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기와 살아남기

두가지 출산의 경험

민토리_blog 2014. 7. 27. 19:02

분명히 전에 글을 쓰다가 임시저장해 둔게 얼마 전인거 같았는데 지금 확인해 보니 벌써 2주도 전의 일이다.... 도대체 하루하루가 어떻게 지나간건지... 


7월 1일 새벽 3시 36분에 둘째가 태어났다! 이번에도 역시나 새벽에 아무도 없는 밤거리를 달려서 양들이 길가옆에 잠들어 있는 고개를 두번 넘어 병원에 도착했다. 분만예정일이던 26일 정도부터 매일 저녁/밤에 진통이 오길래, 월요일 밤에도 이러다 말겠거니 하고 잠자리에 들었는데, 12시부터 심해지던 진통이 급기야 10분에서 9분, 7분, 6분 사이로 급격히 줄어들더니 병원에 전화를 하고 차에 탔을 때는 3분간격으로 심해지기 시작했다. 그리고 병원에 도착한지 1시간 좀 넘어서 둘째 출산!!! 첫째 때 병원에 도착해서만 15시간 이상을 견뎠던 것에 비하면 완전히 다른 경험... 그 두가지 극과 극 경험이랄까.. 


1. 첫째 - 오랜 진통, 온갖 고통 완화제의 향연, 결국은 제왕절개... 


분만 예정일이 4일 지나고 나서 금요일 아침 8시 경에 양수가 터졌다. 보통 영화나 드라마에서 보면 양수가 터지면 급히 병원으로 옮겨지고, 여자가 으아아아아~~ 하는 비명을 몇번 지른 후 아기 울음소리가 들리고, '축하드립니다, 왕자/공주님입니다' 하는 장면이 나타나지만... 여기선 양수가 터진다고 해서 바로 병원에 가진 않는다. 특히 나 같은 경우는 양수는 터졌지만 진통이 없는 상태이기 때문에, 일단 미드와이프에게 전화를 했다. 미드와이프는 진통이 없다는 것과 피가 나오지 않는다는 걸 확인한 후, 나중에 집에 들리겠다는 말을 하고 다음날 오전 8시로 유도분만을 예약해 주었다 (24시간이 지나면 감염의 위험이 있기 때문). 남편에게도 전화해서 양수가 터졌다는 걸 알렸지만, 역시 병원에 갈 일이 아니기 때문에 일단 회사에서 대기. 


오전 11시 경에 미드와이프가 집에 와서 배 상태를 체크하고, 아기 심장소리를 듣고, Sweeping을 해줬다 (손가락을 집어넣어 아기가 나올 곳을 휘젖는 거라고 할까요... 그다지 좋은 느낌은 절대 아닙니다;;). 미드와이프가 간 이후부터 난 폭풍 운동! 걷고 계단위를 올라갔다 내려갔다 하고, 춤추고;;; 그렇게 1시가 넘어 일단 남편도 조퇴하고 집에 온 후 진통이 1시간 간격으로 시작됨. 저녁때 까지 30분 - 20분 간격을 왔다 갔다 하더니 자정이 다 가까워져서야 5-6분 사이로 줄어들었다. 


여기서는 진통이 5-6분 사이가 되어야 병원에 있는 24시간 미드와이프 대기실로 전화를 하라고 권한다. 공공 서비스이기 때문에 안좋은건 스스로가 아무리 아파도 그냥 병원에 갈수는 없다는 것. 전화를 해서 아무리 대기시간이 길어도, 그 동안 진통 때문에 아파 죽을 거 같아도 꾹 참고 전화가 갈 때까지 기다려야 한다. 

그렇게 통화가 되면, 미드와이프가 일부러 천천히 말한다는게 느껴진다. 미드와이프는 천천히 진통이 언제부터 시작되었는지 부터 묻기 시작해서, 내 이름을 묻고, 전화번호를 묻고, 생년월일을 묻고, 주소를 일일이 다 부르라고 말하고, 분명히 내 정보를 다 가지고 있음에도 가능한 시간을 끌며 질문을 해댄다. 그러다 진통이 오면 괜찮다며 진통하라고 기다려준다;; 그리고 나서 '더 견딜 수 있겠냐'라고 물은 후, 내가 '꼭 그래야 하느냐'하고 대답하면 그제야 준비해둘테니 병원으로 오라고 말한다. 


