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기와 살아남기
런던-인천-부산-인천-런던, 7-8개월 아기와 여행하기
민토리_blog
2013. 5. 29. 16:27
뒤늦게 하는 꼬맹이와의 한국 첫나들이 리뷰.
한국에는 대략 일년에 한번 정도 가는데.. 갈 때마다 보통은 KLM이나 Air France, Lufthansa를 타고 경유해서 가는 편이다. 아~~~주 가끔 대한항공을 타고 가기도 했는데.. 유럽 경유의 경우 짧게는 1-2시간만 기다리면 되는 반면 가격은 대한항공의 거의 반값이니, 왠만한 일이 아닌 이상 경유를 택하게 되는 거다.
그런데 이번에 영국항공이 한국으로의 서비스를 운영하면서 직항을 500파운드 근처로 살 수 있게 되면서, 아기를 데리고 가는데 일단 장애물 하나는 넘긴 기분이였다.
1. 런던 히드로 - 한국 인천
영국항공의 좋았던 점은 일단 짐을 들고 가는데 제약이 좀 적다. 아기 앞으로도 23kg 되는 짐을 하나 부칠 수 있어, 총 46Kg의 짐을 들고 갈 수 있고, 그 외 유모차, 카시트, 휴대용 침대까지 들고 갈 수 있다. 그리고 기내로 들고가는 것도 좀 자유로워서 기저귀 가방과 이유식 가방, 내 작은 핸드백까지 다 들고 탔다 (물론 혼자 감당할 수 있다면야..)
좌석은 좀 애매했는데.. 장거리 항공사의 일반적인 3-4-3 구조가 아니라 3-3-3 이라서, 아기 의자나 침대가 필요한 아기를 데리고 타는 커플이 둘 이상이라면 한 커플만 붙어 앉을 수 있고 나머지 커플은 따로 앉을 수 밖에 없다. 타기 전에 아기가 7개월이라서 아기 침대를 주문했는데.. 막상 와보니 작아서 아기 머리, 팔, 다리가 다 삐죽히 튀어나오길래 의자로 바꿨다. 근데 의자는 밑에 사진을 보면 알겠지만.. 그 높이가 전체적으로 높아져서 잠자는 아기를 조용히 안아 눕히기에는 팔에 무리가 많이 갔다 ㅜㅜ 실제로 그러다가 아기가 깨서는 다시 재우지도 못하고 10시간 넘게 놀아줬다는... ㅠ_ㅠ
꼬맹이는 7개월이 되어도 별로 뒤집거나 기지 않아서 그렇게 걱정은 안했는데... 문제는... 잠을 자지 않았다... 공항에 도착해서부터 주위를 두리번두리번 거리기 시작하더니.. 비행기에 타서도 두리번두리번... 나름으로 루틴에 맞춰서 그 좁은 화장실에서 집에서 하는 것처럼 아기 몸도 씻기고, 깨끗한 옷으로 갈아입히고 젖물리고 해서 자길래, 오~ 이대로 쭉 자라, 하고 바랬는데... 자기는 개뿔... 물론 젖을 물고 잠들었길래 의자로 옮기려다가 아기가 깬 것도 있지만.. 그 담부터는 젖을 물려도 잠을 자지 않았다. 누가 화장실간다고 지나가면 고개를 획 돌려 보고.. 옆자리 아기 소리에 반응하고.. 그저 모든게 다 신기한지 잠도 안자고 주구장창 놀았다... -_-
2. 한국 인천 - 김포 - 김해
인천공항에서 김해 공항으로 바로 가는 환승 전용 내항기가 생겼다는 말에 들떴었는데, 하루에 4번만 운행 하는데다가, 영국 항공의 한국 도착 시간이 오전 8시 55분이라 시간이 애매하게 되는 바람에 그냥 김포로 갔다가 김해로 가는 걸 택했다. (대한항공 내항기는 오전 8시, 오후 2시, 4시, 8시쯤 운행한다. 자세한건 대한항공 국제선으로 문의~~)
아기는 인천에 도착해서 유모차에 태우면 자겠지.. 하고 바랬는데.. 밝은 날씨에 또 두리번.. 지나가는 사람들 구경에 공항 구경에... 김포공항으로 가는 기차안에서도 두리번 두리번... 결국 김포공항에 도착해서 김해공항으로 가는 비행기를 기다리는 동안 유모차 안에서 뻗어버렸다.
