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에서 출산하기 2 (출산 후)
++ 출산했습니다. 이제 어떻게 되나요?
자연분만 했고, 산모와 아기의 상태가 다 좋을 경우 빠르면 2시간안에 퇴원해 집에 갈 수 있습니다. 그게 아니라면 보통 하루밤 정도 병원에서 보낼 수 있습니다. 사실 영국에서는 출산 후 가능한 병원에서 빨리 내보내려고 합니다. 만약 제왕절개 수술을 했다면 2일밤 정도 병원에서 머물러야 합니다. 어차피 산모가 움직일 수 없으니 나갈 수도 없습니다. 그 외 산모나 아기의 상태에 따라 더 길게 머물기도 합니다.
++ 병원에서 몇 일을 더 머물 경우 아기는 신생아실에 있게 되나요?
그런 거 없습니다. 아기가 인큐베이터에 들어가야 하거나 특수 치료가 필요한 게 아니라면, 내가 수술을 해서 몸을 움직일 수 있든 없든 아기는 엄마와 함께 있습니다. 그대신 침대 옆에 있는 버튼을 누르면 미드와이프가 와서 필요한 것들을 해주거나 아기와 관련된 걸 도와줍니다 (아기 안아서 내 옆에 눕혀주기, 아기 기저귀나 옷 갈아입혀주기, 모유 먹이는 자세 도와주기 등등).
병실은 보통 4명의 산모가 쓸 수 있게 되있는데, 산모의 침대 옆에 아기 침대 (정확히는 투명 바스켓)가 있습니다. 생각으로는 태어나자 마자 바로 내 아기를 안을 수 있고, 아기와 함께 할 수 있으니 좋은 거 같지만, 만약 수술을 했거나 입원 기간이 길어지면 그것만큼 생고문도 없습니다. 특히 수술 했을 때 내 몸도 못가누겠는데, 아기는 떡하니 내 옆에 맡겨져 있고, 아기가 울어도 뭘해도 내가 할 수 있는 거라곤 버튼 누르고 기다리는 것 밖에 없으니... 정말 가슴 아파오죠. 병실에 나 혼자 있게 되면 그래도 좀 괜찮은데 만약 다른 산모와 아기들이 들어오면, 그 때부터 내 휴식이나 잠은 거의 포기한다고 생각해도 좋습니다. 내 아기가 아무리 잘자고 천사더라도 다른 아기가 울면 거기서 벗어날 방법이 없기 때문이죠. 특히 하루종일 아기를 달래다가 겨우 재워놓고 나도 좀 잘려고 하는데 다른 아기가 울어서 내 아기도 깨어버리면 정말 미치죠... 그리고 밤에도 한 두번씩 미드와이프나 간호사들이 돌면서 산모 혈압을 재거나 아기를 체크하러 돌아다니기 때문에 조용히 잠 잘 수 있을 거란 생각은 버리는 게 낫습니다.
즉, 아기를 낳고 몸이 괜찮으면 가능한 빨리 퇴원하는 게 몸조리하기도 아기에게도 좋습니다.
++ 병원에서 밤을 머무는 동안 그럼 남편이나 다른 가족은 어디에 있나요?
각자 자기 집에 돌아갑니다 (남편도 예외없습니다 -_-). 이론상으로는 다른 산모들과 병실을 함께 쓰니, 다른 방문객 없이 산모와 아기가 푹 쉴 수 있는 조용한 환경을 만들어 준다는 게 주된 이유이지만, 초보 맘에게는 심적으로 상당히 부담되는 경험입니다. 대부분의 미드와이프들이 상냥하고 버튼을 누르면 가능한 빨리 와주기 때문에 그나마 다행스럽긴 하지만, 행여라도 아주 바쁜 밤이거나 그다지 친절하지 못한 미드와이프를 만나게 되면 밤이 참 길고 서럽습니다.
++ 빨리 퇴원한 후 집에 가서 혹시 아기나 산모한테 이상이 있음 어떻게 하나요?
퇴원하고 바로 다음날 (만약 밤에 퇴원했으면 그날 낮) 미드와이프나 Health Visitor가 집으로 방문옵니다. 와서 산모와 아기 상태를 체크하죠. Midwife가 임산부의 건강을 책임지는 전문가였다면, Health visitor는 아기의 건강을 책임지는 전문가입니다. 보통은 미드와이프가 산후 한달 정도를 꾸준히 돌봐줍니다. 산모의 건강도 같이 체크하기 때문이죠. 보통은 매주 방문하게 되는데, 만약 산모가 우울증 증세를 보이거나 그렇지 않더라도 좀 더 자주 봐서 도움을 받으면 좋겠다고 요청하면 더 자주 와줍니다. 물론 한 달이 지나더라도 산모가 원하면 미드와이프를 계속 만날 수 있습니다.
영국에서는 일반적으로 6주를 산후 조리 기간으로 두고, 운동도 하지 말고 가능한 휴식을 취하면서 몸을 조리하라고 합니다.
이상, 임신에서 출산, 그리고 출산 직후까지 영국에서 어떻게 진행되는지 적었는데요, 본격적인 아기에 관한 건 차차 얘기하도록 하겠습니다.
++ 그 외...
* 한국에서는 아기를 낳고 난 후 미역국을 주죠. 영국은 뭘 줄까요? ...
토스트와 차, 혹은 커피를 줍니다. 영국 맘들이 출산 후 먹는 토스트와 차가 세상에서 가장 맛있는 거라고 어찌나 많이들 말을 하던지.. 저도 내심 기대 했지만... -_- 안타깝게도 제게는 제가 맛본 최악의 토스트였습니다. 물론 출산 후 정신없는데 뭐 먹을 입맛이나 있겠냐 마는... 분만실 바로 옆에 토스트 기가 있어서 바로 구워서 내 오는 것도 아니고... 산모가 나 하나가 아니니... 제게 날라져 왔을 때는 이미 차갑게 식어서 버터조차 녹지 않은 처참한 몰골이였고... 질기기는 고무를 씹는 거 마냥 했죠... ㅜ_ㅜ 한국에서 먹을 따뜻한 미역국이 절실하게 그리워 지던 순간이였습니다.
* 싫으면 할 수 없지만, 대부분 아기 아빠에게는 '탯줄을 자를 수 있는' 영광 (!)이 주어집니다.
* 퇴원시 필수품이 있습니다. 이거 없으면 퇴원 못합니다. 뭘까요?
아기 카시트입니다!! 안거나 유모차에 태워 걸어서 집에 갈게 아니라면 카시트는 절대적으로 필수 입니다. 이거 없이 가까운 거리니 그냥 내가 아길 안고 타고 가겠다, 절대 그런 생각하지 마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