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aby-free story

영국에 대해 새롭게 알게되는 것들

민토리_blog 2018. 2. 28. 23:54

요즘 영국의 모습을 보자면, 참 낯설고 새롭다. 너 이런 모습도 있었니? 아니, 원래 이랬는데, 이걸 내가 이제 안건가, 싶어 놀라우면서 회의가 느껴지고, 왠지 배신감마저 느겨지는 그런 순간들... 


오늘도 외교부 장관이라는 보리스는 또 한 건 해내셨다. 참, 이 사람을 보고 있자면, 이 나라의 온갖 역설과 모순이 사람의 형태로 환생한게 아닌가 싶은 착각이 든다;; 사람 좋은 모습으로 농담을 하고 웃고, 머리도 꽤나 좋은 것 같고, 명문대도 나와서 고상한 것도 같은데, 어느 순간 어떻게 저렇게 태연히 저딴 소릴 할 수 있나, 저 사람은 배려, 라는 단어를 알긴 하는건가 싶을 정도로 사람 뒷통수를 치게 하는 그 성질 돋구는 매력(?!). 


요즘 영국 정치인들이 딱 그렇다. 브렉시트와 관련해서 지들끼리 떠들고 볶고 지지고 하는 걸 보자면... 와, 정말, 저 사람들은 진심인가? 싶을 정도의 생각이 드는거다. 


Vote Leave 캠페인이 나왔을 때부터 주구장창 떠들어대는 National Sovereignty (주권). 아니 도대체 이 나라가 언제 주권을 빼앗겨 본 적이 있단 말인가! 지금도 50개가 넘는 common wealth (연방) 국가들의 수장으로 있으면서!!! 유럽연합의 간섭이 심하니 어쩌니 떠들어 대는데... 아니, 내가 폴란드나 그리스라도 되면 이해라도 하지, 영국은 유럽연합 초기부터 지금의 터전을 마련하기 까지 가장 깊숙하게 의사결정에 참여했던 나라가 아닌가? 지들도 다 동의해서 만들어 놓고서, 이제와서 간섭이 심하니 어쩌니, 주권 침해를 당하니 어쩌니 하니, 정말 기가 찬다. 


그 말도 많고 탈도 많은 Immigration (이민) 문제... 정말 솔직히 묻고 싶어진다. 몇십년 전에 너희가 온갖 식민지로 부터 노예로 이민자들을 데려올 때, 그 때도 너희 고민했니? 그 땐 안했잖아. 아니, 사람 대접도 안해주면서 개, 소 끌고 오듯 목줄 채우고 손목, 발목 묶어서 배로 대량 실고 왔잖아. 그리고 너희 처음 미국, 호주, 인도 갈 때, 너희가 그 원주민들 생활 환경을 해친다는 생각은 했니? 지금 너희가 이민자들 때문에 너희 애들이 교육 못받고 의료 치료 못받는다는 거, 그 생각 그 원주민들 입장에서 해봤냐고? 남의 땅에 가서, 남의 집을 제 것인냥 뺏아놓고 원주민을 노예로, 시종으로 부려대면서, 그 땅에서 나는 것들을 제대로 값도 안치르고 거의 공짜로 누리다시피 했을 때, 그 때 원주민들이 시위하면 너흰 뭐했니? 그 때 그렇게 공짜로 뺏은 것들로 지금 이만큼 누리고, 선진국 소리 들으면서 살고 있는거잖아. 근데 이제와서 그 이민자들이 너랑 똑같은 권리 누리고 살겠다니까 못봐주겠니? 그게 싫은 거잖아. 어줍짢이 '난 인종차별자는 아닌데...' 그런 소리 하지마. 'Of course we welcome high skilled workers, but people who come illegally or with low skills, we should restrict them'. 야, 그게 차별이야. 솔직히 까놓고, 만약 다른 나라에서 '저학력자이거나 on benefit 영국인들은 우리 나라 출입금지'라고 했으면 난리 났을 거잖아. 그런데 너희는 왜 그렇게 당당하게 말하면서 그건 '인종차별'이 아니라고 포장해? 


