궁금한 걸 알려드리죠

영국대학) 영국 유학생활 시작의 작은 팁

민토리_blog 2013. 10. 22. 07:20

친구들과 할로윈에 대한 얘기를 한참 하다 문득 달력을 보니 10월말을 향해 무작정 달려가고 있네요. 이번 학기에는 연구만 하는터라 학교를 갈 일이 별로 없어 몰랐는데, 매일 쌓이는 이메일 내용이 학생들 미팅 날짜 잡는거나, 새로운 학생들 오리엔테이션 하는 거나, 그런 주제인걸 보니 새학년이 시작되긴 시작됬네요. 


만약 올해 영국대학에 처음으로 발을 내딛으신 분이 계신다면, 적어도 1달에서 3달은 지나셨을 것 같은데, 어떻게 보내시고 계신지 궁금하네요. 그러고 보니 문득 2004년 9월 처음으로 캠브리지에 도착했을 때가 생각나네요. 10월,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갔던 학교에 갔던 첫째날. 한국의 대학마냥 동기들을 처음 만나서 환영회처럼 술자리도 가지고, 사람들이랑도 친해질거라고 생각하며 두근두근 갔는데.... 간략한 오리엔테이션이 끝나고 나니, 압도적인 수를 자랑하던 영국인들은 이미 자기들끼리 모여 웃고, 소개하고, 그러면서 패를 만들고, 패를 만들지 않는 영국인들은 아예 말이 없고 혼자만의 세계에 있는 듯 있다가 사라져서 말도 못걸고, 그나마 눈에 띄던 동양인은 나보다 훨씬 나이많던 중국인 남자 둘 (벌써 자기들끼리 중국말로 떠들고 있음...), 다른 동양인은 알고 보니 이미 학부부터 공부해 와서 자기 노는 패가 있거나, 아니면 시민권자라서 영국인과 다를게 전혀 없고... (동양인을 제외하곤 외국인이 영국인인지 유럽인인지, 아프리카인인지, 인도인인지 사실 별 구분을 못하던 시절..)

그래서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강의실에 들어갔다가, 미래 친구는 커녕 말 한마디 제대로 못해보고, 갈 때와 다름없이 혼자, 이번에는 허한 마음까지 끌어안고 강의실을 나왔죠. 당장 점심부터 어디서 어떻게 해결해야 할지 갈피를 못잡고... 그렇게 다음 일정이 있을 때까지 혼자 얼마나 거리를 걸었던가.... 아... 그 군중속의 고독같던 날들.... ㅜ_ㅜ


혹시라도 저처럼 외로움을 온몸으로 겪으시며 이 뭣같은 날씨에 곰팡이피듯 우울함이 스며드는 걸 느끼시는 분들을 위해 아주 개인적인 경험을 바탕으로 소소히 전해드리는 유학생활 시작 팁입니다. 



