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돌이 넘은 꼬맹이는 지금 스페인에서 풀타임으로 9-5시까지, 일주일에 5번을 가요. 스페인 유치원과 영국 유치원의 차이점이라면... 일단 영국 유치원은 0살에서 초등학교까지는 봐주는 곳이 많아요. 방과 후 교실도 같이 운영하는 거죠. 그리고 대부분 7.30이나 8시부터 아이들을 받아서 6시까지 봐주죠. 오전반과 오후반은 오후 1시를 기점으로 나눠지고, 그렇게 Half day로 맡기는게 종일반의 절반보다 조금 더 비싸요. 몬테소리 전문 유치원같은게 아니라면, 일반 영국 유치원에는 딱 들어서기만 해도 장난감이나 놀이터처럼 꾸며놨어요. 물론 하루 중에 책읽어주는 시간, 그림같은 거 그리는 시간, 누굴 불러서 이야기 듣는 시간, 같은게 있긴 한데, 대부분은 Free play랄까요. 자유롭게 장난감이나 밖에서 놀게 하는 편이에요. 그리고 많은 유치원에서 비가 오거나식사/간식 시간에 아이들 주의를 끌려고 만화같은 걸 보여주는 경우도 비일비재하구요
반면 스페인의 유치원들은 대부분 0-3살까지로 연령이 제한되어 있고, 시간이 9시, 12시, 3시, 5시로 이렇게 데리러 가고 오는 시간이 정해져 있더라구요. 여기 발렌시아 중심가만 그런건지 모르겠지만, 유치원 가방이나 교복 같은 것도 있어서 (매년 초에 준비물 등 값을 한번에 내요) 딱 보면 아, 쟤가 같은 유치원 다니는 애구나, 하고 바로 알아볼 수 있죠. 그리고 중심가에 있다보니 대부분 걸어오는데, 정해진 시간에 가고 오고 해야 하니까 좋은 점이라면 다른 아이들의 부모를 만날 수 있는 기회가 되기도 하더라구요. 실제로 영국에 있는 유치원에 제가 아는 두 사람의 아이들도 계속 다니고 있었는데, 그 사실을 유치원 관련된게 아닌 다른 행사에서 만나 얘기하다 알게 되었거든요? 하긴 다 데리러 가고 오는 시간도 다르고, 영국에서는 보통 차를 타고 데려다 준 후 바로 떠나는 경우가 많아 그런 거 같아요. 그리고 스페인의 유치원은 좀 더 학교같은 분위기가 있어요. 온갖 종류의 장난감이 너부러져서 유치원에 도착하자마자 바로 놀 수 있게 하는 영국 유치원같은 시스템이 아니라, 아침에 다들 모이면 다 앉아서 선생님의 지도하에 인사를 하고, 노래를 부르고, 그렇게 시간별로 프로그램이 짜져 있어서 움직이더라구요. 저는 개인적으로 이런 스페인의 유치원 분위기가 더 맘에 들긴 하는데.... 사실 영국이랑 스페인 유치원을 비교하자고 이 글을 쓰는게 아니라...
저번주 수요일에 아기를 데리러 갔는데, 오른쪽 눈 바로 아래 빨갛게 맨살이 보이는 상처자국이 있더라구요. 그래서 놀라 선생님께 물으니, 누가 할퀴었대요;;; 그 말에 더 놀라서 누가 그랬다는 거냐, 뭔 일이냐, 물으니, 스페인 사람들 특유의 그 여유로움으로 장난감가지고 놀다 싸워서 그랬다는 거에요. 그러면서 "No pasa nada, Tranquila" (별일 아니다, 진정해라) 그러는데... 진짜.... 거기에 다른 아이들 데리러 온 엄마들도 도리어 웃으며 다들 그런다, 으레 있는 일이다, 걱정마라, 그러는데... 갑자기 '이거 내가 이상한건가'하는 생각도 들고, 어쨌건 그래서 일단 알았다, 하고 데리고 나왔죠. 그런데, 한걸음 한걸음 뗄 때마다 막~~ 속이 상하고, 화가 나고, 꼬맹이 얼굴 볼 때마다 속에서 화인지, 속상함인지, 마음아픈건지, 하여간 그런 복잡한 기분들이 끓어오르더라구요 ㅜ_ㅜ
집에 와서 시부모님들에게 상처를 보여주고, 사진을 찍어서 남편에게도 보여주고.. 그랬는데, 참 다들 아무렇지도 않아 하더군요;;; 어릴 때 그럴 수 있는거지, 진정해라, 별일 아니다, 그런 말을 되풀이 하며 말에요. 그래도 얼굴인데! 그냥 레슬링하듯 싸우고 굴고 밀고, 그런게 아니라 누가 손톱으로 얼굴을, 그것도 눈 바로 근처를 그렇게 맨살 드러나게 할퀴었는데!!!그래도 워낙 주위에서 으레 그런거다, 하니까 속상해도 그냥 넘어갔죠.
