캠브리지에 오시기 전 알아두셔야 할 것들
어느 누구나 해외로 나오기 전에 준비할 것들에 대해서 한번쯤은 다들 검색해 보셨을 텐데요, 최근에 캠브리지에 갈 계획이라는 분이 질문해 주신걸 듣고 처음엔 '뭐 그리 다를게 있는가..'하다가 생각할 수록 떠오르는게 많아져서 따로 글을 쓰게 되었습니다. 다른 곳도 아니고 Cambridge에 오시는 분들을 위해, 도대체 뭐가 필요한지 뭘 알아두시면 좋을지 개인적인 경험을 바탕으로 적어보는 이야기!
1. 자전거의 천국
캠브리지는 자전거의 도시라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캠브리지 자체가 좀 아기자기한 편인데다가, 중심가는 대부분 차가 다닐 수 없기 때문에 걷거나 자전거를 타는게 훨씬 빠르고 돈도 아끼는 법이죠. 그리고 그만큼 자전거 도로도 잘 되어있구요. 그런만큼 자전거에 관한 걸 잘 알아두고 가시는게 생활에 많은 득이 됩니다.
* 자전거 연습: 캠브리지로 오는 날짜가 잡히셨거나 언제 올거라는 대략의 계획이 있으시다면 지금부터 틈틈히 자전거 타는 연습을 해두세요~ 캠브리지에서는 자전거가 차도를 같이 달립니다 - 인도를 갈 경우, 반드시 내려서 끌고 가야 합니다. 아니면 경찰에게 주의받아요. 그리고 아침 9시-10시 수업 때가 되면 차들이 자전거때문에 못갈만큼 자전거 대란이 일어납니다;; 그러니 자전거를 능숙히 탈 수 있는 연습을 해두세요. 아기를 가지신 분들도 마찬가집니다. 대부분 아기 의자를 뒤에 달거나 따로 아기가 탈 수레(?)같은 걸 매달고 달리기 때문에 더 많은 주의가 필요하겠죠.
* 자전거 부품: 자전거야 오셔서 중고든 새거든 사시면 되지만, 혹시 한국에서 괜찮고 싼 자전거 관련 부품이 있다면 사서 오시는 것도 큰 도움이 됩니다. 특히, 자물쇠 (lock). 캠브리지가 자전거의 천국인만큼 도난사건도 빈번히 일어납니다. 저같은 경우도 자전거를 3번이나 도둑맞았죠 ㅜ_ㅜ 자전거를 세우실 때, 반드시 몸체와 타이어를 함께 묶어서 자전거 주차바나 단단한 울타리 같은 곳에 꼭 같이 채우시구요 (안그럼 그냥 자전거 그 자체로 들고가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 제 첫번째 자전거를 이렇게 도둑맞았죠;;). 몸체나 타이어만 잠그시면 분리시켜서 가져 가는 사람도 있습니다. 그러니 ㄷ 형으로 생긴 자물쇠보다는 튼튼한 줄 형식의 자물쇠가 좀더 유리합니다.
그리고 Bicycle lights. 캠브리지에서는 날이 저문 후에 자전거용 등 없이 달리는건 금지되어있습니다. 경찰에 걸릴 경우 35파운드 이상의 벌금을 낼 수도 있습니다. 그러니 '잠깐인데 뭐..', '사람도 없는데...', 혹은 '그렇게 어둡지도 않은데 뭐..'하는 생각으로 다니지 마시고, 그런건 무게도 얼마 안하니 하나 장만해 오세요. 이왕이면 충전용 밧데리와 함께...
* 자전거 수리: 자전거를 매일 주구장창 타고 다니다 보면 자전거 바퀴 바람빠지는 건 물론 핸들이 돌아가기도 하고 체인이 빠지기도 하고.. 하여간 별일 다 생깁니다. 그럴 때마다 자전거 수리점에 가지고 가서 맡기는 것도 일이지만, 그만큼 돈도 많이 들죠 (바퀴 구멍 떼워주는 거 대략 7파운드 정도, 만약 튜브를 갈아야 한다면 20파운드 넘어갑니다). 그러니 간단히 수리법은 알아오시면 삶이 훨씬 편해지죠. 그리고 돈도 적게 들구요. 저 같은 경우도 처음에는 뭣모르고 왔다가, 나중에 오기가 생기도 돈이 아까워서 이리저리 어깨너머로 수리법을 배워서 이제는 튜브 교환, 구멍 메꾸기는 물론, 체인도 다 갈죠;; 그리고 자전거에 대해서 잘 아신다면, 캠브리지에서 인간관계 맺기도 훨~~씬 쉬워집니다. 누가 자전거 잘 고칠 줄 안다더라, 이러면 사람들이 당신에게 일단 호감을 보이니까요 ㅎㅎ 그런 의미에서 간단하고 싸며 가벼운 자전거 수리 키트 (repair kit)를 발견하셨으면 하나 장만해 오셔도 괜찮겠네요.
