궁금한 걸 알려드리죠

영국에서 불만/이의제기하기 (how to complain)

민토리_blog 2013. 2. 28. 17:51

사례1. 

어학연수를 왔습니다. 오기 전에 홈스테이와 학비를 다 지불하고 왔는데, 영국에 온 뒤 정해졌던 홈스테이를 더 싼곳으로 바꾸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사무실에 찾아가 더 싼 곳으로 홈스테이를 바꾸었으니 이미 낸 돈에서 발생된 차액을 돌려달라고 말했지만, 사무실 사람들은 어깨만 으쓱하고는 자기는 모르는 일이라고 말합니다. 안그래도 물가도 비싼데 한두푼도 아니고 돌겠습니다. 어떻게 해야 하나요?


1. 사무실에 다시 찾아가서 돈을 돌려달라고, 제발 부탁한다고 운다. 

2. 당신들 그러는 거 아니라고 소릴 지르며 욕을 해준다. 

3. 연수원장을 찾아가 내 돈을 돌려주지 않으면 이 사실을 인터넷에 올리고 사람들이 이 곳으로 오지 않도록 안좋은 소문을 퍼트리겠다고 위협한다. 

4. (유학원을 통한 경우) 유학원에 연락해 대신 해결해달라고 말한다. 


사례2. 

집에 물이 샙니다. 집주인/에이전시에 말해서 고쳐달라고 부탁한지 한달이 지났지만 아직도 고쳐지지 않습니다. 전화 할 때마다 곧 해준다는 말 뿐입니다. 이제는 기다리는 것도 또 전화하는 것도 짜증이 납니다. 어떻게 해야 할까요?


1. 다시 전화해서 당신집에 물새면 좋겠냐고 짜증을 내며 욕을 해준다. 

2. 당장 안고쳐주면 집을 나가겠다고 협박한다. 

3. 그냥 포기하고 산다. 


사례3. 

은행에 통장잔고를 증명하려는 서류를 떼러 갔습니다. 그런데 은행업무 안내원이 그런 건 해주지 않는다고 아예 약속조차 잡아주지 않습니다. 분명히 저번주에는 해줬다고 아무리 말을 해도 이제는 아예 쌩을 까고 상대조차 해주지 않습니다. 비자 문제로 서류를 뽑아서 보내야 하는데 안해준다니 미치겠습니다. 어떻게 하나요?


1. 당신 왜 나 무시하냐고 그 사람을 붙잡고 화를 낸다. 

2. 다른 안내원이 있는 날 오기로 하고 일단 돌아간다. 

3. 계속 죽치고 기다린다. 


..................


>> 외국에 살면서 제일 곤란할 때가 무슨 문제가 생겼을 때입니다.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기도 바쁘고 아직도 언어나 문화에 익숙하지 않은데, 갈등이 생기는 문제가 발생하면, 해결하는 것도 골치이긴 하지만 그 과정에서 발생하는 감정소모가 더 피곤하죠. 


특히 어학연수를 온 사람들 사이에서 가장 많이 듣게 되는게 집문제, 학비문제 등으로 돈을 더 냈는데 그 돈을 돌려받지 못한다는 겁니다. 저 역시 예전에 잠시 어학연수를 왔을 때, 교실에서 그것때문에 울고 있는 학생들도 여럿봤고 어떤 학생들은 분개해서 선생들에게도 따지고 욕을 하기도 했지만, 결국 전체 어학원 분위기만 험악해지고, 돈을 받지도 못했죠. 결론부터 말하자면 위의 방법들은 거의 소용이 없습니다. 그나마 4번이 좀 나은 거 같지만, 유학원의 입장에서는 왠만큼 큰 돈이거나 그 어학원과의 관계에 심각한 영향을 끼칠 일이 아닌이상, 한 학생의 문제때문에 계속 관계를 맺어야 하는 어학원과 문제를 일으키고 싶어하지 않습니다. 그러다 보니, 유학원에서는 당신이 아무리 전화를 하고 메일을 보내도 묵묵무답이거나 이런 저런 핑계를 대며 미루는 경우도 있습니다. 