김해공항에서는 늘 타던 대한항공말고 에어부산을 타고 갔는데 승무원 분들도 친절하고 별탈 없이 잘 갔다. 아기는 이때부터 완전 잠에 취해서 제정신이 아니게 됨.... 그리고 부산 도착해서부터 4일간 밤12시에 깨서 새벽 4시까지 안자고 놀다가 우는 걸 반복 ㅜ_ㅜ
3. 한국 김해 - 인천
영국항공의 한국발 비행기는 보통 10시 30분에 인천에서 출발한다. 그러니 김해에서 가는 사람들에게는 아침 7시 5분 대한항공 환승전용 내항기를 타는게 최고의 선택. 대한항공이 아닌 국제선을 이용하는 승객인 경우 내항기의 운임은 대략 14-15만원 대, 대한항공 국제선을 이용하는 승객들이 내는 것의 두배보다 좀 싼 가격이다. 다만 안좋은 건 새벽부터 공항에 나가야 한다는 거.. 특히 나처럼 어린 아기와 여행하는 사람들에게는 좀 고달프다.
아기를 데리고 다니는 여행자들에게 좋은 점이라면 유모차를 인천에서 찾을 수 있다는 점. 체크인할 때 인천에서 찾게 해달라고 하면 승무원께서 친절히 유모차에 딱지 등을 붙여주신다. 혹시 안될까봐 아기띠도 따로 챙겨갔는데, 그런 걱정이 덜어서 다행이었다.
인천가는 비행기 안에서도 아기는 안자고 땡글땡글.. 역시 아기용 안전벨트는 없었다. 내 옆에는 젊은 커플이 탔는데, 가다가 난데없이 옆자리의 남자가 폰을 아기한테 들이대나 싶더니 사진을 찍는게 아닌가!! 순간 얼마나 당황했는지.. 그렇게 아기 사진을 마음대로 찍으시면 어쩌냐고 좀 난색을 표하니, 아기가 너무 귀여워 그랬다며 미안하다 하시곤 바로 삭제해 주셨다. ㅡ_ㅡ......
인천 도착해서는 비행기 밖에 나가서 좀 기다리니 바로 유모차가 도착해서 다시 아기 태우고 환승하러 고고~~ 출발 게이트에 가서 다시 발권받을 때 유모차를 도착하고 바로 게이트에서 찾을 수 있게 해달라고 하면 해주신다. 그리고 역시 한국의 서비스~ 접힌 유모차를 친절히 비닐에 담아서 화물칸에 넣어주신다. 영국에서 한국 올 때도 같은 영국 항공이였건만 유모차를 그대로 화물칸에 집어넣어서 행여 뭐라도 부서질까봐 전전긍긍했는데...
4. 한국 인천 - 영국 히드로
좌석은 올때와 동일한 좌석이었다. 내 옆에는 꼬맹이랑 같은 8개월된 아기를 데리고 한국인 부부가 타셨다. 이번에는 초반부터 아기 의자를 달라고 주문. 한달새에 부쩍 커버린 아기를 데리고 오는 건 갈 때보다 좀 더 버거웠다. 이제 뒤집고 기고 모든 것을 만지려 하다 보니 자꾸 내 품을 벗어나려고 바둥바둥...
돌아올 때는 아기 의자에서 재우기를 아예 포기했다. 그냥 젖을 물리고 아기가 잠이 들면 그 자세 그대로 내 품에서 잠들게 했다. 대신 내가 밥먹거나 할 때는 아기 의자에 앉혀놓고 간식을 주거나 장난감을 줘서 주의를 돌리고... 가져간 장난감에 한계가 있다보니 일회용 물컵이나 기내식에 딸려오는 컵, 수저, 고추장 튜브 같은 걸 챙겨놨다가 하나씩 가지고 놀라고 주고, 빵이나 후식으로 나오는 과일도 챙겨뒀다가 틈틈히 주고...
