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로 오늘 아침의 일이다. 아침식사후 나는 주방에서 설거지를 하고 있었고, 아이들은 거실에서 기차세트를 가지고 놀고 있었다. 첫째는 뭘 만드는 걸 좋아하는데, 아침에도 혼자 나무로 된 기차세트를 다 연결해서 아주 긴 기찻길을 만들어놨었다. 둘이 좀 놀고 있나 싶더니, 아니다 다를까 큰소리가 들려오기 시작했다.
첫째: Don't break my train track!!!
둘째: Mine
첫째: No, they are not yours!
둘째: Mine
첫째: No, they are not!!!
둘째: Mine
첫째: Stop saying MINE!!!!!
둘째: Mine
.. 첫째가 내게 달려와 둘째 꼬맹이가 계속 자기거라고 한다며 막 소리높여 말하기 시작했다. 그래서, 거실을 두고 목소리 높여, '(둘째)야, 그러는 거 아니지, 같이 노는거지"하고 말하고는 첫째더러 이제 괜찮으니 가서 같이 놀라고 보냈는데... 조금있으니..
첫째: Don't break my train track!!!!!!! 엄마! (둘째) broke my 기차 track!!!!!!!!!
그러더니, 쿵 하는 소리와 함께 둘째의 울음소리가 들려왔다;;; 놀래 달려가니 기찻길 한쪽이 다 망가뜨려져 있고, 첫째는 조각을 들고서는 발을 쿵쿵 굴려가며, "She broke it!! I can't fix it!!!! She broke it all!!!!!!" 하고는 소리를 지르고 있고, 둘째는 눈물콧물 범벅이 되어 울면서 내게 안겨왔다;; 일단 둘째를 안고서 달래며, 그래, 오빠가 만들어 놓은거 그렇게 부수는거 아니지, 하고 나무래고, 한편으로는 첫째보고, 다시 만들면 되지, 엄마가 도와줄게, 괜찮아, 하고 달래고 있는데.. 둘째 얼굴 한쪽에 빨갛게 그어진 긴 선 하나가 보이는거다 ;;;
놀래서 이게 뭐냐고 자세히 보니 아무리 봐도 뭔가에 긁힌 상처다.. 둘째보고 얼굴에 이게 뭐냐고 물으니, 첫째를 바로 가리키며, "때려 때려' 한다 (말이 아직 짧다;;) 둘째의 난데없는 비난섞인 손가락에 첫째가 놀랬는지, 이제껏 흥분해서 쿵쿵거리던 발짓도 멈추고선 눈을 동그랗게 뜨고, "I didn't do anything!!!"한다... 그러더니 주위를 둘러보곤, 거실 한쪽에 세워둔 탁자를 가리키며, 탁자 모서리에 얼굴을 긁힌거라고, 자기 얼굴을 가져다 대며 시범까지 보인다.. 그걸 보고 둘째는 첫째가 장난치는 거라고 생각했는지, 탁자모서리로 다가가 첫째를 따라하는데.... 첫째보다 키가 작은 둘째에게 그 탁자 모서리는 얼굴에 닿지도 않는다 -_-
아이 둘을 달래서 무릎 한쪽에 각각 앉힌후, 차분히 괜찮으니까 무슨 일이 있었냐고 물으니, 그제야 첫째가 둘째보고 저리가라고 손을 휘젓다가 얼굴을 긁었다는 걸 알아냈다;; (어쩌면 고의일 수도 있었겠지만, 그래도 아이들을 믿어야지 -_-;;) 마음에 안들고 화가 나도 때려서는 안되고, 특히 얼굴은 더더욱 조심해야 한다고 말한 후, 사과하라고 하니, 도대체 언제 그런 적이 있었냐는 듯 서로 안으며 "미안해", "괜찮아" 호~호~ 해주고 다시 와와 거리며 논다;;;