집과 관련된 것도 상당히 큰 문제를 일으키죠. 특히 사는 집이다 보니, 문제가 제대로 해결이 안되면 매일 정말 짜증나고 타지생활이 서러워집니다. 당장 다 때려치고 편안한 내 가족이 있는 한국의 집으로 돌아가고픈 생각이 절절히 들죠. 전화할 때마다 아주 정중하게 'oh, sorry, yes, we will sort it out for you'라는 말을 들을때면 '이번에는 되겠지'하고 믿고 싶지만, 그것도 한두번이지 계속 질질 끌게 되면 그 사람 목소리 듣는것도 짜증나고 정말 욕이라도 해주고 싶죠. 그렇다고 참고 살자니, 내 돈 내고 내 집/방에서 내가 왜 견디고 살아야 하나 하는 생각에 억울하기도 하고... 


위의 경우들에 처했을 때 가장 안좋은 방법은 감정을 드러내서 울거나 화를 내거나 욕을 하는 것입니다. 우리나라에서는 목청을 높여 욕을 하거나 화를 내거나, 혹은 울거나 하면 커지는 상황이 싫어서 상대편이 지고 넘어가는 경우도 많은데.. 영국에서는 거의 통하지 않습니다.


영국에서 일이 안된다고 화를 내거나 욕을 하며 상대방을 비난하면, 그 즉시 문제 해결은 물건너 갔다고 보면됩니다. 상대방도 감정이 상해서 문을 탁, 닫아버리거든요. 그리고 당신과 더 대화하고 싶어하지 않을 겁니다. 우는 것도 마찬가지죠. 많은 경우, 내가 울든 말든 차갑게 나를 바라보거나 어깨를 으쓱하며 '뭐 이런 진상'이라는 제스처를 자기들끼리 주고받는걸 볼 수 있을 겁니다. 


협박도 사실 무의미하죠. 내 딴에는 인터넷에 올릴거야, 집을 나가버리겠어, 하는 협박이지만, 그 사람들 입장에서는 사실 가소롭거든요. 나 말고도, 아니, 한국사람 말고도 영국으로 어학연수오는 사람들은 널리고 널렸고, 내가 당장 집을 나가겠어, 하더라고 내가 그렇게 할 수 없다는 걸 자기들은 알고 있거든요 (보증금은 왜 내겠습니까..). 


그럼 참고 삽니까? 좋은게 좋은거다, 하고 해탈할까요? 아니죠, 그럼 병걸리죠.. 


위의 첫번째 두 사례 같은 경우 가장 좋은 방법은 complain letter혹은 email을 쓰는 겁니다. 특히 불만을 얘기하는 글을 쓸 때는... 


1. 그 목적을 분명히 말합니다. 즉, 시작부터 'I am writing to complain... '이라고 명확히 말하거나, 문제를 설명하고, 'However, I am disappointed that..'같은 문구를 넣어 확실히 내가 만족하지 못하고 'unhappy'하다는 걸 알리는 겁니다. 그렇지 않고, 이런저런 문제가 있다, 'would you please (고쳐달라, 돈을 달라)...'라고 말을 하면 또 씹힐 가능성이 많습니다. 


2. 감정이 드러나는 문구는 최대한 자제하고 명확한 사실을 정확히 나열합니다. 즉, 첫번째 같은 경우, 내가 이런이런 돈을 며칠에 어디를 통해서 입금했는데, 예전 홈스테이 같은 경우 한달 돈이 얼마고, 지금 옮긴 홈스테이는 한달 돈이 얼마니 차액이 정확히 얼마다, 라고 하나하나 다 집어 말하고 필요하다면 영수증 같은 것도 다 첨부합니다. 두번째 같은 경우는, 가능하면 언제 연락을 했다는 걸 다 기록해두고 말합니다. 가장 먼저 문제가 몇월몇일에 발생했고, 그것때문에 몇월몇일에 연락하고 또 했다, 등등.. 


3. 상대방을 비난하는 어구보다는 정중하고 상대방을 높이는 표현을 곁들어 줍니다. 첫 사례같은 경우, 'This is unfair, you are keeping my money and ignoring my request'처럼 비난하는 것보다는, 차라리 'Considering your reputation, I found it disappointing that my request was not dealt properly... (어학원의 명성을 생각할 때, 제 요구가 제대로 처리되지 않았다는 게 유감스럽군요)' 같이 우회적이고 정중하게 말하는 거죠. 두번째 같은 경우도, 가능하면 이 집/방은 결국 집주인 것이고, 물이 새는 걸 방치하면 결국 집주인에게 손해다, 난 세입자지만 이 집/방을 내 집/방처럼 생각하고 care하기 때문에 걱정되서 자꾸 이렇게 연락하는 거다, 라고 말하는 겁니다. 