1. 10월 한달 동안 왠만한 행사는 다 참여하세요


물론 각 대학마다 학기 시작 시간이 좀 다르긴해도 대부분 9월 말, 10월 초에 새로운 Academic year가 시작됩니다. 그리고 학교마다 혹은 컬리지마다 신입생을 위한 행사가 많이 열립니다. 그런 곳에 혼자라 뻘쭘해도 무조건 가길 권하고 싶습니다 (누가 초청해줄거라고 기대하지 마세요. 알아서 게시판 같은 거 보고 찾아갑니다). 특히 박사과정 학생들, 박사과정에는 석사나 학부와 달리 그렇게 요란한 신입생 환영회가 없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리고 지도교수와 만나서 연구 방향 얘기하고 하다 보면 처음부터 심적으로 부담을 갖게 되죠. 그리고 막 의욕이 넘쳐나기도 하고 말예요. 읽어야 할 페이퍼들도 많고 연구 주제도 얼른 잡아야 할 것 같고... 부담이 가는 건 이해하겠지만, 그래도 적어도 10월 한달은 좀 여유부리면서 1년치 사람 만날 거 다 만나는 것처럼 돌아다니라고 하고 싶습니다. 다른 박사 학생들의 반응이 좀 뚱할 지도 모릅니다. 2년차는 데이타 수집하러가서 안보일 수도 있고, 3년차 이상은 당신과 말 섞는 시간도 아까워하는 것처럼 보일 지도 모른다는 거죠. 그리고 같은 1년차는 처음에만 얼굴 좀 보이고 그 담부터 연구실에는 코빼기도 안비치는 유령들이 될지도 모르구요.. 그럴 때 나라도 혼자 도서관, 연구실에 출근 도장찍을 생각? 보다는 돌아다니면서 동아리 활동도 좀 알아보고, 특히 저녁 때 있을 술자리 같은 거 공고되있으면 나가고, 점심 때 연구실에 사람 보이면 같이 먹자고 먼저 말걸고... 우리 학교 다닐 때 새학기에 단짝들 정해지는 것처럼 여기도 비슷하거든요. 그리고 어차피 새로온 학생들이 많으니 다들 처지가 비슷해서 뻘쭘한 것도 비슷하구 말이죠. 어디 파티나 펍에 가서 혼자 갔다고 파인트 하나 들고 오도카니 있다 오는 것 보다, 그냥 근처에 나처럼 혼자 와 있는 사람 옆에 있다가 슬쩍 말거세요. 그런 순간의 쪽팔림을 못견디고, 나중에 하지, 어차피 몇년 있을건데 사람 하나 못사귀겠어, 하고 넘어가면 나중에 사람 만나 사귀는 건 지금보다 몇 십배나 힘듭니다. 특히 박사처럼 혼자 공부해야 하는 기간이 긴 사람들에게 초반의 인맥 형성은 필수구요. 몇 개월 지나 날 풀려서 남들 다 공원에서 피크닉 할 때 혼자 도서관에 쳐박혀서 우울해 하기 싫으면, 나중에 논문 다 끝나고 축하파티 하고 싶은데 누굴 불러야 할 지 모를 상황이 싫다면, 초반에 열심히 투자 해놓는게 박사 기간동안 제정신을 유지할 수 있는 최선의 방법입니다. 


2. 맘에 드는 동아리나 모임이 생겼으면 꾸준히 우물파는 기분으로 참여하세요. 


저 같은 경우 10월에는 매일 별별 동아리 행사를 다 들쑤시고 다녔습니다. 하루는 카약 동아리 참가해서 캠 강에서 허우적 거리기도 했고, 하루는 노래하러 가고, 하루는 등산 모임 신입생 환영 술자리에 가고, 하루는 승마 동아리에서 바베큐 한다길래 가고... 어쨌건 그러다가 분위기 보고, 제가 하고 싶은 동아리를 몇개 정해서 그 곳에만 꾸준히 갔습니다. 동아리마다 성격이 다르긴 하지만, 영국인이 대다수인 동아리일 수록 받아들여지는 시간이 깁니다. 저 같은 경우는 한 9개월쯤 되니까 사람들이 신경써주기도 하고, 저한테 농담도 걸고 그러더라구요;; 그러니 초반에 가서 자꾸 망부석같이 혼자 앉아있는다고, 아무도 내게 관심도 안가져주고 말도 안걸어준다고 혼자 의기소침해서 그만 두지 마시고, 정말 그 모임의 일원이 되고 싶으시다면 꾸준히 나가세요. 굳이 말을 막 하려고 안해도 되고, 굳이 내 존재를 알려야 겠다고 애쓰지 않아도 됩니다. 그들 역시 당신의 존재는 이미 알고 있고, 나중에 시간이 지나면 말을 하든 안하든 사람들은 그냥 당신의 존재를 받아들이게 되거든요. 물론 그러다가 좀 맘이 맞고 친해질 거 같은 사람이 있으면, 적극적이 되어도 좋습니다. 뭐 공부하냐 물어보고, 어디서 점심 먹느냐, 나도 그 근처에 수업있는데 같이 만나서 언제 점심이라도 먹으면 좋겠다., 등등, 먼저 제안해도 좋습니다. 


3. 대화 주제는 가볍게. 


