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기와 살아남기
고민한다
민토리_blog
2019. 1. 6. 06:45
처음에 유학을 하고, 박사과정까지 하기로 결정한 건 사실 별다른 거창한 꿈이 있어서도 아니였고, 학문에 대한 깊은 열정과 사랑이 있어서도 아니였다.
유학을 나온 건, 한국에서 취업을 준비하면서 부딪쳤던 수많은 이해할 수 없는 일들과, 특히 공대 여학생으로 앞에 펼쳐진 좁다란 길이 답답했기 때문이였다.
박사과정까지 가게 된 건, 단순히 내가 가지고 있는 특출난 재능은 뭔지 몰라도, 그나마 꼽으라면 글쓰기와 글읽기를 좋아하고, 조직성보다는 융통적이고 개인적인 문화가 마음에 들었기 때문이다.
어디선가 읽은 글에서 자기가 가장 좋아하는 일은 직업으로 삼으면 안된다던데... 박사과정을 하면서 공감했다...
글읽기와 쓰기가 막상 직업처럼 매일의 일과가 되고 나니 어찌나 지긋지긋해지던지.. 진짜 박사과정을 하는 동안 제대로 읽은 소설책도 없고, 계속 써오던 다이어리도 제대로 적지 않았다.
특히 견디는 것에 익숙해서 공부하는 거에는 이미 이골이 나있다고 생각했는데.. 박사과정 동안 늘었던 거라면 죄책감을 주지 않는 한도내에서 틈틈이 농땡이 부리는 방법 같은 거?
그렇게 학회에는 질렸다고 생각하고 나도 이제 멋진 직장인으로 살아보자, 하고 컨설팅 회사에 취직을 했는데....
이 때는 진짜 업무량 때문에 돌아버릴 것 같았다. 매일 아침 6시 알림으로 반복되게 시작되는 하루, 다들 이어폰을 끼고 일하거나 대부분 점심도 각자 책상 앞에서 해결하고, 다른 사람들과 더불어 우르르 마무리하는 퇴근길, 거기에 해외 회사와 연결된 프로젝트를 하게 되면 새벽에 일어나서 일을 해야 할 때도 있었다.
그러고 나니 다시 내가 좋아하는 걸 선택해서 읽고 공부할 수 있는 시간이 그리워졌고, 그래서 다시 학회로 돌아왔다.
물론 돌아왔을 때는 강의실에서 앉아 바라보던 입장에서 강단 위에 서서 말하는 입장이 되었기에, 그 반대편의 상황이 생각보다 만만한 ‘학자의 길’따위가 아니라는 걸 절실히 깨달았지만..
그래도 괜찮다고 생각했다. 가끔 강의가 없는 날 조용히 서재에 앉아 글을 읽고 쓰는 시간들이 심지어 행복하다고 생각했던 날들도 있었으니까...
그리고 그 생활들의 어두운 단면에 슬슬 지쳐갈 때쯤 임신을 했고, 긴 육아 휴직을 가졌다. (그리고 이 블로그도 시작했다 - 말할 사람도 없었고, 혼자 글쓰기도 외로워져서;;;;)
육아에 멘탈이 탈탈 털릴 때쯤 복직을 준비했고, 그 때는 학회로 돌아가는게 가장 실질적이고 유용한 결정이였다. 다른 걸 떠나서 일단 일하는 패턴이 융통적이니까, 다른 가족들 없이 남편과 나 둘이서만 두 아이의 육아와 직장생활을 감당하기에 가장 이상적인 직업이였다. 그런데 풀타임으로 복귀하고서야 내가 또 얼마나 이 길을 만만하게 봤는지 다시 깨달았다. 저번과 달라진 건 훨씬 많아진 책임감, 담당해야 할 과목들이 늘어나고, 지도학생들이 늘어나고.. 학부장까지 맡게되면서 시간의 융통성은 있을 지 몰라도 그 대가로 내 여분의 시간들을 모두 갈아넣어야 하는 상황이 나타났다....
그리고 지금. 2019년 새해. 난 조금 지쳤고, 다시 고민하고 있다. 솔직히 이제 나도 중년이라면 중년이랄 수 있는 나이인데.. 운동을 그렇게 꾸준히 해도 고작 2주 운동 안했다고 몸이 아프고 쑤셔오고, 영국 브리아튼에서 프랑스 파리까지 혼자 자전거도 종주도 했던 나인데, 이젠 자전거 탈 생각자체만으로 피곤해지는 걸 느끼면서.... 괜스레 나이가 들었구나, 하는 걸 실감하고... 문득 그런 생각이 드는 거다. 이렇게 내 남아있는 에너지와 건강, 아이들과 있을 시간까지 갈아넣으면서 내가 도대체 이루고자 하는 건 무엇인가.. 그리고 그걸 이뤄서 도대체 뭘 얻길 바라는 건가...
