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기와 살아남기

영국엄마들의 흔한 유형들

민토리_blog 2014. 9. 11. 21:28

아기를 낳기 전에는 사실 자신이 어떤 부모가 될지 짐작할 수 없죠. 실제로 아기를 낳고도 아기가 이유식을 먹고, 기고, 걷고, 말을 하기 전까지는 자신이 어떤 스타일의 부모인지 잘 모르기도 합니다. 그래서 처음 아기를 가졌을 때는 그 사실 하나만으로도 들떠서, 임신이라는 상황자체에 열중하게 되고, 아기가 태어나고 나면 변해버린 상황에 적응하느라 시간을 보내고, ‘아기'가 있다는 공통분모만으로도 사람들과 빨리 친해지기도 하죠. 그러다가 아기들이 좀더 크게 되고, 행동발달에 아이들만의 특성이 나타나기 시작하면 거기서 부터 부모가 어떤 타입인지 슬슬 드러나게 됩니다. 나도 모르게 숨겨져 있던 어떤 생활방식, 사고방식 등이 육아에 투영되기 시작하는 거죠. 그러면서 여전에는 ‘부모'라는 사실만으로도 친할 수 있었던 사람들의 다른 육아방식도 보이기 시작하고, 그 유형에 따라 다시 관계가 가까워지기도 하고, 멀어지기도 합니다.


블로그에 몇번 언급했듯이 여기서 첫째와 비슷한 또래의 아이들을 가진 엄마들 여럿과 자주 만나고, 서로 집에 초대도 하면서 가깝게 지내고 있는데요. 아기들이 이제 다들 17개월에서 3돌에 가까운 나이로 다들 자라니 이젠 아이들의 성향도 보이기 시작하고 육아법도 눈에 띄게 보이기 시작하더라구요. 어떤 아이는 2돌이 넘은 지금까자도 밤에 잠을 잘 안자고, 숟가락이나 포크 등을 사용하지 않고, 아이가 실내에서 소리를 지르고 뛰어다닐 때, 어떤,  부모는 그자리에서 바로 아이에게 주의를 주고, 어떤 부모는 그냥 내버려 두고, 어떤 아이는 거칠게 노는 것에 익숙하지만 어떤 아이는 작은 신체 접촉에도 민감해서 울고… 하여간 달라요. 그리고 이제 둘째를 데리고 또 다른 엄마들의 모임에 참석하면서, 이제는 ‘first time’ 엄마들과 2명 이상의 아기를 가진 엄마들 구분도 가능하게 되면서, 2명 이상의 아기를 가진 엄마들의 경우 대화를 통해 그 사람이 어떤 육아법을 가지고 있는지도 짐작 할 수 있다고 할까요. 그래서 재미삼아 관찰을 통해 적어보는 영국 엄마들의 유형들..


1. 난 엄마가 아니야


말그대로 아기를 낳았다 뿐이지, ‘엄마'라는 사실에 대한 자각도 별로 없고, 어떻게든 빨리 아기를 낳기전의 생활로 돌아가고자 하는 엄마들이 있어요. 특히 미혼모일수록, 나이가 어릴수록, 워킹클래스일수록 그런 성향이 많이 보이는데요. 가능하면 모유수유도 하지 않으려 하고 (몸매가 망가지는 걸 떠나서, 그럼 본인이 아기를 돌봐야 하는 시간이 길어지니까요), 결혼을 하지 않은 경우가 대다수이며 (제대로된 파트너라도 있으면 다행이지만, 대부분 ‘남자친구'이거나, 그 관계마저 오래 지속되지 못하고, 어떨 때는 또 다른 남자와의 사이에서 아이를 갖기도 하더라구요), 유모차를 세워두고 담배 피우는 모습도 심심찮게 볼 수 있고.. 여전히 저녁에 펍에 모여 술 마시며 파티하는게 social life의 주된 모습이고, 그것도 정도껏 마신다기 보다 취할 때까지 마시는 모습도 종종 볼 수 있죠. 여기 웨일즈 Valley에서 만나게 되는 Council house에서 사는 대부분의 젊은 엄마들이 이쪽 부류에 속한다고 할까요.. 나중에 보면 아기를 돌보고 있는건 대부분 그들의 부모더라구요. 즉, 자기 아기를 자기 부모에게 맡기고, 자기는 자기 삶 또 찾아가는거죠 (물론 일이라도 하면 다행이지만요;;).


