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 부활절 방학을 맞아서 스페인에 있는 시댁에 다녀왔다. 전에도 잠시 말한 적 있는 것 같은데, 스페인의 시댁은 구시가의 유명한 관광장소 바로 근처에 있어서.. 낮동안에는 사람이 많아서 그렇지 그래도 구경할 곳도 넘쳐나고, 왠만한 관광명소는 다 걸어서 다닐 수 있을 정도라 편한데... 가장 문제는 바로 밤이다. 아니, 밤이라기 보다 새벽이라고 할까.. 스페인에서는 저녁을 빠르면 9시, 보통 10시, 심지어 11시에 먹기도 하기 때문에, 레스토랑같은 경우 자정이 넘어 1시쯤에 문을 닫거나, 술집같은 경우 새벽 4시, 5시, 클럽이면 6시까지도 문을 여는 곳이 많은데 (뭐 한국과 비슷하다고 보면 된다).. 이렇게 가게들이 문을 닫고 난 후 거리로 나오는 취객들 때문에 늘 밤이 시끄럽다;;; 특히 금요일과 토요일은 완전 난리도 아님;;;
이번에 한번은, 금요일이였나.. 자정쯤 되었을 때, 갑자기 밖에서 큰소리가 나기 시작했다. 왁자지껄 떠들고, 웃고, 소릴 지르고.. 잘 들어보니 다 영어다. 알고보니 한 무리의 영국인 관광객들이 도로변의 벤치에 앉아 맥주를 마시며 놀고있는거다;; 어디선가 밖에서 스페인 사람이 시끄럽다고 말을 하는 소리가 들렸고, 그 말에 잠시 잠잠해지나 했던 사람들은 다시 웃고 떠들며 놀았고.. 결국 시아버지는 경찰에 신고를 하셨다;; 그 후 그 영국인 관광객 무리는 여전히 웃고 떠들며 서서히 자리를 옮겨갔고, 그제야 거리는 좀 조용해졌다.
그런가 하면, 수요일 새벽 3시경에 갑자기 '쾅!'하는 소리에 놀라 잠을 깼는데... 계속 쾅쾅, 하고 울리는 소리를 들어보니, 폭죽 소리다;; 아니 이 새벽에 누가 폭죽을! 싶어 귀를 기울여 보니, 또 영어 소리가 들리는거다.. 2-3명인듯 한데, 술에 취했는지, 들뜨고 혀꼬인 목소리로 웃으며 "Hey, Jimmy, Stop it, hahahaha"하는 소리가 들렸고, 그 말에 또 따라웃는 일행 (혹은 지미)이 있었고, 여전히 폭죽을 터트리는 지미가 있었다. 곧 있으니 근처 건물에 살고 있는 사람들이 창문을 열고 밖을 향해 소리치는게 들렸다. 그만하라고, 경찰을 부르겠다고, 사람들이 자고 있다고... 그런데 지미 일당들은 귀가 먹어버린냥 다시 지들끼리 키득거리며 폭죽을 터트리고 다녔다. 그러다 경찰이 왔는지, 더이상 소리가 들리지 않는다 싶었는데, 이 망할 지미는 또 새벽 4시가 훌쩍 넘어 다시 나타나 폭죽을 터트려댔다. 이때는 나도 열이 받아서 당장 나가 사진과 동영상을 찍어 신고해버리겠다고 벌떡 자리에서 일어나 남편과 몇가지 욕을 주고받고 발코니로 나가려는데 소리가 뜸해지더니 들리지 않게 되었다...
그렇게 열이 받은 상태로 잠자리에 다시 누워있다가 떠오른 몇가지 이미지가 있는데...
하나는 한국에 있었을 때. 지하철을 탔는데, 문 쪽에 배낭여행객으로 보이는 백인 4-5명이 바닥에 죽치고 앉아있는거다. 다른 사람들이 타든 말든 자기들 맘대로 바닥에 걸터앉아서 다리는 있는데로 뻗어놓고, 시시덕거리면서 놀고있는데.. 솔직히 말하자면 상당히 불쾌했다. 도대체 한국을 여행다니면서 언제 한국사람들이 저렇게 대중교통을 이용하며 바닥에 앉아있는 걸 봤단 말인가. 아니면 한국의 문화같은건 아무래도 상관없었던건가.. 아니면 그걸 그들은 자유로운 영혼이라고 부르고 싶었던 건가...
