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학기가 시작되고 어제는 첫강의를 하러 다녀왔다.
이번에 맡을 학생들은 학부 1년차. 작년처럼 영국인이 90프로이상을 차지한다.
아기를 낳고 좀 쉬어서 서서히 일할 준비도 할 겸 이번 학기 강의만 일단 시작하기로 했는데..
허허.. 학생들을 보고 오니 좀 복잡한 마음이 든다.
작년 학생들보다 좀 더 .. 힘들어 보인달까..
2010년경부터 해서 영국은 등록금 인상때문에 말이 많았다.
그동안 정부에서 지원해 주던 걸 줄이고 대신 학자금 대출 조건을 졸업 후 일정수준을 벌 수 있는 직장을 잡으면 반납할 수 있도록 규정을 완화시켜줬지만, 대학들이 3천 4천 파운드하던 학비를 9천파운드까지 올릴 수있게 해준거다.
그 말 나오자마자 Oxbridge가 '"그럼 우린 9천" 하고 나섰고, 뒤를 따라 왠만한 대학들도 다 "우리도 9천"하고 학비를 올렸다.
(사실 당연한 결과다. 외부에서야 뭐라고 등수를 매겨도 다들 우리 대학이 최고라고 광고하는 판에, 학비를 9천보다 낮게 책정하면 우리는 사실 학비 9천 내는 대학보다 좀 낮습니다, 하고 광고하는거 아닌가.)
근데 여기서 대학들은 좀 복잡한 상황에 처한다.
옥스브릿지야 솔직히 말하면 영국에서도 돈 있는 이들이 가거나, 돈이 좀 없어도 어디서든 장학금 받을만한 수준의 힉생들이 가니, 학비가 구천이든 만이든 그다지 타격받을 건 없는데..
다른 대학들은 명목상 체면상 학비를 올리긴 했지만, 행여 그때문에 학생들 수가 줄어들지는 않을지 걱정되기 시작하는거다. 그러다보니 어떤 대학은 대대적인 내부공사를 하기도 하고 운영구조를 바꾸기도 하고 학생중심의 강의를 광고하기도하고.. 어떻게든 "우리 대학은 네가 구천 파운드를 내도 안아까운 곳"이란걸 어필하기 위해 열심이다.
그런 내부의 움직임은 어찌보면 둔해지기 쉬운 대학에게 좋은 자극제가 되는 거 같지만..
문제는... 가끔 좀 심한 ' 타협'을 하기도 한다는거다.
예를 들면 좀 수준이 안되는 학생들을 받아들이거나 무차별로 학과 정원을 늘리거나, 제대로 가르칠 사람도 없으면서 겉모습만 번지르한 과목을 만들어 놓는 등... 아니면 어차피 영국인들보다 두 세배의 학비를 내야하는 외국인들을 더 받던지 해서 말이다...
그런 것도 대학방침이라고 하면 뭐 내 수준에서 뭐라 할 순 없지만..
구천파운드를 내고도, 출석율이 80프로를 못넘고 자신들이 선택한 전공의 공부임에도 별 의욕도 흥미도 없어보이는 18- 19세의 청춘들을 보자니...
숫자 맞추기에 여념없는 대학의 피땀흘린 (?) 노력들도 좀 우습고..
학비인상으로 마치 자신들이 공부할 기회를 박탈당한듯 그토록 열렬히 시위하던 학생들은 도대체 어디 갔나 싶기도 하고..
그런 복잡한 심정이 되었다.
그래도 어쩌랴.. 이미 맡은 몸, 어떻게든 흥미를 끌고 이해할 수 있도록 이번 학기에도 한판 쇼를 준비해야겠구나 에헤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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