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기 여권 신청때문에 간만에 런던에 왔다
런던은 유모차가 참 안어울리는 도시란 생각이 처음으로 들었다.
머무는 곳이 런던의 중심부인 Strand라서 Buckingham Gate에 있는 한국 대사관에 걸어갔다가, 다시 Buckingham palace 를 지나 Green Park, Trafalgar square, Covent garden을 거쳐 호텔에 돌아왔다. 런던은 역시나 많은 관광객들로 북적거리고 있었고, 정장입은 이들이 빠른 걸음으로 스쳐지나갔다. 저녁에 다리를 건너 South Bank로 산책갔을 때, River Thames 주위는 불빛이 쏟아져내리는 건물들로 꽤 낭만적이였다. 강가에 즐비한 카페, 레스토랑의 사람들. Charing Cross 철로 밑에 마련된 간이 무대에서 연주되고 있는 첼로. 그리고 강가에 이제 두달된 아기를 태운 유모차를 멈춰놓고 멍하니 있는 나.
나 역시 한때는 그들처럼 분주했고, 밤에 강에 비친 불빛을 바라보며 맥주를 들이켰고 시간가는 줄 모르고 강가에 앉아 연주 소릴 들으며 얘기에 심취했던 적도 있건만, 아기와 함께 나온 런던은 그대로였지만 퍽 달라 보였다. 아기를 놀래 깨게 할만큼 소음이 많았고 거리에는 사람들이 너무 많고 빨리 움직였으며, 도로의 작은 공사들은 유모차의 움직임을 방해했다. 아기자기한 까페들은 예뻤지만 유모차를 끌고 들어가기엔 공간이 너무 좁았고, 때론 너무 시끄러웠다.
주위에 제대로 된 펍 하나 없이 조용한 곳에 살던 나는 간만의 런던 나들이에 들떴고, 예전의 기억이 떠올라 즐겁기도 했지만, 동시에 이번 런던행은 내 인생에서의 한 장이 확실히 끝났음을 확인시켜 주었다. 후아... 시끌한 런던 중심부의 밤거리에서 곤히 잠든 아기를 볼 때 느낀 그 묘한 이질감과 안도.. 또 한 장이 시작되는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