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대학) 한국인 유학생의 흔한 유형들
1번과 연결되는 건데... 어덜가도 꼭 30대 전후의 남자들이 모이는 모임이 있다. 누가 모이자, 그런 건 아닌데.. 주로 군대 다녀오시고 한국에서 석사까지 하셨거나, 직장을 몇년 다니시다가 큰 맘 먹고 유학오기로 결정하신 남자분들 - 대략 나이가 20대 후반에서 30대 후반까지 - 을 중심으로 보통 일주일에 한 번 정도 저녁에 펍에 모여 나쵸 같은 거 하나 시켜놓고 술을 마시거나, 좀 조용하고 만만한 집에 사는 사람네에 모여 술자리를 갖는다 (쉐어하우스에 사는데 방이 좀 크고, 다른 하우스 메이트가 잘 안들어오거나 서로 신경을 안쓰는 집이라든지, 학생 도미토리에 살아도 공용 주방에 유달리 사람이 잘 안오는 곳, 이런 곳이 모임장소로 유용하게 쓰인다). 어린 한국인 유학생들도 가끔 편한 곳에 끼리끼리 모이긴 하지만, 이들의 특징이라면, 이들은 되도록이면 그들과 다른 무리 - 여자, 외국인들 -가 술자리에 끼는 걸 좀 불편해한다.
아직 다른 취미활동이나 여자들에 관심이 있는 20대 초반의 남자들과는 달리, 이들은 대부분 한국에 가족이 있는 경우고, 남들 앞에서 영어를 말하는 것도 좀 쪽팔려 하며, 그간의 사회 생활을 통해 익숙해진 사교 활동은 술자리가 대부분이라서, 그런 동질감으로 나름의 스트레스 해소를 위해 이런 모임이 생긴게 아닌가 싶다.
3. 이해타산 따지는 계산기 같은 분들
이런 분들 은근히 많이 볼 수 있다. 첫 인상은 무척 사교성 좋고 붙임성도 좋아서 알고 지내는 사람들도 꽤 많아 보인다. 그리고 주위 한국인들의 백그라운드를 대부분 꿰뚫고 있다 - 한국에서 어느 대학 다녔다더라, 어디 직장을 다닌다더라 등등.. 하긴 이런 정보는 워낙 한국인 유학생 사회가 좁은 만큼 조금만 관심있으면 다들 알 수 있는 거지만, 이들의 특징은 그 백그라운드 정보에 따라 사람을 대하는 태도가 좀 변한다는 거다. 자기에게 유리하다 싶은 사람에게는 무조건적인 호의를 보이기도 하고, 어떨 땐 노골적이다 싶을 만큼 질문을 하거나 정보를 얻어내려 할 때가 있다. 그렇지만 그들은 자신의 얘기는 잘 꺼내지 않고, 고맙다는 말은 할 지언정 직접적인 대가 - 설사 술이나 밥이라 해도 -에 대해서 약속을 잘 하진 않는다. 사람들 마다 다르긴 한데... 특히 남자분들 같은 경우, 한국에서의 지위가 높은 사람들에게 잘 보이려는 경향이 강하고, 여자분들 같은 경우는, 유학생활이 오래였던 사람에게 친절한 경향이 강했다. 그러나, 본인에게 이득이 되는게 별로 없다고 여겨지는 사람에게는 좀 함부로 대하기도 하고, 좀 무례하다 싶을 만큼 부탁을 하는 경우도 있다. 그리고 자기 뜻대로 되지 않는 경우가 생기면, 부탁을 거절한 사람에게 악의를 가지고 험담을 하고 다니는 분들도 있다;;;
4. No Give But Take
3번의 유형에서 좀더 앞서나간 타입들인데... 뭘 주는 건 없으면서 묘하게 원하는게 많은 분들이 있다. 보통 때는 수업에 잘 나오지도 않고, 도대체 뭘 하는지 학교에서 잘 보기도 힘든데... 꼭 시험때나 에세이를 내야 할 때가 되면 연락이 온다. 시험범위 어디냐, 이번 에세이 주제 뭐라더냐, 좀 유용한 정보 도는거 없냐, 등등.. 조별 과제 같은 게 있으면 이들은 보통 조용하다. 뭐 의견을 내는 것도 없고, 그냥 남들이 결정하는 거 듣고 있다가, 좀 쉬울 거 같은 일을 맡으려 하거나, 그게 안되면 다른 이들에게 도움을 요청한다. 요청을 안한다 하더라도, 그들의 자료는 보통 인터넷에 도는 것일 때가 많다. 그럼 도대체 왜 그 돈 들여서 유학까지 온건가, 싶겠지만... 그건 나도 모르겠다;;; 이분들은 부탁을 할 때도 참 태연하다. 그래도 좀 민망한 기색을 보이시는 분들은 요즘 힘든 일이 많다느니, 한국 집에 문제가 좀 있다느니, 하며 변명을 하기도 하지만.. 그렇지 않고 정보를 받고는 또 일이 끝나면 잠수 타실 경우도 많다.
