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aby-free story

국제커플/결혼의 이런저런 점들 - 둘

민토리_blog 2014. 3. 3. 06:58

요즘 들어 주위의 엄마들로부터 자주듣게 되는 질문 중 하나가, 

"How do you raise your kid as bilingual?" (아기가 이중언어를 쓰게 어떻게 기르느냐) 인데.. 특히 부모 중 한 명이 다른 한 명과 그리고 살고있는 나라에서 주로 사용되는 언어와 다른 말을 쓸 줄 알지만, 다른 한 명은 그 언어를 전혀 알지 못할 때, 그런 질문을 종종 받는다. 내 아기가 내가 전혀 이해하지 못하는 말을 쓴다는 것에 대한 불안함이라고 할까...

사실 우리집에는 3개의 언어가 공존한다. 남편과 나의 공용어는 영어이지만, 그외 아기와 대화할 때는 각자 모국어를 쓰기 때문이다. 그래서 다같이 식탁에서 밥먹을 때, 둘이 영어로 대화를 하다가 아기가 뭘 하거나 뭐라고 웅얼거리면 둘이 동시에 각자의 모국어로 반응하면서 아기와 대화한다. 아직까지 꼬맹이는 간단한 단어나 말을 3개 언어 중 선택해서 사용하는 정도이고, 다른 또래의 한 언어만 사용하는 아이들에 비해서는 표현하는 단어의 정확성이 떨어지는 편이지만 (나나 남편 같은 경우는 아기가 하는 말을 3개 언어 중에서 선별해서 알아듣기도 하지만, 영어보다는 다른 2개언어에서 선택하는 경우가 많기에 외부 사람들은 도대체 꼬맹이가 뭔 말을 하는지 못알아들을 때가 많다;;), 거기에 대한 초조함은 별로 없다. 뭐랄까.. 어린 아이의 무한한 능력을 믿는다고 할까 ㅎㅎ 나중에 학교를 가게 되고, 친구를 사귀게 되면 당연히 자주 쓰는 언어쪽의 발달이 훨씬 앞서가겠지만, 그래도 아기와는 계속 각자의 모국어로 대화할 계획이다. 물론 집에서는 남편과 내 모국에 대한 교육을 따로 시키고 말이다. 


이렇게 내 경우처럼 남편과 내가 살고 있는 나라가 제 3개국인 경우, 자식의 교육이라든가 살아가는 것에 대한 조절이 대략 중간에서 이루어지는 편이다. 그러나 국제커플이라해도 둘이 어느 한 쪽의 나라에 살고 있다면, 이방인인 쪽이 현지인인 쪽에 대부분 맞춰가는 것으로 생활이 이루어진다. 그런 걸 생각하며 더 둘러보는 국제커플/결혼의 이런 저런 점들 두번째 이야기.. 


1. 외국 나가 사니 좋겠다?


국제 '연애'를 할 때는 이런 점이 좋아보일 수도 있다. 대부분의 국제커플의 경우, 해외에서 만난 경우가 많고, 둘다 혹은 둘 중 한 명이 해외 여행을 좋아하거나, 해외여행을 할 수 있는 여건이 된다는 전제조건이 깔리기 때문에, 연애 도중에도 같이 여행을 간다던지 아니면 둘 중 한명의 나라를 방문한다는지 하는 식의 만남이 많다. 이번 여름에는 남자/여자친구의 나라를 방문하기로 했다, 이번 겨울에는 호주/태국/인도에서 만나서 같이 여행하기로 했다, 등등.. 남들은 큰맘먹고 일년에 한번 나갈까 하는 해외여행을 휴가 때 동해 바다 보러가듯 가니 그게 부러워 보일 수도 있다. 그런데, '결혼'을 하면 얘기가 달라진다. '여행'이 아니라 '일상'이 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그렇게 매일 살아갈려면 당연히 내 가족/친구들이 있는 곳이 좋고, 내 직장이 있고, 내가 익숙한 문화/언어/음식이 있는 곳이 좋다. 