또 한번은 유럽배낭여행을 할 때, 독일 뮌헨에서 머물렀던 숙소에서 새벽 2시에 울려퍼지던 '대~~~한민국! 짝짝짝 짝짝'소리... 차마 밖에 나가서 그만하라고 하기도 부끄러워 외면해버렸던 그 밤과 다음날 후다닥 짐을 챙겨 나왔던 기억.
그리고 스페인 마드리드에서 친구와 유명한 광장에서 맥주를 마시다 보게된 광장을 둘러싼 건물 중 하나 벽에 걸려있던 현수막. 'Don't give money to musicians. 5 minute entertainment for you, but daily noise for us'
........
얼마전에 읽은 Daily Mail에는 'White 'beg'-packers in South East Asia'에 대한 기사가 실렸다. 요점인즉, 동남아시아로 여행간 많은 유럽인들이 여행자금을 조달하기 위해 구걸을 하고 있다는 거였다. 이미 많은 소셜미디어를 통해 퍼진 사진들이 실려있었고, 그 곳에는 다양한 백인 여행객들이 포스트카드를 팔거나, 아니면 그냥 앉아 영어로 'Help me to buy a return ticket to home'같은 걸 적어놓은 종이와 종이컵을 앞에 두고 구걸하는 모습이 담겨 있었다. 그리고 그걸 올린 동남아시아 사람들의 반응은, 우리나라에서는 진짜 어려운 상황이 아니면 이렇게 길에서 구걸하지 않는다, 이건 수치스러운 행위이고, 그렇기 때문에 정말 도움이 필요한 사람들만 한다, 법으로 엄격히 단속하고 있다, 그렇게 값비싼 여행장비를 옆에 두고 돈을 달라는데 이해되지 않는다, 생계에 필요한게 아니라, 본인이 선택한 사치에 해당하는 라이프스타일을 위해 이런 식으로 현지인의 돈을 뜯어내려는 걸 이해할 수 없다, 등등의 비판적인 의견이 대부분이였다. 그중 가장 인상깊게 남았던 누군가의 말은, 'If they don't behave in that way in their country, why do they think it's acceptable in our country?'
영국에서 어학연수를 할 때, 만났던 한국사람들에게 가장 많이 들었던 말은, '어차피 한국가면 모른다'였다. 여행이 때로 '새로운 시작', '새로운 도전'이라는 의미로 받아지는 이유는, 내가 익숙하던 공간이 아닌, 나도 모르고, 나를 아는 사람도 없는 미지의 곳에 발을 내딛기 때문이다. 내가 원한다면 지금까지와는 전혀 다른 모습으로 살아가도, 어차피 내 과거를 아는 사람이 없으니, 새로운 시작을 하기도 편하고... 거기서 정착하는 게 아니라, 어차피 1주일, 길어야 몇달 지내다 갈 곳이라면, 어차피 다시 볼 일도 없을테니 솔직히 부담도 없다. 그동안 눈치보여서 하지 못했던 것도 실컷 해보고, 그렇게 일탈을 즐기는게 때로는 여행의 묘미처럼 느껴지기도 하니까... 그래서 아마 그럴거다. 영국에서는 그렇게도 예의를 차리던 사람들이 남의 나라에 가서 자정이 넘도록 떠들어 대고, 새벽에 폭죽을 터트려 대고.. 사실 우리 모두 여행가서 깽판치거나 부끄러웠거나 미친 척 했던 경험은 다들 하나씩 있을거니까... 그래, 그럴 수 있다 치자.