그렇게 새벽 1시 정도에 병원에 도착. 분만 준비실에 가서 옷을 갈아입고, 미드와이프는 기본 체크를 하고, 말하기를 입구가 3센치 정도 열렸다고 했다 (10센치가 되어야 분만 가능). 그 다음부터 오랜 기다림 시작... 처음에는 딸려있는 욕조에 들어갔다가 도저히 견딜 수 없어 나온 후 출산용 공에 앉아 있다가, 걷다가 서다가, 결국 누워서 Gas & Air (laughing gas)에 의존해 숨쉬기 시작 - 정신을 좀 몽롱하게 해준다. 그런데 자꾸 들이키다 보면 목이 건조하면서 탁해지고, 나중에 진통이 심해지면 약발이 떨어져서 별로 고통이 완화됬다는 것도 못느낀다. 그렇게 유도분만이 약속된 오전 8시까지 견뎠지만, 5센치 정도밖에 안열림. 그 다음부터는 확실히 체력이 딸리기 시작해서 미드와이프들이 토스트랑 우유랑 갖다줬는데 먹기도 힘들고, 정신도 멍하고.. 그냥 아프기만 하고..... 그 때부터 미드와이프들이 몸에 영양제 보충을 위한 주사바늘을 꼽기 시작하고, 유도분만제를 주고, 아기 모니터를 달고, 뭘 주렁주렁 내 몸에 꼽기 시작... 난 정신없이 그저 견디고, 견디고... ㅜㅜ 결국 pathidine도 맞고 (이것도 고통완화제, 허벅지에 놔주는데, 맞으면 약맞은 것 마냥 정신이 몽롱해진다), 그러나 입구는 7센치에서 더이상 안열리는 상태... 그러다 오후 3시가 넘어 아기가 back-to-back (아기 등과 엄마등이 맞닿은 상태, 원래 아기 등이 엄마 배쪽으로 향해야 한다)으로 위치를 바꾸고 안에서 똥까지 싸고 그러면서 상황이 위급한 방향으로 급격히 변하면서 바로 수술 동의서에 사인하고 수술실로 들어갔다.


척추에 마취주사를 놓고 수술대에 누워 배 아래부터 파란 장막이 처지는 걸 보면서.. 사실 별 생각이 들진 않았다. 너무 피곤했고 지쳐서.. 그냥 멍하니 힘이 빠져버린 상태라고 할까.. 마취가 되어 있긴 하지만, 그렇다고 감각이 전혀 없는 건 아니였기에, 내 배를 누르고 움직이고 뭔가 밀어내고 하는 그런 이상한 내 몸이지만 내 몸같지 않은 느낌을 맞보며 누워있는 동안, 아기 울음소리가 들렸다. 그래도 뭐랄까.. 정말 아기를 내 옆에 데리고 오기 까지는 현실감각이 없다고 할까..  그렇게 지쳐있는 내 몸위에 간호사들이 Skin-to-skin을 위해 아기를 눕혀놓고 수술 마무리에 들어갔다. 


제왕절개는 사실 수술자체는 별 문제가 안되지만, 회복기간이 고생스럽다. 일단 몸을 전혀 움직일 수 없기 때문에 아기가 울어도 제대로 안아줄 수도 없고, 병원에서 수시로 혈압재고 진통제 준다고 들리기 때문에 제대로 쉴 수도 없다. 영국에서는 보통 한 병실에 4-6명의 산모가 아기와 함께 머무는데.. 산모의 침대옆에 투명플라스틱으로 된 아기 침대가 같이 있다. 제왕절개를 한 산모가 할 수 있는 일은 기껏해야 침대의 리모컨을 눌러 자세를 바꾸거나, 미드와이프를 부르는 버튼을 누를 수 있는 정도... 아기를 내 스스로 안아올릴 수도 없었기 때문에 아기가 배가 고파 우는 것 같거나 올리거나 할 때면 미드와이프를 부를 수 밖에 없었다. 그리고 매일 다리의 부종을 막기 위해 하얀 타이츠 같은 걸 신고있어야 했는데.. 그 불편함이란! 어쨌건 제왕절개는 다신 하고 싶지 않은 경험이였다. 


2. 둘째 - 며칠에 걸친 고통의 준비기간, 초고속 진행, 그리고 자연분만. 


다들 둘째는 낳기 쉽다고 했다. 낳기 쉽다는게 분만에만 해당되는 건지, 임신 기간 전반을 말하는 건지는 잘 모르겠지만, 내 경험에 따르면 임신 기간은 첫째와 다를 것 없이 힘들었고 (입덧 등), 2년이라는 세월이 흘러서 그런지 몸은 사실 더 아팠다 (첫째때는 없던 골반통증에 배뭉침까지 겹침). 그리고 첫째 때문에 쉴 수가 없으니 더 고생스럽게 느껴졌고.. 