* 자전거 룰: 전 한국에서 자전거 타다가 아주 멀쩡하게 역방향으로 자전거를 타고 오시는 분들을 만나서 기겁한 적이 있는데요;;; 그분들은 제가 놀라 멈추는게 의아한냥 그냥 제 옆을 지나가시더라구요;; 영국에서는 절.대. 역방향으로 주행하시면 안됩니다. 그리고 차도에서 차와 같이 달리는 만큼 '일방통행'등의 규칙도 엄수하셔야 해요. 특히 St. John's College에서 Senate House까지와 Sidney Sussex College/Sainsbury 앞을 지나는 도로, 거긴 일방통행이니 아무리 지름길이라도 역주행하지 마세요. 이런 규칙 어기고 그냥 달리시다가는 위험한건 물론이거니와, 그 점잖은 영국인들한테 욕들어먹는 거 각오하셔야 할겁니다 (실제로 캠브리지에서는 자전거와 관련해 훈계하시거나 나무라는 영국분들 많이 볼 수 있습니다);;
또한 차들과 함께 달리는 만큼, 방향 표시도 해주셔야 하는데요. 보통 오른쪽으로 갈거면 미리 오른손을 들어 표시하고, 왼쪽으로 갈거면 왼손을 들어 표시합니다. 그럼 다른 자전거 타는 사람이나 뒤의 차들도 알아서 피해주거나 기다려주니까요. 신호를 기다릴 때도 깜박이 넣고 기다리는 것처럼 다른 사람들이 볼 수 있게 손을 충분히 들어 표시해줍니다. 그렇지 않으면, 역시 위험합니다;;
2. 필수인 옷들
이건 영국은 대체로 쌀쌀하니까 긴 옷 위주나 카디건을 챙겨와라, 이런 부분이 아니라.. Cambridge이기 때문에 필요한 옷들입니다.
* 정장/드레스: 그저 캠브리지에 어학연수를 오시는 거거나, 잠시 놀러오시는 거라면 이런 걱정 안하셔도 됩니다. 그런데 만약 캠브리지 대학에 유학하러 오시는 거라면 남자분은 정장, 여자분은 드레스를 한 두벌 챙겨오시라고 권하고 싶습니다. 캠브리지에는 College별로 거의 매주 Formal Hall이 열리는데요, 그게 아니라도 May Ball, Christmas Dinner 등 행사는 아~~주 많습니다. 그럴 때 컬리지나 행사마다 다르긴 하지만, 드레스코드는 Formal아니면 Black Tie입니다. Formal일 경우, 남자분들은 그냥 정장에 넥타이를 메고 가셔도 되지만, Black Tie가 될 경우 안에 Dress shirt를 입으시고 bow tie를 맬 때가 많습니다. 한국에서 Dress shirt를 구하기 힘드시면 그냥 정장을 가지고 오시고, 셔츠만 영국와서 사세요. Formal이라도 정장안에 커프 링크스 (Cuff links)를 다는 셔츠를 많이 입기 때문에 그런걸 준비해 오셔도 되구요..
여자분들 같은 경우, 대부분 Cocktail dress를 입고, Black tie일 경우 다리를 다 덮는 긴 드레스를 입기도 합니다. 어떤 드레스인지 감 잡기 힘드시면 Monsoon이나 Karen Millen의 웹사이트를 참고하세요. 여자분들은 솔직히.. 한국에서 어울리는 드레스를 찾기에는 힘들거나 아주 비쌀 수 있으니 그냥 영국와서 사시라고 권해드리고 싶네요. 한복은... 화려하고 예쁘긴 한데 그냥 Formal Hall 같은 곳에서 입기에는 많이 화려하구요.. 보통 그러고 나서 클럽같은 곳에 가거나 College Bop에 갈 일이 많기 때문에 춤추고 놀기 좀 그렇죠.
그리고 남자/여자분들 모두 검은색 구두, 흰 셔츠는 하나씩 다 들고 오시는게 좋구요 (졸업식 때 필수입니다). 여자분들도 Conference나 학과의 중요한 행사에 정장을 입어야 할 일이 있기 때문에 드레스 같은 것 외에 회사 출근하실 때 입으실 법한 정장 같은 거 들고 오시는 게 좋습니다.
* 방수되는 옷들: 앞서 말씀드렸듯이 영국에서는 대부분 자전거를 타고 다닙니다. 비가 와도 눈이 와도 바람이 불어도 자전거를 타고 다니죠;;; 버스는 어차피 중심가에서는 다니지 않고, 그 루트가 한정되어 있기 때문에 도시 곳곳에 깔려 있는 대학 건물들을 찾아다니려면 걷거나 자전거를 타는게 빠르죠. 그리고 영국 날씨를 아시는 분들은 아시겠지만, 한국처럼 하루 비가 쏟아붓고 하루 개고 이런게 아닙니다. 늘 뭔가 우중충하고, 비도 오는 것 같지도 않게 부슬부슬거리고, 우산을 쓰자니 바람에 뒤집히고, 그렇다고 안쓰자니 어느새 다 젖고... 하여간 짜증나는 날씨입니다;; 그러니 방수가능한 윗옷 정도는 장만하시는게 좋습니다. 참고로 여기서는 Formal Hall 갈 때도 정장/드레스 다 입고, 심지어 가운까지 걸치고 자전거 탑니다;; 클럽가기 위해 짧은 치마 입고도 자전거 탑니다;; 전 예전에 등에 의자를 끈으로 묶고 자전거 타고 집까지 온 적도 있습니다;; 어쨌건, 만약 한국에서 사기 비싸면 여기와서 사세요. Mountain warehouse, Black 같은 곳에 가면, 특히 세일기간에 괜찮게 구입할 수 있습니다.
