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기와 살아남기

못난이 컴플렉스

민토리_blog 2013. 10. 28. 06:16

당연히 내 자식이니 하는 소리겠지만, 꼬맹이는 나름 귀여운 편에 속한다. 

하긴 이제 막 돌이 지나서 아장아장 걸을 때니 안귀여운게 더 이상하겠지만.. 꼬맹이는 파란/녹색/갈색 눈에 금발/갈색 머리를 하고 있는 영국인 아기들 사이에서 동양인의 눈매에 땡그란 눈이 튀어보여서 그런지 종종 사람들의 눈을 끌곤 한다. 그리고 으레 아기들에게 하는 인사치레처럼, 사람들은 꼬맹이를 보고, 


"Oh, he is so gorgeous!"

"Oh, so cute, I love him"

"He will have loads of girls following him when he grows up"


뭐 이런 얘길 하곤 한다. 그럼 난 그냥 웃으며 "Thank you" 하고 만다. 한 귀로 흘리고 만달까... 


전에 한국에 아기랑 갔을 때도 그런 사람들의 찬사를 듣긴 했는데.. 그 때는 뭐가 달랐냐면... 사람들이, "어머, 아기 좀봐, 정말 예쁘다, 귀엽다" 한 다음에 꼭 내 얼굴을 보는거다 -_- 그리고 심지어, "아기가 외국인이예요? 엄마를 안닮았네"하기까지 했다. 내가 진짜;;;; 


하긴 뭐 굳이 따지자면, 난 어렸을 때도 "정말 귀엽게 생겼네, 어쩜 이렇게 잘생겼을까"하고 찬사를 받던 오빠 옆에서 "여자애보다 남자애가 더 이쁘네"하는 힐끔거림 정도를 받을 정도로 그다지 사람들 이목을 끌 외모는 아니였다. 스스로를 위한 위로를 하자면, 그냥 보통의 외모였을 거 같은데... 유달리 인기많던 오빠 덕에 더 가려진 케이스라고 할까... 한창 멋을 부린다는 십대에도 교복외에는 그냥 엄마가 어디서 얻어오거나 사온 옷을 입었을 만큼 그다지 외모에 관심을 두는 편은 아니였고, 꽃피듯 피어난다는 대학에 가서도, 남자가 90프로 이상을 차지하는 학과에 있었던 까닭에 도리어 남자같이 하고 다녔다. (그런 학과의 소수의 여자들은 대략 두 분류로 나뉜다. 공주이거나, 성별만 여자인 남자이거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자가 워낙 소수인 까닭에 내 옷차림이 조금만 바뀌거나 내가 화장품 하나만 더 발라도 꼭 눈치채는 남자들이 있었다;;) 그래서 보통 외모가 탈바꿈 한다는 1학년 2학기때나, 2학년이 되어서도 난 여전히 거의 생얼에 가까운 얼굴에 바지를 입고다니는 여학생이였다. 그러다보니 나중에는 동기들과 선배들 뿐아니라 후배들한테까지 왜 꾸미고 안다니냐, 생얼로 다니는 건 범죄다, 너도 치마 좀 입어봐라, 등등의 소리를 들었고, 심지어 사귀었던 남자친구 중 한명은 틈틈히 구두, 옷, 악세사리를 사주는 건 물론 헤어스타일 조언도 해주고, 나중에는 다이어트를 해보라며 녹차를 타서 따라다니기도 했다 (그러다 결국은 자기 과에 방학 후 다이어트 엄청 해서 예뼈졌다는 애랑 바람피더라, 이 시키;;) 한번은 과에서 킹카로 칭해지던 남자애와 오래 친구로 지내다가 사귀게 된 적이 있는데, 어떤 여자애들은 내 뒤에서 대놓고 "진짜 K가 아깝다"라고 쑥덕거리고, 후배 중 괜찮게 생겨서 인기만점이던 남자애가 "민토리 선배는 제 누나같아서 좋아요" 하고 술자리에서 말했다가 얼떨결에 다른 여자애들에게, "그애 누나면 그래도 좀 생겼을 텐데, 민토리가 그렇다는게 말이 되냐!"하는 화살을 무더기로 맞기도 했다 (그 애 말은 외모가 아니라 성격이 비슷하다는 거였음). 


어쨌건 그런 일이 쌓이고, 한국의 옷가게 들어가서 위아래 훑어보기도 수없이 당하고, 괜찮은 옷 봐놨다가 맘 먹고 가서 물어봤더니, "그거 손님이랑 별로 안어울릴텐데..."라거나, "그거 팔렸는데.. (나를 훑어보고) 그거랑 진짜 잘 어울리는 분이 사가셨어요" 하는 소리를 수차레 듣고, 커피숍같은데 혹시 알바라도 해볼까 해서 공고보고 들어가면 또 잘차려입고 예쁘장하게 생긴 알바가 나를 또 위아래 훑어보고 "사장님께 나중에 말씀드릴게요"하며 고개를 돌리고.. 어우 정말... 그런 일을 한국에서 지내는 이십몇년간 수없이 당하다 보니.. 못난이 컴플렉스가 안생길래야 안생길 수가 없다. 


그래서 처음 영국에 왔을 때는, 누가 내게 칭찬을 하는게 너무 어색해서 그냥 고개를 숙이거나 "no, no..."하며 손사레를 치며 얼버무리기만 했는데... 어느날 캐나다인 친구 한 명이, 왜 너는 칭찬만 하면 그런 식이냐고, 기분 나쁘다고 말을 해줘서 행동을 고치기로 했다. 그 담부터는 무조건 칭찬을 받으면 진심이든 인사치레든 안따지고 "Thank you!" 


그렇게 못난이 컴플렉스가 좀 고쳐지나 했는데...... 


아기 낳고 한국가서 다시 도진 컴플렉스... 게다가 중고등학교 때 같은 학교 여학생들은 물론 옆 학교의 여학생들까지도 하교 후 그를 보기위해 기다리곤 했었다는 외모를 가진 남편 역시 내게 그리 도움이 되진 않았다. 아기 낳기 전에는 동갑임에도 불구하고 그가 연하 아니냐며 내 속을 긁어대고, 남편에 대한 칭찬은 자자하면서 꼭 나를 보고 힐끔거리는게 딱 어린 시절의 오빠와 비교되던 기분을 떠올리게 하고, 어떤 분은 엄마에게 대놓고 "사위복이 진짜 많네"하시기도 했다;; 아 진짜.... 


그래서 오죽하면 한국에 아기랑 갔을 때 사람들이 "아기가 엄마랑 안닮았네" 했을 때, "아기 아빠 닮아서 그래요. 남편이 잘생겼어요"하고 대꾸했다. 그러면 보통 조용해지곤 하더라.. 


그리고 가끔은 꼬맹이를 보면서 생각한다. 사람들에게 호감을 받을 만한 외모로 산다는 건 도대체 어떤 기분일까, 하고.. 


하긴, 호감을 받을 외모를 가지고 산다는 건 어찌보면 플러스일것도 같은데, 그만큼 스스로를 증명할 노력도 많이 해야겠지.. 그러니, 그런 건 일단 놔두고 내 컴플렉스부터 좀 다뤄야 겠다. 그런데 진짜, 한국에서 외모로 등급매기는 건 좀 안했으면 좋겠다!!! 



** 할로윈 파티에서 풍선 건진 꼬맹이 - 귀여운가요?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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