궁금한 걸 알려드리죠

외국인과 친해지기

민토리_blog 2013. 6. 6. 05:19

친구가 유럽여행을 와서 잠시 저희집에 머물다가 런던에 갔습니다. 

호스텔에서 머문다길래 어찌 지내고 있는가 전화를 걸었더니, 구경은 어찌어찌 하고 있는데, 가끔 사람이 그립다고, 밥 먹기가 좀 괴롭다고 말을 합니다. 호스텔에 사람들이 많지 않냐고 하니, 사람은 많은데 일행이 있거나 혹시 혼자 온 사람이라도 말 걸기가 좀 그렇다고 합니다. 혼성 도미토리라 남자나 여자 섞여 있는데, 혼자 여행 온 유럽인들이 꽤 되는데, 자기들끼리는 금새 친해져서 말도 하고 하는 것 같던데 자신만 동양인이라 그런지 사람들이 자신에게는 말을 잘 안건다고 서운해 했지요. 


보통 유럽 여행을 혼자 가본 사람들은 알겠지만, 혼자 여행 온 이들 중에도 친해지는데는 좀 패턴이 있죠. 먼저 미국인, 호주인, 영국인들끼리는 일단 좀 빨리 친해집니다. 영어권이라 일단 언어소통의 장벽이 없으니까요. 그 담에 유럽권 사람들끼리 또 좀 빨리 친해집니다. 역시 친근하니까 그렇죠. 그럼 동양권 사람들은 그들끼리 빨리 친해지느냐. 굳이 그렇진 않습니다. 만약 같은 나라 사람들 (중국-중국인, 한국-한국인)이라면 좀 말걸고 친해질 계기가 있긴 하겠죠. 그러나 아닌 상황에서 누군가 영어로 말을 걸어서 서로 친해지는 경우는 잘 일어나지 않죠. 


딱 4사람만 머물 수 있는 도미토리에 영국인, 프랑스인, 미국인, 한국인이 있다고 하면, 어느 순간 한국인을 제외한 3명이서 웃고 떠들며 친해진 모습을 발견할 수 있을 겁니다. 물론 처음에는 예의삼아 당신에게 말을 거는 사람도 있을 수 있죠. 'Hello, where are you from?' (혹은 Are you Chinese/Japanese?) 그리고 당신이 'from Korea'라고 했을 때, 'South or North?'라는 질문을 하지 않는다면 대부분 그냥 거기서 어색한 침묵이 흐릅니다. 슬픈 일이긴 하지만, 한국이라는 나라의 인지도가 그 정도 이니까요..... ㅜ_ㅜ


영국 교회든 뭐든에서 차를 마시러 영국인집에 초대를 받아 갔습니다. 다른 유럽인들도 드문드문 보이고, 일본인과 중국인도 보입니다. 아니나 다를까 어디서 왔냐는 질문이 이어집니다. 그리고 일본인과 중국인에게는 어느 정도의 질문도 가고 하지만, 한국인인 우리에게는 질문이 잘 오지 않고, 혼자 왠지 소외되고 있다는 느낌을 받기도 합니다. .. 역시 슬프지만, 이리저리 좀 듣고 겪어봐서 (일본 스시든, 차이나타운이든) 대화거리가 나오는 일본, 중국과는 달리 한국에 대해서는 별로 아는게 없기 때문입니다. ㅠ_ㅠ


파티를 가면 거기서 나서 자란 사람이 아닌 이상, 동양인은 왠지 겉돕니다. 그런 문화에 익숙하지 않기 때문이죠. 그래서 파티 장소의 벽쪽을 보면 동양인들이 벽에 기대듯 줄을 서서 조용히 음식을 먹거나 술을 마시며 사람들을 멀뚱히 보고 있는걸 발견할 수 있습니다. 그럼 그들끼리 대화하면 되지 않느냐, 그럴 사람들이면 진작에 다른 이들과 어울렸겠죠. 모르는 사람에게 말을 걸고 떠드는게 어색하거나, 어떻게 시작해야 할지 모르고 하려해도 좀 뻘쭘하기 때문입니다. 


그런 뻘쭘한 상황을 타파하고 외국인과 친해지기 위한 작은 팁을 소개합니다. 


1. 그들이 내게 말을 걸어주길 기다리지 않습니다. 우리가 한 방에서 노랑머리의 백인과 있는게 좀 어색하듯이 그들도 그렇습니다. 어떻게 대해야 할 지 잘 모르는거죠. 우리가 백인을 보고, 나 영어 잘 못하는데, 하고 주눅이 들어서 말을 못건다면, 그들은 '저 사람이 영어를 할 수 있을까'하는 생각에 말을 안거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럴 때 먼저 말을 걸어서, 일단 난 당신과 대화할 준비가 되어 있다는 신호를 보냅니다. 


2. 그들이 한국에 대해 알고 있기를 기대하지도 말고, 모른다고 해서 서운해 할 것도 없습니다. 우리도 다른 모든 나라에 대해 알고 있는 건 아니니까요. 물론 중국이나 일본의 중간 어디쯤이라고 생각하는 걸 보면 화가 치밀기도 하지만... 어쩌겠습니까. 열심히 노력해서 국력을 키워야죠 ㅜ_ㅜ 어쨌건, 한국에서 왔다고 대답한 후 침묵이 흐르면, 도리어 상대방에 대한 질문을 하면 됩니다. 그런 너는 어디서 왔냐, 하고 묻는거죠. 그리고 상대방의 나라에 대해 조금이라도 운좋게 알고 있으면 그걸 시작으로 대화를 이어나가면 됩니다. 그렇게 상대방의 나라에 대해 먼저 관심을 보이고 아는 척을 해주면, 상대방도 한국에 대해 관심을 가지는 척이라도 할 수 밖에 없습니다. 


