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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과 한국의 돌잔치 비교

민토리_blog 2013. 4. 7. 10:12
어제 조카 돌잔치에 다녀왔습니다.
영국에서는 4번정도 영국맘들 초대로 돌잔치를 갔었지만 한국에서 돌잔치는 처음이라 많이 궁금했었는데요, 이런 점들이 달랐습니다.

1. 사진
이럴 때 사진으로 두고 비교를 하면 젤 좋겠지만, 생각해보니 사진찍기가 가장 다르구나 싶더라구요.  왜냐면 영국에서는 부모의 동의없이 아이들 사진찍는게 금기시 되어있거든요.BBC 뉴스 보시는 분들 알겠지만 아이들이 나올 경우 얼굴이 안나오게 뿌옇게 해놓거나 아예 뒷모습이나 몸만 나오게 찍죠. 아기 놀이터에서도 자기 아기나 친한 엄마들끼리 자기 아기들 사진을 같이 찍는걸 제외하고 전체를 찍는 경우는 없습니다. 
물론 한국에서는 정반대죠. 어제 장소에도 돌잔치 아기외에 다른 아기들도 많았는데, 전문 사진사 대략 2- 3명이 부페에 음식 뜨는 것부터 다른 아기들 밥먹는거까지 다 찍고 다니더라구요. 물론 돌잔치 가족의 추억이고 외부에 노출되는게 아니니 상관없지만 한국인의 사진찍기 열정을 다시 실감했습니다.

2. 행사시간
어제 돌잔치는 저녁 6시에 시작했습니다.  전에 한국에 오기전에도 글을 남겼지만, 너무 늦은 시간이라 도대체 아기 있는 사람들은 어쩌라는거냐고 걱정이 많았는데요.. 이번에는 아기가 시차적응 한다고 잠을 늦게 자기 시작하는 바람에 무사히 다녀올 수 있었지만, 만약 한국에서 사는 입장이였다면 아예 안가거나 아기를 맡기고 가거나 한시간 안에 나오거나 하는걸 택했을만큼 돌잔치치곤 무척 늦은 시간이었습니다.  그렇게 돌잔치를 늦게 잡는 이유는 대부분 부모나 지인들이 편하라고 하는 경우가 많고, 아기를 초저녁에 규칙적으로 재우는 사람들이 별로 없기 때문이라고 하던데요... 
영국에서의 돌잔치는 대부분 주말의 낮이나 약간 늦은 오후에 시작합니다. 다들 빠르면 6시 늦어도 8- 9시 이전에는 아기 목욕을 시키거나 하고 재우기 때문에 저녁에 아기와 연관된 행사를 하는건 상상할 수 없거든요.

3. 누굴 초대하는가
영국에서 돌잔치 초대장을 받았을 때, 실제로 초대를 받은 건 사실 저나 남편이 아니라 제 아이였습니다. Dear 꼬맹이 이름, 이렇게 초대장에 적혀있었고 보내는 사람 서명도 상대방ㅇ아이였죠. 어찌보면 아이 생일 파티니 아이의 친구들을 초대하는게 맞는거죠. 그리고 부모들은 보호자 입장으로 참여하는 거니까요. 그렇지 않다면 그냥 자기 가족들끼리 생일 축하하며 보내기도 합니다. 
한국에서의 돌잔치는 제2의 결혼식이라 할만큼 다양한 사람들이 초대되죠. 직계가족외에 친척들, 부모님 친구분들, 아기 부모의 친구들, 아기 부모의 회사 동료는 물론 거래처 사람들까지.. 한국에서 돌잔치를 한 친구말로는 정작 아기가 있는 사람들은 잘 못올 경우가 많다더라구요. 시간이나 장소의 제약때문에 말이죠. 

