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기와 살아남기

영국에서 출산 선물로 어떤게 좋을까

민토리_blog 2014. 8. 28. 20:59

첫째때는 사실 뭐가 얼마나 필요한지 모르니까, 누가 출산 선물이라고 뭘 주면 어떨 땐 그게 뭔지도 모르면서 (예, 아기를 허리에 걸칠 수 있는 받침대가 달린 복대 같은 거) 다 고맙습니다, 하고 받았죠. 그런데 육아도 나름대로 내공이 쌓인다고, 지내다 보니 아기 용품 등에도 이런 건 괜찮다, 이런 건 참 별로 쓸모없구나, 이런 게 있었으면 좋을텐데.. 하고 나름의 보는 눈이 생긴다고 할까요? 그래서 한 번 적어보는 출산 선물 아이디어들..


1. 아기 옷


아기 선물로 가장 무난하게 먹히는게 아기 옷이죠. 그런데 이것도 도대체 어떤 걸 사줘야 할지, 가격대는 어느 정도를 해줘야 할지 고민이 된다고 할까요. 제 생각에는 이왕 옷을 사줄 거면 외출복 위주로 사주는게 가장 좋은 거 같아요. 사실 집에서 입는 건 누가 보는 것도 아닌데, 그냥 싼 거, 어디서 얻어온거, 뭐 묻은 거도 다 입히지만, 밖에 나갈 땐 그래도 좀 차려 입히잖아요. 그런 의미로 보통 옷 안에 입히는 베스트 종류는 여름이 아닌 이상 별 필요 없어 보이고, 특히 집안에서 가볍게 입히거나, 잠 재울 때 입히는 Babygro (sleepsuit, bodysuit 우주복? 이라고 부르나요? 겨울에 두껍게 입히는 코트 종류가 아니라 보통 면으로 된 가벼운 아기 옷, 머리와 손을 제외하고 다 감싸줍니다) 같은 경우는 아주 어릴 때 아니면 그대로 입혀서 데리고 나가는 경우가 별로 없어서 어떨 땐 예쁜 걸 받아도 좀 아깝더라구요 - 물론 외출용으로 나오는 브랜드 제품 같은 경우는 다르겠지만, 도대체 왜 길어야 3개월 입을 아기 옷에 그런 돈을 써야하나요. 그리고 선물인데.. 내 아기 입을 것도 아닌데!! (사실 전 아기옷은 일회용과 다름없다고 생각하는 주의라서 제 아기 옷에도 거의 돈을 안쓰려고 하죠;; 미안하다 아가야;;;)


한국에서는 대부분 백화점에서 뭘 사는 거 같던데, 영국이라면 좀더 선택의 범위가 넓어서 어느 정도 선에서 뭘 사야할지 고민이 되신다면, 가장 무난하게 Mothercare, Next, M&S, Gap, H&M 정도 선에서 찾아보는게 좋아요. 여자아이의 경우 좀더 화려한 드레스를 찾으신다면 TKMaxx도 괜찮구요. 남자아이 외출복은 대부분 Next게 가장 잘 먹히더라구요. 그리고 이왕 사주실 거면 바로 입힐 수 있는 것 보다 3-6개월이나 6-9개월 짜리가 좋구요. 그래야 좀 넉넉하게 오래 입히니까요.


그 외에 영국의 엄마들에게 환영받을 수 있는 좀 색다른 옷이라면 방수용 옷들을 추천합니다. 우주복처럼 다 감싸는 것도 괜찮고, 점퍼 같은 것도 괜찮고, 바지도 좋죠. 보통 Jojo Maman Bebe 같은 곳에 가면 예쁜 디자인의 방수복들이 있는데, 가격대가 좀 있기 때문에 이왕이면 세일기간에 사두는게 좋겠죠. 그리고 걷기 전에는 그다지 쓸모가 없기 때문에 이왕이면 9-12개월 이상 걸 사주는게 좋을 것 같아요.


정확히 옷은 아니지만, 옷의 연장선에서 Sleeping bag같은 걸 사주는 것도 괜찮습니다. 팔만 빠져나오고 몸과 발은 다 덮어주는 건데요, 잘 때 아기들이 움직인다고 담요같은 걸 제대로 덮지 않을걸 걱정해서 많이들 입힌답니다.