2. 아기는 내 삶의 주인


첫번째 케이스와 거의 반대되는 케이스로 아기에게 모든 걸 맞추는 엄마들도 있어요. 미리 선약이 있더라도, 아기가 잠들었다는 이유로 약속 당일에 선약을 취소하고, 아기 낮잠을 깨우기 싫어서 약속장소까지 도착했지만 차에서 내리지 않고 기다리다가 약속시간보다 1시간이나 넘어서야 나타나기도 하고.. 그렇다고 어떤 뚜렷한 루틴이 있다기 보다, 그저 아기에 따라서 모든 생활 패턴을 맞춰간다고 할까요. 여기서 말하는 Baby-led feeding/weaning (아기가 요구할 때마다 모유 수유를 하거나 이유식을 주는 육아법)의 정도를 넘어서 지나치게 아기에게 맞춰가는 모습을 보이기도 하죠. 2살이 넘어도 아기가 요구하기 때문에 밤이든 낮이든 젖을 먹이고 (먹이는 것 자체가 문제가 아니라 그렇게 젖을 간식처럼 먹고 제대로된 식사를 하지 않으며 나중에 또 배고파지니까 간식을 먹이고…), 손으로 뭐든 먹으려는 아이에게 숟가락을 쥐어주면 싫어하고 울기 때문에, 그렇게 아기를 울리는 건 정신건강에 안좋다는 나름의 판단을 내리고 그냥 아기가 2살이 넘어도 손으로 밥이든 죽이든 쥐어먹는걸 놔두기도 하죠. 밤에도 아기가 잠들때까지 1시간이건 3시간이건 그냥 아기 옆에서 기다리거나 이야기를 읽어주거나 하기도 하고 말예요. 이런 엄마들은 대체로 맘이 좀 여리거나 아기 울음을 견디지 못하는 경우가 많더라구요. 그리고 어떻게든 ‘좋은 엄마'가 되고 싶어서, 아기의 잠을 방해하거나 아기를 울리는 걸 ‘나쁜 엄마'의 모습이라고 생각하기도 하고 말이죠. 이런 게 좋게 보면 아기를 존중하고 위하는 거지만, 어떨 때보면 육아의 노예가 되버린 것 같다고 할까요… .


