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다한 책읽기

[The Handmaid's Tale] 읽어야 할 것 같은 책

민토리_blog 2019. 6. 28. 21:27

꼭 그런 책들이 있다. 왠지 읽어야만 할 것 같은 책들. 베스트셀러니 뭐니 해서 다들 얘기를 하니 왠지 읽어야 할 것 같은 책이라든지, 정말 관심 없는 분야이긴 한데 그래도 인문학적 소양으로 이런 책 정도는 읽어야 할 것 같아서 고르게 되는 책이라든지, 관심 분야나 그 주제가 정말 나와 맞아서 아니 정확히는 내 일이나 미래에 도움이 될 것 같아 읽어야 하는 책 등등.. 그렇게 골랐는데 정말 재밌다거나, 의외로 술술 읽히는 책이라면 정말 땡 잡은 건데, 만약 그렇지 못할 경우.. 나같은 경우 그만 두지도 못하고 돌아가지도 못하는 책읽기 마라톤에 접어든다;; 


이 책이 그랬다. 처음에는 이 책을 바탕으로 만든 티비시리즈를 Channel 4에서 방영했는데, 그것 때문에 친구들 사이에 화제가 되어서 일단 관심이 갔고, 주제가 원래 내가 흥미를 가지는 분야라서 일단 드라마를 봐야겠다, 라고 생각했다. 그렇게 남편을 꼬셔서 같이 첫 에피소드를 봤는데.... .... 솔직히... 기억에 별로 남는 것도 없이 지나갔다. (보통 첫 에피소드를 가장 강렬하게 만듬에도 불구하고!) 첫 에피소드를 보고 나서 남편은 흥미를 잃었고, 나도 원래 보는 것보다 읽는 걸 좋아하는 편이라 원작인 책을 읽기로 했는데 또 운좋게 중고가게에서 이 책을 발견해서 냉큼 샀다. 


그게 작년 말이였는데... 그렇게 기분좋게 시작한 그 책은 마라톤의 첫 시작이였다;;; 이미 드라마로 시즌 3까지 나왔으니 뭐 스포일러고 뭐고 없을 것 같긴 한데 (솔직히 뭐 스포일러가 있을 이야기도 아니고...).. 간단히 소개하자면... 가상의 미래, 출산율이 떨어지고 가임 여성의 숫자도 줄어들자 무력으로 무장한 전체주의자 단체에 의해 세상이 새로 바뀐다. 여자들은 더이상 직장을 가질 수 없고, 자기 인생에 대한 선택권이 없어지며 남자에게 종속된다. 그리고 가임할 수 있는 여자들은 옛날 한국의 씨받이처럼 'Handmaid'가 되어 특권층 집에 보내지고... 주인공인 Offred는 그 여인들 중 하나다. 책은 그녀의 입장에서 일기처럼 쓰여지는데... 많은 장면이 그녀의 과거를 회상하는 것이나 현재 상태의 설명, 산책, 집주인인 특권층 남자와의 관계변화, 그리고 그 집 운전사로 일하는 남자와의 관계 변화, 뭐 이런 걸 다룬다. 


내 전공분야는 아니지만, 인권과 관련된 사회문제 등의 책들을 원래 많이 읽기 때문에 그 이야기의 주제 자체가 흥미로웠다. 가임 여성이 얼마 없다면 수요/공급에 따라 여성이 사회적 우위를 점령할 것 같은데 왜 그들은 이렇게 씨받이처럼 구속당하고 통제당하는 수단으로 되어버린건가, 단지 이걸 알고 싶어서 사실 이 책을 읽기로 한건데..... 이 여자는 이야기의 반이 넘도록 이 전말을 말해줄 생각이 없는 듯했다;;;; 그래서 초반의 책읽기가 개인적으로는 지루하게 다가왔고, 마침내 그녀가 왜 이렇게 되었는지 전말을 말해준 다음에는, 도저히 아무런 해결책도 안보이는 이 상황에서 영웅의 기질도 없어보이는 그녀가 뭘 할 것인지 약간의 기대, 그리고 다수의 회의적 생각을 가지며 그녀의 글을 더 읽었다. 한 손가락 마디도 안되게 마지막 분량이 남았을 때는, 도대체 이 책은 어떻게 끝날 생각인가, 하며 읽었고, 마지막 장을 봤을 땐 '진짜 이게 끝이라고?' 하며 약간의 경악을 했고, 에필로그 같이 보이지도 않는 에필로그를 읽으면서는 '도대체 이건 뭐야, 이게 이런 거였어?' 하고 약간 성질을 냈다;;;;; (예를 들면 왜 주인공 이름이나 다른 Handmaid 이름이 이런지 전혀 모르다가 나중에야 설명해주는 거;;)


솔직히 말하자면 이 글을 쓰고 있는 이유는 마라톤의 끝에서 '해냈다'는 성취감보다는 '나 왜 뛴건지?'하는 좀 성질난 상황의 투정부리기 같은 거다;;; 이 책을 산게 작년인데, 끝낸건 얼마전이다. 그간 책 읽을 틈 없이 바쁘고 뭐고의 문제가 아니라, 이 책은 늘 내 침대 옆 탁자위에 올려져 있었고, 이 책 옆에서 다른 책들이 여러번 자리를 바꿔 왔다 갔다 했다. 그런 의미로 보자면 아주 느릿하게 오랫동안 한 자리를 지키고서 다시 펼쳐지길 바라며 기다렸을 책에게 미안하기까지 한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책을 펼치면 몇장을 못넘기고 다시 닫혀졌으니.... 개인적 변명을 하자면 너의 그 불친절함과 매번 같은 소리만 해대는 네가 살짝 지루했다는 거고, 그래도 책을 생각하자면, 일단 선택한 책을 그리 무심히 버려두고 오래 기다리게 했으니 독서하는 자로서의 내 게으름 탓이다. 


그리고 다 읽었으니 간단히 말하자면... 주제 자체로는 참 흥미롭다. 여전히 많은 걸 생각하게 하는 주제의 책이다 (왜 이런 사회가 되었는지 그 과정을 알고싶으시면 읽어보시지요. 기다림 끝에 나름의 카타르시스를 얻는게 그 부분 밖에 없는데.. 이런 기쁨을 제가 뺏을 순 없으니까요 ㅎㅎ;;;). 그리고 좀 섬뜩한게... 현재 사회라고 별 다르지 않다는 것과, 그 가상의 미래가 사실 어느 나라에서는 이미 있었던 일이라는 사실 (그리고 어쩌면 지금도 어느 곳에서는 일어나고 있는 현실...) 개인과 집단의 이익, 관계를 생각하게 해주는 책. 물론 그 외에도 어떻게 사회가 통제되어지고 있는지 뭐 그런 흥미로울 법한 (아마도 영상이라면 더 흥미로울 법한) 장면들도 여럿 나오긴 한다. 


책 내용으로 보면 도저히 뭐가 나올 것 같지도 않은데 티비 시리즈로는 시즌 3까지 만들어 방영되고 있으니 아마 티비는 책보다 좀더 친절하거나 뭔가 더 흥미로운 일들이 일어나고 있는건가, 하는 생각이 어렴풋이 들긴 하지만, 그래도 시리즈를 이제와서 보진 않을것 같다...;; 


....

혹시 보고 계신 분들 있으시면 어떤지 전해 주세요. 궁금하긴 하니까요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