이번 크리스마스 휴가 내내 생각하고 고민한건데... 아직도 답은 모르겠다. 다만 뭘 손에서 놔도 괜찮을지, 뭘 계속 잡고 싶은지는 알았는데... 그걸 현실에서 어떻게 구현해야 할지는 아직도 모르겠다.
아니 당장 다음 월요일부터 개강인데... 이번 학기는 어떤 마음으로 보내야 할까.. 아니, 어쩌면 그런 생각을 다시 할 틈도 없이 또 시간이 흘러 다음에 글을 쓸 때는 부활절 휴가 때일지도 모르지;;;
...............................
해가 바뀔 때마다 혼자 지나간 한 해를 달별로 정리해서 돌아보는 걸 좋아합니다. 이런 일이 있었구나, 이렇게 지나갔으나, 뭐 이런 마무리를 하면서, 또 새해 계획도 대충 달별로 세워두기도 하구요..
또 그걸 바탕으로 한해 마무리와 다음 한해 계획을 하고... 그런 셈이죠. 올해는 지난 한 해를 돌아보다가, 생각나는 거라면, 바빴고, 지쳤다는 거였어요. 그래서 이런 고민을 하게 되었답니다.
이 글을 혹시 보시는 분들의 한 해는 어떠셨는지 (이미 며칠이나 지나버렸지만요;;;) 그리고 새 해는 어떤 계획들을 가지고 계신지...
매해 어떻게 보면 또 지나가는 하루의 연속일 뿐인데... 가끔 그 연속성에 겁이 날 때가 있더라고요..
이렇게 익숙해지다가 어느 순간 끝일 수도 있겠구나, 싶어서 말이죠....
그래서 올해는 좀 더 (열심히 말고) 다르게 살아보자, 그런 생각을 좀 하고 있답니다. ㅎㅎ
이렇게 게으른 블로그에 가끔 그래도 들려주시는 분들 감사합니다. 올해 또 이런 저런 글들 나눌 수 있기를...
그리고 다들 원하시는 것 꼭 하나쯤은 이루어지는 (소심하거라도!) 그런 한 해 되시길 바라요! ^^
유학을 나온 건, 한국에서 취업을 준비하면서 부딪쳤던 수많은 이해할 수 없는 일들과, 특히 공대 여학생으로 앞에 펼쳐진 좁다란 길이 답답했기 때문이였다.
박사과정까지 가게 된 건, 단순히 내가 가지고 있는 특출난 재능은 뭔지 몰라도, 그나마 꼽으라면 글쓰기와 글읽기를 좋아하고, 조직성보다는 융통적이고 개인적인 문화가 마음에 들었기 때문이다.
어디선가 읽은 글에서 자기가 가장 좋아하는 일은 직업으로 삼으면 안된다던데... 박사과정을 하면서 공감했다...
글읽기와 쓰기가 막상 직업처럼 매일의 일과가 되고 나니 어찌나 지긋지긋해지던지.. 진짜 박사과정을 하는 동안 제대로 읽은 소설책도 없고, 계속 써오던 다이어리도 제대로 적지 않았다.
특히 견디는 것에 익숙해서 공부하는 거에는 이미 이골이 나있다고 생각했는데.. 박사과정 동안 늘었던 거라면 죄책감을 주지 않는 한도내에서 틈틈이 농땡이 부리는 방법 같은 거?
그렇게 학회에는 질렸다고 생각하고 나도 이제 멋진 직장인으로 살아보자, 하고 컨설팅 회사에 취직을 했는데....
이 때는 진짜 업무량 때문에 돌아버릴 것 같았다. 매일 아침 6시 알림으로 반복되게 시작되는 하루, 다들 이어폰을 끼고 일하거나 대부분 점심도 각자 책상 앞에서 해결하고, 다른 사람들과 더불어 우르르 마무리하는 퇴근길, 거기에 해외 회사와 연결된 프로젝트를 하게 되면 새벽에 일어나서 일을 해야 할 때도 있었다.
그러고 나니 다시 내가 좋아하는 걸 선택해서 읽고 공부할 수 있는 시간이 그리워졌고, 그래서 다시 학회로 돌아왔다.
