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기덕에 새로 배우는 영국 영어/문화
최근에 꼬맹이 거랑 친구 아기 돌 선물 줄 거랑 해서 '멜빵'을 두 개 만들었는데요..
꼬맹이가 제가 만든 멜빵을 하고 있는 걸 보고 영국 친구가 그랬죠.
"I love his braces!"
전 처음에 뭔 소린지 몰라서 가만히 있다가 친구가 꼬맹이의 멜빵을 가리키자 그제야,
"Oh, you mean his suspenders, yeah, I made it"
그랬더니 이제는 친구가 저를 도리어 이상하게 처다보며,
"Do you call it 'suspenders'? It's 'braces', suspenders are like underwear"
그러며 자기 허벅지쪽을 가리키며 제게 윙크를 하고 웃더군요;;;; 그제야 이제껏 제가 알아온 '멜빵'을 가르키던 'Suspenders'라는 말이 미국식 영어라는 걸 알았죠;;; 그러면서 더불어 어떤 깨달음을 얻었는데.. 이 멜빵을 만들기 위해 멜빵용 클립을 찾으러 옷감 등을 파는 가게를 꽤 돌아다녔는데, 아무래도 아기가 있다보니 직접 찾지 못하는 경우는 그냥 가게 주인이나 점원한테 물었거든요 - "Do you have suspender clips?" 이렇게... 그런데 대부분 절 좀 멍하게 바라보더라구요. 즉, 제가 뭔 말을 하는지 잘 못알아듣겠다는듯이... 그럼 전 나름으로 더 정확하게 설명한답시고... "I'm making suspenders for a baby" 하고 순진하게 이제 그들이 제 의도를 이해하길 기다렸죠. 그럼 대부분 더 이해를 못하겠다는 듯, 절 보다가 "We don't have things like that"하고 대답하더군요..
전 그때, 왜 도대체 멜빵 클립을 구하기가 그리도 힘든가!! 하고 의아해했었는데.. 친구말을 듣고 보니.. 왠지 우리 사이에 오해(!)가 있었던게 아닌가 싶더라구요.. 더구나 제 꼬맹이는 남자아기니 절 이상한 '변태'로 본건 아닌가 싶기도 하고;;;
그 외에도 다른 친구의 아기를 위해 '멜빵바지'를 만들었었는데... 멜빵바지를 당연하게 'Overall'이라고 불렀는데.. 이건 여기서는 'Dungarees'라고 부르더군요.. 옷과 관련된거 외에도 아기 덕에 chickenpox (수두), fits (정식 명칭 seizures 발작), conjunctivitis (결막염) 등 같은 병에 관련된 전문용어도 배우게 되고 - 보통 저 같은 경우는 아기에게 무슨 이상이 있다 싶으면 아주 심각해보이는게 아닌 이상 일단 NHS Direct에 먼저 전화를 하는 편인데요.. 그럴려면 왠만한 아기와 관련된 기본 의료용어에는 익숙해져야 하겠더라구요.
그리고 영국의 아기들이 자주 부르는 동요라든지.. 'Row row row the boat (한국에서는 '리리리자로 끝나는 말은'이란 동요랑 음이 같아요)', 'Wind the bobbin up (전 재봉틀이 집에 있음에도 '실패'를 'bobbin'이라고 부르는걸 동요를 통해 알았어요;;)', '5 little monkeys', 'Wheels on the bus', 'Incy wincy spider', 'Humpy dumpy (전 humpy dumpy의 정체가 달걀인줄 나중에 알았죠) 등등... Rhyme time등을 통해서 워낙 자주 부르다 보니 집에서도 아기는 종종 율동을 따라하며 영국동요를 제게 불러달라고 조르죠.
여기서 만나는 영국엄마들은 아기들이 어릴 때 'Thank you'라는 말대신 'Ta~'하는 말을 하게 하고, 웨일즈 엄마들은 'Peekaboo (까꿍)' 대신 'Pipo (웨일즈어)'를 쓰고 (그래서 요즘 제 꼬맹이도 숨었다가 나타나면서 '삐뿌~' 그런답니다;;), Cuddle 대신 'Cutch'를 쓰죠..
영국엄마들이 가장 잘 쓰는 말은 'Be gentle', 'Sharing', 'Kind feet', 'You should say please/thank you', 'Say sorry!' 등등.. 아기가 넘어지면 'Oops, Daisy'....
나이드신 분들은 아기를 보면 종종 'I can eat you for dinner'라고 하시더라구요;; 전 처음에 그걸 듣고 ㅎㅎ 하긴 했지만, 참 격한 귀여움의 표현이구나;; 했는데.. 친구들은 어르신들의 자연스런 표현이라고 하더라구요. 그런데 요즘 친구 중 한명의 아기가 말이 트이기 시작하면서... 자기보다 어린 아기를 볼 때마다 'I'm going to eat you'라고 말을 해서 당황해하긴 하더군요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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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에 어떤 분이 엮인글을 통해서 공부를 한 전문분야에서 쓰이는 영어에는 익숙하지만, 아이들도 알 법한 야채 이름 같은 건 잘 모를때가 있다, 라고 하신 적이 있는데... 요즘들어 그 말에 확실히 공감을 하죠. 유학생활 처음에는 당연히 일상생활에 쓰이는 영어에 익숙해지려고 했고, 공부를 하는 동안에는 제 전문분야에서 쓰이는 영어에 익숙해지고.. 그래서 이젠 제 전문분야를 벗어난 영국인들과 얘기를 할 때면 어떨 땐 제가 그 영어단어의 뜻을 그들에게 도리어 설명해줘야 하는 경우도 생기는데요.. 아기를 키우면서 또 새로운 영어단어라든지 문화를 배우게 된답니다. 어떻게 보면 그게 영국인들이 자라면서 받아들여온 영어들이기 때문에 그들의 문화에 한층 다가선다는 느낌도 드는데.. 또 한편으론 그만큼 다름을 인식하게 되는 계기가 되기도 하구요.. 한국에서 아기를 키워본 적이 없으니, 사실 요즘에는 어떤게 아주 영국적인지, 한국적인지.. 잘 모르겠어요;;;
** 그 문제의 멜빵을 입고 수족관을 간 꼬맹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