이게 아침에 일어난 한순간의 해프닝이였으면 좋겠지만... 이게 시작이였다 -_- 그 후 의자를 가지고 싸우고, 그러다가 또 둘째가 떨어지고, 첫째가 내게 소리를 지르다가 내게 야단맞고, 다시 사과하고, 웃고, 놀다가 또 한 순간 삐끗해서 싸우고, 울고, ..... 수영장에 가고 싶다고 졸라대길래 가자고 했더니, 자켓을 안입겠다고 난리를 피우고, 어찌어찌해서 차에 태웠더니 또 뭐가 맘에 안든다고 징징거리고, 내가 대답을 안하니, 첫째는 "엄마!! I'm talking!!!!!" 그렇게 뒤에서 소릴 지르고, 거기에 둘째가 뭐라고 자꾸 떠들고 있으니, 거기에 또 첫째랑 둘째가 서로 소리를 높이며 싸우기 시작하고.. 막상 수영장에 도착해서 잘 노는가 싶더니 이제는 둘째가 첫째의 수영고글을 달라고 떼를 쓰며 울고.. 그럼 나가자고 하니, 아직 나가기 싫다고 난리를 치고.. 어찌어찌 다 씻기고 나오니, 공원에서 놀겠다고 난리.. 그럼 놀라고 했더니 그네 밀어 달라고 난리.. 정작 나 혼자 아이들 둘 그네만 주구장창 밀어주다가 팔이 아파 내려와 놀라고 하니, 싫다고 징징.. 더 세게 밀어달라고 징징.. 원래 유모차를 안들고 다니는데, 수영장 간다고 짐이 많아 유모차를 끌고 나왔더니, 이젠 자기들이 먼저 탄다고 싸우고.. 같이 앉으라고 해놓으니, 서로 좀더 자리를 많이 차지하고 앉겠다고 밀어대며 싸우고... 어우 진짜 -_- ...... 오늘 하루 종일 그랬다... 정말 사람 돌아버릴만큼;;
그리고 더 돌겠는건, 이게 오늘만의 일이 아니라는 거다. 말문이 제대로 트인 만 3살 반의 첫째. 말이 많다. 정말 많다. 말대꾸도 따박따박한다. 그래, 이런건 다 괜찮다. 그런데 가끔 사람을 돌게 만드는건 도대체 어디서 배워왔는지 모르는 영어들 (유치원이겠지 -_-).. 예를 들면,
"I don't care" (이러는거 아니지, 하고 나무랬을 때 저렇게 대답하면 기가 찬다 진짜)
"But I can do whatever I want do to" (도대체 이 완벽한 문장을 어디서 주어들었는지 몰라도, 첫번째 - I don't care랑 세트로 이렇게 따박따박 대답하고 있으면 진짜 한톨 남아있던 인내심마저 뛰쳐나가는 기분이 든다..)
"Stop it!!" (잘못을 나무라고 있는데, 이렇게 소리치며 대답하면, 차분히 설명하다가도 열이 확 끓어오른다)
"Shut it!" (최근에 들은 최악의 말. 진짜 사람 빡 도는줄 알았다. 그말에 너무 화가 나서 바로 아이를 데려다가 자기 방에 넣고 문을 닫아버렸는데... 그런 후 진심으로 화가 나 몸이 부들부들 떨려왔다...;; 한참후에 나도 가라앉고 방안에서 소리지르고 울던 아이도 진정한 후 아이를 앉히고 그런 말은 절대 쓰는 거 아니라고, 특히 부모인 우리에게 그런 말버릇은 용납 못한다고 단호히 말한 후, 아직까지 더 이상 그 말을 들은 적은 없다...}