물론 돌아왔을 때는 강의실에서 앉아 바라보던 입장에서 강단 위에 서서 말하는 입장이 되었기에, 그 반대편의 상황이 생각보다 만만한 ‘학자의 길’따위가 아니라는 걸 절실히 깨달았지만..
그래도 괜찮다고 생각했다. 가끔 강의가 없는 날 조용히 서재에 앉아 글을 읽고 쓰는 시간들이 심지어 행복하다고 생각했던 날들도 있었으니까...
그리고 그 생활들의 어두운 단면에 슬슬 지쳐갈 때쯤 임신을 했고, 긴 육아 휴직을 가졌다. (그리고 이 블로그도 시작했다 - 말할 사람도 없었고, 혼자 글쓰기도 외로워져서;;;;)
육아에 멘탈이 탈탈 털릴 때쯤 복직을 준비했고, 그 때는 학회로 돌아가는게 가장 실질적이고 유용한 결정이였다. 다른 걸 떠나서 일단 일하는 패턴이 융통적이니까, 다른 가족들 없이 남편과 나 둘이서만 두 아이의 육아와 직장생활을 감당하기에 가장 이상적인 직업이였다. 그런데 풀타임으로 복귀하고서야 내가 또 얼마나 이 길을 만만하게 봤는지 다시 깨달았다. 저번과 달라진 건 훨씬 많아진 책임감, 담당해야 할 과목들이 늘어나고, 지도학생들이 늘어나고.. 학부장까지 맡게되면서 시간의 융통성은 있을 지 몰라도 그 대가로 내 여분의 시간들을 모두 갈아넣어야 하는 상황이 나타났다....
그리고 지금. 2019년 새해. 난 조금 지쳤고, 다시 고민하고 있다. 솔직히 이제 나도 중년이라면 중년이랄 수 있는 나이인데.. 운동을 그렇게 꾸준히 해도 고작 2주 운동 안했다고 몸이 아프고 쑤셔오고, 영국 브리아튼에서 프랑스 파리까지 혼자 자전거도 종주도 했던 나인데, 이젠 자전거 탈 생각자체만으로 피곤해지는 걸 느끼면서.... 괜스레 나이가 들었구나, 하는 걸 실감하고... 문득 그런 생각이 드는 거다. 이렇게 내 남아있는 에너지와 건강, 아이들과 있을 시간까지 갈아넣으면서 내가 도대체 이루고자 하는 건 무엇인가.. 그리고 그걸 이뤄서 도대체 뭘 얻길 바라는 건가...
이번 크리스마스 휴가 내내 생각하고 고민한건데... 아직도 답은 모르겠다. 다만 뭘 손에서 놔도 괜찮을지, 뭘 계속 잡고 싶은지는 알았는데... 그걸 현실에서 어떻게 구현해야 할지는 아직도 모르겠다.
아니 당장 다음 월요일부터 개강인데... 이번 학기는 어떤 마음으로 보내야 할까.. 아니, 어쩌면 그런 생각을 다시 할 틈도 없이 또 시간이 흘러 다음에 글을 쓸 때는 부활절 휴가 때일지도 모르지;;;
...............................
해가 바뀔 때마다 혼자 지나간 한 해를 달별로 정리해서 돌아보는 걸 좋아합니다. 이런 일이 있었구나, 이렇게 지나갔으나, 뭐 이런 마무리를 하면서, 또 새해 계획도 대충 달별로 세워두기도 하구요..
또 그걸 바탕으로 한해 마무리와 다음 한해 계획을 하고... 그런 셈이죠. 올해는 지난 한 해를 돌아보다가, 생각나는 거라면, 바빴고, 지쳤다는 거였어요. 그래서 이런 고민을 하게 되었답니다.
이 글을 혹시 보시는 분들의 한 해는 어떠셨는지 (이미 며칠이나 지나버렸지만요;;;) 그리고 새 해는 어떤 계획들을 가지고 계신지...
매해 어떻게 보면 또 지나가는 하루의 연속일 뿐인데... 가끔 그 연속성에 겁이 날 때가 있더라고요..
이렇게 익숙해지다가 어느 순간 끝일 수도 있겠구나, 싶어서 말이죠....
그래서 올해는 좀 더 (열심히 말고) 다르게 살아보자, 그런 생각을 좀 하고 있답니다. ㅎㅎ
이렇게 게으른 블로그에 가끔 그래도 들려주시는 분들 감사합니다. 올해 또 이런 저런 글들 나눌 수 있기를...
그리고 다들 원하시는 것 꼭 하나쯤은 이루어지는 (소심하거라도!) 그런 한 해 되시길 바라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