그런데 현지인 입장이 되면 또 보는게 달라진다. 솔직히 런던이나 유럽의 고풍스런 도시에 가서 멋지게 늘어선 건물 사진을 찍으며 그 안에 진짜 사람이 매일 우리가 하던 것과 똑같은 일상을 보내며 살고 있다는게 잘 안믿어질 수도 있으니까.. 왠지 여기는 장식해 둔 '관광지'이지, '주택가'일거라고는 생각하지 않으니까. 특히 밤이 되면 그런 느낌이 더 할 수 있다. 다 조용하니까, 마치 불꺼진 놀이동산에 들어온 것 마냥 왠지 신기하고 설렐 수도 있지, 그래, 그럴 수 있지. 거기다 소리가 메아리쳐서 울리기 까지 하니까, 노래 한번 부르고 싶어질 수 있지. 낮동안 내내 쌓인 마음 한 번 탁 터놓고 소리질러 보고 싶을 수 있지. 그리고 사실 현지인들은 그런 일상에 지쳐서 다들 귀마개 하나씩 하고 자고 있거나, 아니면 당신이 모르는 사이에 이미 경찰에 신고 당했을 수도 있고;; 그렇다해도 경찰은 그런 민원을 수도 없이 매일 듣고 있기에 경찰도 일이 크게 벌어지지 않은 이상, 별로 제재를 하진 않을 거고.. 그렇게 무탈없이 관광객은 여행에서의 새로운 추억을 얻었고, 현지인은 또 하루의 편안하지 못한 밤을 지냈겠지.
사실 이건 외국에서만의 일이 아니라, 같은 나라에서도 일어난다. 예전에 한국에 갔을 때 아이들 때문에 호텔 같은 곳 대신에 독채를 빌릴 수 없을까 싶어 뒤지다가 AirBnB를 통해 아파트를 빌려 머물렀던 적이 있는데.. 집주인분이 '제발 밤에 조용히 해주시고, 혹시 경비아저씨가 물어보면 그냥 친척집에 놀러온거라고 해주세요'했다. 알고 보니, 예전에 머물렀던 사람들이 밤늦게 까지 파티를 하고 놀아서 아파트 주민분들 불평이 컸었단다. 여행간 사람들 입장에서는 편하게 도시 안에서 아파트 한채 잡고 놀려고 빌린 건데, 당연히 밤 10시 땡, 하고 안자고 놀았을 테고, 거기 주민들 입장에서는 이 밤중에 왠 날벼락인가 싶었을 거 아닌가.. 이미 그 집은 아파트 내부 블랙리스트 안에 들어 있었던 건지... 다음날 아침 쓰레기를 버리려고 나가자 바로 경비 아저씨가 따라와 물으셨다;;
뭐 어쨌건, 여행가서 까지 눈치보다가 오라는 소리를 하는게 아니라.. 현지인 입장도 있다, 뭐 그런 생각에 주절주절 쓰고 있다 (사실 스페인에서 폭죽 소리를 들었을 때, 속으로 '망할 여행객들!'하고 생각을 했기 때문에;;;; 그러다 문득, 그럼 난 여행객 아닌가, 싶어서. 유럽에 나와 살고 있는 순간부터 늘 외부인, 여행객으로 보여왔던 내가, 그리고 그렇게 살아왔던 내가 도대체 언제부터 현지인같은 생각을 하게 되었나 싶어 놀라기도 했고;;;; 사실 여전히 어딜 가나 여행객 취급을 받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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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1. 올해는 부지런해지겠다고 하더니... 3월에는 학회지 논문 마감이 있어서 후다닥 보내버리고.. 4월초에는 부활절 휴가라 스페인 다녀온다고 정신없이 보냈네요. 며칠전에 돌아왔습니다. 방학도 이번 주로 끝이네요 ~
덧2. 재외국민 투표는 다음 주부터 시작됩니다. 그래서 요즘 매일 한국 뉴스를 뒤지며 대통령 후보들 배경조사를 하고 있는데.. 참 쉽지 않네요;;; 그나저나 국외부재자, 재외국민 경우 우편 투표가 가능해졌으며 좋겠어요. 이건 무슨 런던 한번 가는 거에 백파운드 가량 깨지니 ;;; 거기에 걸리는 시간도 장난 아니고.... 한국이라고 치면, 네가 어디에 살든 투표를 하고 싶으면 서울까지 와라, 하는 거랑 똑같다구요 ㅜ_ㅜ
덧3. 올해는 유럽도 그렇고 줄줄이 선거가 많네요. 긴장되는 시기에요!!
