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쓰는 건 근육과 같다
오늘 아침에 출근길에 들었던 라디오에서 한 말이다. 올해의 작가 두명을 인터뷰한 내용이였는데, 그 중 한 작가가 그랬다. 자신이 글을 쓰고 싶다고 진심으로 가족들에게 이야기 했을 때 이모 할머니가 자신을 따로 불러서 했던 말이 그거 였다고.
"It's going to be hard, but never give up writing. Writing is like a muscle, if you stop using it, you will lose it like what happened to me"
그 얘기를 듣고 나니 정말 맞다는 생각이 들어 이렇게 저녁에 다시 블로그를 켰다. 사실 그 동안 글을 몇번이나 썼는데, 쓰다가 멈추고, 혹은 생각만 하다가 나중에 하자 하고 미루고... 그러다보니 벌써 몇달이나 지나가버렸다;; 그래서 지금은 일단 되는 대로 생각이 나는 대로 일단 쓰고 보자, 하는 마음으로 풀어놓는 그간의 일들...
1. 한국.
부활절을 맞아 한국에 다녀왔습니다. 동생의 결혼 때문에 갔다 온건데... 솔직히 가기 전에는 도리어 제가 들떠서 동생, 엄마와 함께 같이 쇼핑다니고 뭐 그럴 생각에 신나했는데... 막상 도착했더니 동생은 결혼식 전까지 일을 하느라 정신이 없었고, 결혼식 3일전부터 휴가를 받긴 했는데 그 때부터는 마지막 준비를 한다고 솔직히 얼굴도 잘 못보게 바쁘더군요 ㅠ_ㅠ 거기다가 틈을 내서 같이 저녁에 나갔을 때는 동생이 워낙 독하게 결혼식을 앞두고 다이어트를 하는 바람에 같이 술 한잔도 못하고 ㅜ_ㅠ 막상 결혼식 때는 제가 축의금 담당을 했던 지라 결혼식도 잘 못보고 ㅜ_ㅜ 뭐 이래저래 아쉬운게 많았습니다. 남편과 아이들 입장에서는 사실 거의 처음으로 참가한 한국 결혼식이였는데, 남편은 축의금 문화를 상당히 신기해했습니다. 돈을 선물로 주는 거야 그렇다 치지만, 축의금 주는 사람의 이름과 액수까지 기록하고 정확히 계산하고 그런 건 좀 신기해 하더라구요. 진짜 무슨 비지니스 같다면서...
결혼준비/식을 제외하고 대부분의 시간은 아이들을 데리고 매일 키즈카페, 공원 등을 다니며 보냈습니다. 그러다 보니 막판쯤 가서는 좀 아쉬워 지더라구요. 솔직히 한국와서 가장 하고 싶었던게 하루 종일 과자를 옆에 끼고 누워서 데굴거리며 티비를 보거나 만화책을 보는거였는데;;; 티비를 켜기만 하면 아이들이 자기들 보는 거 틀어달라고 난리를 치고... 그렇다고 아이들을 하루종일 티비앞에 내버려두자니 차마 마음에 걸려서 결국은 또 뭔가 할 거리를 찾아서 움직이게 되더라구요. 그래도 역시 한국, 확실히 아이들 데리고 놀러갈 곳은 많아서 나름 좋았습니다. 아, 키즈카페. 한국과 영국, 스페인의 키즈카페를 비교하는 글도 반쯤 쓰다 말았는데, 조만간 완성해서 올릴게요 ;;
2. 한류
저번 주말에 방탄소년단 공연이 런던에 있었죠. 솔직히 방탄소년단을 알게된 건 순전히 동생 때문인데, 동생이 아미거든요. 근데 동생이 이렇게 덕질 하는게 한두번이 아니라서... (동방신기부터 시작해서 지금은 방탄소년단...) 그냥 또 그러는구나 하고 넘겼는데, 여기 영국 친구 중에 고등학교 선생님인 친구가 있는데, 전에 만났을 때 그러더라구요. 연말 파티를 하는데, 자기 반에 한국 보이밴드를 좋아하는 애가 있다. 그래서 학교 연말행사 때 그 보이밴드 노래를 틀어서 춤을 추고 공연을 했다, 등등. 그래서 그 보이밴드가 누구냐, 하고 물어보닉까, 'BTS'라고 하더라구요 ㅎㅎ 그래서 궁금해졌죠. 이 영국 웨일즈 시골(!) 학교의 학생까지 좋아할 만한 밴드라면 도대체 누굴까 싶어서 ㅎㅎㅎ;; 그래서 찾아봤어요. 근데 확실히 컨텐츠가 많아서 뭐가 끝없이 나오더라구요;;; 그래서 종종 찾아보게 되었답니다. 작년에 세계투어를 할 때만 해도 사실 여기서 인지도가 그렇게 높은 건 아니였어요. 그런데 Graham Norton Show에 나오면서 인지도가 좀 생기기 시작했죠. 이게 거의 영국의 대표 토크쇼 같은 거거든요. 