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기와 살아남기

아기를 재워봅시다 2 - 신생아 혼자 재우기

민토리_blog 2014. 9. 30. 00:11

이제 3살이 갓된 아기가 있는 친구 H는 저녁에 3-4시간씩 아기가 있는 방에서 책을 읽어주거나 노래를 불러주며 아기가 잠들기를 기다립니다. 4살이 넘은 딸이 있는 친구 K는 딸과 함께 딸의 방에서 잠들고, 남편은 다른 방에서 잠을 잡니다. 10개월 된 딸과 2살 반인 아들을 둔 친구 L은 방이 6개나 되는 거대한 집에 살면서도 모든 가족이 한 방에 모여 잡니다.


이렇게 사는 사람도 있고, 저렇게 사는 사람도 있으니 뭐라 할 말은 없지만, 이 친구들을 보면서 공통으로 느낀 점은 늘 피곤해 하거나, 본인의 시간이 없다는 것에 대해 스트레스를 받고 있다는 거였죠. 그래서 두번째로 적어보는 아기 잠재우기 주제는 '아기 혼자 재우기'입니다. 물론 아기와 함께 자는 것에 익숙한 분들이나 아기를 혼자 재우는 것에 불안감을 느끼시는 분들에게는 아무런 도움이 안되는 글이겠지만, 혹시라도 제 친구들과 비슷한 고민을 하시는 분들이거나 아기의 수면 방식에 대해 고민하고 있으신 분들이라면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길 바랍니다~

….


둘. 아기 혼자서 잠들게 하기


1. 왜 혼자 재우려고??


아기가 태어난지 얼마 안된 후에는 아기가 혼자서 잠들려고도 하지 않을 뿐더러 엄마도 무척이나 피곤한 상태이기 때문에 그냥 같이 자는게 낫죠. 그런데 아기는 커갈수록 잠자리에 일찍 들고, 나중에는 자는 것보다 더 놀려고 하기 때문에 옆에 엄마나 아빠가 있으면 더 일찍 잠들기 보다, 제 친구 H의 경우처럼 책읽어달라, 노래 불러달라, 그러면서 '잠자기 고문'을 시키는 경우가 더 많더라구요. 친구 K처럼 같은 침대에서 잠자는 경우라도, 대략 7시경부터 누워서 재우려고 하다보면 저녁의 대부분을 침대에서 덩달아 누워보내게 된다고 할까요. 그리고 아기 키워본 분들은 아시겠지만, 아기가 생기면 부부 관계가 가까운 듯 더 멀어지는 느낌이 든답니다. 매일 함께 전투를 하고 있긴 한데, 전투애랄까 그런 동지애는 있는데… 둘만의 애틋한 감정은 마치 사치처럼 느껴지는거죠;; (특히 저희처럼 주위에 육아를 도와줄 가족이 없는 경우, 애써서 둘만의 시간을 갖으려고 하지 않으면 정말 '연인/부부'가 아니라 '동지'처럼 되어간달까요;;)


그래서 저희같은 경우는 가능한 빨리 아기를 혼자 재우려고 했답니다. 그러고 나면 둘이서 녹초가 된 상태라도 침대에서 자기 전에나마 이런 저런 얘기도 할 수 있고, 아기가 깰까봐 손가락 하나 못움직이며 긴장하지 않아도 되구요. 영국에서도 아기가 6개월이 될 때까지는 아기 침대에 재우되 부모 방에서 같이 잠자도록 추천 하긴 합니다만, 저희 같은 경우는 아기가 2-3주 지난 후 아기 방에 따로 재우면서 모니터를 켜놨어요. 그렇게 자기 방에서 혼자 자는게 버릇이 되면 확실히 아기가 좀 컸을 때 내 삶이 편해져요~ 둘째가 태어나기 전에 늘 7-7시 반부터는 평온한 저녁시간을 즐길 수 있었던 것처럼 말이죠 ㅎㅎ