얼굴 한 번 봤지만 십년 본 것 마냥 익숙히 커피 한잔, 점심 같이 먹죠, 하며 들이대는 것에 익숙해 졌다면, 대화 주제는 가능한 가볍게 잡는게 좋습니다. 말그대로 잡다한 얘길 하는 겁니다. 학교 신문같은 거 읽어두면 도움이 되죠. 뭐 봤느냐, 웃기더라, 등등... 처음에는 가능한 개인적인 얘기는 천천히 꺼내시고, 공부에 관한 것도 가능한 너무 진지해 지지 않으려는 게 좋습니다. 특히, 대학원 - 박사과정 분들, 처음부터 누가 이리가라 저리가라 하는게 아니다 보니, 다들 연구주제는 다 잡았는지, 데이타 수집은 어떻게 하는 게 좋은지, 논문 쓰는 건 어떤지, 그런 질문들이 목 안에 걸려 있겠지만, 친해지는 단계에는 그런 것 좀 묵혀두시는게 좋습니다. 왜냐면 1년차는 당신만큼이나 뭐가 뭔지 모를 거고, 2년차나 3년차는 안그래도 내 연구 주제로 머리 아픈데, 쉬러 나와서 까지 그런 얘길 하고 싶지 않기 때문이죠. 설사 조언을 하려 한다 해도, 그들도 피터지게 일해서 얻은 팁들, 쉽게 주지 않으려 할 수도 있구요. 그리고 행여 '내가 당신에게 뭐가 필요해서 접근한다'라는 이미지를 주면, 다음부터 그들은 나와 가볍게 커피, 점심, 맥주 하는 걸 피할 수도 있답니다. 그러니 초반에는 그저 그 사람이 어떤지, 친해지는 것에 초점을 두세요. 특히 유럽애들은 우리처럼 연구실에 늘 짱박혀 있는 경우가 드물기 때문에 혼자서 연구실 지킴이가 되고 싶지 않다면, 다른 이들은 무얼 하는지, 그리고 그들의 활동범위에 내가 초대되도록 하려면 그들에게 내가 'interesting'하다는 걸 어필하는게 중요합니다.  


4. 한인 학생회와의 관계


이건 사람마다 다를 거 같은데요.. 어떤 분들은 제일 처음 어떻게든 한국 사람들부터 만나려고 할 수도 있고, 어떤 분들은 한국사람을 일부러 피해다니려 할 수도 있을거구요.. 저같은 경우는 사람이 좋으면 좋은거지, '한국인이기때문에 좋아해야만 한다'라는 기분이 싫어서 개인적으로 친분은 쌓을지언정 대규모로 벌어지는 행사에는 별로 참여를 안하는 편이였는데요... 어쨌건 참석하든 안하든, 어떤 관계를 맺든 그거야 개인나름이긴 하지만, 제 경험을 보자면, 한인 학생회에는 일단 등록을 해놓는게 낫다는 겁니다. 왜냐면.... 

첫째, 유학생활을 하면서 한국 사람을 전혀 안만날 수는 없거든요. 그리고 영원히 한국으로 돌아가지 않을거라면 몰라도, 공부를 마치고도 그 관계가 어떻게 될 지 알 수 없죠. 그런 상황에서 괜히 '저 사람은 한국인을 무시했다, 왕따였다' 등등의 애궂은 오해 소지를 줄 필욘 없다는 거죠. 그리고 외국인 친구들이 많아도, 그들이 한국인을 만나면 또 다 알아서 서로 소개시켜 줄려고 할 겁니다;; 