그런데 다음날 아이를 유치원에 보내고, 여기서 알게된 다른 엄마들과 오전에 만나 커피를 한 잔하고 집에 오다가 문득 영국폰을 확인했는데, 남편한테서 부재중 전화가 2통이 와있더라구요. 남편이라면 제가 전화를 받아도 돈이 나간다는 걸 아니까 별일이 아닌 이상 제 영국폰으로 전화할 일이 없을텐데, 하다가 문득, 혹시 첫째 꼬맹이에게 무슨 일이 생긴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더군요. 그래서 부리나케 유모차를 끌고 집으로 달려왔더니, 아니나 다를까 첫째 꼬맹이가 집에 와서 주방에서 'mama, mama'하면서 울고 있더군요;;;;
시어머니에게 물으니 아기가 유치원에서 브런치를 먹고 다 올리고 하여간 안좋아보여서 집에 연락을 한거라고 하시더라구요. 전 다른 말은 없었냐, 또 무슨 일이 있었던건 아니냐, 막 그러는데 시어머니는 그냥 어깨를 들썩하시며 별 말은 없었다. 그런데 몸이 안좋아보여서 일단 죽을 끓여 먹였다, 그러시더군요. 저를 보자마자 울면서 제게 안겨 있는 꼬맹이를 보자니, 온갖 걱정이 밀려오면서, 밖에 나가있던 저 자신에게 화도 나고, 그러다가 한편으론 혹시 어제 그 상처때문에 애가 스트레스 받은건가, 하는 생각도 들고... 하여간 마음이 안좋았어요;;
그러다 열까지 오르고, 또 저녁에 토하고.. 그래서 다음날인 금요일에는 유치원에 안보내고 집에 데리고 있었죠. 그랬더니 금요일 오후쯤이 되니까 열도 내리고, 반항하면서 뺀질뺀질 노는 것이, 아, 니가 다 나아가는구나, 하고 생각했죠.
그런데 이번주 월요일에!!!! 아이를 데리러 갔을 때 사람들이 많길래 일단 데리고 집에 왔는데.. 집에 와서 밥을 먹이려고 아이를 아기용 의자에 앉혀놓고 보니, 두 볼에 또 마크가 두 개 있더라구요. 자세히 보니 이 자국이에요;;; 그것도 입을 벌려서 물었는지 이 자국이 원형으로 딱! 하고 나있더군요. 이건 또 무슨 경우인가, 싶어서 막 화가 미칠듯이 나고.... 이때는 시부모님이 뭐라 하시든 들리지도 않고, 사진을 일단 찍어서 남편에게 보낸 후 전화를 걸어 마구마구 퍼부어댔죠;;; 이런 경우가 어딨냐, 나한테 또 한번 'no pasa nada'그랬다간 다 뒤집어 엎을거다, 그러면서 말이죠;;;;
혼자 막 상상이 되는데, 얘가 혹시 유치원에 늦게 가서 (스페인 유치원은 학교처럼 학기제로 운영되더라구요, 그래서 대부분 아이들이 거기에 오래 있었던 반면, 제 아이는 전학 온 학생같은거죠), 아님 생긴게 달라서 애들한테 맞고 다니는건가, 혹시 애가 유치원에서 맞고 친구들이 자기랑 안놀아주니까 아침마다 그렇게 유치원에 안갈라고 울어대는 건가... 난 그것도 모르고 애를 그렇게 모질게 유치원에 몰아넣은건가, 그런 생각부터 시작해서, 내가 누구 좋자고 스페인에 아이들 다 데리고 와서 나도 적응이 덜 됬는데, 이 꼬맹이를 유치원에 하루종일 집어넣은건가, 싶은 생각까지... 