2. 그 외 아기 의류 종류


별로 쓸모가 없다고 생각했던 건, 아기 모자, 신발인 거 같아요. 모자는… 신생아용 같은 경우 사이즈가 달라서 어떤 건 너무 작아서 씌워보지도 못하고 그냥 아기 옷장 어딘가에 쌓이게 된 것도 많고.. 그리고 집에 있을 때는 어차피 모자를 안씌우고, 밖에 나갈 때는 대부분 유모차에 따뜻하게 잘 누워있기 때문에 별로 씌울 일도 별로 없더라구요.

그리고 아기 신발. 예쁘죠. 그냥 보기만 해도 앙증맞고 예뻐요. 그런데 정말 쓸모는 없어요. 걷지도 않는데, 도대체 신발이 뭔 소용인가요… 이왕 신발을 사줄거면 차라리 걸을 시기에 맞춰 사주는게 좋을 거 같더라구요. 외출용 신발이 아닌 가벼운 실내화 같은 종류라고 해도 마찬가지죠. 영국에서 보통 아기들이 걷기 시작할 때 발 사이즈가 4정도 되니까, 실내화 같은 경우는 그정도 사이즈가 적당하지만, 외출용 신발이라면 사이즈 5 정도가 가장 무난하지 않나 싶네요. 그런데 신발도 가격이 좀 세기 때문에 (보통 아기 첫신발은 Clarks에서 많이 사는데요, 아기 신발 같은 경우 £30 정도 합니다), 차라리 양말을 사주라고 권하고 싶네요;;


그 외 정말 유용하고 괜찮다라고 생각했던 선물 종류는 턱받이 (Bib)! 신생아 때는 젖먹고 자주 올리기 때문에 유용하고, 나중에는 이앓이 한다고 침을 줄곧 흘려대서 유용하고, 이유식 시작할 때도 유용한 턱받이!! 예전에는 누워있는 D자 모양이 가장 많았는데, 요즘에는 삼각형 모양으로 된걸 많이 주고 받더라구요. 디자인도 예쁘고, 턱받이 보다 좀더 장식적으로 보인다고 할까요. 가격대도 저렴하면서 실용성있고 예쁘기도 하고.. 가장 무난하게 줄 수 있는 선물이 아닐까 싶어요.

3. 기타 아기 관련 용품들


아기가 아직 태어나지 않은 상태라서 아기에게 입힐 뭘 사주기 좀 곤란하다거나, 저처럼 의류 종류는 다 일회용이라고 생각해서 사주기 싫으시다면, 좀더 오래 유용하게 쓸 수 있는 다른 용품들을 권합니다.


가장 무난한 선물로는 아무래도 Muslin Square가 있죠. 한국말로는 뭐라고 번역해야 할지 나오지도 않는데, 한국에서 쓰이는 가재손수건의 커다란 버전이랍니다. 한국에서는 가재손수건을 많이 쓰는 것 같은데, 영국에서는 대부분 Muslin square를 쓰죠. 완전 필수 제품이랍니다;; 아기 젖먹일 때 가리개로도 쓰이고, 손수건 대신으로도 쓰이고, 여름에는 담요처럼도 쓰이고, 아기 기저귀 갈 때 패드가 없으면 대신으로도 쓰이고, 밖에서 아기 어디 눕힐 때 바닥에 까는 용으로도 쓰이고, 하여간 쓸모가 많죠. 가격대도 비싸봐야 3-5개 정도 들어서 10파운드 안이기 때문에 별로 부담도 없고, 받는 사람 입장에서는 아무리 많아도 유용하기 때문에 좋답니다.


아기 딸랑이 같은 용품도 무난하게 괜찮죠. 특히 Teething toy라고, 이앓이 할 때 물고 빨 수 있게 되있는 천연제품같은 걸로 사주면 좋답니다. 보통 한쪽에 물같은 게 들어서 냉장고에 넣었다가 차게 해서 쓸 수 있게 되어 있는 것도 있고, 실리콘 같은 걸로 만들어진 것도 있죠 (쉽게 생각해서 개껌같은 용도랍니다;; 대략 4개월 전후에 이앓이 - Teething - 을 시작하는데, 이때 대부분 아기들이 잠도 잘 안자고, 자주 깨고, 이유없이 울기도 하고, 하여간 사람 돌게 만들거든요;;). 그렇지만 Soother (Dummy, 공갈젖꼭지, 라고 부르나요?) 같은 경우는 선물로 사주는 건 비추입니다. 부모마다 성향이 다르거든요. 어떤 사람들은 아기가 몇주 되자마자 공갈젖꼭지를 물리기도 하지만, 어떤 사람들은 의존도를 걱정해서 아예 사용하지 않으려고 하기도 하니까요. (저희 같은 경우는 선물로 6개 정도 받은 거 같은데, 아기가 그걸 물려고 하지 않아서 다 어디 구석에 들어가 있답니다)