3. 나는야 히피


이런 엄마들은 특징이 있어요. 일단 보면 아기가 몇살이 되었건 Sling (아기띠)를 하고 다녀요. 실용성으로 유명한 Ergo같은 게 아니라 Oscha, Artipoppe 처럼 천으로 된 아기띠 등을 하고 다니죠 (우리 옛날 포대기 같은건데 좀더 작고 예쁜 천으로 된 걸로, 뭐랄까.. 보면 동양풍 같기도 하고, 아프리칸 같기도 하고.. 근데 비싸요;;). 그리고 엄마들도 히피풍이나 인도에서 막 돌아온 것 같은 옷을 입고 있기도 하고.. 아기들도 머리가 제멋대로로 길거나 아님, 목이나 발에 Teething Amber (아기 이앓이 고통을 완화시켜준다는, 과학적인 근거는 별로 없지만 거의 미신과 패션으로 하는) 목걸이/발찌를 달고 있기도 해요. 자연주의적인 경향도 강해서 천기저귀나 재활용 가능한 물티슈를 쓰는 모습도 볼 수 있고. 아기 피부에 좋다는 이유로 귀리 (Oat)를 비누대신 욕조에 풀어서 사용하는 엄마들도 있고, 어떤 엄마들은 아예 세제 등을 천연 재료로 다 바꿔쓰기도 하더라구요 (식초, 베리류를 말려 만든 빨래세제 등등..). 생활 패턴을 보면, 휴가지로 캠핑이 가능한 곳을 많이 선택한다던지, Glastonbury Festival같은 뮤직 페스티발에 일찍 티켓을 끊어서 아기와 며칠씩 캠핑을 하기도 하구요. 스스로를 히피로 자처하는 영국인 맘 친구 한 명은 이번에 축제를 앞두고 100파운드가 넘는 아기용 방수 옷을 몇벌 구입하고, 밤에 잠든 아기를 데리고도 콘서트를 보러 갈 수 있도록 wagon (수레?)도 미리 구입해서 안에 매트리스를 깔고 야광별 등을 달아놓고, 아기 보호용 가죽끈/밸트 (baby harness, baby rein)에 LED 끈을 다 달아서 밤에도 볼 수있게 해놨더군요. 이런 걸 보면 알겠지만, 히피맘들의 경우 아기 루틴보다는 아기와 함께할 수 있는 경험 등을 중시하기 때문에, 이런 맘의 아기들 같은 경우 잠버릇이 제대로 정립되지 않은 아이들이 많습니다. 실제로 위에서 말한 친구의 경우도 축제를 다녀와서 아이가 며칠씩 새벽까지 잠도 안자고 늘 들떠있는 상황을 유지해서 더불어 좀비같은 형상으로 며칠간 고생하더군요;;


4. 루틴만이 살 길이다


히피맘과 거의 정반대 경우인데요, 영국에서 극과 극의 의견갈림을 불러일으키는 책 Gina Ford의 Contented Little Baby가 이런 맘들을 대표하죠. 어떤 사람들은 이 책을 두고 Baby Nazi 라고 부를 만큼, 싫어함을 노골적으로 표현하기도 하지만, 어떤 이들은 루틴만이 살 길이다, 를 외치며 절대적으로 루틴을 따라갑니다. 이 책에서 말하는 루틴의 최종 목표는 아기를 가능한 빠른 시기에 밤새 잘 수 있도록 하는 것 입니다. 그래서 아기가 태어난 지 일주일 후 부터 매일 따를 수 있는 시간표를 제시하죠. 7시 기상, 8시 아침, 9시 반부터 10시반 까지 낮잠, 뭐 이런 식으로 아주 세분화된 시간표를 1-2주, 2-4주 뭐 이런 식으로 아기의 성장에 따라 제시합니다. 솔직히 말하자면, 첫째가 태어났을 때 도대체 뭘 어디서부터 어떻게 해야하는지 몰랐던 저희같은 경우, 이런 세분화된 시간표가 도리어 편하게 느껴지더라구요 (사실 둘다 공대 출신이라 뭔가 딱, 딱, 이거는 이거, 저거는 저거, A 다음에는 B 하는 어떻게 보면 기계화된 방법을 좋아해서 그런건지도 모르지요;;;). 그렇게 남편이 출산휴가를 받은 2주동안 루틴을 정확하게 지키고, 남편이 없고 저 혼자 있을 때는 +-30분의 착오가 있을지라도 대략 스케쥴을 따르는 편이였죠. 그런 루틴을 따라서 그런건지, 아님 아기가 원래 그런 건지 몰라도 실제로 8-9주째부터 아기는 밤 11시 부터 아침 6-7시까지 안깨고 자기 시작하더군요. 물론 시간이 갈수록 그토록 사랑받던 그 책은 책장 어딘가로 잊혀져 버리고, 저희 나름의 루틴을 만들었지만요. 지금 둘째의 루틴은 첫째의 루틴에 맞춰서 돌아갑니다;;