정말 안좋은 생각들은 자기들끼리 번식을 하더군요;;; 그렇게 온갖 자책감과 속상함, 분노 등에 휩싸인데다가 아기를 보니 마음이 찢어지고, 내가 어찌해야 하나 싶고, 내가 스페인어만 잘 할 줄 알면 이런 일이 없었을 텐데, 아니 있더라도 강하게 따졌을텐데, 내가 스페인어를 잘 못해서 내 아이도 바보 취급(!)를 받나 싶고, 영국에 그냥 돌아갈까 싶기도 하고, 난데없이 막 스페인이 싫어지기도 하고... 어쨌건 그런 감정의 소용돌이에 휘말려서 정신이 혼미해질 무렵, 남편이 일단 진정하고 내일 유치원에 제 시어머니랑 가서 자초지종을 따져 물어보라고 하더군요. 동시에 이메일로 제가 따져 묻던걸 스페인어로 번역해서 보내주고 말이죠.
그렇게 밤새 남편이 보내준 메일에 더불어 궁금한 것들을 스페인어로 찾아 공부한 후, 다음날 아침 비장한 각오로 시어머니와 함께 유치원으로 향했죠. 심각한 분위기에 꼬맹이가 있는 2-3살 아이들을 담당하고 있는 선생님 두 명이 오고, 원장까지 와서 대화가 시작되었는데... 따져보니, 아이들은 장난감을 가지고 많이 싸우는데, 선생님 둘이서 8명, 15명 정도로 아이들을 두 반으로 나눠 담당하고 있다 보니, 아이들 한명 한명의 행동을 다 통제할 수 없다고 하더군요. 그리고 이 나이때의 아이들은 한창 '내거'를 주장하며 나누는 것에 익숙하지 않아서 그런 식의 충돌이 많이 생기고, 서로 때리는 것도 순식간에 일어나는 일이라 어쩔 수 없다고 말이죠. 그리고 제 꼬맹이 역시 다른 아이들과 장난감 문제가 생기면 다른 아이들을 때리거나 민다고... 그러니까, 제 꼬맹이가 때리는 것처럼 어떤 아이들은 자기 방어 수단이 할퀴거나 무는 거라는 거에요;;;;;;
영국에선 혼자 놀다가 넘어지거나 해서 다쳐오는 일이 있어도 이렇게 직접적으로 아이들과 부딪쳐서 상처가, 그것도 얼굴에 나서 오는 경우는 없었는데... 이걸 나이때문이라고 해야할지.. 아니면 영국보다 상대적으로 선생님대 학생 비율이 높은 스페인 시스템때문이라고 해야할지... 에휴.... 어쨌건 다들 "Claro"거리면서 그래, 애들은 그렇게 크는거지, 끄덕끄덕, 별일은 아니다, 너무 걱정하지 마라, 그러길래 일단 또 수긍하고 나왔습니다.
어제는 또 데리러 가니 얼굴이 발그스레 하길래, 선생님한테 묻지도 않고 꼬맹이한테 오늘 뭐했니, 하니까, 때리는 시늉을 하더군요;; 그래서 친구들이랑 때리고 놀았니(!), 하니까, 'Si, Si'하고 잘만 대답하면서 고개를 끄덕이며 시범을 보여주네요 하아.....
그래요.. 마음을 비워야겠죠... 다 자라는 과정이라 생각하면서.... 이런 정글같은 유치원에서 벌써부터 자기가 원하는 장난감을 얻기 위해, 때리고 밀고 물고 할퀴고....;;;;; 그렇게 커가는거겠지.. 하면서.. ㅠ_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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