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aby-free story

이런 영국(외국)남자, 주의하세요

민토리_blog 2013. 8. 22. 07:22

예전에 외국인 학생들을 위한 봉사활동을 할 때 어학연수 온 한 여학생을 알게 되었다. 어느날 그 여학생이 왠일인지 커피를 한잔 하자고 하더니, 아주 심각한 표정으로 조심스레 고민이 있다며 입을 열었다. 


"언니... 언니는 영국 남자 좋아한 적 있어요?"


무슨 사연인가 하고 물어보니, 자신이 다니는 어학연수원의 선생 얘기. 그 영국인 선생은 젊고 활달해서 인기가 꽤 많은 편이라 학생이랑 사귀는 일도 빈번했는데, 예전에 사귀던 같은 반에 있던 브라질에서 온 여학생이 연수를 마치고 자기 나라로 돌아간 후, 이런저런 자리에서 자신에게 친근함을 표하는 일이 많다는 거였다. 그녀 역시 연수를 마치고 돌아갈 날이 얼마 남지 않았는데, 그 사실에 그 선생은, 


'너도 곧 돌아간다니 너무 아쉽다. 이제야 좀 가까워 졌다고 생각했는데.. 너 가고 나면 정말 많이 보고 싶을 것 같다... 예전 여자친구 (브라질)는 자기 멋대로 하는게 많아서 너무 힘들었는데, 널 만나면 정말 편하다. 가능하면 좀더 같이 있을 수 있다면 좋겠다.' 


등등의 소리를 그녀에게 하는 중이였고, 그 말에 그녀는 정말 심각하게 연수 기간을 연장시킬까 고민하고 있었다. 난 당장에 그걸 고민이라고 하는 거냐고, 정신차리고 남은 연수 기간동안 공부 열심히 하고 돌아가라고 말해주고 싶었지만, 일단은 참고 그녀를 토닥거렸다 - 아직 서로를 잘 아는 것도 아니고, 정식으로 사귀는 것도 아닌데, 다른 이유도 아니고 그런 이유로 기간을 연장시키면, 네 한국에서의 계획은 어떻게 되느냐, 그리고 그 돈은 어떻게 할거냐, 정말 인연이라면 한국 돌아가서 연락을 계속 하면서도 유지될 수 있으니 일단은 계획대로 돌아가는게 좋겠다, 등등... 

그녀는 내가 자신이 원하던 대로 그녀의 로맨스를 로맨스로 봐주지 않는다는 사실에, 그리고 그가 그녀에게 홀딱 반했다고 말해주지 않아서 좀 샐쭉한 표정으로 삐친 듯 '알았어요'만 성의없게 되풀이 하다가 돌아갔지만, 어쨌건 다행스레 그녀는 기간을 연장하지 않았고, 한국에 무사히 잘 돌아갔다. 물론 그 이후로 그 남자와 연락할 일도 없었고 말이다. 


이런 얘기는 좀 민감하지만, 이 곳에 있다보면 별별 얘기를 다 듣고, 별별 케이스를 다 보곤 한다. 전에는 한 밤에 공원에서 한 남자 (영국인듯 보이는 백인남자)가 여자(동양계)에게 'Fxxx you!! Go away!'하며 소리를 지르고 있었는데, 그 소리에 그녀는 그냥 가만히 서있다가 남자가 뒤돌아 가자 그 뒤를 쫒아갔고, 그걸 발견한 남자에게서 또 똑같은 소리를 듣고.. 그걸 되풀이 하며 공원을 벗어나는 걸 봤다. 그 모습을 보고 집에 가는 길에 맘이 무한정 무거워지고, 처음에는 그 남자에게 화를 내다가, 나중에는 그 여자에게 분노하는 나를 봤다. 또 얼마전에 최근들어 친해진 벨기에 여자친구 한명과 얘기하던 중 그런 소릴 들었다. 


"Do Asian girls in general like white guys, don't they?" (동양 여자들은 대체적으로 백인남자를 좋아하잖아, 그렇지 않아?)


그말에 뭐라 형용할 수 없는 오묘한 기분나쁨을 느끼고, 느낀 김에 쓰게 되는 조심해야 할 영국(외국)남자 스타일들... 


.....

