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기와 살아남기

스페인, 이런건 좋지만 저런건 싫다

민토리_blog 2014. 11. 11. 05:08

스페인에 와있습니다. 벌써 여기 온지도 3주정도 된 거 같네요. 그리고 새해까지는 있을 생각이니 아직 스페인에서 지낼 날이 두달은 더 남아있습니다.

이런 긴 휴가의 시작은 시부모님이 농담인듯 진담인듯 하신 말로 시작되었는데요, 큰 꼬맹이 유치원을 알아봐 줄테니 아기둘을 데리고 스페인에 와있는게 어떠냐, 그럼 시어머니가 도와줄 수도 있을테고, 너도 둘째랑만 있는 시간을 좀더 가질 수 있을거 아니냐, 뭐 그러셨어요.
첨에 듣곤 하하, 하고 어색하게 웃고 넘겼는데, 또 몇주 지나니까 이 유치원 괜찮더라, 원장이랑 말도 해봤다 하시면서 진짜로 유치원 연락처랑 안내서를 보내시더라구요??
그래서 진짜로 심각하게 옵션들을 비교해보고 고민한 끝에 아기 둘을 데리고 넘어오기로 했습니다~

현재까지 스페인에 머물면서 좋은 점은..

1. 날씨가 좋아요~ 영국은 이제 좋던 날들 청산하고 비바람의 습격을 받기 시작했는데, 여긴 아직도 해가 쨍~ 낮에 해뜨면 20도까지 넘어가는 한국 늦여름, 초가을 분위기라 좋아요 ^^ 

2. 음식이 진짜...!! 영국에서는 외식을 해도 뭔가 늘 허기진 ! 느낌이 들었는데, 여기선 그냥 밖에 나가 걷다가 괜찮아 보이는 바나 까페 들어가서 디카페인 cafe con leche와 토마토 발려진 토스트를 먹어도, 무알콜 맥주에 bocadillo (바게뜨 빵으로 만든 따뜻한 샌드위치) 하날 먹어도 마음 속 까지 왠지 풍족해지죠 ㅎㅎ 특히 저처럼 맥주는 좋아하지만 모유수유때문에 술을 못먹는 사람에게 어디서나 주문하면 차가운 잔과 함께 나오는 무알콜 맥주의 존재는 정말 기쁨이랍니다 ^^ 그리고 어디서나 아무때나 쉽게 먹을 수 있는 Tapas도 좋구요, 이런저런 빵종류가 가득한 베이커리 (panadería)가 있다는 것도 좋은 점이죠.

3. 유치원이 영국보다 거의 반값으로 싸요 @@ 첫째 꼬맹이가 지금 여기서 종일반으로 매일 가는데 그래도 영국에서 3일 종일 보내는 것보다 싸요;; 여기서 유치원은 보통 0-3살까지만 받는데, 장난감으로 도배된 영국의 유치원과 달리 프로그램와 활동 위주로 하루를 보내더라구요. 남편말로는 스페인에서는 일정 수준 이상의 사람들이 유치원을 이용하기 때문에 아이들의 행동같은 것도 다를 수밖에 없다고 하던데... 하여간 맘에 들어요 ^^

4. 공원이 많아요. 그리고 곳곳에 아이들 놀이터가 설치되어 있답니다. 특히 이곳 발렌시아에서는 뚜리아 강이 흐르던 곳을 공원으로 바꿨는데요, 그래서 조금만 나가면 바로 공원으로 내려갈 수 있고, 그래서 숨이 트인 기분이 든답니다. 특히 저처럼 발렌시아 중심가에 살고 있는 경우, 조금만 걸어가면 공원에, 거대한 광장에, 외딴 지역에 살고 있던 제게 활기를 불어넣어준단까요 ㅎㅎ 첫째 꼬맹이도 충격이였는지 거릴 걸을 때마다 우와 하면서 'moto!!' '버스!!'하고 소릴 질러대죠

5. 낮이 길어요. 가게들도 8시 이후까지 문 연 곳이 많고, 10시경에 저녁 먹는 문화답게 바나 까페나 밤까지 활기차죠. 밤에 나가서 먹을 야식거리도 풍부하구요. 한국처럼 배달시켜 먹긴 힘들어도, 그나마 한국에 대한 향수를 느끼게 해준달까요 ^^

그래도 이런 건 정말 맘에 안들거나, 아쉽다, 하는 점을 꼽자면...

