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주일에 한 번 내가 강의를 갈 때마다 아기는 대학내의 유아원에 있는다.
아기를 집 근처의 Child Minder (정부에 등록된 아기 돌보미로 그 사람 집에서 소수의 아기를 돌본다)나 Nursery에 맡길 수도 있었지만, 굳이 한시간이 넘는 통근시간을 감안해 아기를 데리고 그것도 버스를 타고 이른 아침에 대학까지 같이 출근을 하기로 한 이유는 두 가지였다.
먼저, 주위에 가족이 없는 관계로 아기를 나나 남편없이 누군가에게 맡겨본 적이 없었던 까닭에 아기가 우리가 없는 상황에 어떻게 반응할 지 몰랐다. 그런 상황에서 행여 아기에게 무슨 일이 생기거나 하면, 나나 남편이나 집 근처까지 오기에는 거리가 너무 멀었다.
두번째로는 아기의 식사 때문이였다. 모유수유만 계속 해오다가 3개월때부터 유축을 했다가 젖병에 주는 걸 시도해봤지만, 아기가 완강히 거부했다. 인터넷을 다 뒤져서 온갖 방법을 시도해 봤지만, 매번 아기는 젖병을 뱉아내고 더주려고 하면 울어대다가 손으로 젖병을 밀어내기도 하고, 심지어 젖병을 보자마자 울기도 했다.
그러다 5개월이 지나 손으로 자꾸 뭘 잡아대고 음식에 관심을 보이길래 과일로 이유식을 주기 시작해서 좀 다행이다고 생각했는데.. 이것도 좀 먹다가 거부하고 울어대서.. 모유외에 먹지 않는 아기를 나 없이 거의 한 나절을 다른 곳에 둘 엄두가 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랬는데...
유아원 첫날.
행여 배고플까봐 아침에 데리고 가서 또 젖을 먹이고, 일단 모유가 담긴 젖병과 이유식을 맡겼다. 불안감 반에 아기를 맡기고 혹시라도 전화가 올까봐 강의내내 폰을 단상위에 올려놓고, 마치자마자 부랴부랴 뛰어 왔는데... 아기는 아~~~~~~주 잘 놀았단다. 울지도 않고, 젖병의 모유도 반을 먹고 이유식도 다 먹었단다. 심지어 물까지 마셨단다.
다행이다 싶다가.. 'what a cheeky boy'하는 말이 절로 나왔다. -_-
둘째날에는 심지어 낮잠도 한시간이나 잤단다. 나와 있을 때는 온갖 짜증을 부리다가 내 품에서나 겨우 잠이 들면서!!!!
그 다음부터 매번 갈 때마다 칭찬이 끊이지 않는다. 어쩜 이렇게 착하냐고.. 울지도 않고 잘 놀고, 밥도 잘 먹고 낮잠도 잘 잔다고......
그런데 그러다가 나와 있으면 요녀석 지킬박사 하이드 되듯 변한다.
땡강부리고 안떨어질려고 하고.. 이유식을 먹이는 내내 여전히 난리를 치고..
어제는 유아원에서 아기가 낮잠을 자는 통에 이유식을 못먹였다고 하길래 그럼 내가 먹이겠다고 하고서
이유식을 주니 요녀석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며 서럽게 운다. -_-
유아원 사람들 모두 이 녀석의 이런 모습은 본 적 없다고 다 놀랜다.
요 녀석 이러는 건 이번뿐이 아니였다.
아침에 완전 내 진을 빼놓다가, 베이비클럽 같은 곳에 데리고 가면 또 언제 그랬냐는듯 잘 놀고 심지어 방실거리며 웃어대서...
힘들었다고 한탄하고 있는 날 늘 무색하게 만들었다.
내가 없어도 어디가서 울다가 미움받진 않겠구나 싶어서, 이 녀석의 대외모습에 내심 감탄하다가도..
그렇게 냉큼 변하는 걸 보자면 괘씸한 맘이 드는 건 어쩔 수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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