1. 가볍게 말을 흘리거나 스킨쉽을 시도하는 타입

영국인 남자와 사귀고 있던 캐나다인 친구가 사귄지 3개월정도 지났을 때, 내게 뛰어와 웃으며 "He said he loves me!!"하고 자랑한 적이 있다. 그 말에 난 '그게 왜?'하는 반응을 보였는데 - 한국에서는 보통 사귀는 순간부터 '사랑해'라고 하지 않나?? - 영국인 친구들의 케이스를 보면서 그게 대단한 일이구나, 하는 걸 깨달았다. 사람마다 정도는 다르겠지만, 원래 적나라한 감정표현을 잘 안하는 영국인은 사람을 만날 때도 그런 경향이 있다. 그리고 왠만한 영국인은 연인이라도 밖에서 눈에 띄는 스킨쉽을 별로 안한다. 그런 걸 감안하면, 안지 얼마안됬음에도 쉽게 좋니, 보고싶니, 어쩌니 말을 하는 남자는 조금 조심하는게 낫다. 정말 좋아서 그럴 수도 있지 않느냐, 대놓고 말하기 그러니까 농담에 진담을 담는 걸수도 있지 않겠느냐, 하고 말하는 사람이 있다면, 그의 행동을 보라고 말하고 싶다. 볼 때, 그것도 술을 한 잔 걸치거나 하면 그런 소릴 입에 담다가 절대 개인적으로 먼저 연락하지는 않는다. 진지하게 대화를 나누는 것도 별로 없고 대부분 가볍거나 농담조의 말이 많고, 자기에 관한 깊은 얘기는 별로 안할 때도 많다. 행여 그러다가 정말로 관계가 진전되서 (대부분 육체적 관계부터 진행된다) 연인처럼 자주보고 연락도 좀 하는 사이가 되더라도, 진지함에는 별 차도가 없고 정작 자신에게 가까운 사람에게는 소개시켜 주지 않으려 하기도 한다. 어쩌다 데이트(라고 느껴지는 혹은 착각되는 거)를 하다가 그 남자의 가까운 사람과 만났을 때 자신을 어떻게 상대방에게 소개시키는지 보면 그 관계가 어느 정도인지 짐작할 수도 있다 - 'Girl friend'가 아니라, 'My student', 'Friend', 'Colleague' 라고 부르거나 이름을 상대방에게 말한 뒤 (발음을 제대로 했다고 치고), 'She is from my school/work' 혹은 그냥 'She is Korean'이라고 하고 소개를 마친다면, 안타깝게도 그와 당신은 (아직은) 사귀는 사이가 아니다. 


그리고 안타깝게도 영어 강사를 하는 몇 명 영국인 남자들은 그 직업이 여러 타입의 여자들과 사귈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고 믿고 있는 사람도 있기에 더 주의하라고 말해주고 싶다. 그들은 대체로 젊고 활달하고 농담도 잘해서 어학원의 여자들에게 인기가 많고, 그런 만큼 학교에서 좀 적극적이다 싶은 여자들과 사귄 전적도 많다. 가끔 학교에서 잘나간다던 남미나 유럽 출신의 미녀를 여자친구로 뒀던 선생이 자신에게 작업을 건다고 정말 자신을 자신의 모습 그대로 좋아해주는게 아닐까, 아니면 자신을 그들과 동급으로 취급해주는 것 같아 들뜬 마음에 더 빠지는 여자들도 본 적있는데... 그러지 마세요. 아닌거 스스로도 잘 알고 있잖아요 ㅜ_ㅜ


2. Asian/Yellow Fever를 앓고 있는 남자

대학 동아리 활동 중에 유달리 내게 친절하고 잘 대해주던 영국 남자가 있었다 (영국인이 98%정도 되던 동아리, 그중 동양인은 좀 나이 있는 인도여자랑 나 둘). 그게 친한 친구같은 친근함이나 챙겨줌이라기 보다 좀 그랬던게... 일단 만남의 시작부터 내게 고개를 꾸벅하면서 인사를 했고, 예전에 일본인 여자친구를 사귄 적이 있다며, 동양 여자는 이런 저런 좋은 점이 있더라, 하고 종종 말을 하거나, 술을 마신 자리에서는 난데없이 네 머리카락이 정말 예쁘다고 칭찬을 하다가, 술이 좀 들어가자 정말 동양인 여자들의 피부는 부드럽고 좋은 것 같다며 얼굴을 한 번 만져봐도 되냐는 소리까지 했다. 그런 소릴 하는 걸 제외하면 얌전하고 때로는 수줍음도 있는 사람이였는데... 만날 때마다 난 그 친근함이 묘하게 불편했다. 그 때는 이유를 잘 몰랐는데, 한번 술자리에서 그 남자가 역시나 머리카락 타령을 하다가 내 머리카락에 얼굴을 묻는 바람에 놀라 일어나 나온 적이 있었다. 그 때 따라나온 인도 여자가 말하길, "He didn't mean anything bad - He just has Asian fever"... 