4. 장소와 셋팅
우리나라는 결혼식도 그렇고 돌잔치도 그렇고 모든걸 대부분 부페가 딸린 전문 행사장에서 하죠. 돈만 주면 모든걸 세팅해주니 편하기도 하고 다른 거 크게 신경쓸 필요가 없으니까요.  영국에서는 대부분 부모가 직접 Village hall, Community centre 같이 넓은 공간을 빌립니다. 그리고 아이들이 놀 수 있는 bouncy castle이나 놀이기구 같은 걸 같이 빌리거나 따로 준비합니다. 아기 생일이니 아기들이 놀 수 있는 걸 준비하는건 어찌보면 당연한 것 같은데.. 사실 이게 한국의 돌잔치와 가장 다른 점이 아닌가 싶더라구요. 한국의 돌잔치는 사실 부모의 잔치라고 할만큼 예쁘게 꾸며놓았을진 몰라도 아기들이 놀 수있는 곳은 전혀 없었으니까요.

5. 음식
영국에서는 돌잔치에 주로 아이들이 먹을걸 위주로 준비합니다. 아이들이 좋아하는 finger food나 과일 종류가 많죠. 테이블도 아이들 위주로 셋팅되어 있습니다. 부모들을 위해 작은 피자나 소세지롤 같은게 있어도, 어른들은 아이들 먹이면서 같이 몇개 주어먹는 식이죠. 
한국은 부페가 딸려있으니 어른 먹을거야 걱정할게 없지만.. 아이들 먹을건 참 없더라구요.  특히 한국음식의 특성상 대부분의 요리에 다 소스가 이미 첨부되어 있으니.. 과일도 사과나 배, 바나나 같은 건 너무 흔해서 그랬는지 열대과일 같은 게 많던데 아기 먹이긴 좀 힘들었죠. 결국 국수면과 과일 몇 개 챙겨와 먹이며 주위를 둘러보니.. 돌잔치 주인공 아기도 국수면을 빨고 있고 여기저기 아기들 입에는 다 국수면발.. ㅎㅎㅎ

6. 행사진행
돌잔치 시작후 50분 정도 지나니 사회자인듯한 분이 마이크를 잡고 나와 진행을 하더라구요. 일단 노래소리랑 마이크 소리가 커서 여기저기서 아기들 울음소리가 나고.. 제 아기는 완전 뻥한 모습이었죠. 그리고 번쩍거리는 조명과 불빛들.. 돌이 된 아기의 영상이 나오고 무슨 퀴즈와 추첨을 통해 아기 부모가 준비한 선물을 주고, 아기 아빠 춤도 시키고 다른 사람 불러내 노래도 시키고, 행사의 하이라이트부분인 돌잡이에서는 아기 돈을 잡게 하기 위해 사람들이 만원 오만원짜리를 쟁반위에 뿌려놓기도 하고... 하여간 떠들썩했습니다. 
영국에서는.. 티비에서도 번쩍거리는 화면이 많을 경우 미리 경고를 내보내잖아요? 그러니 그런 번쩍거리는 건 아예 없고, 사람들이 다같이 모여하는거래봐야 생일 축하 노래가 다입니다. 어떨 땐 아기들을 중간에 모아두고 게임을 해서 선물을 주기도 하는데, 물론 아기들 게임에 역시 부모가 아이들데리고 앉아있는거고 선물도 아기들 선물이죠.

7. 답례품
어제 답례품은 참 예쁘게도 포장된 텀블러였습니다. 그외 수건이 있기도 하고 그런다던데... 영국에서도 답례품이 있습니다. 대부분 아기들 작은 장난감이나 생일케익 조각이나 초콜렛 몇 개를 주죠.

...
어제 돌잔치 진행자가 사실 돌잔치의 주인공은 아기가 아니라 엄마다, 라고 말했는데요, 그게 정답인 것같았습니다. 부모가 아이와 세트로 옷을 맞춰입고 풀화장에 머리까지 예쁘게 한 새언니는 정말 제 2의 결혼식을 치르고 있는 모습 있었거든요.

결론은 영국의 돌잔치는 아이 중심, 한국의 돌잔치는 어른 중심..이라고 할 수 있겠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