궁금한 걸 알려드리죠

영국대학) 미국? 영국? 어디로 유학가야 하나요?

민토리_blog 2013. 9. 17. 06:08

벌써 9월이네요. 영국의 학교들은 9월부터 새 학년이 시작됩니다. 대학들은 나름이긴 한데 10-12주를 한 학기로 정하는 대학들은 9월 중순이나 말부터, 캠브리지처럼 8주가 한 학기인 대학은 10월초에 새 학년 (New Academic Year)가 시작되죠. 


전 2004년 9월에 처음 캠브리지에 왔습니다. 꼴랑 여행용 가방 2개만 들고 아직 학생들이 다 차지도 않은 기숙사의 방에 혼자 앉아 있다가, 그 다음날, 그 침묵이 싫어서 근처 아고스에 가서 싼 라디오를 하나 사들고 Great St. Mary's 교회앞에 앉아 마켓에서 산 커피 한잔을 마시며 멍하니 Kings College앞에 있는 거대한 나무를 보고 있었습니다. 제게는 그게 유학생활의 첫 시작이였죠 후후


어쨌건, 여기선 새 학년이 시작되고 있지만, 한국에서는 2학기가 시작되고 내년에 졸업을 앞둔 학생들이 장래를 고민하다가 유학에 대해 생각하기 시작하는 시기인것도 같은데요.. 얼마전에는 꼬꼬마 같기만 하던 여동생의 친구가 벌써 대학원 진학문제로 연락을 해왔더군요. (요즘엔 대학생들도 90년대 출신인거 보면 깜짝깜짝 놀랩니다;;;) 예전에 박사과정을 하고 있을 때는 미국에서 공부중이신 분들에게 이메일을 받기도 했죠. 영국은 어떠냐, 그런 질문이요. 9월이 되니 그런 기억들이 새록새록 떠올라서 써보는 유학과 관련된 글입니다. 


물론 제가 유학 전문가도 아니고, 그쪽에서 전문적으로 일하는 사람도 아니니, 그냥 개인적인 경험과 생각을 바탕으로 쓰는 글입니다. 그냥 이런 것도 있을 수 있구나, 하는 정도로 가볍게 읽으시면 좋겠네요~


1. 미국이 좋을까요? 영국이 좋을까요?

유학을 결정할 때 많은 분들이 묻는 질문이 '어디로 갈까요?' 하는건데.. 전 미국이나 영국의 교육시스템 등을 떠나서.. 유학 생활을 마치고 나서 하고 싶은게 뭔지 부터 생각해 보시라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예를 들면, 한국에 돌아와서 이름 있는 회사에 들어가는 게 목적이라면, 영국보다는 미국에 가는게 낫죠. 미국 유학파들이 워낙 많다보니, 어디에서든 알아주는 하버드나 MIT, 예일 등을 제외하고라도, 미국의 어느 대학이든 한국 사람들 중에 그 이름을 들어본 사람은 있습니다. 설사 대학을 몰라도 미국 도시들이 한국인들에게 더 많이 알려진 만큼 '미국 어디의 대학나왔다' 그러면, '아하' 할 사람들이 많다는 거죠. 실제로 문서상으로만 사람의 스펙을 판단하는 한국 사회에서는 그런게 이력서에서 보이기에 유리합니다. 반면에, 영국의 대학은 툭 까놓고, 옥스브릿지와 런던 (런던 대학도 여러개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대학을 제외하고는 한국에서의 인지도가 아직 떨어집니다. 예를 들어, 맨체스터 대학이 괜찮은 곳임에도 불구하고, 한국 기업의 임원들은 그걸 보면서 그 대학의 수준보다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축구팀을 생각할 확률이 높다는 거죠.. 그러다 보니.. 만약 영국으로 가야겠다는 특별한 이유가 아닌 이상, 그리고 한국에서도 알아주는 위의 대학들에 가는 게 아니라면, 한국에서 취업해서 잘 살아보겠다는게 목적이라면 차라리 미국으로 가는게 낫습니다. 


2. 굳이 한국에 돌아가서 살게 아니라면요?