1. 시끄러워요. 중심가에 사는게 낮엔 좋은데 밤엔 돌아버릴거 같아요. 방 두개에 각각 자고 있는 꼬맹이들 땜에 귀마개를 하고 잘 수도 없고, 특히 금요일 밤, 토요일 밤은 난리도 아니죠. 이번에 할로윈이 금요일이였잖아요? 우와... 진짜.... 새벽에 창문열고 욕할뻔 했어요;; 다음날 아침에 나가니 이건 무슨.. 축제가 막 끝난 흔적이 거리를 뒤덮고 있더군요. 

2. 첫번째에 이어서 길에 개똥이 많아요 ㅠ 영국에 비해서 개를 데리고 나오는 사람이 엄청 많은데, 그걸 안치우는 사람도 좀 되는거 같고.. 그래서 길을 걸을 때면 지뢰 피하는 것마냥 눈을 번쩍 뜨고 다니죠.. 매주 월요일마다 청소차가  다니면서 물뿌리고 쓸고, 매일 아침마다 사람들이 가게를 열면서 또 쓸고 닦는데도 하루밤만 지나고 나면 또 난리도 아니예요. 아무래도 밤에 워낙 사람들이 많이 나와 놀고 취해서 그렇겠죠.

3. 아기 루틴 맞추기는 어려워요;; 영국에서는 아침, 점심 12-1시, 저녁 5-6시, 목욕, 그리고 늦어도 7시반에 잠 하면 끝이라서, 오후 4시쯤 되면, 이제 하루가 마무리 되는구나, 그런 생각이 드는데... 여기서는 4시가 되도 하루의 중반에 겨우 다다른 거 같은거에요. 아침먹고 almuerzo라고 부르는 브런치같은걸 보통 11시 전후에 먹고, 점심은 2-3시부터 시작해서 기본 1-2시간은 먹어주고, 4-5시까지 시에스타, 저녁먹을 시간에 merienda라는 간식같은 걸 먹어주고 실제로 사람들과 저녁먹을 약속을 잡을 때는 다 9시 이후에 잡으니까... 좀 피곤해요;; 아기들 있는 집은 여기서 대부분 8-9시 혹은 10시가 넘어 재운다고 하더라구요. 그래서 그런지 점심먹고 꼬맹이들 놀게 하려고 공원에 가면 사람이 없어요;; 공원에 간혹 아이들과 나와있는 사람들은 다들 스페인 사람이 아닌 외국인이죠 허허허;;

4. 음식종류가 많고, 식재료 특히 과일이나 야채같은게 풍부한건 사실인데, 스페인 요리가 아닌 걸 찾긴 좀 힘들어요. 사실 영국에서는 온갖 나라의 음식들을 다 맛볼 수 있고, 재료들도 손쉽게 구할 수 있잖아요? 식재료들이 비싸거나 맛이 없어서 그렇지;; 근데 스페인에선 좀 힘들더라구요. 특히 제빵과 관련된 걸 별로 못찾아요. 사실 직접 집에서 빵이나 케익 구워먹는 사람들도 드물구요 (하긴 바로 옆 베이커리에서 신선한 빵을 매일 구워주는데, 저같아도 사먹겠어요;;).  그래도 여기 발렌시아에 있는 Mercado central 에 가보면 탐나는 식재료들이 정말 많아서, 막상 여기 살면서 한국 요리용 소스같은 것만 준비하면 한국 사는 것마냥 다 해먹고 살거 같아요 ㅎㅎ 

5. 음식은 싼데 다른건 비싸요. 특히 옷이나 아기용품 관련된거. 발렌시아에서 흔하게 볼 수있는 유모차가 그 좀 고전방식으로 요람이 달린 거거든요? 흰색 레이스로 싸여져 있기도 하고, 특히 발렌시아 Mercado de Colón 근처에 가면 가장 많이 볼 수 있는 엄마들 타입이 있는데, 이런 유모차 끌면서 정말 잘 차려입고, 아기들도 인형처럼 입혀놨어요. 여기 근처에 유아용품 가게가 엄청 많은데 보면 진짜 예쁜데, 작은 드레스 하나에 50유로가 넘어가는 일도 태반이랍니다;; 그래서 그런지 여기사는 엄마들 얘기들어보니 보통 생일 선물같은 걸로 옷을 사달라고 많이 그런데요. 장난감은 어차피 많고 넘쳐나니까 그거 말고 차라리 비싼 옷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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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3주 살아봤으니 좀더 겪어봐야겠죠~ 그리고 발렌시아가 아닌 다른 지역에 사는 분들은 어떠실지도 모르겠구요;; 

일단 지금은 스페인에 아기들 데리고 어학연수하러 왔다, 하는 마음가짐으로 지내고 있습니다. 매일 운동도 하면서 출산 후 남아있는 녀석들을 보낼 준비도 하구요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