3. 말 사이에 침묵이 10초 이상 지속되게 하지 마세요. 정 할 말이 없으면, 날씨 얘기를 하면 됩니다 - 날씨는 모든 걸 해결하죠 ㅎㅎ 만약 정 반대로 대화를 끊고 싶으면, 적당한 핑계 (이제 나가봐야 할 거 같다. 짐정리를 끝내야 겠다 등등)를 대면 됩니다. 그럼 그 담에 만나도 친근한 분위기를 유지 할 수 있으니까요. 제일 어색한게, 아무 말 없이 대화가 끊어져서 침묵이 지속되다가 그냥 각자 할 일 해버리는 겁니다. 그럼 다음에 봐도 다시 대화하기가 힘들어져요. 


4. 모호한 경계의 불툭정 다수가 모여서 말을 하고 있을 때, (즉, 그들도 막 서로 만나서 서로 아는게 아닐때) 나에게 말을 걸어주길 기다리면 안됩니다. 그런 기회는 오지 않죠. 우리는 예의 바른 사람들이라 대화를 듣다가 누가 질문해주거나, 아니면 하고 싶은 말이 있어도 다른 사람 말이 끝날 때까지 기다리는 경향이 있죠. 그런데 그러면 친구사귀기 힘듭니다. 아니 친구가 아니라 말 한 마디 꺼내기가 힘들죠. 틈을 보고 적당히 말을 끊고 치고 들어가는 것, 그게 여기 방식이니까요. 그러니 대화 주제를 잘 듣고 있다가 내가 하고 싶은 말과 연결고리가 있는 말을 하는 사람의 쉼표를 치고 대화에 끼어드세요. 예를 들면, 위의 예처럼 도미토리에서 다른 3명이 런던의 음식점 얘기를 하고 있다고 칩시다. 난 런던의 음식점에 대해 개뿔도 아는게 없지만, 열심히 듣고 있다는 듯 주시하다가 누군가 'I tried the X restaurant, it is very cheap and nice'라고 하면 nice 끝나는 틈을 노려 바로 'Where is it?'하고 끼어드는 거죠. 그런 식으로 굳이 내가 주제에 대해 잘 몰라도 그들의 대화에 관심을 보이는 것만으로도 대화에 끼어들 수 있습니다. 


5. 파티 같은 경우, 혼자 가서 뻘쭘하면 가장 좋은 건 음식이나 음료대 근처에 있는 겁니다. 거긴 항상 새로운 사람들이 들끓거든요. 그리고 대화를 시작할 주제가 넘쳐나죠. '이 음식이 뭔줄 아느냐, 이거 맛봤느냐, 괜찮더냐, 이건 좀 아니더라, 등등...' 그러다가 더이상 대화를 못하겠으면 다시 음식을 고르는 척 하면 되고, 운좋게 대화가 통하는 사람이 있으면 슬쩍 대화를 연장하며 거기서 벗어나면 됩니다. 그렇게 두 사람 이상이 대화하고 있으면, 또 그렇게 혼자와서 뻘쭘한 누군가는 은근슬쩍 옆에 와서 서있는 걸 보게 될 겁니다. 그럼 그 사람을 자연스레 대화에 끼어넣으면 됩니다. 그렇게 체인걸기를 하면 자연스레 파티를 즐길 수 있을 겁니다. 


... 

그외..  


1. 영국에서 영국인이 아닌 다른 외국인과 친해질려면... 영국에 관한 불평이 최곱니다. 영국 날씨부터 음식, 물가 등등... 사람을 단합시키는데 공동의 적만큼 효과적인 것도 없으니까요 ㅎㅎ 


2. 영국에서 영국인과 친해질려면.... 일단 날씨로 운을 틉니다 ㅎㅎ 그대신 불평만 하는 건 금물입니다. 날씨가 운좋게 좋으면 찬사를 하는 것만으로도 좋지만, 날씨가 비오고 뭣같더라도 그래도 괜찮다 라는 자세를 보이는 게 좋지, 정말 짜증나 죽을 것 같다는 태도는 좋지 않다는 거죠.


3. 영국에서 오래 살면서 정말 영국인과 친구처럼 친해질려면... 장기전을 예상해야 합니다. 처음부터 자신에 대해 다 얘기하는 것도, 상대방에 대해 많은 질문을 하는 것도 자제하고, 처음에는 오다가다 인사하고 안부나누고, 다음에는 쿠키 하나씩 갖다주고, 그 다음에 차 한잔 하고, 그런 식으로 서서히 다가가는 게 최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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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 파티나 여행지에서 위의 방식을 사용해 사람들과 잘 어울리는 한국인들을 못마땅한 듯 바라보는 다른 한국분들이 계시기도 한데요... (특히 여자분이라면 나중에 한국인들에게 좀 더 못한 말을 들을 수도 있을 겁니다) 그 못쓸 심리는 도대체 어디서 오는 건지 모르겠는데... 물론 한국인들을 대놓고 배제하면서 외국인과만 말을 섞으려는 그런 특이한 분들이 있다는 것도 인정합니다. 그리고 5명이 같이 영어로 대화하는데도, 한 사람이 한국인이라는 이유로 자꾸 한국어를 쓰려고 하는 분들도 있죠. 그래도 이왕 세계를 보겠다고 나온거... 많은 사람과 부딪히고 경험해야 좋은 거 아닐까 싶네요. 안그럼 돈 아깝잖아요 ㅎㅎ 타지에서 이방인으로 오늘도 부딪히시는 모든 분들, 화이팅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