이런 것들 외에 어떻게 보면 별거아닐 수 있지만, 그래도 도대체 이건 뭔가 싶은 영어표현들은, "Silly mummy/daddy" (페파피그 - Peppa Pig 같은 곳에 보면 많이 나온다. 그러니 영국에서는 아이들도 부모에게 쓸 수 있는 표현이라는 생각이 들 수도 있는데, 개인적으로 남편과 나는 이 말을 싫어한다..), "It's not fair!" (객관적으로 당연히 공평한 결정이였지만, 자기맘에 안드는 결정일 때 이 말을 많이 하는데, 예를 들면 첫째와 둘째에게 공평히 비스켓을 반으로 잘라 나눠줬을 때, 자기는 반쪼가리말고 크게 하나를 먹고 싶었다고 울면서 이 소리를 한다.. 그럴때면 반은 기가 차고, 반은 웃음이 나온다 허허;;), "It doesn't matter" (그러니까 자기 딴에는 나를 위로하겠다고 할 때 이 말을 쓴다. 차를 타고 가다가 내가 뭘 까먹었음을 깨닫았을 때라든지, 내가 뭔가 실수했을 때라든가... 그럴 때 정말 별거아니라는 듯 어른스럽기까지한 말투로 저 말을 한다;;)
어쨌건, 이렇게 말이 늘어서 뭐든 쉽게 안넘어가려는 첫째. 그리고 이제 한달 후면 두살이 되는 둘째. Terrible Two라고 불릴 만큼 만 두살의 위엄(!)이 대단하긴 하지만... 그리고 18개월부터 고집도 세지고 말썽도 많이 피우던 첫째를 겪어보긴 했지만... 그래도! 그래도! 그간 첫째에 비해 순하던 둘째라서 '혹시?'하고 기대한게 사실이였다. 그런데 혹시는 개뿔, 둘째가 어떨 때는 첫째보다 고집이 더 세다. 첫째는 타협도 가능하고 그랬는데, 둘째는 그런 것도 없다. 지 싫으면 다 싫다 -_- 이젠 말도 조금씩 하고, 조잘조잘거리고, 의견도 내고, 지 말안듣는다고 화도 내고..첫째가 하는 건 다 하려고 하고, 그러다가 첫째만큼 못하면 화를 내고 첫째가 만들어놓은 걸 뺏으려 하거나, 그게 안되면 부순다 -_-;;; 그러다보니 놀때는 정말 세상에 이런 단짝이 있나 싶을만큼 알콩달콩 잘놀고, 서로 챙겨주고, 숨바꼭질하고, 자지러지게 웃고, 놀고, 그러다가, 뭐가 틀어지면 난리도 아니다;;
그리고 나는 어느덧 "싸우지마세요", "같이 노세요", "징징거리지 마세요", "바로 말하세요" 하다가, "아, 그만 좀 하라고!!"하고 소리를 높이고, 수퍼마켓에서 쇼핑카트 안에서 난리를 치는 아이들을 보다못해, "그만해! 집에 갈까?!"하고 협박을 하고, 울고 불고 난리치는 아이들을 카시트에 겨우 앉혀놓고 차 밖에서 차마 차 안으로 들어가지 못하고 주차장에서 멍하니 피곤한 얼굴로 서있는 엄마가 되어있었다...
아.. 정말 힘들다 -_- 아이들과 하루종일 씨름하다보면 정말 진이 빠진다.아이들이 어렸을 때는, 육체적으로 꽤 힘들었는데.. 요즘에는 정말 감정적으로 지친다. 어떤 날에는 아이들을 나무래고 난 후, 도대체 왜 이런걸까, 뭐가 문제인거지, 내가 아이들을 잘못 키우고 있는건가, 내가 이렇게 모자라고 나쁜 엄마라 아이들에게 미안하다는 생각에 울고.. 또 어떤 날에는 정말 화가 머리끝까지 나서, 어디에 풀지도 못하고 정원만 혼자 왔다갔다 하며 씩씩대고.. 또 어떤 날에는 이렇게 귀한 아이들이 내게 있다는 사실에 감사하고 아이들 웃음에 행복해지고.. 완전 롤러코스터도 이런 롤러코스터가 따로 없다;;
확실한건, 아이들이 진화했다.. 한단계 업그레이드 되어서는 더이상 '아기들'이 아니게 되었다. 작은 꼬맹이들.. 어우... 인내를 키워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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