즉, 동양인 여자에 대한 동경이나 환상을 품고 있는 남자란 말이였다. 그 말을 듣고 나니, 왜 그의 친절이 불편했는지 조금 이해할 수 있었다. 그가 나를 보는 눈빛이 나라는 사람과 소통하고 있다기 보다, 신기한 인형 보는 듯 했던 거다. 혼자 여행을 다녀본 여자라면 아마 한 두번은 그런 남자 꼭 만나봤을 거다. 머리카락이 예쁘다고 다가오는 사람, 얼굴형(사각턱이라도)이 매력적이다, 얼굴이 이국적이다, 아담한 사이즈가 좋다, 피부가 정말 곱다, 등등 평소 한국에서는 절대 들어보지 못했을 (!) 외모에 대한 칭찬을 하며 다가오거나, 좀 가까워 진 후에도 참 착하다, 예의가 바르다, 이해심이 많다, 수줍음이 많다, 등등 자신의 실제 성격과 좀 다른 칭찬을 하거나, 어떤 때는 'British girls are too fat and loud'라고 같은 나라 여자들을 깍아내리는 발언을 하기도 하며, 'I like Asian girls because... '하는 말을 종종 하기도 한다. 


그것도 사람취향이니 그러다가 정말 인연만나서 잘되면 좋겠지만... 그런 남자의 환상을 자신에 대한 순수한 관심으로 받아들이는 건 위험하다. 그리고 진짜 관계가 진전되려면, 먼저 남자가 자신이 가지고 있던 동양 여자에 대한 환상 (동양여자는 순종적이다, 착하다, 조용하다, 사근사근하다, 등등)을 버리고 여자를 그 자체로 받아들여야 한다. 그런데.... 그런 면을 가진 남자를 여럿 봤는데... 대부분 여러 동양 여자를 만나고 헤어지다가, 정말 그런 스테레오 타입의 동양인 여자를 만나 정착하더라. ㅡ_ㅡ


3. 동양인이나 문화를 무시하거나 조롱하는 태도를 가진 남자

위의 케이스와 정반대의 경우다. 일반적으로 생각하면, 어떻게 이런 남자를 만나나 싶은데.. 이런 남자 만나는 여자들 좀 봤다. 그리고 대부분 그런 부분을 무시하려 하거나, 어떻게 해야 고칠 수 있을까 고민한다.

브라이튼에서 알게된 일본여자인 친구 E는 영국인 남자친구와 동거중이였는데.. 그 남자는 쌀이나 동양식 면으로 된 요리 자체를 다 싫어했다. 젓가락질은 우습다고 시도하려 하지도 않았고, 그녀가 마시는 녹차나 다른 일본 음식들을 보곤 그런 걸 어떻게 먹냐며 핀잔을 줬으며, 심지어 그녀의 걷는 모습이 웃긴다고 대놓고 조롱을 하거나, 그녀의 일본어 억양이 섞인 영어를 비웃기도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녀는 그와 함께 살았다. 그녀에게는 미안하지만... 그녀는 어떻게든 영국에 머물고 싶어했고, 어학원을 여러군데 등록하면서 비자를 몇번이고 연장하다가 그 생활이 지치자 그녀는 그 남자를 자신에게 영국에서 머물 수 있는 권한을 줄 패스 정도로 믿고 싶어했던 거 같다. 그 남자의 친구가 역시 비슷한 태도로 내게 찝쩍대다가 내가 결국 그녀에게 연락해 '네 입장이 곤란해질 것 같아 미안하지만, 도저히 그 남자의 연락을 더이상 받을 수 없다'라고 말한 뒤, 그녀와 난 연락이 끊겨버렸지만... 지금은 그녀가 그녀를 이해하는 남자 만나 그 어색하게 감추려던 웃음말고 진짜로 웃으며 행복하게 살았음 좋겠다. 


어쨌건, 우리가 영국인에 대한 모든 걸 좋아할 수 없듯이 상대방이 한국에 대한 모든 걸 좋아할 거라고 기대할 순 없다 (무조건 다 좋다, 라고 하면 그것도 2번의 경우처럼 의심스럽다;;). 그런데 그냥 '그건 나와 안맞는 거 같다, 내 취향이 아니다, 이해하기 어렵다' 라고 말하는 것과, '야만적이다, 웃긴다, 어이없다, 말도 안되는 짓이다', 등등의 말을 하며 조롱하거나 무시하는 건 절대적으로 다르다. 그런 것에 대해 반격했을 때, '넌 어차피 한국에 안사니까 너와 상관없는거 아니냐, 네가 그런 한국인같은 모습만 안보이면 된다' 등등의 말을 한다면, 거기에 대해서 '그래 그렇지'하고 넘어갈 게 아니라 확실히 말해줄 필요가 있다 - 내 인생의 xx년을 보낸 곳이다, 그런 문화, 환경 같은 게 지금의 내 모습을 형성시킨 중요한 부분이다, 아무리 내가 영국에 오래 살아도 내가 한국인이라는 사실은 변하지 않는다, 그런 태도를 보이는 건 내게 상처를 주는 일이다, 네가 단지 마음에 안들어 하는 거라면 이해할 수 있지만, 그런 식의 태도는 용납할 수 없다, 등등... 그런 식으로 얘기를 했는데도 코방귀를 뀌며, 내 말은 귓등으로 듣지 않고 도리어 무시하거나 짜증내는 태도를 보인다면, 바로 아웃시키라는 말을 해주고 싶다. 사람 사이에 존중을 빼면 도대체 뭐가 남는가.. 


