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기와 살아남기

한국에 가기도 전에 벌써 걱정되는 것들

민토리_blog 2013. 3. 21. 21:42

좀 있으면 다가오는 Easter Holiday를 맞아 한국에 들어가기로 했다. 

대략 10일 후면 한국에 들어가는데, 아기를 데리고 처음 하는 한국나들이다. 


처음 표를 살 때만 해도 그냥 설레고 좋았는데, 떠나갈 시간이 다가오니 걱정되는게 한두개가 아니다. 장기간 비행을 아기가 어떻게 견디느냐 하는건 어차피 피할 수 없는 일이니 그러마, 하고 넘어가겠는데... 지금 제일 걱정되는건... 


1. 교통수단 이용, 이동문제. 


여기서는 아기띠를 하고 다니는 사람을 찾기 힘들다. 대부분 유모차로 이동하는데, 그것때문에 대중교통을 이용하기 힘들다는 생각은 한 번도 해본적이 없다. 일단 버스가 단층구조에 입구가 낮아서 유모차를 끌고 타기 편하다. 심지어 유모차를 끌고 탈 때면 버스기사가 알아서 문턱을 내려주거나, 내가 힘들어 하면 버스기사나 나와서 도와주기 까지 하니, 유모차 수용 한계가 넘어서 (한 차당 최대 2대의 유모차 탑승 가능) 탈 수 없을 때를 제외하곤 무척 편하다. 런던에 사는게 아니니 지하철 사용할 일은 없지만, 가끔 런던에 갈 때도 대부분의 승강장에 엘리베이터가 설치되어 있거나, 계단이 아닌 경사로가 다 설치되어 있기 때문에 역시 별 문제가 없다. 이건 영국 뿐 아니라 왠만한 유럽의 도시들은 다 마찬가지. 

그런데 문득 한국 생각을 하자니, 유모차를 끌고다니는 엄마들을 내가 얼마나 본 적이 있던가.. 하는 생각이 드는거다. 내 기억에 집근처를 제외하고 시내에 유모차를 끌고 다니는 엄마를 거의 본 적이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부랴부랴 검색.. 가족들이 사는 곳이 부산이다 보니 부산 위주로 검색했는데... 어라? 정보가 별로 없는거다. 고작해야 서면이나 남포동에 롯데백화점이 있으니 일단 개찰구까지는 엘리베이터를 타고 백화점 승강기를 타고 지상으로 올라가라는 의견이 대다수. 그럼 다른 곳은?? 그러고 보니 집 근처 역에서 계단 이외의 수단을 본적이 없다. 그 계단 옆에 위치된 장애인용 휠체어를 위한 자동 승강기 비슷한게 있긴 하던데.. 그것도 보통 직원 불러야 운행하는 걸로 아는데.. 그럼 때마다 직원을 불러야 하나? 저번에 갔을 때만 해도, 이젠 개찰구에 표 파는 직원도 없애서, 고객센터 찾는데만 한참을 허비했는데?? 


다른 글들 보니 대부분 아기띠를 사용해서 이동한단다. 이건 사실 나가지 말라는 거다. 내 아기도 이제 7개월이 넘어서 벌써 9킬로가 넘는데.. 그럼 그 아기를 내 몸에 매고, 아기 기저귀와 수유에 필요한 걸 담은 그 커다란 기저귀 가방과 내 짐까지 다 짊어지고 나가란 말인가? 내가 철인 3종경기에 나가는 것도 아닌데?? 

그리고 잠깐 가는건데 내 차가 있을리도 없고, 운전할 수 있을리도 없다. 내 생각에 버스가 다 바뀌지도 않았을 테니, 그 계단올라가서 타는 버스라면 유모차를 끌고 탈수 있을리도 없을텐데.. 그렇다고 친절하게 버스운전기사가 내려서 도와줄 일도 없을것같고... 그럼, 도대체 한국의 엄마들, 어떻게 이동하시나요?!!!!


