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기와 살아남기
출산을 앞두고...
민토리_blog
2014. 6. 22. 06:43
분만 예정일이 일주일도 채 안남았다. 출산을 앞두고 나타나는 여러가지 증상들 중 하나로 'Nesting Instinct'이라는게 있는데.. 풀어 말하자면, 새 아기를 맞이하기 전에 집안을 정리하고 청소하면서 '새로운 둥지'를 만들고자 하는 충동 정도라고 할까..
첫번째 꼬맹이를 임신했을 때는, 그런 증세가 거의 분만일 근처에 나타났는데 (일주일이나 이주일에 한번 돌리던 청소기를 매일 돌린다던지, 네발로 기는 자세를 하고 카펫을 하나하나 뜯어보며 혹시 머리카락이나 먼지 같은게 있는지 찾아낸다던지...), 이번에는 이런 증세가 거의 한달째 나타나고 있다.
특히 하고 있던 프로젝트를 4월을 마지막으로 마무리 한 후, 꼬맹이가 어린이집에 있는 시간이면 온 집안을 뒤집어 놓고, 장롱 속까지 정리하기 시작하는 것은 물론, 꼬맹이의 여름옷도 미리미리 만들어 놓고, 병원에 가지고 갈 가방에 필요한 것도 정리해놓고, 병원에 가있는 동안 꼬맹이를 돌봐줄 누군가를 위해 따로 가방과 편지도 준비해놓고, 매일매일 뭐든 정리를 하고 있는 나를 발견한다.
그런데 여기서 문제는 내가 그러고 돌아서는 순간 내 몇시간의 노력을 단 10분안에 초토화 시키는 꼬맹이가 있다는 것;;;
이제 제법 꼬마티가 아는 이 녀석은 열심히 뛰어다니고, 장난감 박스를 가지고 와서 일단 다 뒤집어 쏟는 것으로 놀이시간을 시작한다. 그래서 저녁시간이 되면, 주방은 물론 놀이방과 거실 역시 난장판이 되는 것은 물론이고... 목욕을 시키기 위해 윗층으로 데려가면 순식간에 서재며 메인침실이며 손님방이며 지 방이며 어디든 문이 열려있는 공간이란 공간은 다 두두두~ 뛰어다니며 정신없게 만든다. 어찌어찌 꼬맹이를 잡아다가 목욕을 시키고 지 방으로 데려가 재우고 나오면, 어딘가에는 양말이 떨어져 있고, 서재에는 책상에 놓여있던 책 같은게 다 흩어져 있고, 또 어딘가에는 꼬맹이의 작은 장난감같은게 떨어져 있다. 그렇게 또 다 주워다가 정리를 하고, 남은 저녁시간동안 난 또 정신없이 뭔가를 치우고... 그러면 다음날 아침 꼬맹이가 눈을 뜸과 동시에 다시 집이 어질러진다;;;;
이건 뭐... 말그대로 밑빠진 독에 물븟는 기분이랄까... 그래도 임신 7-8개월차까지는 어느 정도 체념하고 살았는데, 출산이 가까워지니 마음이 조급해져서 그냥 내버려 두지도 못하고, 매일 매일 그렇게 정리의 쳇바퀴를 돌고 있다;;
또 언제든 불러서 와줄 가족이 없다보니, 출산을 앞두고 내가 가장 걱정하는건 꼬맹이를 누가 봐줄 건가, 하는 문제인데.. 남편과 저녁에 머리를 맞대고 가상 시나리오를 5-6개 정도 세운 후 일단 대책마련에 들어갔다. 그래도 도와주겠다는 친구들도 있고, 이웃분들도 흔쾌히 도와주마 하셔서 마음이 조금은 놓이지만.. 그래도 가장 이상적인 시나리오는 꼬맹이가 어린이집 종일반에 가있는 동안 출산하는 것!!
그런데 그게 또 마음대로 되겠는가 말이다...
어쨌건 요즘에는 매일 Raspberry leaf tea를 마시고, 파인애플을 먹고, 잠자기 전에 배에 손을 올리고 아기에게 '가능하면 목요일에 태어나렴'하고 말을 걸고 있다.
.....
또 언제 글을 쓰고자하는 충동이 생길지 모르지만, 만약 제가 좀 오래 조용하다면 그 때는 '아, 둘째가 태어났구나'하고 짐작해 주세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