그럼 어디에서 뭘 하고 살고 싶은건지 생각해 보는 게 좋습니다. 만약 자신이 일하고 싶은 분야나 회사가 확고하다면, 유학을 결정할 때는 대략 두 가지 정도를 고려하는 게 좋겠죠. 첫째는, 그 분야에 관해서 어느 나라, 어느 대학에서 좀더 특성화되어 있고 전문화되어 있는 교육을 받을 수 있느냐, (예를 들면 공대 같은 경우는 보통 일본, 미국, 독일 정도가 유력하고, 방송쪽이면 영국, 미국, 일본쪽을 주로 선택한다든지.. 그런 거 말이죠), 둘째는 그 분야나 회사에서 이미 일하고 있는 사람들은 어떤 선택을 했느냐 하는 거겠죠. 

어떤 경우이든 간에 가능하다면 실무에서 일하고 있는 사람들의 조언을 듣기를 추천합니다. 직접적으로 그런 사람들을 아는 거라면, 이런 글 보고 있을게 아니라 당장 그 사람에게 연락을 해서 조언을 구하는게 좋구요... 만약 직접적으로 모른다 해도, 어디 아버지 친구분의 거래처의 아들의 친구가 본인이 가고 싶은 분야 어디에서 일한다고 하면, 철판깔고 소개시켜 달라고 합니다. 그런 식의 직접적인 조언얻기가 실패한다면, 다음으로 할 수 있는건 Linkedin같은 전문 SNS를 이용하는겁니다. 거기에 가고싶은 직장의 페이지나 직장에서 일하는 사람들의 이력서를 대충 훓어보면서 사람들의 공통적인 부분을 파악하는 것도 좋습니다. 그런게 바로 그 직장이 사람을 뽑는 기준을 보여주기도 하니까요. 그리고, 외국도 인맥따집니다. 대놓고 편가르기나 밀어주기를 하진 않지만, 그래도 새로 직장을 구할 때, 누군가 아는 사람이 있다는 건 굉장한 이득입니다. 내부인의 말한마디가 가끔은 이력서의 온갖 화려한 설명들을 이기기도 하니까요. 그리고 내부의 추천을 받은 이를 여기서는 'Internal Candidate'이라고 부르고, 대부분 그런 경우, 입사심사 같은건 형식으로 이뤄지고 결국 그 자리는 그 사람에게 돌아가기 마련입니다. 


그외에 외국에서 일자리를 구할려고 하는 경우, 각 나라별로 유학 후 어떤 기회를 주고 있는지를 잘 알아보는 게 좋습니다. 영국 같은 경우 예전에는 Post Study Visa라고 해서 고등교육을 마친 외국학생들에게 2년동안 직장을 구하거나 일을 할 수 있는 비자를 줬죠. 저 역시 그 비자의 도움을 받아 남을 수 있었던 케이스구요. 그런데 지금 영국에는 이민법 자체가 빡빡해지면서 그 비자자체가 없어졌습니다. 그러니 탁 까놓고 말해서 영국은 유학 후 남아서 일자리를 구하고자 하는 외국 유학생에게는 상당히 불리한 나라가 된거죠. 와서 돈은 돈대로 다 썼는데, 남아서 일을 할 수 있는 기회조차 주지 않다니.. 솔직히 요즘 영국 정부에서 이민자나 외국인을 대하는 태도, 정말 맘에 안듭니다 ㅡ"ㅡ 어쨌건 그건 지금 얘기하자면 기니까 그만하구요.. 


솔직히 외국계 회사 중 국적을 가장 가리지 않는 회사들은 금융계 - Investment Bank, Consulting firm 등입니다. 그 회사들은 사실 국적뿐 아니라 전공도 안가리죠;; 물론 그들 눈에 들 수 있도록 몇가지를 갖춰야 하는데, 뭐 그건 전문화된 분야니 여기서는 그냥 넘어가도록 합니다. 


그 외에 이건 상당히 앞선 얘기긴 하지만, 가고 싶은 외국계 회사가 확고하다면 거기 지점에 바로 연락을 해봐도 좋습니다. 당신네 회사에서 일을 하고 싶다, 이런이런 공부와 경험을 갖췄는데, 학력은 보통 어느 정도를 원하느냐 (학사도 충분하냐, 아니면 박사 정도를 받아야 하냐 등등), 어떤 조건을 갖춰야 하냐, 외국인일 경우 비자는 어떻게 되느냐, 등등.. 뭐 대답을 안해주면 그만이지만, 그래도 본인이 손해볼 건 없으니까요. 


3. 석사? 박사?