2. 같이 잠자기 vs. 따로 잠자기


아기가 사실 어릴 때는, 그리고 잠투정이 심한 경우에는 같이 잠자는 게 도리어 편하게 느껴지죠. 한국에 있는 새언니 같은 경우는 아기가 태어나기 전에 아예 엄마와 아기가 바닥에서 함께 잘 수 있는 두꺼운 매트리스? 같은 걸 사던데… 실제로 한국에 있는 친구들 같은 경우에는 아기와 대부분 같이 바닥 아니면 침대에서 자고, 남편도 같이 아기와 자거나 다른 방에서 자는 경우가 많더라구요. 영국에 있는 친구들 중에도 그런 케이스가 몇 있긴 하지만 대부분 그 사실을 좀 숨기(!)려고 하거나 말하더라도 '정당화'시키려는 경우가 많아요 (영국에서는 co-sleeping이 cot death (아기 돌연사?)의 원인이 될 수 있다고 가능한 피하라고 하거든요. 사실 영국에서 아기와 같이 잔다고 하면 뭐랄까.. 다들 예의를 차리느라 대놓고 뭐라 하진 못해도 좀 불편한 침묵이 흐르는 게 사실이죠;;).


저 같은 경우도 아기가 1-2주 되었을 때는 밤중 수유하다가 너무 피곤하고 지치면 그냥 아기를 침대로 데리고 가 잠들기도 하고, 아기가 밤중에 이유없이 울거나 떼를 쓰면서 1시간이 넘도록 자지 않는 경우 달랠려고 같이 침대에서 잔 적도 있는데요, 그럴 때마다 다음에 드는 생각은 '아, 절대 같이 안자야지';;;;; 아기는 잠이 들지 모르겠는데, 전 정말 피곤하더라구요. 아기가 조금만 움직여도 깨고, 숨소리가 조금만 고르지 못해도 깨고, 행여 너무 더울까봐 혹은 추울까봐 신경쓰느라 잠도 깊이 못들고… 그렇게 잠을 자는 둥 마는 둥 하고 밤을 보내고 나면, 그냥 밤을 꼬박 샌것보다 더 피곤해진다고 할까요. 그리고 아침에 어찌어찌 잠들었다가 깼는데, 옆에 아기가 자고 있으면 깰까봐 바로 일어나지도 못하고, 몸을 살짝 움직였는데 아기가 '으응'하면서 뒤척거리면 깨는건가 싶어서 완전 얼음으로 그대로 있는데… 그것도 고문이더라구요;; 특히 화장실이라도 가고 싶을 때면;;;;


그래서 그 다음부터는 밤중에 아무리 힘들어도 아기 방에서 달래서 아기 침대에 눕혀놓고 저희 부부방에 와서 뻗었어요. 그리고 가끔 런던 등으로 여행을 갈 때 아기 침대가 준비되지 못한 경우, 같은 침대에서 자기도 했었는데, 그럴 때 아기가 밤에 젖을 좀 더 많이 찾는 경우도 생기더라구요. 아무래도 젖 냄새가 나서 그런건지… 어쨌건 그런 이유들로 전 따로 잠자기를 선호하지만, 안좋은 점이라면 여행을 가거나 했을 때 방이 2개이거나 아기 침대를 꼭 따로 준비해야 한다는 거죠;; 


3. 어떻게 따로 재울 것인가


친구 S같은 경우는 첫째가 태어나고 9개월 동안 아기를 배 위에 올려놓고 잠을 잤답니다. 나중에는 극심한 불면증과 우울증에 시달리다가 결국 아기를 따로 재우기로 했죠. 그런데 9개월간의 고통이 무색하게 한달 후에 아기는 혼자 따로 자는 것에 익숙해 지더랍니다. 물론 그렇게 되기 전까지 한달 동안 아기는 저녁에 한시간 이상 울고, 밤에도 깨어서 울고, 그런 고통의 시간을 보내야 했지만요;; 그럼 본격적으로 풀어보는 따로 재우기 팁들..