현재 지켜지고 있는 루틴이라면, 첫째는 아침 7-8시 사이에 일어나고, 점심은 12-1시경에 먹고, 2시 반에서 3시 경에 낮잠을 한시간 정도 자고, 5시에 저녁을 먹고, 6시반에 목욕을 하고 7-7시반에 잠자리에 듭니다. 그래서 저희 같은 경우는 낮에 어딜 데리고 가서 놀더라도 2시반 정도가 되면 집으로 돌아오거나 유모차에 태워서 잠을 재우고, 5시전에는 무조건 집으로 돌아오죠. 물론 첫째만 있을 때는 7시 이후 남편과 영화를 보거나 각자 뭘 할 수 있는 여유가 있었지만, 지금은 그 동안 둘째를 봅니다 ㅠ_ㅠ


5. It Baby


영국인 맘 친구 L네 집에 가면 없는게 없습니다. 방이 6개되는 큰 집인데도 불구하고 현관문을 들어서자마자 뭔가 빽빽하다는 느낌을 받죠. 그녀도 최근에 둘째를 가져서 거실과 딸린 방을 틔워 전용 놀이방을 만들었는데.. 그런데도 뭐가 많아요;; 그리고 자세히 보면 없는게 없죠. 제대로 정돈되지 않은 장난감 가게에 들어선 기분이랄까요.. 그녀도 첫째가 남자아기, 둘째가 여자아기라서 장남감의 종류과 범위도 다양하고 넓습니다. 거실에는 아기용 소파베드도 있고, 빈백, 아기용 의자, 놀이방에는 주방세트만 해도 두개, 공구가 딸린 수리대 같은 것도 있고, 장난감 차고는 종류별로 세 개, 걸음마용 walker만 해도 4개, 정원에서 놀 수 있는 아기 자전거 같은 것도 종류별로 5대 정도는 되고, 정원에는 미끄럼틀, 그네, 모래사장, 작은 볼풀 등, 일단 아기 장난감으로 이름 한번 들어봤다 하는 건 다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또 어디선가 세일을 한다거나, 요즘 뭐가 유행이라더라 그러면 그녀는 또 쇼핑길을 나섭니다. 처음에는 그녀가 참 유난스럽다고 생각했는데, 더 많은 엄마들을 만나면서 그녀가 유난하거나 쇼핑중독인게 아니라, 그런 유행을 따라가는거구나 하는 걸 느꼈죠.

보통 아기 엄마들이 만나면 아기에 대한 입발린 칭찬 (‘She/he looks gorgeous; Oh, s/he is sweety, isn’t s/he; s/he is so cute, etc, etc..) 등 외에 자연스레 아기가 입고 있는 옷이나 유모차, 아기 관련 소품 등을 훓어보게 되는데요, 그러면서 맘에 드는 게 있으면 이건 어디서 샀냐, 이런 건 어떠냐, 등등 정보를 주고받게 됩니다. 그러다 나도 모르게, ‘아, 저런 건 있음 유용하겠다, 저건 내 아기한테 해줘도 좋겠다, 그래, 저런 장난감이 아기 성장발달에 좋다고 했지,’... 이런 생각이 들면서 유혹에 빠지는거죠;; 저처럼 그런 최면에 빠졌다가 막상 제품을 검색해보고나서 그 가격에 놀라 실용성을 따져보며 제정신으로 돌아오는 경우도 있지만, 어떤 엄마들은 ‘아기를 위한건데'라는 생각에 무리를 하는 경우도 많더라구요. 내 아기가 남의 집에 가서 남의 아기거 가지고 놀다가 집에 가기 싫어할 때, 저렇게 잘 가지고 노니 하나 사줘야겠다, 해서 사주고, 장난감 가게에 가서 난리를 치며 나오려고 하지 않아서 하나 사주고, 외출했는데 말을 안듣고 땡깡을 부리니 뇌물용으로 하나 사주고, 괜히 내가 요즘 아기한테 소홀했던 거 같아서 미안한 맘에 하나 사주고, 세일이라니까 사주고, 등등등… 물론 이렇게 아기를 위해서라면 다 사주는 엄마들이라도 뭘 사주는냐에 따라 그 급이 갈라지지만요.


