴 하지만, 집주인을 잘못 만나면 정말 개고생을 하게 되죠;;; 뜨거운 물이 안나오거나, 전기가 나가거나, 그런 경우 부동산을 통하면 시간이 좀 걸리더라도 해결되긴 하겠지만, 집주인을 바로 상대해야 하는데, 만약 집주인이 일부러 자기 돈 나가는거 싫어서 피하거나 자꾸 시간을 끌면, 절대적인 을의 입장에서 어디에 뭐라 하소연 할 곳이 없어요. 그냥 내 속만 타들어가고 성질만 더러워지는거죠;;;; 

3. 영국에서는 꼭 viewing을 하고 계약을 하도록 되어 있답니다. 와서 보고 결정해라, 이거죠. 요즘에는 보통 Rightmove 아니면 Zoopla 같은 웹사이트를 통해, 부동산쪽에 나와 있는 거의 대부분의 집들을 미리 체크해 볼 수 있으니, 미리 사진, 설명 같은걸 다 확인하고, 해당하는 부동산에 연락해서 viewing 약속을 잡으면 된답니다. 그렇게 집/방을 보러 가셨으면, 가능한 꼼꼼하게 확인해보세요. 미리 주변도 좀 둘러보시고, 이웃집들 상태도 좀 체크하시고, 난방상태도 물어보시고, 집안 내부 습기 상태, 곰팡이 여부, 다 물어보세요. 그리고 부동산에서 온 사람의 태도나 준비성도 따져보시구요. 부동산을 통해 계약하게 되면, 부동산을 대해야 할 일이 많이 때문에, 혹시 태도가 좀 불성실하고, 집에 대해 아는 것도 없어보이고, 그러면 다시 한 번 생각해보시는 것도 좋아요. 혹시 그 집에 부동산이 두개 이상 있으면, 같은 집이라도 다른 부동산을 알아보시는 곳도 좋구요 

4. 월세의 경우, 일단 Furnished/Unfurnished 여부를 알아보시는데 좋죠. 영국에서는 집에 가구를 포함 왠만한 살림도구를 포함해서 월세를 주는 곳과, 아예 텅 비어서 내주는 곳이 있는데, 그건 개인 취향 차이나, 필요에 따라 다르겠죠. 저 같은 경우, 가능하면 늘 furnished된 곳을 구하려고 했는데, 영국에서 얼마나 오래 살지 모르는 상태이기도 했고, 늘 돈 없는 학생의 입장이라 그게 제일 편했죠. 지금 살고 있는 곳을 구하기 전에는 처음으로 그렇게 가구 등이 아예 없는 Unfurnished를 구했는데.. 일단 방 세 개 이상 되는 집이나 도시가 아닌 이상, furnished된 곳을 구하기 힘든 것도 있었고, 아이가 생길 거라, 아이에게 필요한 가구들을 어차피 살거라면 어설프게 가구들이 있어서 치울 공간도 없는 것 보다는 아예 아무 것도 없는 곳에서 시작하는데 낫다는 결론에 다달았기 때문이죠. 그리고 남이 쓰던 가구나 침대를 쓰기 싫어하시는 분들이라면 아예 텅빈 곳이 나을 수도 있구요. 

5. 꼭 다른 부가세 요금 여부를 확인하세요. 수도세, 전기세가 포함되어 있는지, 아니라면 대략 얼마정도 나오는지... 특히 Shared house에 방을 얻어 들어가시는 거라면 더 물어보셔야죠. 인터넷 라인은 어떤지, 다같이 돈을 모아 내는 형식인지, 정해진 얼마를 매달 내는 형식인지... 그리고 일하시는 분들의 경우, Council Tax를 내야 하는데, 같은 집에 일하는 사람이 많을 수록 그 부담이 적어지죠. 대신 다 학생인데 혼자 일하는 경우라면, 부담이 커진답니다. 

6. 마음에 드시는 곳을 발견하셨고, 계약서를 주고 받는 단계에 이르셨으면, 반드시 계약 완료 기간에 대한 조항이 어떤지 확실히 확인하세요. 보통 집주인이 세입자를 내보내고 싶을 경우, 2달의 기간을 주고, 세입자가 나가고 싶을 경우, 한달의 notice를 주는 형태인데, 그 때는 반드시 이메일이든 편지든, 문서상으로 알렸다는 증거를 남기세요. 저 같은 경우, 집주인과 전화통화로 통보를 했는데, 집주인 말만 믿고, 그냥 이사 준비했다가 나중에 부동산과 집주인한테 뒤통수 맞은 적이 있죠. 부동산에서 1달 전에 왜 연락하지 않았냐, 너 그 날 이사 못간다, 가더라도 다음달 집세 다 내놓고 가라, .. 그래서 집주인한테 얘기했다, 확인해라, 했더니 집주인은 그런 말 들은 적 없다고 발뺌;; 아 진짜 -_- 그렇다고 돈을 냈냐구요? 안냈죠! Citizen's advice buereau 며 뭐며 다 연락하고 하소연하고, 그래서 결국 공짜로 법률상담 받고 법적으로 계약완료일에 이사를 나가는 것에 대해 아무 문제가 없다는 걸 증명시키니, 그제야 집주인, 부동산 다들 입을 다물고 그냥 나가라 하더군요. ;; 

