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대학) 학사/석사 논문쓰기
6월이네요. 영국에서 학사/석사 유학하시는 분들 지금쯤이면 한창 시험기간이거나 끝나고 논문 준비하느라 바쁘실텐데요. 석사 논문 supervision 할 당시 이 때면 학생들에게 늘 받던 질문이 있었죠.
"도대체 논문을 어떻게 써야하나요 - How should I write a dissertation?"
그래서 아주 소소하게 써보는 논문 쓸 때의 작은 팁들입니다. 그냥 다들 알고 계시는 거 대략 제 경험을 토대로 정리만 한 거라고 생각해 주세요~
1. 일단 담당 지도교수와 면담 약속을 빨리 잡으세요. 2차 심사가 있긴 하지만 어차피 최종 점수의 거의 90%를 결정짓는 사람은 1차 심사를 담당하는 지도교수이기 때문에, 미리미리 만나서 그 사람의 성향과 어떤 부분을 중점적으로 보는지 파악해놓도록 합니다.
2. 면담 전에 가능한 명확하고 간단하게 논문 계획서를 작성해 가지고 갑니다. 계획서에는 토픽, Key question, research approach/method (어떤 식으로 문제에 접근할 것인가, 어떤 방법을 써서 자료를 모으고 분석할 것인가 - 크게는 Quantitative 인가 Qualitative), 그리고 예상하는 결과를 대략 요약하도록 합니다. 다른 거야 그렇다치지만, Research question은 너무 광범위하거나 모호하지 않도록 합니다 (The narrower and the more focused the better!)
3. 논문의 주제에 따라 조금씩 다르긴 하지만, 논문은 크게 Introduction (연구 배경, 연구 주제, 논문의 개요등이 소개됨), Literature review (기존의 연구들을 소개), Research method (어떻게 자료를 모으고 분석할 건지에 대한 방법을 소개합니다 - 실험이 될 수도 있고, 케이스 스터디나, 서베이 등등 방법 자체를 소개합니다), Data collection/analysis (자료 수집과 분석. 이 안에 본인의 논문 주제와 직접 관련된 자료 수집, 분석 방법만 소개한 후 따로 쳅터를 만들어 그 디테일을 논할 수도 있고, 아니면 여기에 디테일을 같이 소개할 수도 있습니다), Discussion (본인의 연구를 바탕으로 이미 기존의 연구결과와 비교하거나, 기존 연구 결과를 반박하거나, 기존 연구의 틈을 공략하거나, 기존 연구결과를 증명하는 등, literature review와 연관성이 있어야 합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Conclusion (말그대로 Finding을 정리하고 결론을 얘기하는 공간입니다. Contribution, Limitation과 Future direction을 첨가하는 것도 잊지 않습니다) 으로 구성됩니다.
4. 대략 방향을 잡은 이후에는 literature review부터 시작하게 됩니다. 자신의 연구주제와 관련된 기존의 페이퍼들을 읽기 시작하는 거죠. 가장 많이 하기 쉬운 실수 중의 하나가 여기에 엄청난 시간을 들이느라 정작 자료 수집과 분석 등은 시간에 쫒겨 급히 해버리고 마는 건데요, Literature review를 할 때는 일단 크게 틀부터 잡습니다. 흐름을 짜고, 크고 작은 타이틀을 미리 정해둡니다. 그리고 그 타이틀 밑에 연관된 글들을 중점 아이디어만 기록하는 식으로 적기 시작합니다. 각 타이틀의 내용이 어느 정도 찼다고 생각들면 과감히 다음 쳅터로 넘어가세요. 그리고 자료 수집과 분석이 끝난 후 Discussion을 대충 쓰고 난 후, 다시 돌아가서 연관성을 생각해서 다듬어도 됩니다.
5. 절대 한 쳅터를 완벽히 마무리 한 다음에 다음 쳅터로 넘어가겠다는 생각을 하지 맙시다. 글을 쓰면 알겠지만, 문장 하나 가지고 몇 시간 버틸 수 있습니다. 대신 세부 타이틀까지 다 정해놓은 후 그 안을 채우는 기분으로 글을 쓰는게 낫습니다. 언제든 다시 돌아가도 생각을 잊지 않고 글을 쓸 수 있도록, 중심이 되는 아이디어를 자신이 알아볼 수 있는 방법으로 충분히 적어놨다면 다듬는건 일단 전체 내용을 채운 후 해도 늦지 않습니다.
