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한 일상
하나.
허리를 다쳤다. 특별한 일도 아니고, 아침밥을 먹이려고 꼬맹이를 들어올려 아기의자에 앉히려는데 순간 삐끗하더니 끝이다;;; 허리가 아파서 오래 앉아있을 수도 없고, 잘때는 몸을 뒤척일 수도 없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매일 아기를 유모차에 태우고 나간다. 아.. 엄마란 아플 수 없는 존재지만, 아파도 상관없는 존재일 때가 있다...
둘.
비가 주구장창 내린다. 예전의 폰쵸의 아픈 기억을 벗어나지 못하고 바로 그 날 꼬맹이와 내 우비를 질러버렸다. 꼬맹이는 레인부츠에서 바지, 윗옷까지 완전 세트로 맞췄는데, 그 덕에 이젠 비오는 날에도 첨벙거리며 밖에서 논다. 특히 물구덩이는 최대의 놀이감이다.
*** 완전 무장한 꼬맹이와 남편, 정원에서 노는 동안 난 저녁준비 ^^
셋.
친구 K의 집에 친한 엄마들이 다 모여 할로윈파티를 했다. 원래 K, H, L 그리고 나, 이렇게 주된 멤버로 놀았는데, K와 L이 이사를 가는 바람에 잘 못만나고, 대신 C와 M이 새로 합류했다. 그리고 의사라 쉬는 날이 별로 없는 T도 간만에 쉬는 날이 맞아 같이 올 수 있었다. 꼬맹이보다 어린 C와 M의 아기를 제외하곤 K, H, L, T의 아기들과 꼬맹이 모두 같은 시기에 학교를 시작하게 되기 때문에 (여기선 9월-9월로 학교 들어가는 나이가 끊어짐), 만나면 대부분 어느 학교에 보낼건지 벌써 의견이 분분하다.
* K의 아기 J만큼 순하고 양보심이 넘쳐나는 아기를 본 적이 없다. 어찌나 친절한지, 오는 아기들마다 다 안아주고, 자기 장남감을 가지고 놀라고 주며 떼를 쓰는걸 본 적도, 다른 아기의 것을 빼앗는 모습도 본 적이 없다. 이제 고작 18개월인데!!
* 반면 T의 아기 J는 이제 15개월인데... 정말.... 사납다;; K의 아기 J와 이름이 같은데 완전 극과 극이다. 다른 아기들이 갖고 있는 건 수시로 빼앗고, 빼앗을 수 없으면 그 아기를 때린다. 그래도 안되면 운다;; T는 완전 안절부절... 다른 엄마들 모두 그녀를 안심시키려고 괜찮다, 다들 그러며 크는거다, 그랬지만, 정작 J가 C의 아기 C(그러고 보니 이니셜이 똑같구나!)를 눕히고 때렸을 때, 방에는 정적이 흘렀고, 곧 T와 C는 각자의 아기를 데리고 먼저 일어나 버렸다.
* H의 아기 S는 유달리 뭘 돌리는 걸 좋아한다. 이제 막 2돌을 넘겨서 말을 제법 한다. 꽤 어려운 내 이름도 가장 잘 발음한다;; 빙글빙글 도는 걸 좋아하고 소리지르는 걸 좋아해서 K의 고양이 두마리를 겁줘버렸다;;
* 미국인인 C는 참 아기엄마답지 않은 몸을 유지해서 부러움을 사는데, 개인적으로는 그녀의 짧은 머리가 참 잘어울린다고 생각한다. 뭘 만드는 걸 좋아하고 이번에도 과일을 이용해 작은 호박과 유령 간식을 만들어 왔다. C의 아기 C는 10개월인데 정말 표정이 늘 똘망똘망하고 잘 웃는다. 그런데 묘하게 꼬맹이랑 취향이 비슷해서 장난감 가지고 자꾸 부딪친다... 오늘 파티에는 스누피와 찰리브라운으로 분장해서 왔다.
* 독일인인 M의 아기 N은 모임의 아기들중 가장 어린 7개월이다. 이제 제법 혼자 앉아서 놀고, 길 수 있는 최적의 포즈를 취하지만 아직 기진 않는다. M은 유달리 N를 보호하려는 경향이 강해서 대부분 M은 N을 안고 있다. 하긴.. 다들 걷고 뛰고 기니, 보호본능이 발동안될래야 안될 수 없을 거다.
* L은 이제 곧 2돌인 엘프같은 남자아기 N이 있는데 이번에 딸 A를 낳았다. 그리고 파티에 이제 고작 5일 밖에 안된 아기를 데리고 왔다;;; 아.. 그 작고 가벼움이란.... N은 줄곧, "my baby, my baby"하며 자신의 여동생을 보호하는 것에 열중했다 (그 어린 나이에 벌써 책임감이라니!!). 그 보호가 좀 지나쳐 A의 담요를 깔고 앉았던 꼬맹이를 때리는 바람에 꼬맹이가 울고, L은 내게 사과하고, 그 나무람에 N도 울고.. 한 장면을 연출하긴 했지만 말이다 ㅎㅎ
넷.
날이 추워져서 꼬맹이가 집에서 입을 수 있도록 드레싱 가운과 슬리퍼를 샀다. 여자아기들 건 정말 종류도 많고 사이즈도 다양한데, 왜 남자아기들 건 찾기가 그리도 힘든지 모르겠다... 그래서 결국 2-3살짜리 드레싱 가운을 삼..
**** 드레싱가운 하나로 요다 변신... "I can turn anything into lightsabe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