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기와 살아남기

잡다한 생각의 꼬리들

민토리_blog 2019. 2. 7. 07:34

첫째 아이가 만으로 6살인데 아직 유치가 하나도 빠지지 않았다. 또래 친구들은 이미 앞니 몇개는 물론 대규모 이갈이를 하는 아이들도 있는데, 첫째의 이는 흔들림 하나 없이 제자리를 꾹 지키고 있는거다. 그러다 보니 '도대체 이가 언제 빠질 것인가'에 대해 아이와 심각한(!) 대화를 하게 될 때가 많은데, 그러다가 이런 질문이 나왔다. 


이가 빠지면 그 빠진 이를 누구에게 줄 것인가. 


세 후보가 거론 되었는데, 첫번째 후보는 한국의 까치, 두번째 후보는 스페인의 Ratoncito Perez (페레스라는 이름을 가진 작은 생쥐), 그리고 마지막 후보는 영국의 Tooth Fairy (이 요정). 


셋다 나름의 이 거래방법(!)이 있는데... 한국의 까치와 거래를 성립하려면 일단 이를 지붕 위까지 던지면, 헌 이를 주는 대가로 까치가 새 이를 가져다 준다. 등가교환에 충실한 거래인 대신, 지붕 위까지 헌 이를 고객이 던져야 하는 수고를 해야 하고, 지붕이 없는 곳에 사는 경우 (아파트라던지) 거래 장소가 모호해진다는 단점이 있다. 


두번째 스페인의 페레스 생쥐는 자기 전에 베개 밑에 헌 이를 놔두면 그걸 수거해 가는 대신 돈을 놔둔다 (전통에 따르면 '선물'을 주기도 한다는데, 일단 남편 주위의 경우를 보자면 돈을 놔두는 편이라고 한다). 일단 거래 장소가 쉽고, 생쥐가 알아서 와서 수거를 해주니 고객에게 편리하다는 장점이 있는데, 문제는 그럼 얼마를 줄 것인가. 이걸 두고 아이들에게 "그럼 네 이를 페레스한테 파는거야?"하고 물어보니, 아이들 눈이 동그레지며 잠시 멍한 표정이 되었다. 그러다가, "아니, 엄마, 이는 파는 게 아니야. 이를 베개 밑에 놔두면 생쥐가 이를 가져가는 대신 돈을 놔두는 거라고"하고 반박했다. 그 말에 내가, "그래, 그러니까 그게 파는 거잖아. 아니면 뭐, 그냥 주는대로 받을 셈이야?" 하자, 셈이 빠른 첫째 아이가 냉큼, "그럼 1000파운드 달라고 할래" 하고 대답했다 (요즘 돈 얘기만 나오면 막 나오는 숫자가 천단위 임;;; ). 아이 대답에, "그렇게 비싸게 부르면 생쥐가 안가지고 갈 수도 있을 걸. 적당한 가격을 불러야지", 하면서 수요와 공급에 대한 사소한 교육을 시켜줬는데... 아이가 "그럼 얼마를 받는게 적당해?" 하고 되물었다. 그래서 같이 요즘 '유치 거래의 시세'가 얼마인지 인터넷으로 찾아봤다 (실제로 Tooth fairy가 얼마를 주는가에 대한 통계도 있었다;;; 2018년 기준 미국에서는 평균 3.7 달러를 줬고, 영국에서는 평균 1.5파운드를 줬다고. 대신 지역, 환경, 부모의 소득수준에 따라 가격의 편차가 크다고;;) 


그럼 마지막 영국의 Tooth Fairy (이 요정)은? 스페인의 페레스 처럼 베개 밑에 놔두고 자면, 알아서 들어와서 헌 이를 수거해 가는 대신, 대가로 돈을 주는 경우도 있는데, 주위 영국인 친구들에게 물어보니, 돈대신 초콜렛 코인을 놔둔다고 했다 (금화처럼 금박에 싸인 초콜렛). 그런데 그게 이 동네(?) 이 요정(tooth fairy)의 사업 방식이라면, 생각보다 좀 사악한(!) 방법 아닌가, 싶은 거다. 등가 교환도 아니고, 그렇다고 정당한 가격을 지불하고 가져가는 것도 아니고, 초콜렛을 줘서 환심을 산 후 단 거 더 먹고 이 더 빨리 빠져라, 이거 아닌가! 그런 생각이 문득 드니, 갑자기 샤방샤방하던 tooth fairy 이미지가 내 머리속에서 급격하게 조폭같은 이미지로 바꼈다;; 머리속으로 그림이 그려지길, 아이들 유치를 수거해 온 후 요정나라에 모여서 "야, 오늘 얼마 모았냐? 초콜렛 확실히 남겨뒀지? 이번에 좀 많이 단거로 준비했으니까 아마 다른 유치들이 더 빨리 빠질거야. 잘 보다가 수거하러 갔다와", 뭐 이러고 있는 이미지?;;; 그런데 더 묘한건 이 이미지 다음에 연쇄반응으로 난데없이 아편전쟁이 떠오르는 거다;; 중국과의 무역 중에 수출보다 수입이 많아지자 의도적으로 아편을 제공하고, 그걸로 다시 은화를 수거해 온 영국.... 더이상 왠지 꼬리를 이으면 안될 것 같아서 (아이들에게 해줄 수 있는 말도 없고;;) 일단 생각을 잠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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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그대로 잡다한 생각의 꼬리들이 생각보다 길게 늘어져서 주섬주섬 여기에 까지 늘어놓고 있습니다;; 생각보다 Tooth fairy에 대한 이야기들이 많더라구요. 특히 서구 사회에 많이 퍼져 있는 이야긴데, 첫 유치가 행운의 상징으로 여겨지는 곳도 있고, 앞으로 견딜 고생의 서막같은 걸로 받아들이는 경우도 있고... 대부분 헌 이를 주면 대가로 뭘 준다는 이야기가 일반적이였어요. 그에 비하면 한국은 수수하다고 해야 할지... 자연의 이치를 그냥 그대로 받아들이는 건지... ;; 


아, 저희는 아직 누구에게 아이의 첫 유치를 넘길지는 결정하지 못했답니다 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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