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다한 책읽기

[Mary Poppins] 부모라면 누구나 한번쯤은 메리 폽핀스가 되어보지 않을까

민토리_blog 2015. 4. 3. 05:34



Mary Poppins (Hardcover)

저자
Travers, P. L./ Shepard, Mary 지음
출판사
Harcourt | 2006-06-01 출간
카테고리
아동
책소개
From the moment Mary Poppins arrive...
가격비교

첫째 꼬맹이는 탈 것이라면 뭐든지 좋아한다. 공사장에서 쓰이는 모든 종류의 차들 부터 비행기, 기차, 전철, 오토바이, 자전거, 등등.. 스페인에 갔다가 남편이 어렸을 때 가지고 놀았다던 작은 금속으로 된 차들을 들고 왔는데, 거기에 다른 연세드신 이웃분들이나 친구분들이 자기 손자가 가지고 놀던 거라며 주신 것까지 포함해서 한 상자 가득되는 차들을 첫째 꼬맹이는 줄을 세워가며, 혹은 가상의 도로를 만들어 가며 혼자 가지고 논다 (둘째 꼬맹이가 기어가서 다 어지르기 전까지;;). 밖에 나가면, 기차역에 가는 걸 좋아하는데, 그래서 가끔 난 아이들을 데리고 근처 기차역에 가서 아무 기차나 타고 근처에 다녀오기도 한다. 


한번은 둘다 데리고 커다란 기차역에 갈 일이 있었는데, 시간 떼우기용으로 간거라 기차를 탈 생각은 전혀 없었다. 그런데 기차를 보더니 첫째 꼬맹이가 자기도 타고 싶다고 졸라대기 시작했고.. 그래서 꼬맹이더러 승강장으로 들어가는 사람들을 보여주며, "봐봐, 표가 있어야 들어가지. 우린 표가 없잖아" 했는데, 난데없이 꼬맹이가 내 뒤로 돌아가더니 내 가방을 열어달라는거다. 왜, 하고 물으니, 표가 내 가방에 있을거란다... 


이런 경우가 종종 있다. 첫째 꼬맹이는 배가 고플 때도, 장난감을 원할 때도, 뭐가 필요할 때 내게 요구를 하다가 내가 들어주지 않으면 내 가방을 공격(!)하곤 하는데.. 첫째 꼬맹이는 내가 가방에 자신이 원하는 대부분의 것들을 다 들고 다닌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 심지어 남편도 같이 외출했다가, 아이에게 필요한게 생겼을 때 내가 이것 저것 가방에서 꺼내주면, 놀래곤 하는데.. 그 때 나오는 표현이... 


"You are like Mary Poppins"


도라에몽의 주머니 같은 것이, 메리 폽핀스의 카펫으로 만든 가방이라고 할까... 


전에 'Saving Mr Banks'라는 영화를 본 후, 그 주인공인 Pamela Travers가 쓴 Mary Poppins 책을 빌려다봐야 겠다고 했는데, 그 후 집 근처 도서관에는 그 책이 없어 더 큰 도서관에 주문을 해서 기다린 후에야 책을 받아 읽어볼 수 있었다. 메리 폽핀스를 디즈니에서 만든 뮤지컬 형식의 오래된 영화나, 그 아이디어를 따온 영화등을 통해서만 접해본 나 같은 경우, 책이 내게는 더 좋게 다가왔다. 


흔한 아이들의 책에 나오는 '아이들의 편'인 어른들과 달리, 메리 폽핀스는 아주 현실적인 어른의 모습을 하고 있었고, 그래서 도리어 아이 둘을 키우고 있는 엄마인 내게 도리어 위안처럼 다가왔다. 그녀는 아이들이 상상만 하던 어떤 마법을 부릴 수 있고, 그래서 아이들에게 새로운 경험을 가져다 주기도 하지만, 그녀는 현실적이고, 예의를 중시하고, 안되는 건 안된다고 하고, 시간에 쫒길 때는 아이들에게 'Snappy (퉁명스러운?)' 해지기도 하는 평범한(?!) 사람이랄까.. 물론 누구나 우산을 타고 하늘을 날아오르거나, 그림 속으로 들어가서 Afternoon tea를 마시고 오거나, 동물원의 모든 동물들이 모여서 특별한 생일 파티를 해주거나, 공중에 뜰 수 있거나 하진 않지만.. 한편으로 생각해보면, 우리가 아이들에게 제공해주는 모든 것들이 아이들의 눈에는 마법처럼 보이지 않을까... 


아이들과 산이나 숲으로 놀러가면, 가끔 나무작대기와 잎파리 같은 걸 주워다 이것저것 만들어 주기도 하고, 날이 좋은 날에는 정원에서 붓을 가지고 물을 찍어서 그림을 그리기도 하고, 우산을 가지고 작은 텐트를 만들어 같이 쭈그리고 앉아 빗소리를 듣기도 하고, 종이를 접어 배를 만들거나 새를 만들어 주기도 하고... 아이가 심심해하면 아무 종이에다가 아이가 원하는 걸 그려서 동화를 만들어 주기도 하며, 배가 고프다고 하면 간식도 뚝닥뚝닥 나오고... 실제로 아이들과 외출할 때 들고 나가는 기저귀가방에는 두 아이의 여분 옷들과 기저귀 등 말고도, 동화책 몇권, 장난감 몇개, 작은 노트북, 크레용과 펜들, 스폰지로 만들어진 붓, 종류별로 다른 간식들 등등 거의 모든 상황에 대비할 수 있는 것들이 들어있다;; 


책의 마지막에 작가와 인터뷰한 후기가 실려 있었는데, 인터뷰한 사람이 메리 폽핀스의 실제 모델이 된 사람이 있느냐고 묻자, 작가인 Pamela가, 


"Well? Have you ever met anyone like Mary Poppins?"


하고 되물었다는데, 거기에 왠지 공감할 수 있었다. 어떻게 보면, 아이들에게 중요한건, 늘 다정한 말투나 뭐든 그들이 좋아할 만한 걸 다 제공해주는게 아니라, 그들의 상상력을 자극하고, 그들의 세계를 좀 더 넓혀줄 수 있는 어떤 (마법같은) 경험이 아닐까.. 


.............

덧1. 챕터들 중 가장 내게 인상깊으면서도 슬프게 다가온 건, 9장 John and Barbara's Story였다. 

존과 바바라는 뱅크스 집안의 쌍둥이 아기들인데.. 햇볕과 바람, 새와도 다 대화할 수 있었던 아이들이 돌이 지나가면서 그 언어들을 잊어버리게 된다는 내용이다. 왠지, 그 부분을 읽는데 슬퍼졌다. 이제 막 9개월이 된 둘째 꼬맹이.. 꼬맹이의 표정이나 행동을 보면서 도대체 얘는 뭘 보고 무슨 생각을 하는걸까, 하는 생각을 하다가, 이 글처럼 햇볕과, 바람과, 심지어 나무나 풀과도 대화하고 있었겠구나, 싶으면 신비롭다가도 이렇게 아이들이 자라면서 인간의 말을 이해하는 대신 자연의 말을 잃어버린다는게... 슬프다. 


덧2. 알고 보니 메리폽핀스 시리즈가 꽤 된다. 더 찾아 읽어볼 생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