5. 한국인 아닌 척 하는 분들
한국인들을 다 피해다니고, 밖에서는 꼭 영어로만 말하고, 외국인들과만 어울려 다니려는 분들이 있다. 하긴 그 큰 돈 들이고, 시간 들여서 공부하러 온건데, 한국인들끼리만 어울리면 그건 낭비다, 하는 그들의 생각을 이해할 수 있다. 세상을 보러 나왔으니 이왕이면 더 많은 걸 경험하고 다른 문화를 겪어보고, 외국인 친구를 사귀고 싶다, 하는 것도 맞다. 사실 많은 한국인 유학생분들에게 권장하고 싶은 거다. 제발 도서관에 앉아서 영어 공부하지 말고, 그 시간에 외국인 친구 꼬드겨서 커피를 마시러 가거나, 아님 혼자 영화라도 보러 가라고 말해 드리고 싶다. 그런데 그 정도가 지나쳐서 한국인이라면 고개를 홱 돌리고 무시하는 분들도 계신다. 그러면 좀 무안해진다. 특히 외국인 친구가 자기 딴에는 신나서 같은 한국인이라며 소개를 시켜줬는데, 그렇게 반갑지 않은 티를 내면, 소개시켜준 외국인 친구도 무안해지고, 소개 받은 한국인도 무안하다 못해 기분 나빠진다.
6. 한국인들과 영어로 대화하기 싫어하시는 분들
5번과는 반대로 한국인과는 반드시 한국어로만 대화하려는 분들이 있다. 같은 한국인인데 뭔 영어냐 싶기도 하고, 내 영어실력이 다 드러나는 것 같아 부끄러워서 피하는 걸 수도 있는데.. 이게 일대 일의 관계에서는 문제가 되지 않는데, 여러명과 어울리면 문제가 된다. 예를 들어, 캠브리지 유학생활중 이런 분을 만난 적이 있는데... 한 번은 다른 외국인 친구들과 formal dinner에 가서 얘길 하고 있는데, 이 분이 와서 한국어로 말을 거셨다. 그래서 일단 한국어로 인사하고, 다른 친구들에게 그 분을 영어로 소개시켜 드렸는데, 그 후에도 그분은 줄곧 나만 보시며 "요즘 잘 안보이시던데 잘 지내셨어요?", "이번에 이런 행사 있다던데 그거 가시나요?" 등등의 질문을 계속 하시는 거다. 다른 친구들은 소개를 받았으니 이제 같이 대화를 하거나, 우리가 간단한 대화만 나누고 내가 그들과의 대화로 돌아올거라 생각하고 기다리고 있는데... 난 그 어색한 상황 속에서 한국어로, 영어로 두번을 답하며 어떻게든 그 분과 친구들 사이를 이으려 진땀이 빠졌다. 그 분은 마지막에 상당히 기분 상했다는 표정으로 "영어 공부 많이 하셔서 좋으시겠어요?" 하고 비꼬고는 가셨다;;; 그런 상황이 한 두번이 아니였던 까닭에 결국에는 그 분을 쫒아가 설명을 해야 했다. 그 분 같으면, 친한 중국인 친구와 얘기하고 있는데 다른 중국인이 다가와서 자기를 무시한체 중국어로만 둘이 떠들면 좋았겠냐고.. 그 당시 그분은 괜찮다며 알았다고 가셨지만, 안타깝게도 다음번에 뵐 때는 그분이 먼저 고개를 돌려 피해가셨다;; 그래서 그 다음부터는 그런 분들을 만나게 되면, 아예 둘만 보는 약속을 잡거나, 아니면 함께 있는 외국인 친구에게 미안하다는 양해를 먼저 구한다.
