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라인상에서의 모습과 오프라인에서의 모습이 꽤 다른 사람이 있다. 보통 오프라인으로 사람을 먼저 만난 후 온라인으로 그 사람과 연결되어 있는 형태를 많이 취하는 내 인간관계에서 그렇게까지 다른 모습을 보이는 사람은 별로 많지 않은데... 요즘들어 좀 복잡한 마음을 갖게 하는 그녀가 있다.
White middle-class English, 40 years old, Divorced but living with a partner, A mother of one daughter
이 정도가 그녀를 대외적으로 표현하는 말들인데... 그 외 특이사항을 찾자면, 지금 함께 살고 있는 파트너가 정신분열증을 앓고 있고, 지금 그녀 역시 우울증을 앓고 있다는 것. 파트너는 그녀보다 8살이 어리고, 이제 컬리지를 졸업했고, 그림을 그리는 일을 하고 있으며, 그녀는 그녀의 계부의 일을 도와주며 생계를 꾸려나간다. 정부는 (일을 하든 하지 않든) 모든 국민에게 생계를 유지해 나갈 수 있는 돈을 주어야 한다,라고 굳게 믿고 있고, 사업 아이디어 구상에도 관심이 많다. 운전하는 걸 두려워해서 아직 운전면허가 없고, 파트너 역시 건강문제로 운전면허를 딸 수 없는 상황이기에 둘다 운전하지 않으며, 자신의 딸과 파트너 단 둘만 남겨놓는 것에 대해 상당히 불안해한다.
내가 그녀에 대해 알고 있는 간단한 사실들은 물론 만나면서, 혹은 다같이 어울리다가 다른 이들에게 들은 이야기이기도 하지만, 뭐랄까.. 좀 깜짝 놀랄만한 사실들 - 그녀 파트너의 상태, 그녀의 우울증 소식 등 -은 SNS를 통해 알게 된거다;; 페이스북은 물론이고, 함께 친한 엄마들 8명이 속한 그룹채팅방이 있는데, 거기에 그녀는 가끔씩 깜짝 놀랄 만큼 사적인 이야기들을 툭툭 던져둔다. 그래, 그럴 수 있지. 그런데 나를 당황시키는건 그녀의 오프라인에서의 행동이다. 온라인에서의 어두운 소식에 걱정이 되어 만나면, 정작 오프라인에서 그녀는 활발하고, 삶에 별 문제도 없고, 개인적인 이야기도 거의 꺼내지 않는다. 그럼 도리어 이쪽에서 괜히 그녀가 말하고 싶어 하지 않는데 그러는가 싶어 말을 꺼내지 않게 되고... 그러고 나면 또 온라인에서 다시 뭔가 'Bang!'하고 터진다;;;
그런가 하면, 온라인에서 아주 다급하게 도움을 요청해서 이쪽에서 어떻게든 도와주려고 시간을 빼고, 기름을 써가며 달려가면, 그녀는 때로 아주 무례할 만큼 대해서 도리어 어이없게 만든다;;; 그러니까, 한번은 그녀가 건강상의 문제가 있다고 몇주째 온라인에 공개적으로 중계를 해대고 있다가, 그룹채팅방에 병원에 가야하는데 누가 자길 좀 데려다 줄 수 없겠냐고 물어서.. 아무도 대답을 하지 않길래, 두 아이를 돌봐야 함에도 불구하고 데려다 주겠다고 말했다. 11시까지 가야한다길래, 9시반에 꼬맹이 둘을 다 차에 태우고 그녀의 집에 갔다가 (우리집에서 그녀 집까지 차로 20분, 그녀 집에서 병원까지 차로 50분), 병원에 데려다 줬다. 그녀가 얼마 걸리지 않을거라길래, 둘째 꼬맹이는 아기띠로 앞에 안고, 첫째 꼬맹이 손을 잡고 병원 이리 저리를 걸으며 시간을 때우고 있는데.. 12시가 다 되도록 연락이 되지 않았다. 12시가 넘어서야 그녀는 내 문자에 답을 해서 이제 곧 끝날거 같다고 대답하고.. 첫째 꼬맹이는 배가 고프다고 졸라대고.. 얼마나 시간이 있을지 몰라서 일단 간단한 샌드위치를 하나 사서 먹이고 있는데, 그녀가 나타나더니, 다 끝났다며 어서 가자고 서두르는거다. 그래서 첫째 꼬맹이를 서둘러서 걸어나오는데, 바로 집에 데려다 줄 수 없냐는 거다. 그래서 '그럼 점심용으로 샌드위치라도 사갈래?'하니까, 한다는 소리가.. "I already ate my lunch"그러는 거다;; 그 순간 속에서 뭐가 확 올라와서, 언제 먹었느냐 물으니, 간호사가 오래 걸릴 거라고 하길래 병원 까페에 내려가 샌드위치를 미리 사먹었다는 거다. 아우 진짜! 순간 열이 확 받으면서 그럴거면 왜 내게 진작 말해주지 않았는지, 그랬으면 내 아이들이라도 제대로 밥을 먹였을텐데.. 지 기다린다고 시간은 시간대로 보내고 내 자식들 밥도 제대로 못챙겨먹이고... 그래도 영국에서 오래 살았던 짬밥을 있는 힘껏 다 끌어올려서, 태연한 표정을 하며, "Why didn't you tell me?" 한 마디만 하고 말았다... 어쨌건 그녀를 태우고 끌어올라오는 열을 그래도 식혀가며 또 50분가량을 운전해서 그녀 집에까지 갔는데.. 도착하니, 그녀는 "Thank you" 한마디 말만 하고 냉큼 차에서 내려 집에 가버리는거다!! 뒷좌석에서 아이들은 울고 있고, 다시 차를 끌고 집에 가는 길에 뭐 이런 경우가 다 있나, 이렇게 무례할 수가 있나, 이건 무슨 택시보다 못한 취급이네, 싶고... 그렇게 내 금요일의 오전/오후를 다 보내고 집에 와서도 열이 식지 않아 나중에 남편을 붙잡고 마구 화를 냈더랬다...