6. 중간 중간 지도교수와 수시로 만나 진행 상황을 체크하는게 좋습니다. 굳이 한국인이 아니라 동양인 학생들의 공통점이랄까, 스스로 해 놓은 게 없다고 생각하면 자꾸 지도교수를 피하는 경향이 있는데요.. 그러면 자신만 손해입니다. 준비한게 없어도 정기적으로 만나세요. 그리고 솔직하게 얘기하면 됩니다. 이런저런 방향을 잡고 할려고 하는데, 이런 점이 힘들었다, 그래서 진도를 못나가겠다, 아니면 그냥 요즘 너무 힘들었다, 같은 소릴 해도 괜찮습니다. 학생들을 만나는 것도 지도교수가 해야할 일 중 하나이기 때문에, 그런다고 해서 '너 내 시간을 낭비하는구나!'하고 할 사람은 거의 없습니다. 도리어 방향을 제시해 주거나,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조언을 얻을 가능성이 많습니다. 솔직히 저 같은 경우도, 자꾸 학생이 만남을 미루고 자신이 한 글을 보여주지도 않으면, 신경도 덜 쓰게 되고 그렇게 미루는게 반복되면 그 학생에 대한 신뢰도도 조금 떨어지더라구요. '얼마나 놀았길래 해 놓은 일이 없나..' 그런 생각도 들면서요. 그러니 만나세요~~
7. 보통 논문을 쓰는데 대략 2-3달의 기간을 주는데, 그게 어찌보면 참 넉넉한 시간 같지만 한달만 지나가면 발등에 불 떨어진 느낌이 들 수 있습니다. 그런걸 방지하기 위해서, 하루에 어떻게든 글을 몇자 적겠다, 라는 목표를 정하면 좋습니다. 연구라는게 그렇잖아요, 하루종일 책상에 앉아서 뭘 많이 읽고 한 거 같은데 막상 뭘 했는지는 모르겠고, 그런 초조한 마음에 잘 쉬지도 못하고, 저녁먹고 와서도 책상앞에 앉거나 컴터를 들여다 보고, 그렇게 잠은 잠대로 못자고 쉬지도 못하고 피곤한데 능률은 안오를 때, 그 때가 사실 가장 힘들죠. 그러니 하루마다 나름의 목표를 정하는 거죠. 예를 들면, 매일 논문 몇 편을 읽고 정리하겠다, 최소 500자는 (완성된 형태라 아니라도) 무조건 적겠다, 등등. 그리고 그런 목표를 달성하고 나면, 그게 오전 11시든, 저녁 9시든 그날 하루 일은 마무리 하면 좋습니다. 일찍 끝나면 스스로에게 상을 주는 기분이고, 늦게 끝나도 일단 마무리 했다는 생각에 상쾌할 수 있으니까요 (물론 스스로의 계획에 맞는 선에서 말이죠).
8. 마지막으로.. 글을 쓸 때 Reference붙이는 거 철저히 하세요. Academic writing을 처음 해 보는 사람들이 가장 하기 쉬운 실수가 기존의 논문이나 학회지의 글들을 인용할 때, 주석을 달지 않고 넘어가는 건데요.. 주석을 너무 많이 달면 정작 내 생각은 없어 보이는 것 같아서 일부러 피하는 사람도 있고, 설마 모르겠지 하면서 그대로 베끼는 경우도 봤고, 위키피디아 같은 곳에서 본 글을 단어만 살짝 바꿔 논문에 집어넣는 경우도 봤습니다. 그런 경우 모두 plagiarism에 걸립니다. 쓰는 입장에서는 설마.. 하시겠지만.. 논문과 에세이를 채점해 본 사람 입장에서 말하자면, 그런 거 다 보입니다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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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영국은 한창 날씨가 좋을 때네요. 시험도 끝나고, May Ball같은 이벤트도 기다리고 있을 거고, 날 좋은 주말이면 BBQ 약속도 많겠죠~ 유학생 분들, 도서관에 너무 짱박혀 있지 마세요~ 하루 사람들 만나 BBQ 해먹거나 공원에 둘러 앉아 피크닉 해도 세상 안무너집니다. 유학 기간 동안, 물론 배움도 중요하지만 사람 인맥 형성보다 더 중요한 건 없답니다~~ 모두 화이팅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