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기와 살아남기

어떤 날

민토리_blog 2013. 2. 26. 06:27

그런 날이 있다.

아기가 유독 밤에 잠을 설치고 또 일찍 깨고..

어찌어찌해서 다시 젖을 먹이고 재워도 다시 깨서는 잠투정을 하며 내게서 떨어지지 않으려 할 때.

유달스레 집안이 어지러져 있고,

빨래하나 돌리고 예전의 빨래를 걷다가 또 보채는 아기와 놀아주고..

설거지를 마치고 돌아서면 어느새 아기 점심 먹일 시간이고,

이유식을 만들어 먹인 후 내 점심은 다 먹지도 못했는데 다시 아기는 잠투정을 시작하고..

낮잠을 재우고 식어버린 내 점심을 먹고 또 설거지를 하고,

겨우 차 한 잔 만들어 소파에 앉았는데 아기는 잠에서 깨어 울기 시작하고..

달래고 기저귀 갈고 다시 아래층으로 내려왔을땐 차는 이미 차갑게 식어있고..

혼자 노는 아기를 두고 쌓여있는 빨래를 다시 개고 다림질하다가 또 중단하고 지루해 하는 아이와 놀아주는데,

그날따라 늦을거 같다는 남편의 문자가 날아오고..

시간을 보니 벌써 아기 저녁먹일 시간이 다가오고..

남편과 내 저녁식사를 준비하고 아기 것까지 준비하는데 마침내 돌아온 남편은 유달리 피곤해하고..

좀 쉬라고 남편을 거실로 보내고 혼자 이유식을 먹이려는데 아기는 밥을 거절한채 소리높여 울기 시작하고..

그 와중에 내 밥을 대충 선채 먹어버리고, 또 엉망이 된 주방을 정리하고 설거지를 마치고 차 한잔 마실 물을 끓이며 시간을 보니 벌써 아기를 재울 시간일 때.

 

그러고보니 하루 내내 제대로 앉아있었던 시간도, 세수할 시간도, 심지어 화장실 갈 시간도 없었더라.

나만을 위해 보낸 시간은 통틀어 1시간도 채 안된거 같은데 어이없게 하루가 지나가버렸음을 느끼는 날..

그리고 유달리 남편도 아기도 전혀 내 바램대로 따라주지 않는 날..

오늘같은 날..

 

이런 날이 제일 허무하고 피곤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