2. 수유 문제. 


얼마전에 대학내의 카페에서 박사를 하러온 한국 분(여자분)을 만나 같이 차를 마시게 되었다. 차를 마시고 수다를 떨다가, 아기가 잠에서 깨어 놀다가 칭얼거리길래 젖을 먹여도 괜찮겠냐고 묻고 모유수유를 하는데.. 그 분이 잠시 놀랜 표정을 짓는 거다. 그래서 괜찮다고 해놓고 왜 그러나 싶어, 불편하냐고 물으니, 그게 아니라 여기서 젖을 먹을 줄 몰랐다는 거다. 그럼 어디에서 젖을 먹여요, 하니, 어디 수유실 가시는 건줄 알았다고 했다. 

영국에서도 한때 모유수유를 공공장소에서 하는 걸 터부시 한 적이 있었다. 그런데 지금은 정부에서도 모유수유를 적극 권장하다 보니 어디에서나 모유수유를 하는 걸 자연스럽게 여긴다. 큰 백화점이나 쇼핑센터 같은 곳에는 수유실이 따로 있기도 하지만, 대부분 카페나 음식점에서 하기도 하고, 도서관, 병원, 커뮤니티 홀 같은 곳도 자주 이용되는 수유장소다. 나같은 경우는 공원에서도 해봤고, 심지어 장거리 버스안에서도 수유를 하곤 했다 (물론 그렇다고 젖가슴 다 드러내놓고 하는 건 아니다.) 

그런데 저 분의 말에 새삼 걱정이 되는 거다. 또 검색의 힘을 이용해보니, '공공장소에서 모유수유하는 여자들 부끄러운줄 알아라'하는 글도 꽤 보이고... 그래서 그럼 수유실이 모든 지하철역에 다 있는 건가 싶어 뒤져보니.. 그것도 아니다. 대부분 역무실 안 구석에서 수유를 할 수 있게 해주거나, 수유실이 있는 곳은 현재 한곳 - 연산동역- 찾았다. 공공장소에서 젖도 먹이지 마라, 그렇다고 수유실이 있는 것도 아니면, 도대체 아기 젖은 어디에서 먹이란 말인가?? 모유수유하는 어머니들, 어디서 먹이시나요????


3. 그 외... 


아기 루틴 - 이번에 한국 들어가는 날에 맞춰 조카 돌잔치가 끼었는데.. 돌잔치를 저녁 6시부터 한다네요. 전 아기를 매일 7시반에 목욕시키고 젖먹여 재우는데, 도대체 돌잔치가 6시면 아기는 어쩌라는건지.. 성인 생일잔치도 아니고 아기 돌잔치가 그렇게 늦으면 아기는 언제 재우냐고 했더니, 자기네 아기는 그런 루틴이 없고, 피곤하면 자고 아니면 놀기 때문에 보통 새벽 1-2시에 잘때도 있기 때문에 그런 걱정은 안한답니다. 돌잔치에 안갈수도 없고, 가자니 그럼 최대 1시간 있다가 빠져나와야 한다는 건데.. 장소가 집에서 가까운 것도 아니고.. 걱정이예요. 


음식점/카페 이용 - 대부분 음식점에 아기 의자 (High chair)가 구비되어 있나요? 보통 점심을 이유식 먹이는데 외식을 할 경우, 아기를 의자에 앉혀두고 같이 밥을 먹이곤 하거든요. 그런데 왠만한 식당에 아기를 데리고 밥을 먹이러 온 엄마들도 별로 본 적없는 것 같고.. 점심 외출 때는 어떻게 하시나요??? 


.... 

내 한몸 움직일 때는 그런 생각 못했는데.. 아기랑 같이 움직이려니.. 걱정되는게 한두개가 아니네요. 혹시 의견있으시면 이 걱정많은 엄마를 구하소서~~~~ ㅜ_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