둘째를 낳기 전에 우리가 가장 고민했던건, 도대체 첫째를 어디에 맡겨야 할 것인가, 였다. 우리처럼 근처에 가족이 없는 경우에는 이게 제일 문제가 되는데.. 우리같은 경우, 일단 친한 친구들을 묶어 WhatApp에 그룹 채팅방을 만들었다. 그런 후 친한 이웃을 찾아가 혹시 첫째가 잠든 후에 병원에 가야할 상황이 생기면, 집으로 와서 있어줄 수 있겠느냐고 물었다. 그런 후 병원에 가지고 갈 출산 가방을 준비함과 동시에 첫째를 위한 비상 가방도 따로 준비하고, 그 안에 첫째의 루틴이 담긴 편지도 넣어두었다 (밥 먹는 시간이라든가, 잠자는 시간 등..). 비상용 집 열쇠도 하나 맞추고, 혹시나 밤에 이웃이 와서 지낼 경우에 대비해 손님방도 깨끗이 정돈해 두는 등, 하여간 출산준비보다는 첫째와 관련된 비상대책 마련으로 더 바쁜 시간을 보냈지 않나 싶다. 


특히 분만예정일 일주일 전부터 시작된 진통은 그런 걱정을 더 하게 만들었고, 정작 제대로된 진통이 시작되기 전 날에는 몸이 너무 힘들어서 서럽게 울기까지 했다 ('왜 이렇게 힘들게 하는거야아 엉엉엉 ㅠㅠ' 하는 분위기;;)


둘째의 진통도 역시나 자정무렵 부터 심해지기 시작했는데, 새벽 1시가 넘었음에도 우리 전화에 아주 차분하게 달려와준 이웃부부 N과 J에게 잠들어있는 첫째와 집을 맡기고 병원으로갔다. 차에 타면서부터 진통이 3분간격으로 시작되었기에 남편은 아무도 없는 그 새벽 거리를 엄청난 속도로 달렸다;; 진통하면서도 그 와중에 걱정되서 'Be careful of the sheep, you know there is a speed camera' 하는 소리 따윌 한 건 나였고;;


병원에 도착해서는 걸을 수도 없는 상태였기에 미드와이프들이 휠체어를 가지고 와서 부축해 데려갔고, 재미있게도 첫째를 낳기 위해 있었던 분만실과 같은 곳에 들어갔다. 이번엔 자궁입구가 4센치 정도 열린 상태라고 했고, 미드와이프가 피검사와 혈압검사등을 하는 동안 이미 통증이 너무 심해서 Gas&Air 호스를 입에 물고 참아야 했다. 보통 진통은 끊임없이 아프다기 보다, 파도가 왔다 가는 것처럼 심하게 아프다가 휴식기간이 찾아오는데 (그 주기가 짧을 수록 분만에 가까워온다는 신호), 어느 순간 진통 주기가 지났는데도 아픔이 없어지지 않았다. 그 때 미드와이프가 살피더니, 하는 소리가 "Oh, dear, I can see the baby head. She is coming"!!


병원에 도착한지 대략 30분 만에 입구가 9센치까지 열리고 아기가 이미 내려온 상황. 그리고 그렇게 자연분만이 시작되었다. 자연분만은.. 느낌이 좀 오묘한게.. 보통 사람들이 큰 거 볼 때와 같은 거라고 말하지만, 그게 원래 나오는 곳이 아닌 곳으로 나오는 거랄까.. 그리고 그 'Push!!! (힘줘!!)' 할 때, 정말 온몸의 힘을 다 쏟아붓는다는게 정답이다. 악성 변비때의 몇배에 해당하는 고통이랄까.. 한번 힘준다고 될일이 아니니, 그렇게 또 열심히 힘을 주고 뭔가 나왔다고 생각하니, 그게 머리. 또 힘을 줘서 뭔가 쑥 빠졌다고 생각하니 그게 몸. 그렇게 둘째는 태어났다. 


힘을 너무 준 까닭에 거의 탈진할 상황인데, 남편은 아기가 나왔다고 소릴 지르고, 미드와이프는 아직 탯줄도 안잘라진 상태에서 그 어린 것을 바로 내 품에 올려놓았다. 그 다음부터는 느긋하게 탯줄 정리하고, 남편이 탯줄을 자르고, 태반을 빼내고, 아기 어깨에 걸려 찢어진 상처를 꼬매고.. 그 동안 그 어린 것은 내 젖을 찾는다고 머리를 흔들어대고.. 