특히 국제결혼을 해서 한 쪽이 살고 있는 나라로 다른 한 명이 '이민'을 가게 되는 경우.. 그 삶은 조금더 힘들 수 있다. 같은 한국인 남편이 일 때문에 혹은 공부 때문에 몇 년 해외로 나오게 되서 따라나와도 적응에 힘들어하는 한국인 부인들을 많이 만나봤는데, 현지인 남편을 따라 '몇 년'이라는 기한도 없이 나온 외국인 부인의 경우는 오죽하겠는가.. 영국이라고 생각했을 때, 부인이 영국생활을 이미 오래 해봤고, 영국 문화나 언어에 익숙하고, 나름의 인맥이 이미 형성되어 있고, 직장까지 있다면 사실 걱정할 필요가 없지만.. 그런 것 없이 영국인 남편만 믿고 따라오는건, 왠만한 사랑과 믿음이 깔려있지 않은 한은 정말 위험부담이 큰 일이다. 


벨기에에서 온 친구 K는 교환학생 프로그램으로 벨파스트에 갔다가, 역시 같은 프로그램에서 만난 스페인 남자를 만나서 사랑에 빠진 나머지, 대학을 졸업하고 스페인으로 갔다. 스페인어도 할 줄 모르고 스페인에 대해 알지도 못하며, 가진 것도 없고 직업도 없는 그녀는 일단 날라가서 남자가 알아놓은 집에서 동거생활을 하다가, 결혼을 하고 어학원 같은 곳에서 영어를 가르치며 살아간다. 그녀는 벨기에에서는 선생이였고, 한 때는 수의사가 되기 위해 공부까지 했지만, 지금은 스페인에서 영어를 가르치는 것 외에 뭘 할 수 있을지 고민하고 있다. 4년이 넘은 지금에야 그녀의 스페인어는 상당한 수준에 이르렀지만, 여전히 스페인 회사에 취직하기에는 부족하고, 그녀가 '친구'라고 부를 수 있는 사람들은 대부분 남편의 친구들이라서, 정작 아기를 낳고 난 후 그녀가 힘들 때 편하게 불러 대화하거나 남편의 흉(!)를 볼 수 있는 사람이 없어 힘들어 했다.

영국인과 결혼한 홍콩출신의 친구 S는 남편을 만나기 전 이미 영국에서 2년간 유학한 경험이 있지만, 결혼한 후 2년을 더 버티다가 아기를 낳고 나서 더이상 생활을 견디지 못하고 남편을 설득해 홍콩으로 돌아가 버렸다. 


이렇듯 내가 보기에 국제결혼을 한 커플들에게 가장 큰 위기가 될 수 있는 대략 3가지 점은... 1) 직장문제 (현지인을 따라온 외국인 배우자가 직장을 오래 구하지 못하는 경우, 아니면 구할 수 있는 직업이 본인의 능력치에 미달되거나 본인의 만족도에 미치지 못할 경우), 2) 친구문제 (현지인 배우자와 연결된 인간관계가 아닌 본인만의 친구/인맥 형성이 뜻대로 되지 않고, 대화나눌 상대가 없다 라던지, 자꾸 혼자라는 생각이 들 때), 그리고 3) 육아문제 (아무리 현지인 배우자의 가족들이 옆에 있어도 내 가족/친정 부모처럼 편하진 않다. 거기에 배우자의 가족들이 육아를 적극적으로 돕지 않고, 혼자만 집에 아기와 남아 고립된다는 생각이 들 때), 가 아닐까 싶다. 이걸 이겨내기 위해서는 당연히 서로간의 대화나 이해 (특히 현지인인 배우자의 외국인 상대방에 대한 이해)가 절실해진다. 


2. 외국나가 살면 삶도 여유롭고 풍요롭겠다?


이런 말은 대부분 '선진국 출신'의 상대방과 결혼했을 때 주위에서 많이 하지 않나 싶다. 즉, 우리가 티비에서 보게되는 선진국 나라에 대한 어떤 이미지가 그 결혼한 사람의 삶에도 똑같이 적용될거라는 생각(착각)을 하는 거다. 한적한 마을에 정원이 딸린 이층집, 주말에는 정원 테이블에서 늦은 아침을 먹고, 평일에도 저녁 6시면 퇴근한 남편과 함께 요리를 해서 와인과 함께 먹고, 둘이 느긋하게 저녁의 시간을 함께 보내며, 휴가 때에는 프랑스나 지중해 어딘가로 여행을 가고, 주말에는 함께 영국 여러곳을 여행다니는 모습... 