영국에서는 의외로 상황/필요에 따라 쓰이는 옷들이 잘 나눠지는 편입니다. 일상복/운동복/정장/드레스/클럽용 옷 등등으로 말이죠. 한국에서처럼 모든 경우에 하이힐을 신고 다니는 경우는 극히 드물죠. 사실 캠브리지에서 그러고 다니면 순식간에 다리에 피로가 몰리는게 느껴질 겁니다 (그리고 사실 도로도 울퉁불퉁해서 힐 닳는거 순식간입니다;;). 그러니 일상생활에 쓸 수 있는 편한 신발, 파티/드레스용 신발 등으로 준비해서 오시는 것도 좋겠네요.
3. 그 외...
이건 굳이 캠브리지가 아니라도 개인에 따라 해당될 수 있는 것 같은데... 저 같은 경우는 오기 전에 반짓고리 (간단한 옷 수선 할 때 요긴함), 안전핀 (집에 굴러다니는 거 몇개 챙겨오면 이런게 의외로 요긴하달까요;;), 간단한 문구용품 (가위, 풀, 칼, 스테플러 등), 작은 손전등, 젓가락, 보온병 (커피용이야 여기서도 쉽게 살 수 있는데, 도시락용은 잘없고, 한국에서 사는 것 만큼 좋은게 잘 없달까요.. 나중에 점심으로 샌드위치 먹기 지겨워질 때 남은 저녁을 점심으로 싸와서 먹곤 했죠. 지금은 아기용 보온통도 사왔어요 ㅎㅎ), 전기장판 (전 이거 얻었는데.. 아.. 정말 요긴하더라구요~~), 편지용지 (저 같은 경우는 손편지 쓰는거 좋아하는편이라서.. 한국에선 그냥 1000원줘도 예쁜거 살 수 있는데 여기선 좀 예쁘면 5파운드까지 하니까요;;) 등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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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영국에서도 왠만한건 한국보다 더 저렴하게 살 수 있기 때문에, 영국에서 정말 구하기 힘든거거나, 영국에서 사는게 더 비싼 걸 제외하면, 그냥 간단히 오셔도 괜찮다고 생각해요. 그리고 캠브리지에 Mill Road에 한국 수퍼마켓 있기 때문에 음식 관련한 것도 여기 와서 사셔도 가격 차이는 별로 안나구요... 왠만한 문구용품은 어차피 대학에서 지원받기 때문에 그리 걱정하실 필요도 없고... 중고가게에서 싸게 이것저것 사실 수도 있고, 그리고 살다보면 워낙 학생들의 이동이 많은 곳이라 공짜로 얻게 되는 물건도 많답니다.
캠브리지는 영국의 다른 도시들보다 꽤 안전한 편이지만, 그렇다고 어두운데 혼자 걸어다니지는 마시구요. 특히 대학가 중심을 벗어날수록 안전도가 떨어지니, 밤에는 여러명이 함께 걷거나, 자전거를 타시거나, 아니면 그냥 택시 타세요. 혹시 밤에 대학 중심을 걷다가 수상한 낌새가 느껴지면 근처 컬리지로 가서 도움을 요청하셔도 됩니다. 보통 컬리지마다 Porter가 밤에도 지키고 있기 때문에 그곳에서 사정을 얘기하고 기다리거나, 만약 집이 근처면 포터가 같이 걸어가주기도 합니다.
캠브리지에는 당연히 대학과 관련한 사람들이 많이 살지만, 그만큼 지역 주민 (Local)들도 많이 삽니다. 그리고 그 경계는 의외로 명확히 나타나죠. 보통은 별일이 없지만, 주말에 혹시 친구들과 어울려 펍 같은 곳에 갈 경우, 굳이 조심해서 나쁠건 없습니다. 특히 St. Andrew's Street과 남쪽/동쪽의 펍들은 지역주민들이 이용하기로 유명한데요.. 토요일 밤에 폭력사건이 일어나기도, 지나치게 술취해 뻗은 여자들을 싣고 가기 위해 경찰차들이 출동하는 경우도 빈번합니다. 캠브리지도 영국인만큼, 대부분 사람들 차림새를 보거나 말투를 들으면 대략 대학관련 사람인지 지역주민인지 감이 오니까 분위기가 좀 가열되어있다, 싶으면 알아서 피해가세요~
지금은 생각나는게 이정도인데요. 캠브리지에서 생활하고 계시는 다른 분들은 어떨지 궁금하기도 하네요. 그럼 준비하시는 분들 다들 힘내시고, 좋은 생활 하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