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aby-free story

왜 한국에서는 성형이 유행인가?

민토리_blog 2013. 2. 7. 23:01

대부분은 그게 외모지상주의라고, 혹은 예쁜것만 좋아하는 남자들 때문이라고, 아니면 스스로에게 자신감없는 여자들의 마지막 발악같은 거라고 얘기하기도 하지만.. 그런 건 굳이 한국이여서가 아니고 그저 현재 세계 공통에서 일어나고 있는 그런 보편적 상황이다. 미디어가 발달했으니 그 기준이 다를지 몰라도 모두들 어떻게는 자신이 속한 사회에서 받아 들여지고 있는 '미'의 기준을 따라가려고 힘쓰고 있고, 예쁜 거 좋아하는 거야 남자에만 국한되게 아닐뿐더러, 스스로에게 자신감없는 여자들도 세계 어디에서나 넘쳐나고, 그걸 겨냥한 방송들도 넘쳐나지 않는가. 


그런데도 불구하고.. 한국만 유독스레 성형 바람이 심하게 분다. 외모로 밥먹고 살아가야 하는 연예인도 아니고, 외모에 기형적인 결함이 있는 것도 아니며, 그렇다고 자살을 몇번 시도할 만큼 외모로 인한 큰 절망에 빠진 것도 아닌데, 성형을 한다. 이웃집 여자가 했고, 대학 동기가 했고, 그저 스쳐지나간 여자가 했고, 가족 중의 누군가 했다. 그냥 누구나 돈이 허락되고 마음이 정해지면 하는거다. 왜? 


사회문화에서 찾아야 한다. 


한국문화는 유독 패쇄적인 경향이 강하다. 그동안 이래저래 휘둘려온 역사 속에서 살아남으려면 그만큼 굳건히 문을 닫고 '나 - 한국이라는 정통성'을 지켜야 했던 것도 있고, 획일화되었던, 여전히 그러한 한국식 교육을 탓할 수도 있다. 

그런 문화 속에서 자라는 우리는 '다름'에 그다지 익숙하지가 않다. 경쟁의 잣대가 정해져 있고, 많은 사람들이 원하든 원하지 않든 그 경쟁의 잣대속에서 싫든 좋든 평가되면서 살아왔고 살아간다. 그러다 보니, 그 기준을 벗어나는 사람을 보면 애매한 기분이 든다. 뭔가 신기하고 신선하면서도… 막상 그 사람이 기준을 벗어나 잘 서 있는 걸 보면.. 묘한 질투심과 박탈감을 느끼는 거다.


 '그래, 이게 최선이 아닌걸 알아. 이렇게 늘 경쟁하고 아둥바둥사는 거 나도 싫고 지쳐. 그런데 이렇게 견디고 있잖아? 난 열심히 하고 있다고. 그런데 왜 넌 그렇지 않아? 다들 열심히 하고 있는데 혼자만 잘난 척 하지 말라고. 왜 이렇게 정해진 길에서 열심히 사는 나는 힘든데, 그런 것 따위 무시한 너는 괜찮은거야? 너도 힘들어봐!'   


특히 그 길에서 벗어난 사람이 특수한 조건을 가지고 있는 경우, 그 특수한 조건이 내가 갖기 힘든 것이면 (예. 외국에서 자란 경우, 부모의 빽이 워낙 특출난 경우) 가질 수 없는 것에 대한 동경은 곧 시샘과 질투로 바뀌고 심하게는 증오하기까지 한다. 잘 나가는 사람에 대해 악플이 난무 한다든지, 심지어 물리적으로 해를 가하는 상황도 나온다. 그런 경우 가해자가 느끼는 분노와 증오는 그 사람에 대한 것이 아니라, 자신이 그렇게 될 수 없게 만든 상황, 구조에 대한 것일 때가 많다. 


그런데 반면 그 특수한 조건이 손에 닿을 법한 것이라면, 물론 누구든 그걸 가지려고 한다. '누구나 될(할) 수 있고 너도 될(할) 수 있는' 부자되는 법, 성공하는 법 같은 책들이 판을 치고 늘 베스트셀러에 오르는 이유가 거기 있다. 


성형도 비슷하다. 


획일성과 연관되어, 한국은 유난히 유행에 민감하다. 남과 다르기 싫은 거다. 그리고 남의 시선으로 자신을 바라보는 경향이 크다보니, 남들이 입고 있고 가지고 있는 게 예뻐/멋져보이거나 나도 왠지 하나 가지고 있어야 될 것 같은 생각이 든다. 그러면 그저 무난히 다 그렇네 하고 넘어가면 되는데, 모든 사람이 같은 게 아니니 다름이 어쩔 수 없이 드러난다. 