7. 한국에서는 이사를 들어올 때 청소를 해야 하지만, 영국에서는 이사를 나갈 때 청소를 해야 한답니다. 그리고 나갈 때 청소가 제대로 되어 있지 않으면, 보증금에서 청소비를 까고 돌려주죠;; 그러니 보증금을 온전히 돌려받고 싶으시면 열심히 청소하고 가세요. 그리고 이 말은, 가능하다면 이사를 당일치기로 하지 않는게 낫다는 말이기도 하죠. 이사 해보셨으면 아시겠지만, 진짜 이사업체, 청소업체 불러서 하시는 거 아닌 이상, 짐 확 빼고 나면 집 완전 엉망이잖아요;; (영국에는 그런 용달업체, 이사 전문 업체도 사실 잘 없어요. 있어봐야 Man with a white van이라고 용달차나 미니밴 있는 사람이 와서 짐을 옮겨 주는데..  이삿짐 나르는 정도지, 이삿짐 싸는 걸 도와주지도 않고, 청소는 당연히 안해주죠. 그러니 시간이 촉박하시면 개인적으로 청소업체에 연락해 청소부를 고용하시거나, 아니면 부동산 혹은 집주인이 청소비로 청구하시는 거 그대로 받아들이시고, 보증금을 적게 받는 수 밖에 없죠. 물론 돈을 많이 쓰시면 한국처럼 와서 짐도 싸주고, 배달해주고, 풀어주고, 청소도 해주는 전문업체를 고용하실 수도 있는데... 비싸죠;; 저 같은 경우, 캠브리지에서 이사할 때는 그냥 혼자 왔다 갔다 하면서 나르거나, 친구 차를 빌려 도움을 받거나 했고, 남편과 있을 때는 그냥 트럭이나 미니밴을 빌려서 직접 운전해서 나르기도 했어요. 이사는 꼭 하루 전이나 그 전에 했고, 계약 완료일전에 하루 정도 걸려서 청소를 정말 열심히 했답니다;;; 

8. 청소나 보증금과 관련해서, 이사를 오실 때 꼭 확인하셔야 할 게 있는데... 바로 Inventory!!!! 이사 오기 전 집 상태, 가구나 살림도구들이 갖춰져 있는 경우, 그런 것들의 상태는 물론, 수저가 몇개인지도 확인해서 적어놓은 문서인데, 계약서랑 보통 동시에 같이 받죠. 그럼 새로운 집/방에 가셔서 짐을 풀기 전에 이것부터 확인하세요!! 좀 귀찮으실 수도 있지만, 이걸 잘 해놓으셔야, 나중에 이사 나갈 때 편해진답니다. 보통 Inventory에는 사진이 첨부되어 있는 경우도 많은데, 대부분 두리뭉실하게 'Good condition. Fine'이런 식으로 적혀 있는 경우가 많거든요. 이걸 제대로 확인해 두지 않으면 나중에 이사 나가실 때 독박차실 경우가 많아요!! 이사 오기 전에는 다 괜찮다고 적어놓고, 막상 이사가고 나면 정말 꼼꼼하게 확인해서, 원래 있던 벽에 난 자국도 세입자한테 책임을 물어서 보증금을 까는 경우도 많으니까요. 그러니 정말 꼼꼼하게 확인하셔서, 인벤토리에 다 적어두세요. 그 다음에 부동산이나 집주인에게 그렇게 업데이트된 버전을 보내주고, 확인 받은 후 복사본이나 원본을 가지고 계시길 추천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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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이 일단 월세로 사실 때 염두에 둘 부분인 것 같고... 이미 글이 아주 길어진 관계로 집을 사는 것에 대한 얘기는 아무래도 다음번에 해야 할 것 같네요. 혹시 영국 월세에 관해 궁금한게 있으시면 글 남겨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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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1. 아주 많이 늦었지만,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덧2. 뒤늦게 블로그 연말 정산을 봤더니, 작년 한 해 36개의 글을 썼더군요. 참.. 게으르구나, 하고 생각했답니다;; 올해는 좀더 열심히 글을 쓰는 다짐을 하기로;; 
덧3. 학기는 시작되었고, 학생들 중간평가 과제들이 우르르 쏟아져 들어오기 시작했죠. 그래서 채점하느라고 1월이 지나갔어요;; 그런데 이번에 마감 하나가 또 다가왔네요;;; 
덧4. 미국은 정말... 참... 예상을 벗어나 가지가지 하네요. 뉴스를 다양하게 많이 보는 편이긴 한데, 요즘처럼 뉴스볼 때마다 속이 뒤집힐 거 같은 건 브렉시트 바로 직후보다 몇 배 더 하네요. 그래서 마음을 좀 돌리려고 한국 뉴스를 봤더니, 허허..... 참.. 왜 이러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