사실 그 전에도 그녀가 페이스북에 그녀 자신의 우울증에 대해 긴 글을 쓴 이후, 그리고 함께 어울리는 다른 엄마들로부터 그녀가 꽤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는것 같다는 소릴 들은 이후, 그녀에게 몇번씩 어디 갈건데 같이 갈래, 차를 태워줄까, 등등 제안을 하기도 했는데.. 처음에는 "That sounds lovely, yes, please" 그랬다가, 막판에 (당일 오전) 마음을 바꾸거나, 아니면 안간다고 했다가 막판에 다시 요청을 하거나 해서 좀 지치긴 했었다. 그랬던 마음이 위에 그 병원 일을 계기로 좀 닫혀버렸는데... 나만 이런 줄 알았더니.. 알고 보니 다른 엄마들에게도 비슷한 일이 있었다는 거다.
문제는 그녀가 모든 이들에게 그러는 건 아닌거 같고, 함께 아는 8명의 엄마들 중 나를 포함한 4명에게 그런 태도를 보이고, 다른 3명과는 괜찮다는거다;;; 어차피 8명이나 되는 사람들이 모두와 같은 레벨의 친함을 유지한다는게 불가능하긴 하니, 누구와 좀더 친하고, 누구와는 좀 거리가 있고, 그런 정도는 이해할 수 있는데.. 그녀의 경우에는 좀 확연하게 패가 갈라진다. 그러다 보니 이번에 좀 문제가 생겼다.
그녀의 40번째 생일이 곧 다가오는데, 그녀와 친한 한 엄마가 그녀를 제외한 비밀 채팅방을 만들어서 그녀를 위해 뭔가 서프라이즈 선물을 해주자, 그런 의견을 낸거다. 그게 만들어진지 벌써 1달이 훌쩍 넘었는데, 아무런 진전이 없다가, 날짜가 다음주로 다가오니 급하게 한 엄마가 그럼 한사람당 10파운드 정도 내서 요가클래스를 끊어주자, 그런 의견을 냈다. 그런데 웃긴건, 그녀와 친한 3명은 다들 '그래, 좋은 생각이다'하고 찬성했는데... 그녀와 그다지 친하지 않은 엄마들은 아무도 말을 안하고 있는거다;;; 특히 그녀와 친하지 않은 엄마들 중 나와 비슷한 경우를 그녀로부터 몇번 겪은 M은 내게 따로 메세지를 보내서 자기는 그녀의 생일에 아무런 것도 따로 해줄 마음이 없다고 단호히 말할 정도다. 물론 우린 갈등이 있어도 없는 척하는 영국에 살고 있고, 8명 중 5명이 영국인이기 때문에 아무도 직접적으로 그런 소린 하지 않을테지만... .
난.. 사실 돈은 별 문제 될게 없는데... 그냥 속이 좀 꼬여서 더불어 침묵하고 있다;;; 여기서 "I don't want to contribute"하고 말하는건, 'socially unacceptable'한 행동이라 결국에는 'Sure, fine by me'하고 말할테지만...그 때 병원에서의 일로 심사가 좀 꼬여버렸기 때문에... 이렇게 사소하고 소심한 태도로 일단 뻗대고(!) 있는거다.. (그래요... 전 이렇게 속좁은 사람이에요 ㅜ_ㅜ)
...
개인적으로 사람이 사람을 다 이해한다는 것 자체가 불가능하기 때문에 그냥 그 사람 그대로 받아들이자, 하고 생각하는 주의이긴 한데... 그래도 어떤 순간에는 마치 쓴 약을 억지로 삼킬 때처럼 쉽게 받아들여지지 않을 때도 있다. 또 한편으로는 이런 호불호가 갈리는 것도 그만큼 친해졌기 때문이라는 생각에 다시 긍정적이 되기도 하고... 모르면 좋고 싫고도 없을테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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