그리고 우리 솔직해지자. 너희가 말하는 문제는 이민자들이 문제가 아니라, 일안하고 benefit을 받고 사는 영국인들 때문이란거. 외국인이 benefit 받는게 쉬운 일인줄 알아? 아니, 무엇보다 불법 이민자면 등록이 안되어 있는데 무슨 수로 정부 보조금을 받냐고? 


요즘 매번 떠들어 대고 있는 Brexit negotiation... 뻑하면 유럽 나와도 우리 받아줄 나라 많다. 그리고 요즘 잘나가는 나라들 봐라, 유럽연합에 소속 안되어 있어도 잘 나가지 않느냐, 하는데... 정말 기가 찬다. 그 잘나가는 애들한테 물어봐봐, 그 유럽연합 들어 올 수 있는 기회가 있으면 안들어 올 나라 있느냐고.. 이건 무슨 한국 대기업 재벌들이 '자꾸 우리한테 뭐라 그러지마, 내가 한국 아니면 딴 나라에서 사업 못할 줄 알아?'하고 엄포 놓는 거 같달까. 이제껏 그 기업들을 재벌로 만들어준 토양도, 역사도 다 무시하고, 지금 잘나가는 것만 내세우는거지 (나온 김에 하는 말인데, 한국 대기업들의 부정부패 사건이 터질 때마다, '국가경제 기여도' 운운 하면서 사면 조치 해주는 거 보면 진짜 이것들도 미쳤나, 싶어진다. 그럼 대기업에서 오랫동안 일했던 노동자들도 그렇게 사면해주지 그러니? 진짜 누가 보면 이거 무슨 지들 혼자 힘으로 그만큼 기업 키워놓은 것 마냥.. -_-) 

툭하면 중국, 중국 하는데... 이 사람들은 역사 공부도 안했나 싶고.. 아편전쟁이 왜일어났는지도 모르나, 아니면 그냥 그건 자기 역사의 어두운 부분이라 무시하고 싶은건가 싶고.. 


그 외, 자유 무역은 하고 싶지만 상대 무역 국가의 룰은 따르고 싶지 않다, 같이 집계약을 했기 때문에 계약 만료 기간까지 내야할 집세가 있음에도, 나 이사 나가기로 했으니까 이제 집세 안낼거야, 내가 왜 내야해, 하는 배째라 식 태도하며... 그럼 집세 낼 테니까 그대신 내가 갖고 싶은 가구는 내가 가지고 나갈게, 하는 택도 안되는 요구하며... 집을 나가면 다신 열쇠없이 이 집에 자유로이 못들어 온다, 했더니, 거실은 마음에 들었으니, 그럼 거실로만 왔다갈 수 있게 출입문을 따로 내달라고 난리를 치고.. 그건 안된다, 그러니, 그럼 집세를 안주겠다고 협박한다;;;;; 참 안하무인이다... 


아니, 이런 태도가 공적으로 논의되고 있다는 것 자체가 좀 어이없다. 마치 갑자기 눈 하나 있는게 정상이라고 공표된 나라에 눈 둘 있는 사람으로 살고 있는 기분이다. 그래서 눈 둘 있는 얘기를 하면 마치 불손한 사상을 가진냥 취급되는 분위기다. 


뉴스에서는 줄곧 브렉시트에 대해 말도 안되는 소리를 해대고, '다수의 결정'이니 하는 '민주주의' 사상이 전파되고 있지만, 그 5%도 안되는 숫자에 의해 거의 투표자 절반을 차지함에도 '소수'가 되어버린 Remainer는 침묵하라는 분위기가 연출되고 있다. 그리고 투표할 권리조차 가지지 못했던, 그럼에도 불구하고 가장 눈에 띄는 재물이 되어버린 이민자들은 논의의 참여대상에서 조차 제외된다. '영국인 문제이니, 영국인이 아닌 사람은 빠져, 아니꼬우면 떠나시든가' 하는 태도다... 


참.. 새롭다. 물론 이게 모든 영국인들에게 해당되는게 아니라는 걸 알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금의 이 상황이 오기까지 침묵하고 적극적이든 아니든 동조했던 영국인들이 그들이 말하는 '대다수 - majority, the public'이라는 것에 대해 실망하지 않을 수는 없다. 일본의 침략을 규탄하면서, 그래도 '모든 일본인이 나쁜건 아니니, 그걸로 일본을 비난할 수는 없다'라고 하는 말에 동조할 수 없는 것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