둘째, 유용한 정보를 얻을 수 있습니다. 예를 들면 한국 기업에서 입사설명회를 하러 올 경우, 대학 전체에 공고를 띄우진 않거든요. 보통 그 대학의 한인 학생회에 바로 연락을 하고, 한인학생회에서 전체 이메일로 공고를 띄우죠. 어떤 행사가 있어도 마찬가집니다. 그러니 한인학생회에서는 단물만 쪽쪽 빨아먹으려 하는 유령회원을 싫어할 지 몰라도, 개인에게는 이득인 거죠 (사실 어느 모임이 그렇듯 한인학생회도 이미 세력이 형성되어있거나 파벌이 나눠져 있거나 합니다. 그래서 그 중에 이미 친하거나 아는 사람이 있는게 아닌 이상, 그 안에 들어가긴 좀 힘들죠. 아, 한국에서의 지위, 학력이 한인학생회에서도 중요한 영향을 끼칩니다. 때문에 일단 가면 이름, 나이, 한국의 출신 도시부터 시작해서 뭘했냐, 대학은 어디 나왔냐, 등등 신상까기 다 들어갑니다. 그리고 뭐 비슷한게 생기면 - 나도 부산출신이다, 나도 S대 출신이다, 심지어 나도 군대에서 어디 있었다, 등등 으로 나도 모르게 라벨이 붙게되고 원하든 원치않든 그쪽으로 자연스레 분류됩니다. 그리고 행여 한국에서 좀 고위기관에 있었던 분은 여기서도 '위대한 분'으로 추대되고 말이죠... )

셋째, 얼마나 혼자 발버둥치든 한국인이기 때문이죠. 때론 한국이 그리울 수도 있고, 한국인이기 때문에 친한 외국친구들이 생기면 한국에 대해 뭔가 설명하거나 보여줘야 할 일이 찾아오기도 합니다. 그럴 때, 한인학생회에서 여는 한인행사 같은 건 본인의 향수병에도, 외국친구들과 관계에도 도움이 됩니다. 


..... 


그 외에는 어차피 시간이 지나면서 알아서 하실 일들이니 굳이 뭐라 말하지 않아도 될 거 같네요. 그리고 어쨌건 이 글 자체가 지극히 제 개인스런 생각과 경험에서 나온 거니, 결국은 자신에게 맞는 방식을 찾아 가셔야 겠죠. 그럼 홀로 꿈을 향해 떠나오셔서 오늘도 열심히 고군분투하시는 유학생분들, 오늘도 좋은 하루 보내시고, 공부도 잘되시고, 다들 좋은 유학생활 하시기 바랍니다~~~ 


덧. 

- 생각났는데, 할로윈 행사 꼭 참가하세요. 가능하면 재치있는 할로윈 분장/의상 하시고 말이죠~ 아이디어가 뛰어날수록 아는 사람 없어도 더 재밌게 놀 수 있습니다. 부끄러움은 던져버리시고~ 

- 여자분들, 파티 가실 때, 한국에서 소개팅하러 갈 때처럼 입고 가지 마세요 - 차라리 클럽 가듯 입고 가세요. 그리고 학교 가실 때, 매일 한국에서 대학교 등교하듯 풀 메이크업에 드레스입고 하이힐 신고 다니면, 사람들이 좀 부담스럽게 생각해요. 특히 다른 여자들이랑 친해지기 좀 힘들 수도 있어요. 이번 기회에 편한 운동화 장만하세요. 그러다가 파티갈 때 반전의 묘미를!!!!! ^^

- 남자분들, 쪽팔린다고 파티같은 데 안가고 아는 한국인 후배 불러 펍이나 숙소에서 맥주만 드시지 마세요. 숨겨진 매력을 이번 기회에 발산!하시죠 ^^

- 캠브리지에 있는 분들에게만.... Formal Hall에 가면 식사기간을 거쳐 내 맞은편, 양 옆의 사람, 혹은 대각선에 앉아있는 사람과도 대화를 나누는게 지극히 자연스러운 겁니다. 아는 사람만 대화하지 마시고, 두루두루 하세요. 그리고 여자분들, Formal Hall에 한복입고 가지 마세요. 한복은 거기에 입고가기엔 좀 많이 고급스런 옷이고, 보통 포멀 끝나고 나면 Bar나 Pub으로 2차하러 가거나, Bop이나 Club에 춤추러 가거든요. 나중에 한복 밑단 술에 다 쩔고 밟혀서 너덜거리는 거 막으시려면, 아껴두셨다가 차라리 MayBall에 입고 가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