상황이 대충 정리되자, 분만실에 딸린 욕조에 물을 받아주며 몸을 좀 씻으라고 한 후, 미드와이프들이 사라졌다. 아기는 대충 닦겨진 상태에서 시트에 둘둘 싸여 플라스틱 아기침대에 눕혀지고.. 막상 따뜻한 물에 몸을 담그고 나오니 피로와 잠이 미친듯이 몰려왔다. 그리고 반쯤 잠에 취한 상태로 다시 휠체어에 실려서 윗층 산모병동으로 아기와 함께 운반되고, 남편은 6시가 넘은 시각에 다시 집으로 돌아갔다. (영국에서는 왠만한 상황이 아니면 남편도 산모와 함께 밤에 머물 수 없습니다. 보통 면회가 아침, 오후에 허락되고, 점심시간 때와 밤에는 방문객을 다 돌려보내죠 - 남편도 예외는 아님)


남편은 이미 마련된 채팅룸으로 친구들에게 둘째가 태어났음을 알림과 동시에, 다음날 오전에 첫째를 봐줄 수 있는 사람이 있는지 물어봤고, 아침에 첫째가 깬 후 시간이 괜찮은 친구네 집에 첫째를 맡기고 다시 병원으로 왔다. 


자연분만의 좋은 점은, 찢어진 부분을 꼬맬 때 했던 국소마취를 제외하곤 몸에 어떠한 제약도 가해지지 않은 까닭에 바로 움직일 수 있다는 거다 (화장실 갈 때를 제외하곤 다 견딜만함). 병원에서는 아기가 태어난 후 최소 6시간이 지난 후에 전체적인 검사를 하기 때문에, 병원에서 하루밤을 더 머물러야 했지만, 몸을 움직이는 것에 제약이 없기에 첫째 때보다는 덜 힘들었다. 어떻게 보면, 막 태어난 둘째와 단둘만의 시간을 보낼 수 있어 더 좋기도 했다 (물론 젖달라고 한시간 간격으로 보채는 바람에 잠도 제대로 못자긴 했지만;;). 


출산 후 다음날 퇴원을 했고 집으로 돌아온 후, 하나가 울고, 하나는 떼를 쓰는 진정한 두 아이의 엄마가 되었다 -_-;; 


.........

덧 1. 진통의 느낌이 어떻냐면... 저 같은 경우, SF영화 같은 데 나오는 문어처럼 발이 여러개있는 기계/괴물 있잖아요? 그게 스물스물하고 올라와서 허리와 복부 전체를 감싼 후, 꽉 조이기 시작하는 느낌입니다. 그것도 제 척추의 신경에 침을 다 꽂고 조으는 것 같은 느낌이랄까요. 그러다가 좀 있으면 좀 풀리고, 아, 이제 살았구나, 하는 느낌이 들면, 또 좀있다 다시 시작되는 기분입니다;;; 


덧 2. 전에도 잠시 얘기했지만, 영국에 '산후조리'의 개념따윈 없습니다. 왕실의 Duchess of Cambridge가 아기낳고 멀쩡한 모습 (몸매도 그대로, 어떻게?!!)으로 바로 퇴원한 걸 봐도 알 수 있죠. 병원에서는 줄기차게 토스트, 커피, 차를 권하고, 식단도 산모라서 영양을 고려한 것 같진 않은, 그냥 아무 카페를 들어가도 나올 법한 메뉴들이 있죠;; 


덧 3. 예전에 제왕절개를 했더라도, 몸에 별 이상이 없는 이상 자연분만을 권하는 분위기입니다. 그 대신 아기상태를 항상 모니터 해야 하기 때문에, 수중분만은 절대 할 수 없고, 처음처럼 걸어다닌다던지 욕조에 들어가 있는다던지도 할 수 없습니다. 


덧 4. 지금 생각해보면, 첫째 때 몇시간을 견디며 아무리 힘을 썼더라도 자연분만은 못했을 거란 생각이 드는데요.. 자연분만할 때 정말 엄청난 힘을 줘서 아기를 밀어내야 하기 때문에, 몇시간 진통으로 힘이 딸린 상태라면 아무래도 힘들지 않았을까 싶더라구요. 그래서 말인데, 분만예정일 가까워지면 정말 수시로 많이 먹고 힘을 비축해두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