덧4. 여기도 해가 쨍한게 살짝 봄같이 느껴졌는데... 다음주부터는 다시 추워진다네요 ㅠ_ㅠ 봄꽃 즐길 수 있으실 때 즐기세요~~
이번에 한번은, 금요일이였나.. 자정쯤 되었을 때, 갑자기 밖에서 큰소리가 나기 시작했다. 왁자지껄 떠들고, 웃고, 소릴 지르고.. 잘 들어보니 다 영어다. 알고보니 한 무리의 영국인 관광객들이 도로변의 벤치에 앉아 맥주를 마시며 놀고있는거다;; 어디선가 밖에서 스페인 사람이 시끄럽다고 말을 하는 소리가 들렸고, 그 말에 잠시 잠잠해지나 했던 사람들은 다시 웃고 떠들며 놀았고.. 결국 시아버지는 경찰에 신고를 하셨다;; 그 후 그 영국인 관광객 무리는 여전히 웃고 떠들며 서서히 자리를 옮겨갔고, 그제야 거리는 좀 조용해졌다.
그런가 하면, 수요일 새벽 3시경에 갑자기 '쾅!'하는 소리에 놀라 잠을 깼는데... 계속 쾅쾅, 하고 울리는 소리를 들어보니, 폭죽 소리다;; 아니 이 새벽에 누가 폭죽을! 싶어 귀를 기울여 보니, 또 영어 소리가 들리는거다.. 2-3명인듯 한데, 술에 취했는지, 들뜨고 혀꼬인 목소리로 웃으며 "Hey, Jimmy, Stop it, hahahaha"하는 소리가 들렸고, 그 말에 또 따라웃는 일행 (혹은 지미)이 있었고, 여전히 폭죽을 터트리는 지미가 있었다. 곧 있으니 근처 건물에 살고 있는 사람들이 창문을 열고 밖을 향해 소리치는게 들렸다. 그만하라고, 경찰을 부르겠다고, 사람들이 자고 있다고... 그런데 지미 일당들은 귀가 먹어버린냥 다시 지들끼리 키득거리며 폭죽을 터트리고 다녔다. 그러다 경찰이 왔는지, 더이상 소리가 들리지 않는다 싶었는데, 이 망할 지미는 또 새벽 4시가 훌쩍 넘어 다시 나타나 폭죽을 터트려댔다. 이때는 나도 열이 받아서 당장 나가 사진과 동영상을 찍어 신고해버리겠다고 벌떡 자리에서 일어나 남편과 몇가지 욕을 주고받고 발코니로 나가려는데 소리가 뜸해지더니 들리지 않게 되었다...
그렇게 열이 받은 상태로 잠자리에 다시 누워있다가 떠오른 몇가지 이미지가 있는데...
하나는 한국에 있었을 때. 지하철을 탔는데, 문 쪽에 배낭여행객으로 보이는 백인 4-5명이 바닥에 죽치고 앉아있는거다. 다른 사람들이 타든 말든 자기들 맘대로 바닥에 걸터앉아서 다리는 있는데로 뻗어놓고, 시시덕거리면서 놀고있는데.. 솔직히 말하자면 상당히 불쾌했다. 도대체 한국을 여행다니면서 언제 한국사람들이 저렇게 대중교통을 이용하며 바닥에 앉아있는 걸 봤단 말인가. 아니면 한국의 문화같은건 아무래도 상관없었던건가.. 아니면 그걸 그들은 자유로운 영혼이라고 부르고 싶었던 건가...
또 한번은 유럽배낭여행을 할 때, 독일 뮌헨에서 머물렀던 숙소에서 새벽 2시에 울려퍼지던 '대~~~한민국! 짝짝짝 짝짝'소리... 차마 밖에 나가서 그만하라고 하기도 부끄러워 외면해버렸던 그 밤과 다음날 후다닥 짐을 챙겨 나왔던 기억.