물론 그렇게 살 수 있고, 그렇게 사는 사람들도 많다. 그런데 여기서 좀 우울한 소릴 하자면, 다들 그렇게 살지만은 않는다는 거다. 누구나 결혼 전에는 핑크빛 결혼 생활을 생각하지만, 막상 결혼하고 나면 일상에 치여 핑크빛은 어딘가 빨래통에 처박히게 되는 걸 경험하는 것처럼 말이다. 

그리고 외국인과 결혼해서 그 사람이 살고 있는 나라로 이사가 결혼 생활을 시작하는 경우, 삶의 질은 대략 현지인인 배우자의 삶의 수준에 맞춰진다. 좀 더 적나라하게 얘기하자면, 영국의 경우 외국인은 그들만의 '계급'시스템에서 제외되는 대신 대략 그들보다 '낮게' 취급된다. 그러나 영국인과 결혼한 외국인의 경우, 대부분 결혼한 영국인의 계급에 편향되는 편이다. 그리고 영국에서는 계급간의 이동이 별로 없다. 아무리 한국에서 돈 좀 있다는 집안의 자식이라 하더라도, 결혼한 영국인 배우자가 중산층이면, 그 커플의 전체적인 삶의 모습도 대략 중산층에 맞춰진다는 거다. 이건 뭐 어쩔 수 없는게 영국에 와서 만나게 되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현지인과 연결된 사람들일 경우가 많기 때문에 다들 비슷한 모습을 하고 그 모습을 유지하게 된다. 

그러니 결혼 하기 전에, 그리고 외국으로 나오기 전에 적응력을 높이고 충격을 낮추고 싶다면, 가능한 외국인인 상대방에 대한 것 뿐 아니라 그 사람의 가족들이나 취향, 생활 방식 같은 것에 대해서도 많은 대화를 하는 게 좋다. 


3. 외국인이랑 결혼하면 시집살이 없어 좋겠다?


이건.. 언뜻보면 일반화 될 수 있는 거 같지만, 상당히 개인적인 차이가 많다. 한국에서도 명절이나 제사 때마다 시댁가서 일하느라 그 후유증이 크다는 분들이 있는 반면, 명절 때를 가족 휴가라고 여기는 분들이 있는 것 처럼.. 외국도 비슷하다. 설날이나 추석 대신 유럽 대부분 나라에서는 크리스마스나 부활절이 명절과 같이 여겨지는데... 이 때 크리스마스 당일날에만 가족들끼리 모여 점심을 같이 먹고 선물을 주고받은 후 헤어지는 가족이 있는가 하면, 20일 전후부터 모여서 새해까지 보내는 가족들도 있다. 시댁에 가서 이렇게 명절을 보내야 하는 경우, 많은 집이 식기세척기가 있기 때문에 굳이 설거지를 해야 한다는 부담은 좀 적은 편이지만, 매번 마시는 차하며, 사소한 간식들 하며, 신경써야 할 것이 전혀 없는 건 아니다. 영국에서는 대부분 사람을 초대하면 그게 설사 며느리라 하더라도 초대받은 사람에게 설거지를 시키거나 집안을 치우는 일을 시키는 경우가 없기 때문에, 식사 후 접시만 주방에 날라다 줘도 '고맙다'는 소릴 들을 수 있다. 그러니 어찌 보면 시댁가서 일해야 하는 시집살이는 없다고 생각할 수 있는데... 

반대로 만약 사람들을 내 집에 초대해야 하는 경우, 요리부터 시작해서 나머지 뒷감당은 오롯이 내 몫이 된다는 단점도 있다. 특히 여기서는 사람들이 '큰 집'에 모이는 경우가 많은데, '큰집'이 우리가 생각하는 집안의 장남의 집이 아니라, 말그대로 크기가 큰 집이다 예를 들어, 이번에 방이 6개가 넘는 거대한 집을 사서 이사한 영국인 친구같은 경우 작년 크리스마스 때 친구의 가족, 남편의 가족들이 모두 그녀의 집에 모인 까닭에, 그녀는 크리스마스 만찬을 2번 준비하고 그 뒷마무리까지 다하느라 몸살을 앓았다. 그리고 부모님이 연세가 있으셔서 크리스마스 점심을 준비하기 힘든 경우에도 그 역할이 자식 중 누군가에게 넘어가는데.. 만약 그게 자신의 집이 되면, 쇼핑에서 음식 장만, 뒷처리까지 다 내 몫이 된다. 한국에서야 그런 경우 형제들끼리 돈이라도 모아 보태기도 한다지만, 여기선 그런거 없다;; 


