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기의 첫 수입
어제 아침에 아기를 베이비클럽에 데리고 갔다 오는 길에 산책겸 걸어서 그나마 근처 마을 중 큰 마을에 갔었다.
공원을 좀 걷다가 세컨드 핸드 샵을 돌면서 중고책도 좀 사고..
그러다 아기가 깼길래 점심도 먹고 아기젖도 먹일겸 까페를 찾아 들어갔다.
까페라고 해봐야 나무 탁자와 의자가 놓여있고
샌드위치나 토스트, 자켓 포테이토를 파는 그런 커피숍이라기 보다는 작은 식당같은 곳말이다.
디카페 차와 토스트된 햄샌드위치를 시켜놓고 우는 아이를 달래 젖을 먹이고..
그러고 노는 아이를 옆에 두고 내 점심을 먹고..
아기가 있어서 좋은 점이랄까..
그건 사람들이 스스럼 없이 말을 걸고 일단 호의적이 된다는거다.
귀여운 강아지 데리고 산책해 본 사람들은 알거다 그 기분..
어쨌건 까페에서도 어김없이 주인이랑 일하시는 아주머니랑 번갈아 왔다갔다 하시면서 아기와 눈을 맞추고 말을 걸고 장난쳐주고 그랬는데..
그래도 아기가 심심해졌는지 슬슬 짜증을 부려대기 시작했다.
그걸 신호로 나도 나갈 준비를 하는데 노부인 한 분이 쇼핑 꾸러미를 들고 까페에 들어서서 아기와 내가 있던 탁자옆에 앉았다.
자리에 앉아 둘러보시다가 나와 아기를 발견하시곤 역시 아기를 향해 웃으며 까꿍 하셨는데..
그 모습에 갑자기 아기가 꺄르륵 하고 웃었다.
나도 놀래고 부인도 놀래고..
그래도 좋으셨는지 아기와 계속 장난치시더니..
갑자기 지갑을 여시고는 동전을 꺼내 아기에게 쥐어주시는게 아닌가!
아기는 당연히 손에 뭐가 쥐어지니 꽉 움켜쥐고..
난 놀라서 동전을 뺏어서는 괜찮다고 다시 드렸다.
그래도 부인은 아니라고 아기가 웃는게 너무 예뻐서 준 거라고 자꾸 마다하셨다.
그럼 제가 커피라도 사드릴게요 하며 어떻게든 다시 돈을 돌려드릴려고 하자
이제는 지갑을 열어 20파운드 뭉치들을 보여주시며
나 돈 많으니 걱정할 필요없다고, 아기 저금통에나 넣어주라고 (그런게 있을리 없는데도!)
자꾸 거절하면 당신도 기분 상할거라며 워낙 강하게 말씀하셔서..
이도저도 못하고 결국 2파운드를 받고 까페를 나왔다.
허참.. 이런 경험이 처음이라.. 뭐라 해야할지..
퍽 당혹스럽고.. 어찌해야 하나.. 싶고 ..
더이상 거절하면 이미 돈 쥐어준 사람도 무안해 할거고.. 그렇다고 받아도 찝찝한 이 기분...
아기가 귀여우면 그냥 같이 웃어주고 놀아주고..
그냥 그것만으로도 충분한데..
가능하면 앞으로 이런 일은 더 안생기길!
덧.
오늘 친하게 지내는 영국부인댁에 놀러갔다가 이 얘길 해드렸더니, 웃으시면서 지금은 많이 사라졌지만 웨일즈 풍습 중 하나라네요. 원래 아기 손바닥 위에 동전을 올려놓는 건데, 행운을 가져다 준다는 의미랍니다. 이제야 이해가 되긴 하는데.. 그렇다고 다음번에 같은 일이 생겼을 때 냉큼 돈을 챙길 수 있을 것 같진 않은데 말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