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 스페인의 바닷가 물을 싫어하는 남편 대신 아이들 둘을 데리고 바닷가로 향했다. 쨍하게 내려쬐는 태양. 띄엄띄엄 앉아있는 파라솔 아래에서 혹은 모래 사장 위에 누워 여름을 즐기는 사람들. 그 사이를 가로질러 파도가 바로 닿을 듯한 곳에 자릴 잡았다. 짐을 봐줄 사람이 없으니 바다에서도 수시로 살피기 쉽게. 수영복 차림으로 집을 나선 아이들은 내가 짐을 내려 놓기도 전에 이미 모래사장 위에 앉아서 모래를 긁어모으고 있다. 금세 모래가 섞인 눅눅한 공기가 몸을 끈적거리게 만들었다. 그런데도 입고 온 여름 드레스를 벗을까 말까 잠시 고민했다. 아이들의 열광적인 격려와 지지로 입고 온 비키니. 그 비키니를 입었던 마지막 기억은 남편과 결혼하기도 전 여자 친구들과 놀러 갔던 영국 브라이튼의 바닷가였던 거 같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