그리고 선물. 한국에서는 시부모님 생신이나 명절 때마다 용돈이나 선물 드리는 것 때문에 스트레스 받는다는 분들도 많지만... 여기서도 만만치 않다. 물론 가족들마다 선물을 주고받는 패턴이 다르기도 하지만, 대부분 크리스마스 때는 한 사람당 하나 이상의 선물을 준비해야 하거나, 크리스마스 때 만나는 모든 친척들의 선물도 준비해야 할 때가 많기 때문에 미리미리 준비해야 하는 것은 물론, 상대방의 취향에 대해서도 미리 알아둬야 한다. 한국에서야 용돈으로 대체가 가능하다지만, 영국에서는 돈을 주고받는 경우가 없기 때문에 더 신경이 쓰이는 것도 사실이다. 특히 시부모님 같은 경우 어느 정도의 수준이 적당한지 파악하고, 매번 다른 선물을 고르는 것도 상당한 스트레스다. 거기에 시동생이나 아가씨가 더해지거나, 아기들 것까지 챙겨야 할 경우... 진짜.. 사람 돌게 만든다;; 지출 수준이야 말할 것도 없고... 


집안일이나 선물을 떠나서 시집과의 관계는 어떤가.. 대부분 서양인이라고 생각하면 개인주의를 떠올리기 때문에, 가족들끼리도 그렇게 복작복작 얽혀서 맘상할 일이 없을 것 같지만.. 이것도 가족 나름이다. 내 시댁 같은 경우, 가족들간 관계가 돈독하고 자식들이 부모의 의견을 대부분 존중하는 까닭에 남편 역시 큰일이 있으면 나와 상의하는 것은 물론 시부모님께도 의견을 묻는편이다. 시부모님도 조언은 하되 결국 모든 건 우리가 결정하기 나름이라는 태도를 보이셔서, 딱히 간섭을 받는다는 느낌도, 관계가 멀다는 느낌도 안드는 반면... 앞서 말한 벨기에 친구 K의 경우, 스페인 남편의 가족들이 사사건건 그녀의 육아방식이나 집안을 꾸려나가는 방식에 대해 워낙 말이 많아 가능하면 가족행사에서 빠지고자 모든 노력을 기울이곤 한다. 

아기를 낳고 놔도, 아기를 봐주는 것에 아무 문제가 없는 시부모가 있는가 하면, '네 아이이고, 네가 할 일이다'하는 태도로 가끔 다같이 만나 아기를 보는 것 외에는 따로 아기를 봐주지 않으려는 시부모님도 계신다. 


저번 주말에 크기가 좀 큰 근처 마을에 나갔다가 난데없이 어떤 영국부인이 다가와서 "Are you Chinese?"하고 물으셔서 당황한 적이 있는데, 알고 보니 자기 며느리가 중국인인데 여기와서 적응하는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만약 내가 중국인이였으면 친구가 될 수 있지 않을까 해서 물으셨다고 했다. 이렇게 외국인인 며느리를 생각해서 '영국인다운 모습'까지 버리시고 거리의 외국인에게 말을 거시는 시부모님이 계신가 하면, 외국인이라는 사실을 낯설어 하고 심지어 부담감과 거리감을 느끼셔서 본인은 인식하지 못하는 막말(?)을 하는 시부모님도 계신다. 즉, 사람 나름이란 말이다;;


..... 


저번 글에 이어 몇분이 댓글을 달아주셨듯이, 사람 사는 건 어딜가나 비슷하다. 국제결혼이라고 별로 다를 것도, 좋을 것도 없고, 결국에는 부부간에 얼마나 많은 이해를 하고 신뢰를 하느냐의 문제이지 않을까 싶다. 무엇보다 국제 연애를 생각하시거나 하고 계시는 분들은.. 환상에 대한 거품을 걷어내고 누구보다 더 현실을 바라봐야 하지 않나 싶다. 한국에서면 부부싸움 했다고 하소연하고 잠시 도망갈 내 가족이라도 근처에 있다지만... 외국에서 부부싸움 했다고 공항갈 순 없지 않은가;;; 


오늘도 낯선 곳에서 사랑하나로 열심히 살고 계신 모든 분들, 화이팅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