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기와 살아남기
간격
민토리_blog
2012. 10. 25. 08:50
퇴근한 남편과 저녁상 앞에서 할말이 없을 때 그 날 하루에 대한 약간의 회의가 든다.
도대체 하루를 어떻게 보낸건가 싶어서...
물론 하루의 대부분은 아기를 돌보느라 사라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뭔가 바쁜 일도 없이 대화한 일도 없이 작정하고 한 일도 없이 하루가 가면, 꼭 시간을 낭비한 것 같은 생각이 든다.
많은 이들이 아기 키우는 재미로 살아간다는데..
내게는 아무래도 내 일, 시간, 공간이 필요하다.
그렇다고 아기 키우는 걸 당장이라도 미루고 싶다거나, 후회하는 건 아니지만
아이 역시 곧 자라 자기 나름의 일생을 살 것 아닌가.
결국 내가 할 일은 그 때까지 임시로 돌봐주는 것이니 아이가 내 인생의 목표는 될 수 없는 일이다.
그러면 어차피 육아를 위해 시간을 투자하기로 한 거 휴식이다 생각하며 쉬엄쉬엄있어도 될텐데..
때로는 이렇게 빠르게 움직이는 세상 속에서 그대로 도태되어 지는게 아닌가 하는 초조함과 두려움 마저 느껴진다.
아기의 성장에 뿌듯해 하고 아기의 웃음에 덩달아 미소짓고, 작은 기침에도 어디 아픈거 아닌가 불안해하고.. 다른 무엇을 얻더라도 이 아이와는 바꾸지 않을 자신이 있는데..
그래도 현재 진행형인 아이의 삶을 보면서 어찌할 수 없이 일시정지 중인 내 삶을 돌이켜 보게 되니.. 이건 엄마로서의 수양이 부족한 탓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