천으로 된 장난감을 사줄 때에는 아기가 빨아도 괜찮은 건지, 세탁법은 편리한지 (만지고 잡고 빨다가 토해내는게 아기들의 놀이패턴이죠;;), 그리고 천 재질이 아기 피부에 어떤 반응을 일으키진 않는지 (영국 아기들은 대부분 eczema - 습진 -에 걸릴 가능성이 높아서, 보통 면 재질을 선물하는게 가장 무난하고 안전합니다), 복실한거 같은 경우 실같은게 빠지진 않는지 확인하고 선물해주는게 좋습니다. 플라스틱으로 된 장난감 같은 경우도 날카로운 부분이 있는지 잘 확인해야 하구요. 어쨌건 장난감을 살 때는 그걸 아기가 먹을 수도 있다는 가정하에 선택하면 편할겁니다 - 실제로 아기들은 ‘가지고 논다' 라기 보다 ‘먹고 빤다'에 가까우니까 말이죠;;


장난감 말이 나와서 하는건데, 영국 엄마들 - 특히 중산층 이상의 엄마들 -은 나무로 만들어딘 장난감을 특히 좋아하더라구요. 천연 나무 재질, 수공예 등등. 그래서 그런지 같은 용도로 쓰이는 거라도 나무로 만들어진 장난감은 훨씬 비싸구요. 여기도 아기 제품에 ‘organic’이 붙으면 더 인기있고 잘팔린다고 할까요. 그리고 여기 아기들은 알레지 있는 아기들도 많은데다가 채식주의자인 부모들도 많아서 먹는 음식도 ‘Free-from’제품이나 대체음식들이 인기랍니다.


다시 선물로 돌아가서, 이것 저것 생각하기 귀찮으면 그냥 기저귀나 물티슈 같은 거 사주세요. 천기저귀를 쓰는 경우라도 일회용 기저귀는 항상 유용하고, 물티슈는 아기 있는 집에 없으면 안될 필수품이니까요. 그냥 주는게 좀 그러면, 예쁜 상자에 담아서 장식해서 주세요~ 제 Baby shower 때 친구들이 동그란 상자에 기저귀, Muslin square, 아기 모자, 양말 등을 말아서 마치 장미꽃 바구니 마냥 만들어 준 적이 있는데 (물론 컨셉이 그랬다는 거지, 실제로 그렇게 보이진 않았답니다 -_-), 괜찮더라구요.


4. 차라리 엄마 선물


여자분들마다 느끼는 정도는 다르겠지만, 임신과 출산을 겪고 나면 ‘회귀 본능'같은 걸 느끼게 된답니다. 최근에 읽고 있는 책에 나오는 표현처럼 수년간 갈고닦은 몸매도 9개월이면 다 망가지니까요;; 그렇게 9개월동안 내 몸이지만 내 몸이 아닌 것 같은 시간을 보내고, 막상 아기를 낳고 나서도 별다를 거 없어보이는 몸매 (임신 전의 몸무게에 따라서 9-16kg 정도가 찌는데, 막상 아기를 낳을 때 빠지는 건 많아야 5-8kg 정도 밖에 안되니까요. 그럼 남은 건 다 아기를 보호하기 위해 내몸이 알아서 저장해둔 지방, 살 등이죠;;;;), 젖 먹이느라 늘 아프고 혹사(!) 당하는 가슴, 처진 뱃살, 사람에 따라서는 한움큼 빠지기 시작하는 머리카락 등등… 그리고 아기를 돌보느라 제대로 씻을 여유도 별로 없고, 좋은 옷 입어봐야 아기가 한번 토해내면 어디 나가기도 전에 바로 세탁통으로 들어가고, 그러다보면 좋은 옷이 무슨 소용이랴, 편하고 세탁할 수준을 넘어서면 버려져도 괜찮은 옷을 입게 되고… 밖에 나가고는 싶은데, 막상 준비를 다 하고 나면 아기가 토하거나 응아를 하는 바람에 아기 옷, 내 옷 갈아 입느라고 시간은 다 가고, 그 와중에 아기는 울고 난리를 치고, 나중에는 무조건 어떻게든 밖에 바람을 쐬고싶어서 화장은 커녕, 그냥 머리 질끈 묶고 운동화 하나 신고 나가는 거죠. 그런 상태로 한 3개월 지나고 이제야 아기가 있다는 사실에 적응이 될 무렵이면, 갑자기 그런 회의가 드는 거예요. 도대체 ‘나란 여자'는 어디로 간건가… 거울에 비치는 내 모습에 적응이 안되는 거죠. 그리고 세상 사람 모두 재밌게 살고 있는 거 같은데, 난 쳇바퀴만 도는 거 같고, 이대로 ‘엄마'란 모습만 남고, 예전에 화장하고 힐 신고 데이트 하러 다니던 여자였던 나로는 되돌아 갈 수 없는 건가, 하는 불안감도 들고.. 운동해서 살을 빼고 싶지만, 매일매일 아기와 씨름하다 보면 녹초가 되어서 그냥 누워 쉬고 싶고…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이러다가 산후우울증도 오고 하는거죠.