6. 모든건 가정교육에서 비롯되는거죠


또 다른 영국인 친구 D의 딸 S는 2살 반인데 그 나이에 안맞게 참 의젓합니다. 2살이 되자마자 이미 기저귀 떼는 훈련을 시작해서 기저귀를 벗어버렸고, 알파벳도 다 알고, 숫자도 10이 넘도록 잘 세고, 심지어 간단한 덧셈도 합니다. 그녀의 딸은 다른 만화프로그램 말고 Octonauts을 즐겨보는데 (혹은 엄마가 그것만 틀어주는데), 그 이유는 그게 교육상 좋기 때문입니다. S가 이유없이 떼를 쓰거나 울면 그녀는 즉시 행동에 들어갑니다. 놀이터에 가더라도 그녀는 그녀의 딸 뒤를 따라다니며 말을 하죠. “S, come here, do this way. No, you are not going there, come here. Put your one foot here and then grab this, …” 이런 식으로 늘 지시를 내립니다. 이런 엄마들 같은 경우, 자기 자식이 남들보다 못하거나 남들에게 뒤쳐지는 걸 싫어합니다. 다른 아기가 뭘 할 수 있으면, 내 아기도 그걸 할 수 있어야 하는 거죠. 그리고 그걸 못하는 상황이 나타나면, 뭔가 합리화시키는 설명이 뒤따르기도 합니다. 그녀들이 가장 싫어하는 상황은 ‘가정교육을 제대로 받지 못한' 아이들과 본인의 아이들이 섞여 노는 상황입니다. 그리고 ‘무례한' 부모들을 가장 싫어하죠;;; 원래 아이들을 떼로 뭉쳐놓으면 통제불능되는 건 한순간인데, 그런 상황이 와서 자신의 아이도 다른 아이들처럼 소리 지르고 와와 거리기 시작하면 이런 엄마들의 경우 즉시 자신의 아이를 데리고 자리를 뜹니다. 아이들끼리 장난감 가지고 다투어도, 본인이 자신의 아기를 타이르고 있는 것 만큼 상대방이 그렇게 하지 않는다면 ‘Rude’하다, 란 결론을 내리고 역시 자리를 뜨죠;;

이런 타입의 엄마들끼리 만나면 가장 많이 주고받는 대화의 주제는 보통 학교, 아니면 괜찮다는 클래스들 (학원, 같은 거라고 할까요? 발레수업이라든가, 음악교실이라든가 등등)입니다. 그리고 괜찮다는 수업이 있으면 거리가 얼마나 멀든 얼마나 비싸든 상관없이 아기를 데리고 다니구요. 다른 영국인 엄마 S는 주말마다 딸의 발레 수업을 위해서 왕복 2시간의 거리를 매주 오가니까요;;


7. 내 아기에게만은 최고를 주겠다


저처럼 이곳저곳에서 얻거나 선물 받거나 중고가게에서 찾은 옷들로 아이를 입혀 키우는 경우는 아이 옷을 본다고 해도 별 특별난게 없는데, 간혹가다 보면 아기를 먼저 보고 다시 부모를 확인하게 되는 경우가 생깁니다. 뭐랄까.. 때깔이 달라요;; 드레스도 그냥 드레스가 아니고 테일러된 듯한 옷에, 무늬가 눈에 많이 익어서 다시 보면 유명한 브랜드의 유아 용품일 경우가 많구요, 심지어 지금 아기가 토해내고 있는 것을 닦는 무슬린 스퀘어도 ASDA에서 3-5개 묶음에 몇파운드 하는 그게 아니예요. 아기와 관련된 용품은 뭘 봐도 브랜드 견적이 나오는데, 그렇다고 엄마를 보면 꼭 그런 건 아니거든요.