7. 꼭 마녀가 되는 여자들이 있다
어느 유학생 커뮤니티를 봐도, 꼭 마녀 사냥 당하는 여자들이 한 두명은 있다. 워낙 하고 다니는게 유별나다거나, 야하게 입고 다닌다거나, 화장이 진하다거나, 뭐 그런 것도 이유가 되긴 하지만. 가장 사람들에게 욕을 많이 먹는 경우는, 한국인들과는 잘 어울리지도 않으면서 다른 외국인들과만 친하다거나, 다른 외국인 남자와의 수상한 낌새가 보이는 여자다. 그 분들이 정말 공부도 안하면서, 다른 한국/외국인 남자를 홀리러 다니는가, 는 사실 상관이 별로 없다. 문제는 그런 여자분들이 굳이 자기 변명을 하지도 않고, 자신을 대신해 변명해줄 친한 한국인도 별로 없는 까닭에 그냥 사람들 입에 쉽게 오르내리는거다.
8. 숨은 커플들
사내연애 빰치게 비밀연애가 유행하는 곳이 바로 유학생 커뮤니티이지 않나 싶다. 대부분 유학 오신 분들 중에 정말 싱글은 잘 없다. 특히 대학원으로 갈수록, 결혼을 하고 오시거나, 약혼자가 있거나, 오래 사귄 사람이 있거나, 등등 대부분 한국에 연인이 있는 편이다. 그런데 유학생활이 길고 힘들고 외로워서 그런지.. 유학생활 동안 깨지는 분들도 꽤 많다. 그리고 깨지지 않더라도, 유학생활 중의 연인을 따로 두는 분들도 좀 있다. 그들 중 가장 비밀스런 커플은 한국에 둘다 오랜 연인이 있으면서 눈이 맞아 사귀는 경우다. 그래서 대놓고 데이트를 하지도 못하고, 보통 둘 중 한 사람의 집에서 데이트(!)를 하는 경우가 많으며, 사람들에게는 '그저 친한 사이'라고 강조하고, 한국에 있는 연인의 존재를 더 부각시켜 말하기도 한다. 사실 그런 부적절한 관계가 아니더라도, 워낙 삭막한 유학생활이라 누가 누가 사귄다더라 하는 소문이 최고 인기 연예인의 스캔들만큼이나 부각되는 까닭에 모든 연애는 유학생들 내에서 대부분 은밀히 이루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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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적고 나니, 왠지 부정적인 유형들만 적은게 아닌가 싶다;; 물론 대부분의 유학생들은 꿈을 쫒아서, 인생의 도전이다, 생각하고 열심히 공부하러 오신 분들이다. 그래도 아무래도 한곳에 유학하러 오신 분들이 워낙 소수다 보니 이리 눈에 띄는 경우도 생기는 것 같다. 오늘도 밤늦게 컴터 앞에 앉아서 눈문 쓰시는 분들, 글 읽으시는 분들, 영어공부하시는 분들.. 모두 모두 화이팅입니다~!
덧.
1. 유학을 생각하시는 한국 남자분들께 드리고 싶은 말씀은... 유학오시기 전에 본인이 좋아하는 취미 하나는 발견하고 오셨으면 좋겠어요. 그게 사진이든, 마라톤이든, 영국의 모든 종류의 맥주 섭렵하기든, '공부/학위'가 아니고 뭐하나 이루고 가고 싶은 목표가 있으시면, 유학생활도 즐거워 지고, 주말에도 혼자 겉도는 일이 훨씬 줄지 않을까 싶네요. 여자분들은 혼자 심심하면 커피숍에 가거나 윈도우 쇼핑도 하며, 혼자 노는 걸 좀 쉽게 터득해 가는데.. 데이트나 미팅 외에는 혼자 커피숍도 안가시고, 영화도 안보러 가시고, 고작해야 남자들끼리 모여 술마시거나 당구 치면서 스트레스 해소하시던 분들은 유학 오셔서 더 힘들어 하시더라구요.
2. 비밀 연애 하시는 분들.. 많은 분들이 이상하게 유학생활동안은 뭘 하든 한국에 가서 안그랬다 그러면 다 된다, 라는 생각을 하시는데.. 다시 말씀드리지만, 세상 참 좁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