그리고 스페인 마드리드에서 친구와 유명한 광장에서 맥주를 마시다 보게된 광장을 둘러싼 건물 중 하나 벽에 걸려있던 현수막. 'Don't give money to musicians. 5 minute entertainment for you, but daily noise for u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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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전에 읽은 Daily Mail에는 'White 'beg'-packers in South East Asia'에 대한 기사가 실렸다. 요점인즉, 동남아시아로 여행간 많은 유럽인들이 여행자금을 조달하기 위해 구걸을 하고 있다는 거였다. 이미 많은 소셜미디어를 통해 퍼진 사진들이 실려있었고, 그 곳에는 다양한 백인 여행객들이 포스트카드를 팔거나, 아니면 그냥 앉아 영어로 'Help me to buy a return ticket to home'같은 걸 적어놓은 종이와 종이컵을 앞에 두고 구걸하는 모습이 담겨 있었다. 그리고 그걸 올린 동남아시아 사람들의 반응은, 우리나라에서는 진짜 어려운 상황이 아니면 이렇게 길에서 구걸하지 않는다, 이건 수치스러운 행위이고, 그렇기 때문에 정말 도움이 필요한 사람들만 한다, 법으로 엄격히 단속하고 있다, 그렇게 값비싼 여행장비를 옆에 두고 돈을 달라는데 이해되지 않는다, 생계에 필요한게 아니라, 본인이 선택한 사치에 해당하는 라이프스타일을 위해 이런 식으로 현지인의 돈을 뜯어내려는 걸 이해할 수 없다, 등등의 비판적인 의견이 대부분이였다. 그중 가장 인상깊게 남았던 누군가의 말은, 'If they don't behave in that way in their country, why do they think it's acceptable in our country?'
영국에서 어학연수를 할 때, 만났던 한국사람들에게 가장 많이 들었던 말은, '어차피 한국가면 모른다'였다. 여행이 때로 '새로운 시작', '새로운 도전'이라는 의미로 받아지는 이유는, 내가 익숙하던 공간이 아닌, 나도 모르고, 나를 아는 사람도 없는 미지의 곳에 발을 내딛기 때문이다. 내가 원한다면 지금까지와는 전혀 다른 모습으로 살아가도, 어차피 내 과거를 아는 사람이 없으니, 새로운 시작을 하기도 편하고... 거기서 정착하는 게 아니라, 어차피 1주일, 길어야 몇달 지내다 갈 곳이라면, 어차피 다시 볼 일도 없을테니 솔직히 부담도 없다. 그동안 눈치보여서 하지 못했던 것도 실컷 해보고, 그렇게 일탈을 즐기는게 때로는 여행의 묘미처럼 느껴지기도 하니까... 그래서 아마 그럴거다. 영국에서는 그렇게도 예의를 차리던 사람들이 남의 나라에 가서 자정이 넘도록 떠들어 대고, 새벽에 폭죽을 터트려 대고.. 사실 우리 모두 여행가서 깽판치거나 부끄러웠거나 미친 척 했던 경험은 다들 하나씩 있을거니까... 그래, 그럴 수 있다 치자.