영국으로 유학오길 택하는 사람들 중 많은 이유가 영국대학에서는 석사가 1년밖에 안걸린다는 건데요... 전 그 석사유학에 대해 상당히 회의적인 입장을 가지고 있는 편입니다. 저 같은 경우도 처음에 부푼 꿈을 안고, 1년동안 열심히 석사 따서 자리잡자, 그런 생각으로 '2년만'하고 스스로를 다짐하며 넘어왔는데요... 솔직히 그 꿈, 딱 2개월만에 왕창 깨졌습니다;; 영국대학에서는 10월부터 바로 기업들의 입사설명회가 시작됩니다. 정기 채용의 경우, 대부분 11월 12월에 입사신청서를 받기 때문이죠. 그리고 investment bank나 Consulting firm같은 경우가 아닌 이상, 대부분의 회사에서 석사의 학력을 가지고 있는 사람은 Graduate Scheme으로 다른 일반 학부생과 동등한 입장에서 지원하게 됩니다. 전공을 바꾸고 싶어서 그냥 일년 더 경험을 쌓고 공부를 하겠다, 라는 생각을 한다면 1년 석사가 짧고 괜찮지만, 그렇다고 내가 학부생과는 다른 대우를 받을 거란 기대는 안하는게 낫다는 거죠.. 그리고 저처럼 정말 뭣모르고 유학온 케이스라면, 1년 정말 짧습니다. 뭐랄까.. 처음하는 온라인 게임 베타에 접속해서 게임에 익숙해지느라고, 게임내부 탐색하느라 뭣모르고 돌아다니다가 캐릭터 몇개 죽이고, 이제야 감이 오기 시작하는데 베타버전 테스트 기간 끝났다고 접속이 끊긴 기분이랄까요... 어쨌건 전 그랬습니다;; 이제야 공부하는 요령도 생기고, 영국이라는 나라도 아주 조금 알 거 같고, 말도 이제 좀 트이기 시작했는데 금새 1년 (사실 1년이 아니라 9개월이죠) 지났다고 졸업이라는 겁니다... 물론 그런 아쉬운 맘에 정식 게임 버전에 등록하느냐 아니냐는 개인의 선택이겠지만 말이죠. 


박사를 생각하고 오시는 분들에 위해서는 따로 포스팅을 쓰고 싶지만, 간단히 말하면, 만약 짧은 시간내에 박사를 마치고 싶다면 영국이 나을 수 있습니다. 영국에서는 석사, 박사 통합으로 3년안에 마칠 수 있는 프로그램도 있거든요. 그런데 박사 타이틀을 빨리 따서 한국으로 돌아가고 싶다거나 그런게 아니라면, 한국식으로 교수가 품고 끌고 나가는 미국식이 본인의 학계 진출에는 좀더 유리할 수도 있습니다. 그건 나중에 자세히 쓰기로 할게요. (궁금하실라나?!!)


...... 

어찌보면 다들 알고 계시거나 한번은 다 생각해보셨을 것들을 너무 지루하게 쓴건 아닌지... 


쓰다보니 생각이 드는데... 한국은 여전히 미국파의 입김이 센 곳입니다. 그리고 워낙 많은 인종들이 다 '미국인'이라는 이름아래 살아가다 보니 미국내부에서도 외국인에 대해 훨씬 열린 태도를 가지고 있고, 그런만큼 기회도 많이 주어지는 편이구요. 

영국 역시 다양한 인종들이 모여 살아가고 있지만, 그 외국인들이 영국에 몰려 살게 된 원래의 이유가 예전에 영국의 식민지였기 때문이란 걸 감안하면... 여전히 영국에서는 외국인에 대한 배타적인 시선이 존재하는 것도 사실입니다. 그리고 그런 만큼 툭하면 보수파들은 이민자들을 물고 늘어지고 말이죠... 그러다 보니 영국은 연고 없고 빽없는 외국인이 혼자 살아남기 그렇게 쉬운 곳은 아닙니다. 


하긴 타지에서 이방인으로 살아가는게 어디 쉬운 일인가요..... 그러니 그런 거 다 떠나서 한번 부딪쳐 보겠다, 세상을 내 눈으로 봐야 겠다, 라고 생각하시는 분들은 나오세요. 그리고 미국이든 영국이든, 호주든 어디든 한번 마음 정했으면 주춤하지 마시고 열심히 살아남으세요~ 달리다 보면 어딘가에는 가닿지 않겠어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