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기와 살아남기

흔한 일상 셋

민토리_blog 2016. 8. 13. 05:49

글을 써야 겠다고 막연히 생각하고 있었는데 컴터 앞에 앉을때마다 머리속이 하얗게 비곤 한다;; 뭐랄까.. 뭔가 막 일어나고 있는건 사실인데 하나에 대해 생각할 기회가 없어서 그렇다고 할까.. 어쨌건 그래서 요즘 이러고 있습니다, 하며 쓰는 그냥 사람 사는 이야기.. 


* 다른 대학으로부터 오퍼를 받았다. 그래서 9월부터 풀타임으로 다른 대학으로 복직하기로 결정했다. 풀타임으로 복직하고 싶다고 노래 노래를 불렀는데 막상 받게 되니 일단 설레임 게이지 수직 상승! 계약서에도 다 사인하고 일단 첫 주는 간만에 정말 마음편하게 쉬었는데, 9월까지 한달도 채 안남았다고 생각하니 마음이 급해지기 시작했다. 그래서 부랴부랴 아이들 치과도 예약하고, 집안 수리와 관련된 것들도 다 연락하고, 미루어뒀던 옷들도 다 수선하고, 한동안 보지 못했던 사람들과 만날 약속도 잡아두고, 하여간 매일 어딘가 연락하고 8월의 달력을 채우느라 바빠졌다;; 생각해보니 아이들이 생긴 이후 재택 근무 할 경우가 많아서 제대로된 옷들도 별로 없길래 여름세일을 기회삼아 틈틈이 나가서 새로 옷장을 채우고, 미용실도 예약해두고.. 하여간 열심히 To-do list를 만들고, 없애고, 또 만들고 하는 매일을 보내고 있다.... 


** 첫째 꼬맹이가 9월부터 정규 교육과정에 들어간다. 친하게 지내는 T와 C의 적극추천으로 그들의 아이가 다니는, 집에서 차로 10분거리에 있는 공립학교에 입학하기로 했다. 이쪽 카운티에서는 큰 학교라든데, 한 학년에 반이 세개다. 난 반이 세개밖에 안된다는 소리에, 학교가 작네? 했는데, 여기 친구들이 다 놀래면서, 이 학교가 정말 큰 편이란다. 대부분의 학교들은 한 학년에 반이 하나나 많아야 두개 정도 밖에 없다고...;; 하긴 한반에 50명되는 학급이 10-12개 되던 초등학교를 나온 베이비붐 세대의 내가 보기에는 정말 작지만, 영국인들 눈에는 큰거겠지;; 새삼 문화충격을 경험했다고 할까... ;; 솔직히 개인적으로는 한 학년에 반이 두 개이상 되는게 낫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그래야 학년이 바뀔 때 설레임도 있을거 아닌가? 새 반, 새 선생님, 새 친구 등등... 그런 면에서는 괜찮다고 생각한다. 


*** 첫째 꼬맹이의 학교 입학을 앞두고 열심히 이런저런 준비물을 사다모으고 있다. 여긴 좋은게 유니폼이 있는데, 공립 같은 경우, 스타일과 색깔만 정해준다. 첫째 꼬맹이 학교 같은 경우 남자 아이는 하얀색 폴로셔츠, 회색 바지, 빨간 스웨터, 검은 신발. 운동용으로 검은 운동 바지, 하얀 티셔츠. 물론 여자아이들은 치마도 있고, 드레스도 있고, 카디건도 있고, 선택의 폭이 좀더 다양할 수 있긴 하지만... 어쨌건 그 양식만 따른다면 어디서 유니폼을 사든 상관이 없다. 물론 ASDA같은 수퍼마켓이 싸고, M&S나 NEXT 같은 곳으로 가면 더 비싸게 살 수 있긴 하지만, 개인적으로는 굳이 정해진 교복집에 가서 사지 않아도 된다는 사실이 반갑다. 내 학창시절을 생각해보면, 교복이 너무 비싸서 엄마가 어디서 얻어온 교복을 수선해서 입고, 대신 안에 입는 블라우스만 2개 정도 교복집에서 사서 입고 다녔는데... 얻어온 교복은 늘 너무 크거나 헐렁하거나, 길거나, 하여간 딱 봐도 내 옷이 아니라는 사실을 알 수 있게 하는 그런 옷이였다. 한국에서 교복은 보통 맞춰 입으니까.. 그리고 교복집 브랜드마다 스타일이 조금씩 다르고 가격도 차이가 나서, 아이들 교복 입은 때깔만 봐도, 새거다, 헌거다, 어디 브랜드다, 하는걸 다 알 수 있을 정도였으니까.. 요즘에는 교복들도 예쁘게 나오고 잘도 맞춰 입어서 왠만한 학생들 보면 참 예쁘다, 싶던데... 내게는 교복이 그다지 별다른 향수를 불러일으키지도 않고 다시 입어보고 싶은 생각도 들지 않게 하기 때문에, 난 이 영국의 유니폼 시스템이 꽤나 좋다. 부모에게 꽤나 많은 선택권을 주니까.. 그리고 별로 다를 것도 없고, 티도 별로 안나고 ㅎㅎㅎ 