이렇게 외형으로 최고를 꾸미는 엄마들이 있는가 하면, 아기에게 무공해, 유기농 등으로만 챙겨 먹이는 엄마들도 있죠. 예를 들면 친구 H는 가끔 점심을 거른체 칩스나 머핀같은 걸로 끼니를 때우기도 하지만, 놀랍게도 그녀의 가방 절반은 아기용 간식으로 차있어요. 간식도 흔히 볼 수 있는 건포도 같은 게 아니라, 말린 체리, 모과, 크랜베리 등 흔히 구하기 힘들고 (그래서 비싼) 말린 과일이나 Subscription 등을 통해서 구할 수 있는 설탕이 들어가지 않은 과자, 그리고 유명한 쉐프가 쓴 맛있으면서도 몸에 좋은 이유식 요리책을 따라 만든 점심, 유기농 과일 채소로 직접 갈아만든 쥬스 등… 저희끼리 농담삼아 그녀의 아들은 매일 호텔 수준의 5코스 식사를 한다고 말할만큼 그녀의 열정은 대단하죠;; (그런데 종종 그녀의 아들은 그녀가 먹는 칩스에 더 관심을 보여서, 그녀의 고급스런 간식들은 다른 아이들의 별미가 된다는게 함정이지만요 ㅎㅎ) 이런 엄마들끼리 만나면 서로 레시피를 교환하거나 좋은 식재료를 파는 곳 정보를 공유하느라 바쁩니다.


8. 아이는 내버려두는게 최고다


그냥 말그대로 방임합니다. 모든건 자연의 순리라고 생각하는거죠;; 아이들이 많이 뛰어다니는 키즈카페 같은 곳에서도 터치를 안합니다. 플레이 그룹 같은 곳에서 소리를 지르며 뛰어다니는데 한다는 말이, “She likes screaming” -_- (누구 아기는 소리지르는 걸 싫어해서 지르지 말라고 경고하냐!) 자기 아기가 다른 아기를 코너로 몰아다가 펀치를 한 방 날릴 참인데, “He is a wrestler” 그럽니다.. 분위기가 많이 안좋아지거나 상대방 부모로부터 무언의 압박이 들어오면 그제야 “Hey, stop it” 한 번 하고 말죠;; 좀 더 어릴 때는 그냥 아무데나 눕혀둡니다. 바닥에 카펫만 깔려있으면 기어다니든 뭘하든 신경을 안써요. 도리어 어릴 때부터 박테리아에 노출이 많이 되야 건강해진다고 하거나, 그런 거 조금 먹어도 안죽어, 하는 말을 하기도 하죠;;; 위에서 말한 가정교육을 중시하는 엄마들에게 이런 부모들은 기피순위 1순위입니다. 그리고 미안하지만 왠만한 부모들에게도 이런 부모는 좀 가까이하고 싶지 않죠. 남의 아기 교육까지 내가 뭐라 할 순 없으니까요. 사실 보면, 이런 부모들은 또 비슷하게 모여 놀더라구요. 서로 아기들이 엎치락 뒤치락 해도 눈치 안봐도 되니까, 매번 미안하다 소리 안해도 되니까 말이죠;;


…………


사실 부모라면 위에서 말한 어느 한 유형에 해당된다기 보다 여러개의 성향이 합쳐진다고 보는게 맞죠. 저같은 경우는 지금 고생해서 나중에 편히 살자, 라는 주의로 어릴 때부터 루틴을 지키고, 좀 엄하게 교육하고, 어차피 나중에 몸에 안좋은 건 지가 알아서 찾아 먹을테니 지금은 건강한 음식들로만 먹이자, 하는 타입입니다. 아이를 가지고 계신 분이라면 어떤 유형에 가깝다고 생각하시는지요? 그리고 한국에선 요즘 육아 경향이 어떤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