4. 절대 애원조나 부탁하는 듯한 말은 쓰지 않습니다. 예를 들면, 'I really don't have money, would you please give my money back as soon as possible?' 같이 돈이 없으니 제발 빨리 달라, 혹은, 'I beg you' 같은 표현은 안쓰는게 좋은거죠. 그저 심플하게 사실에 근거해서 돈을 받는 것이 당연한 내 권리라는 태도로 'I would appreciate if you could issue reimbursement as soon as possible'라는 게 낫습니다.


5. 마지막으로 내가 뭘 원하는지 명확히 명시해줍니다. 언제까지 연락을 해달라, 누구에게 연락을 하는 게 좋은지 말을 해달라, 등등 상대방이 취할 수 있는 액션이 담긴 요구를 말하는 게 좋습니다. 


6. 다 쓴 이메일이나 편지는 문제해결에 얽힌 가능한 여러사람이 받도록 해서 보냅니다. 예를 들면 첫번째 사례같은 경우, 어학원장, 어학원 사무실, 유학원을 다 cc해서 보내는 거죠. 


이런 건 집이나 돈 문제 뿐이 아니라 다른 모든 문제/이의제기에 유용하게 사용됩니다. 문제가 반복되거나, 당장 해결되야 할 필요가 없는 경우에는 이메일이나 편지같은 수단이 낫고, 당장 해결되야 할 문제 같은 경우는 전화가 낫습니다. 많은 분들이 전화하는 걸 좀 주저하는 경우가 있는데, 그럴 경우... 


1. 문제나 문제가 발생한 시기 같은 걸 영어로 간단히 메모해두세요. 


2. 상대방의 말을 잘 못알아 듣겠는 경우, 기 죽지 마시고 천천히 말해달라, 다시 말해달라, 라고 부탁하세요. 대충 알아들은 척하고 끊으면 결국 당신 손해입니다. 상대방은 고객센터에 있는 이상, 당신 전화를 먼저 끊을 수 없습니다. 


3. 마지막으로 항상 언제까지 해결해주겠다, 라는 다짐을 받고 전화를 끊습니다. 그리고 그 때까지 해결이 안되면 어떻게 해야 하냐, 라는 것도 잊지 않고 묻습니다. 


4. 전화통화 후에는 전화통화 한 날짜와 내용들을 잊지 않게 메모해 둡니다. 혹시 문제 해결이 안되면 또 전화나 이메일을 통해 컴플레인 해야 하니까요.. 


..... 


그럼 마지막 사례같은 경우는 어떻게 해야 하나요?


매니저를 불러달라고 강경하게 말합니다. 업무 담당원이 아무리 그런 건 없니, 어쩌니 해도 이제는 당신이 그 사람을 무시하고 매니저와 직접 말하게 해달라고 요구합니다. 


음식점같은 곳에서 제대로 취급받지 못했을 경우, 종업원이 무례할 경우 등등, 참기 보다 매니저를 불러달라고 당당히 요구하고, 내가 화가 났음을 설명합니다. 물론 이 때도 욕이나 감정을 드러내서 목청을 높이는 건 자제합니다. 그럴 경우 역시 상대방은 방어자세를 취하거든요. 그리고 마지막에는 늘 'Thank you'라는 말로 분위기를 누그러뜨립니다. 


.... 


타지에서 내 한몸 건사하기도 힘든데.. 문제까지 연달아 생기고 해결도 안되면, 그것만큼 힘든게 없죠. 그래도, 내가 내 권리 주장안하면 여기서는 아무도 신경써주지 않습니다. 영국 짜증난다고, 영국인 재수없다고 욕해봐야 바뀌는 건 없고, 내가 외국인이라서 차별받는다는 생각에 혼자 우울해하기 전에, 그 에너지를 모아서 오늘도 열심히 불만을 당당히 얘기하며 살아봅시다~~ 모두 화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