대신 가방이나 도시락 가방같은건 신나서 찾아다니고 있다 ㅎㅎㅎ 


**** 첫째 꼬맹이의 학교는 오전 9시에 시작해서 오후 3시 20분에 마친다. 솔직히 직장이 학교에서 아주 가까운게 아닌 이상 9시에 아이를 통학시키고 일하러 갈 수 있는 사람들이 별로 없기 때문에, 학교에서 Breakfast club, After school club같은 걸 운영하지 않는다면, 맞벌이 부부 같은 경우 사립 유치원에 여전히 아이들을 맡기고 통학을 부탁하는 경우가 많다. 우리같은 경우도, 일단 꼬맹이의 학교에 그런 옵션이 없고, 학교 근처에서 학교와 연계해서 운영하는 유치원 같은 경우도 만 3세부터 학생들을 받기 때문에, 만 2살이 된 둘째와 첫째를 한 곳에 보내기 위해 유치원을 옮기기로 결정했다. 그래서 둘다 오전 8시에 사립 유치원에 데려다 주면, 유치원에서 첫째 아침을 먹여 학교에 등교 시키고, 학교가 끝나면 다시 유치원으로 데리고 와서 돌봐주다가 우리가 5시쯤에 첫째 둘째 모두 데리고 오는 것. 첫째야 학교에 가고 그러니 별로 걱정이 없는데... 일주일에 3번은 나와 함께 있던 둘째를 9월부터 주 5일 종일반으로 유치원에서 보낼 걸 생각하니 새삼 마음이 찡하니 기분이 가라앉는다.... 그나마 유치원에 넓고 다양한 정원/놀이터 공간이 있어서... 계속 건물 안에서 지루하니 있진 않을거란 생각에 안도하긴 하지만... 그래도 똑같은 공간에 부모도 아닌 타인과 온종일 있을걸 생각하니... 에휴.. 마음이 무겁다... 


*****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기적으로 어떻게 보면 잘됐다는 생각을 하고 있다. 나 역시 새로 Academic year가 시작되는 올해 9월을 놓치면 풀타임 복직이 미뤄질지도 모를 일이였고, 그렇게 시간이 더 지나면 더 괜찮은 자리가 나올 거란 보장이 없었으니까.. 그리고 이제 둘다 만 2살, 4살이 되었으니 아이들 인생에 가장 큰 순간들 - 첫 뒤집기, 첫 기기, 첫 박수, 첫 걸음, 등등 - 은 오롯이 다 같이 있어주었고, 둘째 역시 이젠 아기라기 보다는 제 말 할 거 다하고, 의사표현 다하는 작은 어린이에 가까워지고 있으니까.. 그래도.. 그럼에도 불구하고... 때론 기분이 싸해지는건 어쩔 수 없다.. 엄마가 된 이상.. 집에 있든 일을 하든, 이런 딜레마는 어쩔 수 없지 않나 싶다.. 


****** 집을 살까 생각 중이다;;; 원래 아이들이 만 5살이 되기 전에 이 나라를 떠나볼까 생각했었는데... 작년에 마치 당장이라도 이사갈 수 있을 듯 진행되던 일이 엎어진 후 부터, 좀더 현실적으로 미래 계획을 세우기 시작했다. 지금은 첫째도 학교를 시작했고, 나도 새로 일을 시작하고... 아무래도 장기전이 될 거 같아 좀더 구체적으로 집이나 차 살 생각을 하고 있는데... 참 현실적이면서 한편으로는 비현실적인 기분이 든다. 12년전에 영국으로 떠나올 때만 해도, 내 한몸 누일 작을 공간만 생각했지 집을 살 생각은 전혀 못했으니까 ㅎㅎ;;;; 새로 이사갈까, 지금 살고 있는 집을 살까 생각중인데, 아직까지 다른 마음에 드는 집을 찾지 못한 관계로 일단 지금 살고 있는 집을 사는 쪽으로 마음이 기울고 있다. 최소한 이 집의 장단점은 훤히 알고 있으니까... 진짜 집을 사게 되면 그 과정에 대해 한번 포스팅 할 일이 있겠지요 ㅎㅎㅎ


...........


뭐 이렇게 살고 있습니다 ㅎㅎ;; 날이 좋은 날이면 더욱더 열심히 아이들과 놀아주려고 노력하고 있고, 다가올 변화가 기대되면서 살짝 두렵기도 하고.. 그렇네요 ^^ 다들 이 여름 어떻게 지내고 계신가요. 멋진 하루들 보내고 계시길 바랍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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