물론 그렇다고 한국에 대해 안좋은 말 하는 걸 다 민감하게 받아들일 필요는 없다. 잘못된 태도나 방식을 봤을 때, 같이 의견을 얘기하고, 설명하고, 이해하고, 뭐 그런 게 다 사람사이의 관계를 더 돈독하게 만드는 거니까..  그렇지만, 무조건 영국이 한국보다 선진국이라서 한국건 안좋은거다, 라는 생각으로 움추려들진 않았음 좋겠다. 당신이 하고 있는건 사람대 사람의 연애지, 국가대표 회담이 아니니까 (아니 설사 그렇다해도 움추려 들지 않았음 좋겠다!)... 


4. 그외... 

내 말을 존중해주지 않는 남자, 성의가 없는 남자, 나를 남에게 숨기려 하는 남자, 스킨쉽이나 육체적 관계에서도 내 의견/기분/상태보다 자신 내키는 대로만 하는 남자, 등등... 


특히 마지막걸 보면.. 좀 어이없게도, 외국 남자들은 개방적이니까, 하면서 스킨쉽에 대한 걸 무척 관대하게 받아들이려는 여자들이 있는데... 예전에 BBC1에서 장수하고 있는 EastEnders라는 드라마에 이런 게 나온 적이 있다. 밀당을 계속하던 커플이 있었는데, 마침내 둘이 불이 붙어 여자의 방까지 가게 됬다. 그런데 그 와중에 남자는 자신의 지갑에 콘돔이 없음을 알게 된다. 남자는 어색하게 하던 일을 멈추고 여자에게 콘돔이 있냐고 묻는다. 여자가 없다고 하자, 잠깐만 기다리라며 밖으로 뛰쳐나간다. 나가서 문 연 상점, 약국, 펍의 화장실까지 다 뒤지다가 날이 희끄무레 밝을 때까지 결국 못찾고 터덜터덜 여자에게 와서는 정말 미안하다고 사과한다. 여자는 그런 남자에게 괜찮다고 말하며 사랑한다고 안아주고... (더 궁금하면 드라마 보세요)


어쨌건, 그런게 일반의 영국남자다. 섹스 등에 대해 개방적인 만큼 그런 부분을 지키는 것 역시 철저하다. 일반적 영국 여자들 역시 피임약을 챙겨 먹거나, 아니라면 절대 콘돔없는 섹스는 하지 않는다. 성에 관해 개방적인건 외국 방식 따라가려 하면서, 콘돔 없이 덤비는 외국남자에게 한국적인 기준을 적용시키고, 혼자서 다음 생리때까지 혼자 덜덜떨고 있는 여자분들... 정말 없었음 좋겠다. 


..... 


읽어보면 알겠지만, 어떻게 보면 좀 뻔하고 당연한 소릴 한 거 같다. 그런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외국인'이라는 이유 하나 때문에 갑자기 안개 속으로 뛰어든 것 마냥 헤매는 경우들이 있다. 한국에서라면 저런 남자들 왠만하면 알아서 필터링 했을 텐데 말이다... 새로운 사람을 만나는 건 분명 신선하고 기분좋은 경험이지만, 그리고 물론 그러다가 정말 자기 인연 만날 수도 있지만, 스스로도 아는 '아닌 걸 아니라고 스스로에게 세뇌'시키진 않았음 좋겠다. 국적 같은 거 다 갖다버리고, 정말 솔직하게 '내가 소중히 대해지는가, 저 사람의 진심이 느껴지는가, 난 행복한가,'등등의 기본적 질문만 던져봐도 대략 답이 나오지 않는가... 


그리고 하나 더. 가끔씩 외국나온 걸 기회삼아 작정하고 즐기다 가는 분들 (남녀불구) 계시는데.. '어차피 여기선 아는 사람도 없는데..', '한국가서 그런 적 없었다고 하면 되지', 등등의 생각을 가지시는 분들... 그러지 마세요, 생각보다 세상 좁아요.