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에서 출산하기
++ 출산 예정일이 지났는데 병원에 연락해야 하나요?
안합니다. 영국에서는 출산 예정일 이후 2주까지는 그냥 기다리는 편입니다. 2주가 되도록 산통의 기미가 보이지 않으면 유도분만을 예약해 줍니다.
++ 양수가 터졌어요. 병원에 연락해야 하나요?
안합니다. 양수가 터져도 진통이 시작되지 않았으면 병원에 가도 다시 되돌려 보냅니다. 다만 양수가 터진 후 감염 위험 등을 고려하여 24-48시간 이내로 유도분만을 예약해 줍니다. 미드와이프나 병원 labour unit으로 전화합니다.
++ 진통이 시작되었어요. 병원에 가야 하나요?
안갑니다. 그대신 미드와이프나 병원의 labour unit으로 전화합니다 (미드와이프가 어디로 전화하라고 줄 겁니다). 전화하면 담당 미드와이프든, 병원의 미드와이프든 아주 침착한 목소리로 이것 저것 질문할 겁니다. 내가 5분마다 산통때문에 죽을 거 같아도 그들은 아주 차분히 질문합니다. 그리고 산통을 지나가는 동안 기다려 줍니다 (-_-). 주로 본인의 이름, 주소, 연락처 등부터 시작해서 언제 진통이 시작되었나, 몇 분 간격으로 어떻게 진행 되었냐, 등등... 이렇게 질문하면서 임신부의 상태를 짐작하기 위함입니다. 즉, 여전히 말을 제대로 할 정도면 아직은 견딜 만 하구나 싶어, 더 버티라 그러고, 산모가 말도 못할 만큼 숨이 가쁘고 죽을 거 같으면 그제야 병원에 오란 소릴 합니다. 그러니 별 다른 이상증세 (피를 흘린다는 등)가 없으면 산통이 5-6분간격으로 올 때까지 그냥 집에서 죽어라 버티는 게 낫습니다.
++ 분만 방식을 선택할 수 있나요?
임신기간동안 미드와이프와 함께 분만 계획을 짤 수 있습니다. 자연 분만이라면, 병원에서의 일반 분만, 수중 분만, 가정에서의 일반 분만, 수중 분만을 선택할 수 있습니다. 물론 병원에서의 수중 분만은 모든 상황이 다 순조롭게 진행되고, 병원의 수중분만실이 비어있을 때 가능합니다. 그 대신 분만실에 대부분 작은 욕조가 같이 있어 고통을 완화시키기 위해 목욕을 택하는 산모가 마음껏 사용할 수 있게 되어있습니다. 가정에서 수중 분만을 택하는 경우, 휴대용 수중분만용 욕조를 무료로 대여해 주는 곳도 있지만 본인이 직접 돈을 내고 빌리거나 사야 할 수도 있습니다.
++ 일반 분만시 자세는 여전히 굴욕자세인가요?
자세 역시 산모가 편한대로 선택할 수 있습니다 (엎드리든지, 큰 일 보는 자세라든지.. 맘대로입니다). 물론 산통이 진행 되는 동안 응급 상황이 발생해 응급 제왕절개 등을 하게 되면 별 선택없이 굴욕자세가 될 수 밖에 없지만요..
++ 회음부 절개도 당연하게 하나요?
가능하면 안하려고 합니다. 임신 기간 중에 회음부 절개를 예방하기 위해 회음부 마사지 방법등을 가르쳐 주기도 합니다. 미드와이프에게 'perineal massage'에 대해 물어보세요. 아님 밑의 링크를 보시면 하는 방법이 나와 있습니다. (영문입니다, 그래도 그림 보시면 이해가 바로 될겁니다)
http://www.oxfordradcliffe.nhs.uk/forpatients/090427patientinfoleaflets/090924perinealmassage.pdf
++ 통증 완화제 (pain relief)는 어떤게 있나요, 선택할 수 있나요?
먼저 병원에 도착했을 때 바로 쓸 수 있는 게 Gas and Air (Entonox 혹은 laughing gas라고도 불립니다) 로 산소와 질소가 반반 섞인 가스입니다. 가스통에 연결되어 나온 호스를 입에 대고 숨을 들이쉬고 내뱉으면 됩니다. 통증을 없애 준다기 보다는 말그대로 완화시켜줍니다 (take the edge off labour pain). 산통이 올 때 가스를 들이 마시는 것보다 진작부터 마시고 있음 좀 낫습니다. 근데 계속 들이마시고 있으면 머리가 좀 띵하니 멍해지는 느낌이 옵니다. 물론 산통이 더 심해지면 가스 들이마시는 걸 잊을 만큼 고통스럽죠 -_-...
그 외 많이 쓰이는게 Pethidine, Epidurals 입니다. 문제는 둘다 태아에게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Pethidine같은 경우는 아기가 나오기 까지 최소 3시간 이상 남았다고 판단될 때만 줍니다. 이건 허벅지에 놓는 주사인데, 제 경험상으로는 이거 맞을바에야 차라리 에피두얼을 맞는게 낫겠다는 생각이 들더라구요. 이것도 통증을 완전히 없애주는 게 아니라 완화시켜주는 건데, 전체적으로 약 맞은 것처럼 사람을 몽롱하게 만듭니다. 정신은 없는데 통증만 느껴지죠. 통증이 좀 둔하게 느껴지긴 해도, 통증이 없을 때는 정신도 없다가, 통증이 올 때만 느껴지기 때문에 더 미칠 거 같더라구요. 만약 산모가 힘이 딸린 상황이라면 태아에게 더 스트레스를 줄 수도 있구요.
Epidurals은 척추에 놓는 주사인데, 이게 가장 복잡하고 강력한 통증 완화제입니다. 아니, 이건 통증을 완화시키는 게 아니라 아예 못느끼게 하죠. 그 대신 몸에 뭘 많이 꼽아놓습니다. 가슴 밑으로 아예 감각이 없어 지기 때문에 배에 태아 상황을 모니터하기 위한 센서도 달고, 팔에 혈압체크를 위한 것도 달리고, 소변을 빼놓는 주머니도 달립니다. 그리고 움직일 수 없기 때문에 굴욕자세로 있을 수 밖에 없습니다. 분만 후에도 마취에서 깨어날 때까지 기다려야 합니다.
중요한건 어떤 상황이라도 통증 완화제를 산모의 허가없이 주는 경우는 절대 없습니다. 그리고 응급 상황이 발생해 제왕 절개등의 수술을 해야만 하더라도 산모나 보호자에게 설명해주지 않고 허가없이 진행 시키는 경우도 절대 없습니다.
++ 그 외...
* 영국에도 분만을 빨리 진행시키기 위한 민간 요법 같은 게 있습니다. 예를 들면...
파인애플 먹기, 아주 매운 음식 먹기 (주로 인도 카레가 많이 애용됩니다), 섹스하기, 많이 걷기, raspberry leaf tea 마시기 등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