예를 들면, 바비 인형은 얼굴과 몸매는 다 같지만 머리 색깔이라든지 의상으로 특징을 준다. 우리나라는 그와 대략 반대라고 생각하면 된다. 머리색깔, 의상, 심지어 소품도 다 비슷할 때 특징을 주는 건 그 사람의 원래 외모 (키, 얼굴, 몸매, 비율 등)인 거다. 


그러다 보니, 그 외모가 다른 이들보다 잘난 이들은 주목 받는다. 관심을 받게 되고 그에 따른 이득을 취한다. 연예인이 되기도 하고, 남자(여자)들이 줄을 서서 만나자고 조르며 선물을 주기도 하며, 어떤 때는 취업도 더 잘되고 일도 더 무난히 한다. 그러다 보니, 그저 주어진 대로 열심히 살아온 우리네 보통 사람들 - 아무 결함없지만, 특별히 누군가를 뒤돌아 보게 할 만큼 예쁘거나 멋진 건 아니고, 되려 조금 더 알게 되면 나름의 매력이 넘쳐나는 그런 보통의 사람들 - 은 가끔 억울하고 속상해진다. 


"저 지지배 (혹은 저 새키) 나보다 공부도 못하고 완전 날라리였는데, 얼굴/몸매 하나 반반한걸로 지금은 나보다 더 잘나가잖아/ 쟤랑 나랑 별로 다른 것도 없는 거 같은데 왜 저애만 다른 남자 (여자)들이 관심을 갖지?/ 나는 여기까지 올려고 정말 열심히 고생하고 노력했는데 저 사람은 외모 하나때문에 내가 어렵게 얻은 걸 저렇게 쉽게 얻잖아? 나도 그랬으면, 내 코만 좀 더 세우면, 내 눈이 좀 만 더 컸으면… " 


그러다 보게 된다. 연예인들이 성형을 하고 나와 근사해진 외모를 자랑하고, 갑자기 사라진 친구중 누군가가 어느날 달라진 모습으로 나타나더니, 나와는 동급이 아니였던냥 굴어댄다. 그리고 인터넷을 하든 티비를 보든 떠들어 댄다. '당신도 변할 수 있습니다'라고.. 그 '특수한 조건'을 원한다면 '나'도 가질 수 있는 거다. 그러다 보니 '나도 맘만 먹으면 저들처럼 될 수 있어'라는 희망을 갖게 되고, 돈이라든가 제 몸에 칼대는 두려움, 후유증에 대한 걱정들로 봉인되고 있던 마음은 언제든 계기가 터지거나 필수조건만 갖춰지면 실행되는 거다. 


물론 그러고 나도 다른 문제는 남는다. 

성형을 하고 나서 나도 그 '다른 누군가'가 되고 나면 물론 예전의 내가 그렇듯 다른 이들도 나를 곱게 보진 않는다. 그리고 성형할 여건조차 되지 않는 이들은 성형한 이들에 대해 시기하고 어떤때는 분노한다. 이것 역시 성형한 이들에 대한 거라기 보다는 자신이 그렇게 될 수 없고, 또 그런 이들이 특별대우 받는 세상에 대한거다. 그리고 성형한 이들 역시 끊임없이 '가짜' 논란에 시달린다. '원조얼짱', '자연미인'이란 말 역시..  '본가 갈비집', '원조 막국수' 처럼 정통성 따지기 좋아하는 우리네 문화니까 말이다.. 


결론은 도대체 뭐냐 그럼?

결론은 그거다. 우리네 사회는 너무 획일화 되어 있다. 한 사람도 똑같은 사람이 없는데, 그 다른 사람들을 한 곳으로 줄 세워 몰아놓고 일관된 잣대로 점수를 매기니 스트레스 받을 수 밖에 없는거다. 그 스트레스가 너무 컸는지, 우습게도 사람들이 스스로 그 잣대에 맞추려고 한다. 성형이 그거다. 스스로를 틀에 끼워맞추는 거다. 

성형하는 이들이 가끔은 그걸 '개인의 선택'이라고 하지만, 그건 이미 개인을 벗어나 구조에 의해 형성되고 지배된 선택이다. 자신의 개성이 정말 중요하다면, 획일화된 사회문화/교육 등에 대한 반감을 품어 왔다면, 성형은 해선 안된다. 

스스로는 그럼으로써 나를 괴롭혀 왔던 상대적 박탈감을 이겨냈다고 생각할 지 몰라도, 결국 스스로가 한 건 그 구조에 적극 동참하고 지원한 거다. 그것도 내 돈 들이고 내 살, 뼈 깍아내면서… 


한번씩 한국 티비를 보다보면 놀랜다. 뭔가 다 멋지고 예뼈보이는데 다들 비슷해보여서… 그런 게 티비에서만 일어나는 일이면 좋겠다. 정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