* 2-3주가 지나면서 부터 서서히 저녁에 마지막 수유를 한 후 계속 아기 침대에 눕히세요. 그러다 깨면 다시 달래거나 젖을 먹이고 눕히고.. 물론 완전히 재우기 까지 시간이 좀 걸릴테고, 재웠다고 생각했는데 1시간도 안되서 다시 깨서 울 수도 있죠 ㅜ_ㅜ 그래도 가능하면 계속 침대에 눕혀 재우도록 하세요. 처음에는 언제 깰 지 모르니까, 엄마 아빠 방에 아기 침대를 두고 언제든 재우고 다시 엄마도 잘 수 있도록 준비하는게 좋구요. 안그럼 너무 피곤하니까요.. 아기가 너무 자주 깨서 이러다 내가 돌아버리겠다, 하는 상태가 되면 그 때는 그냥 데리고 침대에서 주무세요. 루틴보다 중요한건 엄마가 미치지 (!) 않아야 한다는 거니까요 ㅎㅎ


그러다 보면 어떨 땐 가망이 없게 느껴질 수도 있지만, 결국은 아기가 적응하게 되 있답니다 ㅎㅎ ;; 그렇게 아기가 잠자는 패턴이 좀 잡힌 후에 아기 침대를 아기 방으로 옮겨도 되고, 아니면 아기가 좀더 클 때까지 엄마 아빠 방에 놔둬도 되구요.


** 낮동안에도 가능한 아기가 혼자 잠들게 하세요. 특히 모유 수유 하는 경우, 젖을 빨다가 잠드는 경우가 많은데, 이럴 때 차라리 아기를 깨우느니 내가 소파 지박령이 되더라도 참고 가만히 있겠다 하는 유혹의 소리가 들릴 수 있는데.. 그래도 슬금슬금 아기를 바닥이든 침대든 어디든 내려 놓으려고 시도해보세요~


아, 아기가 자꾸 운다고 차에 태우거나 업어서 재우는 분들… 저희 오빠 같은 경우, 그렇게 온 가족이 새벽에 드라이브하다가 몇달 좀비로 고생하면서 주유소에만 기부 엄청 했답니다.. 친구 A같은 경우는 업어서 재웠는데, 아기가 돌이 지나고도 자꾸 업어달라고 해서 (그 때는 10킬로 가뿐히 넘는거 아시죠? ㅜ_ㅜ), 허리와 어깨 통증으로 지금도 고생한답니다 (아기는 지금 3살). 즉, 어릴 때는 그게 쉬운 방법 같아 보여도 멀리, 아주 멀~~리 보고 결정하세요. 정말 3살 버릇 여든 가니까요;;


*** 영국에서는 보통 아기가 3개월 될 때까지 정도는 Moses basket이라고 요람을 사용한답니다. 그리고 요람이 꽉 찰만큼 좀 커지면 (그게 3개월 정도) 아기 침대 (Cot/Cot bed)로 옮기지요. 요람을 사용하지 않고 아기 침대를 바로 쓸 경우, 아기들이 금방 깨는 이유가 아기 사이즈에 비해 침대가 턱없이 크기 때문에 허전하달까, 온기가 부족하달까, 그래서 깰 때가 많은데요. 그런 걸 대비해서 제가 병원에서 배운 작은 팁을 공유해 보자면…



-- 일단 아기가 누울 곳에 큰 타월 같은 걸 둘둘 말아서 요람처럼 만들어 줍니다 (사진의 왼쪽). 아기 침대가 커서 그러고도 공간이 많이 남는 경우, 아기 자리를 제외한 곳에는 큰 쿠션 같은 걸 올려둡니다 (사진 오른쪽). 대신 절대 아기쪽으로 떨어질 위험이 없게하세요. (사진은 런던에 갔을 때 호텔에서 준 여행용 침대 - travel cot -를 사용할 때 모습입니다. 여행용 침대 같은 경우는 밑에 따로 매리스가 없기 때문에 호텔 같은 곳에서 담요같은 걸 몇개 더 부탁해서 깔아주면, 푹신한 건 물론이고 높이가 높아지기 때문에 아기를 눕힐 때 허리에 무리가 덜 가더라구요).


--- 그 다음 큰 천 (bed sheet)으로 타월을 다 덮어서잠자리를 만들어 줍니다. 혹시나 아기가 자면서 바둥거리다가 팔이나 발에 천이 걸려 아기를 덮는 일이 없도록 천을 밑으로 잘 집어넣어 마무리 해줍니다.  

---- 이제 아기를 눕히고 재우면 끝!! ^^


행여라도 도움이 되셨으면 좋겠네요. 다른 분들은 아기 재울 때 어떻게 하는지 다른 방법도 공유해주세요~ 그럼 좋은 밤 되시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