칭얼거리면 내 의자에 앉혔다가, 안고 왔다갔다 했다가, 뒷공간에서 좀 서있게 했다가, 바닥에 담요를 깔고 좀 누워서 뒤집게 했다가, 간식코너에 가서 뭐든 집어서 가지고 와서 놀게 했다가, 괜히 승무원한테 말걸어서 관심을 돌렸다가... 그러다가 내 품안에서 잠들면 나도 어찌어찌 눈을 좀 붙이려고 했다가... 결론은... 아기야 어찌됬건 엄마가 열심히 놀아주면 안울고 잠도 나름으로 자고 올수 있지만, 대신 엄마가 개고생한다는 거.. -_-
5. 마지막으로 히드로에서 입국심사
마침내 도착. 비행기에서 나와 기다리니 바로 유모차를 올려보내줬다. 안도하며 태워서 열심히 입국심사대로 출발~ 아... 그런데 히드로 공항이란 걸 깜박했다. 다른 공항에서는 솔직히 Others 줄이 더 짧다. 그래서 아주 깐깐한 사람을 만나거나 입국시 태클걸만한 상황이 아니라면 왠만한 영국인이나 유럽인들 통과하는 속도로 나올 수 있다. 그런데 히드로는 정말 사람 미치게 한다. 줄이 어찌나 긴지.... 그리고 어찌나 느린지.... 그 빽빽한 사람들 사이에서 천천히 움직이는 줄서기를 움직이기 좋아하는 아기가 감당할 수 있을리가 없었다. 잠이라도 자면 좋겠지만 그건 정말 운이 좋은 거고... 처음에는 장난감을 줬다가, 간식도 줬다가.. 그래도 자꾸 칭얼거리며 울길래 유모차에서 빼내 안고 있었는데.. 짐이 될까봐 다 껴입은 코트에 아기를 안고, 짐을 다 얹어놓아 무거워진 유모차를 간간히 밀고.. 정말 사람 할 짓이 아니었다. 그렇다고 줄이 금방 움직이는 것도 아니고.. 결국 포기하고 다시 아기는 유모차에~ 그리고 아니나 다를까 아기는 울기 시작... ㅠ_ㅠ 정말 짜증이 솟구치고 저절로 입에서 깐깐한 입국심사와 보수당에 대한 욕까지 튀어나오고.. 심지어 다 때려치우고 줄에서 이탈해버리고 싶다는 충동까지 들었다. 그 때 마침 들려온 구원의 목소리~ "Hey you! Come here!"
ㅋㅋㅋㅋㅋㅋㅋ 입국심사 줄 정리를 담당하는 직원분이 나를 부르면서 맨 앞으로 나오라고 줄을 열어줬다! 아무래도 아기 울음소리를 못견디겠는건 나뿐이 아니였던 모양 ㅎㅎ 이제야 쾌재를 부르며 그 때를 회상하지만, 사실 그 때는 웃음도 안나오고 빨리빨리 나가고 싶다는 생각밖에 안들었다. 그래서 입국심사대의 여자가 자꾸 뻔한 질문들을 해댈때는 어찌나 짜증이 나던지.. -"-
그렇게 해서 결국 입국심사대 통과~ 짐 찾는 곳에 가서 23kg 되는 짐 두 개를 건져 내고, 그것들을 카트에 싣고 유모차까지 끌고 도착게이트까지 나가는 건 또다시 사람의 한계를 시험하는 일이었지만.. 그저 묵묵히 조금씩 끌면 결국은 나가게 되있다. 시간과 힘이 엄청나게 소모될 뿐.. ㅜ_ㅜ
....................
결론.
1. 아기를 데리고 장기간 비행기를 탈려면 가능한 아기가 어릴 때 - 먹고 자고를 반복하는 시기, 혹은 활동량이 좀 적을 때 - 가는게 낫다.
2. 비행기에서 제공하는 모든 것을 활용해서 아기와 놀아주자. 플라스틱 물컵, 물병, 기내식에 딸려오는 아기가 만지고 빨아도 가능한 모든 것을 다 챙겨두고, 아기 장난감을 챙겨갈 거면 기내에 불을 다 껐을 때 아기 흥미를 끌수 있게 불이 들어오는 장난감이 좋다. 승무원이나 주위의 사람들도 아기에게는 훌륭한 관심거리가 될 수 있다.
3. 남편이나 가족, 친구 등 누구 한 사람이라도 같이 가면 좀 편하다. 그리고 아기는 솔직히 챙겨주면 나름 놀고 잔다. 그런데 엄마 혼자 아기랑 여행해야 할 경우, 그냥 마음을 비우고 개고생하겠거니 하고 생각하면 된다. 그런 마음가짐을 가지고 있다가 아기가 행여 잠이라도 잘 자면 땡잡았다는 생각에 행복해질 찬스라도 있으니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