그런 걸 생각해서 출산 선물로 엄마 선물을 사주는 거예요. 뭘 비싸고 좋은 걸 사주라는 게 아니라, 향이 좋은 목욕제라든가, 예쁜 통에 담긴 핸드크림이라든가 (아기를 돌보며 손을 워낙 자주 씻기 때문에 이때 잘 관리 안해주면 손 트고 망가지는 건 순식간이예요), 머리카락 영양제라든가, 심지어 예쁜 무독성 매니큐어 같은 것도 좋죠. 좀 많이 친한 사람이라서 돈을 좀더 쓰고 싶으시면, 튼살 방지 오일 (Stretch mark oil)을 추천합니다. 아무리 전에 운동을 해서 임신 기간동안 그렇게까지 배가 대책없이 부르지 않았던 사람이라도 막상 출산을 하고 나면 숨었던 튼살들에 놀래실테니까요. 그리고 이건 진작 진작 발라줘야 없어지거나 연해지더라구요. 제가 써본 것 중에는 Neal’s yard에서 나온 오일이 제일 좋던데, 파란 색 병도 예쁘고 £20 정도라서 괜찮더라구요 (이것도 사실 선물로 받아서 써본 후 알게 된 거랍니다).


아니면 영국에서 가장 만만하게 받아들여지는 선물 - 초콜렛과 꽃을 주세요. 영국 엄마들 사이에서 초콜렛은 진리죠 ㅎㅎ


그리고 혹시 이번에 출산한 부인에게 선물을 해주시고 싶은 남편분이 계시다면, 부인 혼자 있을 수 있는 시간을 선물로 주는게 최고입니다. Spa 같은 곳에 아예 보내서 하루, 혹은 몇시간 동안 마사지 받게 하면서 쉴 수 있는 정도까진 바라지 않아도, 혼자 느긋하게 욕조에 몸을 담고 목욕 할 수 있는 시간이라도 주세요. 아니면 친구들 만나서 차 한잔 하고 수다떨고 오라고 아기를 한 두 시간 봐주시던가요.


……………


사실 뭐가 됬든 선물이란 건 주는 것에 의미가 있는 거니까, 일단 어느 정도 선에서 선물을 사줄 건지 정하시고, 상대방 엄마의 취향을 고려해서 사주는게 좋은 거 같아요 (아기에게 뭘 입힐지, 뭘 먹일지, 어떤 장난감을 줄건지 등, 육아에서 여전히 절대적 선택권은 엄마에게 있으니까요). 그런 만큼, 선물을 주고 나서 상대방이 사용하지 않더라도 내가 그렇게 상처받지 않을 선에서 선택하시구요. 옷 같은 건 줄 때, 교환이 가능하게 영수증을 첨부해 주는 것도 좋답니다 - 옷을 살 때, 선물로 줄거라고 말하면 가격이 나타나지 않은 영수증을 대부분 발급해 줍니다. John Lewis 같은 백화점에서는 장난감을 살 때도 나중에 교환 가능하게 영수증을 발급해주기도 합니다.


그리고 받는 입장에서는 행여 당장 마음에 안들더라도 그냥 고맙다고 받으세요. 그리고 선물을 우편으로 받은 경우, 고맙다는 Thank you 카드를 보내시고, 아니면 나중에 사람들 초대해서 아기를 소개시키는 tea party 같은 걸 열어도 좋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