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aby-free story

요즘처럼 영국에 사는게 실망스러운 때가 없다

민토리_blog 2016. 6. 7. 04:30

아는 사람들은 다 알고 있겠지만, 지금 영국은 EU referendum (국민투표)으로 떠들썩하다. 저번 선거에서 약속한 대로 영국은 EU membership에 대한 결정을 국민투표에 맡겼는데.. 그걸로 정치판이 Remain (남기) vs. Leave (떠나기)로 나눠져서 난리도 아니다. 그리고 그걸 보는 나는 짜증이 난다... 개인적인 의견이고, 외국인의 입장으로 영국의 정치판에 대해 뭐라 할 말은 없지만, 요즘 돌아가는 꼬락서니를 보고 있자면 뭐랄까... 이 영국이라는 나라에 대해 몰랐던 얼굴을 새로 알게 되는 기분이고.. 새로 알게 되서, 놀랍고 신선하고 새로운게 아니라, 알면 알수록 가슴깊숙히 뭐랄까.. 'loathing'에 가까운 감정이 끌어오른다.. 특히 'Leave' 캠페인을 주도하고 있는 이들이 입만 열면 떠들어 대고 있는 'migration' 이슈... 그래, 작년부터 시작된 시리아 난민 문제부터 시작해서 영국으로 유입되는 이민 문제가 아주 민감한 사회문제가 되고 있는건 알겠다. 그런데, 마치 지금 영국이 가지고 있는 모든 문제들이 마치 이민자들 때문인냥 비난하고 있는 꼴을 보자면, 정말 인상이 저절로 찌푸러지고 속으로 가끔 욕도 나온다;; 


이민자들 때문에 영국인들이 직장을 못구하고 있다, 유럽연합에 갖다바치는 돈만 아끼면 NHS를 구할 수 있을거다, 유럽연합을 나오기만 하면 대영제국의 영광을 되찾을 수 있을거다, 유럽연합을 나오기만 하면 세계의 다른 나라들과 자유롭게 무역을 할 수 있을 거고, 우리는 더 튼튼한 경제대국을 이룰 수 있을거다, 등등... 그런 말같지도 않은 소리를 하고 있는 정치인들을 보자면, 그 뻔한 정치놀음에, 파워한번 잡아보자고 장담할 수 없는 미래를 팔아가며, 보다 정확히 말하자면 절벽으로 나라를 끌고 가고 있는그 모양에 화가 나고.. 그런 말들에 동의해서, "Yes, it's unfair all migrants have jobs which British should have!"하고 끄덕이고 있는 영국인들을 보자면, 속으로, 심한 표현을 하자면 경멸감이 끌어오른다. 그들은 마치 이민자들 때문에 자신들이 직장을 구하지 못하고 있는냥 말한다. 그리고 마치 이민자들이 영국으로 와서 마치 천국의 삶을 누리면서 그들의 삶을 지옥으로 이끌고 있는것처럼.. 그럴 때면 말해주고 싶다. 영국인들 당신들이 직장을 못구하고 있는건, 일하고 싶지 않기 때문이라고. 그리고 영국의 세금을 갉아먹고 있는건 바로 일하지 않고 benefit에 의존하며 살아가고 있는 영국인들 당신들이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영국이 이만큼 굴러가고 있는 건, 역사를 통틀어 이 땅에서 최저임금조차 못받고 benefit따위는 꿈도 못꾸고 열악한 상황에서 어떻게든 살아보겠다고 바둥거리고 있었던 이민자들 때문이라고.. 

그리고 웃긴건 그렇게 영국에 있는 이민자들에 대해 열을 올리면서 정작 영국 밖에 있는 영국인들에 대해서는 생각을 안한다는 거다. 그렇게 영국으로 들어오는 문을 닫으면, 나가는 문도 닫힐 거란 건 생각도 못하는지. 이미 유럽 나라들에 형성되어 있는 거대한 Expat communities, 다른 나라로 이민가서 일하고 있는 영국인들, 영국인들이 그렇게 좋아하는 다른 유럽국가로의 휴가, 퇴직과 동시에 시작하는 프랑스, 스페인에서의 삶 등등.. 그런 것따위도 다 영향을 받을 거란건 생각하지도 못하는 것 같다. 유럽으로 나가는 돈은 생각하고, 정작 유럽연합에서 지원받는 수많은 연구지원금등은 생각하지도 못한다. 그리고 나가더라도 마치 영국 정부가 그 갭을 다 채워줄 수 있을거라고 생각한다. 웃긴다. 그럴 거였으면 진작 했지. 