그런데 현지인 입장이 되면 또 보는게 달라진다. 솔직히 런던이나 유럽의 고풍스런 도시에 가서 멋지게 늘어선 건물 사진을 찍으며 그 안에 진짜 사람이 매일 우리가 하던 것과 똑같은 일상을 보내며 살고 있다는게 잘 안믿어질 수도 있으니까.. 왠지 여기는 장식해 둔 '관광지'이지, '주택가'일거라고는 생각하지 않으니까. 특히 밤이 되면 그런 느낌이 더 할 수 있다. 다 조용하니까, 마치 불꺼진 놀이동산에 들어온 것 마냥 왠지 신기하고 설렐 수도 있지, 그래, 그럴 수 있지. 거기다 소리가 메아리쳐서 울리기 까지 하니까, 노래 한번 부르고 싶어질 수 있지. 낮동안 내내 쌓인 마음 한 번 탁 터놓고 소리질러 보고 싶을 수 있지. 그리고 사실 현지인들은 그런 일상에 지쳐서 다들 귀마개 하나씩 하고 자고 있거나, 아니면 당신이 모르는 사이에 이미 경찰에 신고 당했을 수도 있고;; 그렇다해도 경찰은 그런 민원을 수도 없이 매일 듣고 있기에 경찰도 일이 크게 벌어지지 않은 이상, 별로 제재를 하진 않을 거고.. 그렇게 무탈없이 관광객은 여행에서의 새로운 추억을 얻었고, 현지인은 또 하루의 편안하지 못한 밤을 지냈겠지.
사실 이건 외국에서만의 일이 아니라, 같은 나라에서도 일어난다. 예전에 한국에 갔을 때 아이들 때문에 호텔 같은 곳 대신에 독채를 빌릴 수 없을까 싶어 뒤지다가 AirBnB를 통해 아파트를 빌려 머물렀던 적이 있는데.. 집주인분이 '제발 밤에 조용히 해주시고, 혹시 경비아저씨가 물어보면 그냥 친척집에 놀러온거라고 해주세요'했다. 알고 보니, 예전에 머물렀던 사람들이 밤늦게 까지 파티를 하고 놀아서 아파트 주민분들 불평이 컸었단다. 여행간 사람들 입장에서는 편하게 도시 안에서 아파트 한채 잡고 놀려고 빌린 건데, 당연히 밤 10시 땡, 하고 안자고 놀았을 테고, 거기 주민들 입장에서는 이 밤중에 왠 날벼락인가 싶었을 거 아닌가.. 이미 그 집은 아파트 내부 블랙리스트 안에 들어 있었던 건지... 다음날 아침 쓰레기를 버리려고 나가자 바로 경비 아저씨가 따라와 물으셨다;;
뭐 어쨌건, 여행가서 까지 눈치보다가 오라는 소리를 하는게 아니라.. 현지인 입장도 있다, 뭐 그런 생각에 주절주절 쓰고 있다 (사실 스페인에서 폭죽 소리를 들었을 때, 속으로 '망할 여행객들!'하고 생각을 했기 때문에;;;; 그러다 문득, 그럼 난 여행객 아닌가, 싶어서. 유럽에 나와 살고 있는 순간부터 늘 외부인, 여행객으로 보여왔던 내가, 그리고 그렇게 살아왔던 내가 도대체 언제부터 현지인같은 생각을 하게 되었나 싶어 놀라기도 했고;;;; 사실 여전히 어딜 가나 여행객 취급을 받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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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1. 올해는 부지런해지겠다고 하더니... 3월에는 학회지 논문 마감이 있어서 후다닥 보내버리고.. 4월초에는 부활절 휴가라 스페인 다녀온다고 정신없이 보냈네요. 며칠전에 돌아왔습니다. 방학도 이번 주로 끝이네요 ~
덧2. 재외국민 투표는 다음 주부터 시작됩니다. 그래서 요즘 매일 한국 뉴스를 뒤지며 대통령 후보들 배경조사를 하고 있는데.. 참 쉽지 않네요;;; 그나저나 국외부재자, 재외국민 경우 우편 투표가 가능해졌으며 좋겠어요. 이건 무슨 런던 한번 가는 거에 백파운드 가량 깨지니 ;;; 거기에 걸리는 시간도 장난 아니고.... 한국이라고 치면, 네가 어디에 살든 투표를 하고 싶으면 서울까지 와라, 하는 거랑 똑같다구요 ㅜ_ㅜ
덧3. 올해는 유럽도 그렇고 줄줄이 선거가 많네요. 긴장되는 시기에요!!
덧4. 여기도 해가 쨍한게 살짝 봄같이 느껴졌는데... 다음주부터는 다시 추워진다네요 ㅠ_ㅠ 봄꽃 즐길 수 있으실 때 즐기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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