그리고 이번에는 Britain's Got Talent 쇼에 라이브 공연을 하고, Wembley Stadium 공연도 이차 매진시키면서 확실히 공중파 뉴스에도 나오기 시작했구요. 영국 Amazon Prime Music 차트에도 올라와 있긴 한데 싸이 때처럼 한곡이 대중적으로 퍼졌다기 보다, 팬덤을 중심으로 그룹과 그들의 노래 전체에 대한 인기가 높은 것 같구요 (그들과 관련한 뉴스로 BBC 메인이라기 보다는 아직 CBBC - BBC 내 청소년 채널 - 에 많이 나오고 있구요). 이렇든 저렇든 확실히 아주 기분 좋은 소식이죠. 사실 외국인, 특히 유럽인들에게 중국, 일본이야 워낙 잘 알려져 있지만, 한국에 대해서는 아직 잘 모르거든요. 그런데 젊은 층 사이에서 방탄 소년단 덕에 한국에 대한 이해도가 높아진다면 확실히 장기적으로 좋은거니까요 ^^
생각해보면 영국에서 처음으로 한국 노래를 들었던게, 브라이튼의 클럽에 갔을 때 (2002년), 클럽 막판에 DJ Doc의 Run to you가 나왔었거든요. 그 때는 춤을 멈출 정도로 진짜 신기했는데, 안타깝게도 외국친구들이랑 같이 가서 아무도 신경쓰지 않아 혼자만 괜히 신기해했죠 ㅜ_ㅠ 그리고 두번째는 노래를 들은 건 아닌데, 일본 친구가 SES 해체 소식을 전해줄 때였고... 캠브리지에서 라디오 디제이를 했었는데, 심야라디오라서 제약이 없었기 때문에 듣고 싶었던 한국노래를 누구든 들어주길 바라는 마음에 맘껏 틀어놓기도 했고... 그러다 싸이의 강남 스타일이 나오고 지금은 방탄소년단도 있고, 영국의 넷플릭스에서는 최신 한국드라마는 물론 영화도 엄청 많이 올라와 있고 .. 얼마전에는 한국 음식점이 새로 생겼다고 해서 갔었는데, 한국인이 운영하는 곳이 아니더라구요. 기분이 좀 묘했는데... 한편으로는 한국 음식이 인기가 있으니 이렇게 다른 나라 사람들도 한국 음식점을 여는 구나 싶기도 하고. 얼마전에는 아이 학교의 영국인 엄마 한명이 제게 한국 화장품에 대해 묻기도 했고, 가르치는 영국 학생이 한국의 패션에 대해 묻기도 하고... 어쨌든 꽤 많은 변화를 느끼고 있는 요즘입니다. ^^
3. 이직했습니다.
사실 이게 제 일상 중 가장 큰 변화 중 하나죠. 솔직히 최근 몇년간 영국 대학의 분위기도 엄청 많이 바뀌고 있거든요. 학생들 등록금이 오르면서 학생들을 '고객'이라고 인지하는 경향이 생겼고, 반면에 연구 자금의 축소, 줄어드는 학생 수 등등 대학에 가해지는 압력도 커지고... 이미 여러번 이런 저런 일들을 여기서 얘기하기도 했지만.... 일의 양은 많아지는데 그에 대하 지원은 줄어들고... 도저히 이대로는 안되겠다,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과감히 이직하기로 생각했고, 올해 초에 잠깐 언급한 것 처럼 구직활동을 다시 시작했죠. 그리고 다행이 이직에 성공했습니다. 새로운 계약서도 작성했고, 2달간 통보 기간이 있어야 하기 때문에 새로운 일은 9월 부터 시작합니다. 어디로 갔냐구요? 아예 대학을 떠나서 정부 기관으로 옮겼습니다. 말하자면 영국 공무원이 된 셈이죠 ㅎㅎㅎㅎ 솔직히 좀 신기한 기분이 들긴 합니다. 영국인도 아닌데 (그리고 될 생각도 없고 말이죠;;) 영국 정부기관의 공무원이 되다니... ;;; 그래도 많은 걸 배울 수 있는 기회라고 생각합니다. 이 부분은 나중에 다시 또 기회가 되면 길게 얘기할 게요.
아직 대학에서는 졸업식도 남아있고 마무리 할게 좀 있긴 한데, 내년 강의 같은 걸 신경쓰지 않아도 생각하니 솔직히 속편하다는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ㅎㅎ;;; 그리고 여름동안 뭘 해볼까, 그런 속편한 고민도 하고 있구요. 벌써 머리속으로 생각하고 있는게 4-5개는 되는데, 글도 좀 열심히 써봐야 겠죠;;;
그럼 또 글 쓸게요. 이런 게으른 블로그에 그나마 찾아오시는 분들, 여전히 감사합니다. 그리고 종종 쓰도록 할게요 ^^;; 건강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