가끔 토론을 보다가 화가 끌어오르면, 그런 생각도 한다. 그래, 떠나보라고. 떠난 다음에 당신네 영국인들이 다른 나라를 갈 때 어떤 취급을 받는지 보자고. 대영제국의 영광이 마치 유럽연합에 의해 가려져 있는 마냥.. 참..오만하다. 특히 내가 살고 있는 동네에는 얼마 전부터 'UKIP'과 'VOTE LEAVE'가 뭉쳐서 곳곳에 배너를 달기 시작했는데... 그 빨간 배너를 볼 때마다, 이 동네가, 영국사회의 한 얼굴이, 일그러진 표정으로 내게 소리치는 것만같다. "You, Migrant, Get OUT of this country!!" 하고... 그래서 요즘은 밖에 나갔다 올때마다 늘 기분이 찝찝하고 더럽다 -_-;; 


어떤 사람들은 이런 내 생각들이 마치 내가 이민자이기 때문에, 내 남편이 유럽인이기 때문에, 그래서 내가 당장 절박한 상황이라서 어떻게든 영국에 머무르기 위해 'Remain'쪽을 지지하고 있는 거라고 생각하는 것 같은데.. 천만이다. 솔직히 이 나라가 정말로 유럽연합을 떠나기로 결정한다면, 이 나라에 내 생각보다 많은 Idiots이 산다는 말이고, 경제로 뭐고 다 때려치우고 이민자들에 대해 영국인들의 대다수가 부정적인 의미를 가지고 있다는 의미인데.. 이런 곳에서 마치 구걸하듯 살아가고 싶은 마음은 없다. 그리고 아무리 정치인들이 온갖 설탕발림을 하더라도, 수많은 독자적인 국제 기구들이 발표했듯 영국의 경제 상황은 나아지기보다는 더 나빠질테니까..  


물론 이거야 지극히 개인적인 생각이고, 위선적이게도 유럽연합을 나간다고 한들 당장 우리가 짐싸서 영국을 나가는 일은 없을 거다. 남편의 직장은 유럽주재라서 영국이 유럽연합을 나가면 영국 곳곳에 위치한 공장/연구소/오피스 등등을 다 닫고 나갈건지, 아니면 영국에서 일하고 있는 모든 유럽인들을 위한 비자 신청을 할 건지.. 어떻게 알겠는가. ㅎㅎ 이것만 봐도 뻔하지 않는가. 영국에 있는 유럽 소속의 회사들이 얼마나 많은데.. 그뒷감당은 어떻게 할려고. 어우 진짜 -_- 그리고 우습게도, 내 비자가 올해 만료되는 까닭에 지금 난 영주권을 신청해놓은 상태다 허허;; (올해 3월부터 비자종류들이 또 바꼈다. 아무래도 referendum을 인식한듯, 예전에는 유럽인의 가족비자를 무료로 신청하면 5년의 기간을 줬는데.. 지금은 영국외에 있는 유럽인의 가족이 영국안에 있는 유럽인 가족을 만나러 오려면 공짜로 신청할 수 있는 대신 6개월 밖에 안준다. 영국에서 살 생각은 하지 마라, 이거지 -_- 그리고 정확히 '왜'라고는 명시해두지 않았지만, 영국내의 유럽인들을 대상으로 해서, 'Residence card' 신청 조항이 생겼다. 그러니까, 혹시라도 referendum 결과가 불안하면 지금 미리 65파운드를 내고 카드를 받아둬라, 이런 뜻일 거다. 이런 장사꾼들.) 


그렇지만, 이런 개인적인 상황들을 제쳐두고라도.. 아무래도 요즘에는 자꾸 신경이 곤두선다. 매번 내가 '이민자'라는 생각을 떠올리게 한다. 그리고 이 영국이라는 나라가 얼마나 오만한지, 특히 Vote Leave 캠페인을 주도하거나 따르고 있는 이들을 보자면, 전통과 예의를 중시한다는 그 고상한 얼굴 뒤에 얼마나 다른 이민자들에 대한 무시와 무지가 숨겨져 있는지.. 그래서 매번 실망하고 있는 중이다........ 


국민투표 6월 23일, 투표 등록 내일 마감. 


얼마 안남았다. 정말 영국이 유럽연합을 떠나게 된다면, 어떤 식으로든 우리도 크게 영향을 받게 되겠지. 그리고 떠나지 않더라도.. 이번 기회로 마주하게 된 영국의 이 빨간 얼굴은 쉽게 잊지 못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